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회복적 학생생활교육 - 한국평화교육훈련원(KOPI) 본문

회복적 정의+비폭력 대화

회복적 학생생활교육 - 한국평화교육훈련원(KOPI)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6. 5. 1. 22:33

1. 여는 말

 

현재 한국 사회에서 학교폭력의 문제는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점점 높아만 지는 입시위주의 경쟁체제,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되는 선행학습의 폐해, 높은 사회적 스트레스 등의 근본적이고 더 큰 사회적 영향(macro aspect)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좀 더 작은 관점(micro aspect)에서 바라본다고 해도,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형태에 익숙했던 학생생활지도가 더 이상 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요즘, 이 시대의 제도적이고 문화적인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학교와 가정의 자녀 양육방식의 결과이기도 하다.

체벌금지 조례 등은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방향으로 학생인권과 학생생활지도가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다. 민주화와 경제적 번영이 이뤄진 나라에서 계속적으로 학생들에게 체벌이 허용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지금 학교의 혼란과 우려는 체벌금지 정책이 불러올 부작용에 대해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학생생활지도의 방향과 방법이 같이 제공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인성교육 강화나 상담자원 확대 등의 의견이 제시되고는 있지만, 이런 대안들이 근본적으로 학생생활지도를 수월하게 한다거나 새롭게 변화하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극명한 사실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런 상황에 대한 주무부처인 교육과학부의 대처방식이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학생자살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내놓은 학교폭력 종합대책은 큰 방향에서 오류와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잘못한 학생들에 대한 징계와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통해 학교폭력을 막고 예방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방식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닐뿐더라 이미 현장에서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 교육방향과 맞지 않는 결과를 초래해왔다. 학생들과 학부모는 더욱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학교의 규율을 강화하고 통제력을 높이는 구시대적인 발상이 먹힐 리가 만무하다. 강제적 통제력이 미치지 않을 때 어떤 다른 대안도 없으면서 무조건 가해자 처벌 중심의 대책만 쏟아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가해자를 처벌하고 처리하는 데만 급급한 방식이 아니라 피해자와 벌어진 피해를 회복하는 쪽으로 학생생활지도가 변화해야하고, 부인과 변명이 아닌 자발적인 책임이 되 살아나는 문화가 생겨나야 한다. 이를 위해 소년사건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이 실천되고 있는 회복적 정의의 패러다임이 학교 생활지도에도 적극적으로 검토, 개발, 적용될 필요가 있다.

 

2. 회복적 정의란?

 

잘못한 사람을 처벌함으로써 그 죄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응보적 방식의 정의가 아니라,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을 함께 고민하고 잘못을 한 가해측에서 최대한의 원상복귀를 위한 정신적, 물질적, 관계적 행동을 이행하게 하는 것을 기초로 하는 정의이다. 회복적 정의의 초점은 피해자와 피해상황의 회복이고 가해자의 책임은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만들어 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피해/가해 당사자 뿐만 아니라 이들이 소속된 학교, 학부모, 지역공동체의 일원들이 함께 아픔과 피해상황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 간의 분쟁의 문제를 공동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함으로써 갈등이 공동체(가정, 학교, 지역)를 파괴하는 요소가 아니라, 함께 세우고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기회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회복적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잘못된 행동(또는 범죄)은 학칙이나 법을 위반한 행위로만 보지 않는다. 회복적 정의가 말하는 잘못은 관계를 훼손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훼손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이 이뤄져야 하는가에 더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집중한다. 회복적 정의의 관점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는 모두 회복의 대상이고 이들의 요구와 필요를 채우는 것이 정의를 이뤄가는 과정에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 과정이 적절하고 균형적으로 이뤄졌을 때 결과로써 주어지는 것이 화해이고 치유가 될 것이다. 결국 잘못된 행위는 사람간의 관계의 훼손을 가져오고 그로인해 발생한 피해는 필요를 발생한다. 그리고 그 필요는 누군가가 채워야 하는 필요임으로 책임을 수반한다. 또한 그 책임의 핵심은 피해를 회복하고 잘못된 것을 바르게 만드는 것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이것이 회복적 정의가 갖는 가정이다.

