관리 메뉴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중앙일보] 봄소풍·수학여행 사라진다…교사 ‘감방 리스크’ 때문에 본문

기사 및 방송

[중앙일보] 봄소풍·수학여행 사라진다…교사 ‘감방 리스크’ 때문에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5. 4. 13. 03:25

봄소풍·수학여행 사라진다…교사 ‘감방 리스크’ 때문에

 

2025.04.11.

최민지 기자 이후연 기자

 

 

대전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 9일 "다음 달로 예정된 6학년 졸업여행을 취소하겠다"고 학부모들에게 공지했다. 학교 측은 “교사와 학생의 안전 보장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경기도 성남의 한 초등학교도 “1~4학년 현장 체험학습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대체한다”고 알렸다. 충북 청주의 한 초등학교는 학부모 동의를 얻어 1학기로 계획했던 학년별 체험학습과 6학년 수학여행을 모두 취소했다.

올해 1학기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 학교가 늘고 있다. 법원이 현장 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인솔 교사에게 책임을 물어 금고형을 선고한 것을 계기로 교사들 사이에 체험 학습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학교·교사들은 학생 현장 활동을 돕는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내 초등학교 606곳 중 209곳(34.4%)만 올해 1일형 현장 체험학습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해엔 478곳(78.8%)이 진행했다. 다른 시도도 비슷한 상황이다. 강원의 초등학교 중 체험학습을 정상적으로 실시하는 학교는 절반(52.4%)에 그친다. 나머지 학교 상당수가 계획을 변경·축소했고 10%는 아예 취소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의 초등학교 155곳 중 89곳(57.4%)이 체험학습을 미루거나 교내 행사로 대체했다.

 

지난 2월 11일 강원 춘천지법 앞에서 열린 현장학습 사고 인솔 교사 선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이날 재판에서 체험학습 사고 인솔 교사에게 유죄를 판결한 재판부에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원 단체들은 학교가 체험학습을 주저하는 이유에 대해 “안전사고 시 교원이 져야 할 책임이 과도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춘천지법은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학생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담임교사에게 금고형(6개월)을 선고했다.

이후 한국교총은 교육부·교육청에 “교원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체험학습을 강제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세종교사노조는 학교에 현장체험학습의 전면 재검토 등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체험 학습을 두고 학교 내 갈등을 빚기도 한다. 서울의 한 초등 교사는 “우리 학교는 교사의 건의로 지난해 체험학습을 취소했는데, 이 때문에 교장이 한 학기 내내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며 “올해도 교사들은 반대하고 있는데 교장이 체험학습을 부활시키자고 갈등 중”이라고 전했다.

반면 상당수 학부모는 자녀의 현장체험 학습을 원하고 있다. 초등 6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우리 아이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유치원 졸업식도 못 했는데 수학여행마저 취소됐다”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 기회를 번번이 놓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했다.

교원단체 “체험학습 대체할 방안 강구해야” 

 

교사들은 학교 밖 체험학습을 안전하게 하려면 보조 인력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공립학교 교사는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형광조끼를 입고 교통 지도를 하지만, 그 와중에도 통제가 안 되는 순간들이 있다”며 “혼자서 수십 명의 아이를 책임지는 게 너무 벅차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국회는 관련 법률을 개정해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학교장·교직원은 안전사고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또한 '교육감이 보조 인력의 배치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이 규정은 오는 6월 21일부터 현장에 적용된다.

 

교사들은 충분치 않다는 반응이다. 정수경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해당 법 역시 사고 예방의 1차 의무를 학교에 부여한 만큼 현장 우려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체험학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육적 의미를 살릴 다른 방식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민지·이후연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7814

 

봄소풍·수학여행 사라진다…교사 ‘감방 리스크’ 때문에 | 중앙일보

교사들 사이에 체험 학습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www.joongang.co.kr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