1974년 캐나다에서 범죄청소년 문제에 회복적 정의 프로그램인 피해자-가해자 화해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적용한 이후로 현재까지 여러 나라에서 확대 적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0년부터 서울가정법원 소년부를 필두로 수원, 인천, 의정부 등의 소년부에서 미흡하나마 적용되고 있다. 이제는 사법단계 이전인 학교나 지역교육청 단계에서 회복적 학생생활지도 및 회복적 대화모임 등을 통해 학교폭력의 문제에 대안적 예방 및 해결책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3. 학생지도에 있어 엄벌주의가 갖는 문제점

 

피해자와 가해자 양측이 같이 만나서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피해자-가해자 조정/화해 모임이라고 한다. 물론 전문훈련을 받은 조정자의 진행에 맞춰 전체 과정이 진행된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회복적 정의’라는 범죄와 정의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기초하고 있다. 잘못한 사람을 피해자의 이름으로 제삼자(학교나 사법부)가 처벌하는 것이 정의의 일반적인 형태라면 그것은 ‘응보적 정의’의 패러다임에 기초한 것이다. 응보적 정의는 가해자를 처벌함으로써 정의를 이루고 처벌을 강화하여 폭력을 없앨 수 있다는 엄벌주의(중벌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엄벌주의는 다음의 몇 가지 심각한 왜곡현상을 가져온다.

첫째, 처벌의 목적은 그 처벌 자체가 아니다. 처벌의 목적은 처벌을 통해 잘못을 한 사람이 그 잘못에 대해 깨닫고 다시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처벌은 가해자들로 하여금 그 초점을 자신에게 닥칠 처벌을 최소화(할 수만 있다면)하는데 두게 만든다. 그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닐지라도 가해자로 하여금 자신이 한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아픔이나 필요를 채우는데 초점을 쏟지 못하게 하는 한계가 나타난다.

둘째, 피해자의 소외현상이다. 정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은 피해자다.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회복하고 범죄로 인해 빼앗겨 버린 자신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온전한 자아로 돌아오도록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벌의 강화는 결과적으로 처벌의 대상인 가해자에게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의 문제가 심각할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그 행위를 한 학생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있고 그 해결책에서 피해자의 응당 지원받아야 하는 필요는 소외되고 만다. 피해자의 필요와 요구를 듣고 거기에 맞춰 해결책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처벌(통제)권한을 가진 사람이나 집단의 편의에 의해 해결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어떤 해결책이 나오더라도 당사자인 피해자가 실제로 얻는 실익은 별로 없고 혼자 떠안아야 하는 고통과 책임은 그대로 남게 된다.

셋째, 처벌이후의 문제이다.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더 강력하고 단호하게 처벌이 내려질 수는 있다. 하지만 처벌이후에는 어떤 보장이나 변화에 대한 확신도 없이 처벌을 받고 나면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만으로 처벌이 이뤄진다. 물론 처벌이후에 또다시 잘못을 하면 그 때는 더 심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이뤄진 것이 바로 경범에서 시작하여 흉악한 중범으로 바뀌는 쇠위 재범자들이다. 이들에게 처벌은 받음으로써 면죄가 되는 수단이고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장치’이다. 한 번도 제대로 자신의 행동이 미친 실제적인 영향에 대해 보고 듣지 못한 채 나쁜 사람이란 낙인이 찍히게 되면 이들의 선택은 오히려 협소질 수밖에 없다. 청소년 범죄에서도 처벌의 대상인 가해소년이나 피해자나 모두 다시 학교와 지역공동체로 돌아와야 할 청소년들이다. 이들을 영원히 격리할 수 없다면 스스로 책임 있는 공동체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엄벌주의는 오히려 그 기회를 빼앗아 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 공동체가 떠안아야 한다.

넷째, 교육기회의 박탈이다. 잘하는 것만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 아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능력을 가르치는 것도 교육의 몫이다. 교육현장에서 잘하는 것을 칭찬하고 잘못하는 것을 야단칠 수는 있지만, 그 잘못을 통해 배우지 못하면 야단을 치는 교육적 목적은 의미가 없어진다.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분쟁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각기 다른 환경과 배경에서 자라고 다른 가정문화에 익숙한 아이들이 모여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이다. 인간관계 형성에 대해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집단화된 또래문화에 쉽게 동화되어 나타나는 현상 중에 하나가 바로 왕따문화이다. 이 시기야 말로 갈등해결에 대한 교육과 실험이 필요한 시기이고 자신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에 매우 적절한 시기이다. 하지만 처벌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 입장에서 사건해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갈등을 통해 인관관계 형성의 의미와 방법을 배워야 하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만다. 남과의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상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분쟁이 생기면 어떻게 평화롭게 풀어가야 하는가를 배우는 과정을 생략한 채 손쉬운 처벌로 결과만을 받아들이게 하는 방식으로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4. 회복적 학생생활교육의 적용

 

회복적 정의를 학교에서 적용해서 학생생활지도에 적용할 경우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적용될 수 있다. 회복적 정의는 잘못(범죄)이 무엇이고 이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정의과정)이 어떠해야 하는지 규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를 의미한다. 따라서 회복적 정의의 의미와 패러다임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 실천은 얼마든지 자유롭고 창의적일 수 있다.

5. 학교폭력에 대한 회복적 접근을 위하여

 

고질적인 학교폭력의 문제를 효율적이고 교육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위에서 살펴본 회복적 접근 방법이 하루속히 일반화 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당국, 지역사회, 시민단체, 사법기간 등 다양한 사회단위에서 좀 더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하고 유기적 연대를 이뤄가야 한다. 특히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좀 더 넓은 영역에서 평화와 화해의 역할을 수행해야할 종교기관과 일선 학교에서 헌신하고 있는 뜻있는 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다음의 네 가지 제언은 학교폭력의 당사자들을 만나 조정하는 조정자로써, 교사들에게 갈등해결 교육과 조정훈련을 하는 트레이너로써, 그리고 무엇보다도 늘 교육현장에서 헌신하지만 학생, 학부모,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과 이해를 받지 못하면서 헌신하는 교사를 돕고 싶은 한사람으로써 추천하고 싶은 내용이다.

 

1)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 활용

 

일선 학교에서 혹시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외부의 전문 조정자에게 의뢰하여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 또는 [갈등당사자 대화모임]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학교가 할 수 있는 조치는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많은 경우 당사자들에 의한 고소고발로 이어지고 학교범위를 벗어나 사법기관을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당사자는 물론이고 양측 가족, 학교 등 많은 사람들이 원치 않는 대결과 갈등의 구조를 갖게 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당사자 간의 직접문제해결을 돕기 위한 전문조정자을 통한 당사자 간 대화모임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학교의 문제가 사법기관에 고소고발 되기 이전에 학교단계나 지역교육청 단계에서 개인 간 학교 간 비밀이 보장되는 대화모임으로 의뢰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제는 교육계가 전문조정기관과 협력하여 학교폭력 대응모델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당장 실현가능한 옵션은 기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기능을 살려 어떤 처벌을 결정하기보다 위원회가 조정기관으로 사건을 의뢰하고 당사자들이 만들어낸 결과에 따라 문제해결이 시도되도록 돕고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강화한다면, 학교폭력이 개인 간의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불행한 현실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처벌은 그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은 후에도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학교 내외부의 전문 조정자들이 문제해결을 돕는 것은 학교의 문제를 세상에 공론화하여 학교를 곤경에 빠트리려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돕고 더 건강하게 당사자들을 만들어가기 위한 것이다.

 

2) 처벌 전후에 건강한 복귀를 위한 서클(학교 공동체 대화 모임)의 활용

 

학교가 학교의 교칙이나 협약을 기초로 잘못된 행동을 한 학생에게 반성문작성, 교내봉사, 사회봉사, 상담의뢰, 등교정지 등의 제제를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처벌로만 학생들의 행동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일방적으로 내려지는 학교의 처벌명령이 실제로 이를 수행하는 학생이나 그 보호자, 또는 학교 공동체 전체에게 발전적 방향으로 접근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벌의 수위를 정하는 모임이나 처벌 이후 교실로 복귀하기 전, 잘못된 행동을 한 학생과 그 보호자, 담임교사, 관리자(교감, 학생부장), 학급대표, 진행자 등이 참가하는 서클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서클에서 모든 참가자들이 자신의 기대와 우려를 표명하고 좀 더 직접적이고 자발적 형태로 책임을 논의하고 앞으로의 각오를 나누고 공식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모임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의 자세와 새로운 미래를 위한 공동의 역할을 찾는 것이다.

 

3) 관리자의 능력으로써의 갈등해결

 

현재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고 그 결과를 지역 교육청에 보고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상부기관에 학교폭력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보고하는 것은 관리자로써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자신에게 책임소지가 떨어질 수도 있는 사항인데 마냥 상부기관에 보고하는 순진한 관리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학교 내 갈등이 발생하는 그 자체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발생한 갈등을 잘 풀어가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조직의 관리자가 가져야 할 많은 능력들 가운데 갈등해결 능력이야 말로 가장 높이 인정받아야 할 요소 중에 하나이다. 학교폭력과 같은 민감한 문제를 음성적으로 풀려고 하거나 학교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접근한다면 오히려 더 문제를 키우기 쉽다. 이제 지역교육청은 관리자에게 문제가 생하지 않는 것만 고과반영의 유일한 잣대로 여기지 말고 갈등관리, 해결능력을 키워주고 평가하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4) 갈등해결교육 및 또래조정 프로그램 시행

 

학교폭력의 가장 효율적인 접근 예방적 접근이다. 이를 위해 학교관리자, 교사, 학부모, 학생에 이르는 학교구성원에 대한 평화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학교 구성원간의 분쟁임으로 일이 더욱 어렵고 복잡해지기 쉽다. 따라서 사전에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평화교육 측면에서 분노조절, 의사소통, 다양성교육, 문제해결능력교육, 조정과 진행훈련 등 다양한 [갈등해결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선배가 후배의 문제를 돕고 또래가 서로 문제해결을 도울 수 있는 [또래조정 프로그램]을 학교가 도입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이를 위한 담당교사나 학교 사회복지사 등의 인력을 훈련시킬 필요가 있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을 홍보하고 교육하여 자신들이 학교폭력의 당사자가 될 경우 어떻게 학교로부터 도움을 받아 전문조정기관을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는지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학부모의 이해가 있어야 학교폭력 발생이 생길 수 있는 교사와 학부모간 불필요한 오해나 시비가 미리 예방될 수 있고, 서로 원만하게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다.

 

5) 조정능력을 가진 인력 양성

 

외부의 조정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학교나 교육단체 내부적으로 갈등해결 능력과 조정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학교 구성원 중에서 조정위원을 선발하고 그 조정위원들이 전문조정 훈련을 받아 대화모임과 같은 조정을 실제로 진행할 수 있다면 학교의 문제를 구태여 외부로 돌리는 부담스러운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한 캐나다나 뉴질랜드의 경우처럼 지역 교육청의 도움을 받아 관리자를 위한 갈등해결 및 조정훈련 과정을 개설한다면 학교 내에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회복적 정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나 해외의 훈련을 제공하는 기관이나 학교를 방문하여 또래조정 운영에 대한 노하우나 지역교육청의 프로그램을 연수하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노력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학교 주변의 NGO, 종교기관들과 연계하여 학교폭력 문제를 공동체적 관점과 이해에서 접근하고 상호 협력하는 지역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학교의 고립적이고 폐쇄적인 접근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6. 학교와 지역사회를 위한 회복적 정의 적용의 사례

 

1) 회복적 생활교육 시범학교

- 남양주시의 경우 남양주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한국평화교육훈련원의 도움으로 2011년부터 '회복적 정의에 기초한 학교폭력예방 및 갈등조정 센터'를 신설하여 관내의 학교들과 학부모에게 '회복적 생활교육' 강의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3개의 초중고 학교를 '회복적 통합시스템 학교'로 지정하여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회복적 생활교육에 기초한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있다. 이 3개의 학교는 학교 내에서 폭력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지만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의뢰하여 전문 진행자들의 도움을 받아 회복적 대화모임을 열수 있는 기회도 갖고 있다.

- 한국평화교육훈련원은 현재 경기도권의 몇개의 초등, 중등학교와 MOU를 체결하고 '회복적 정의에 기초한 평화학교 공동체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년간의 과정을 통해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모두 교육훈련을 받고 학교의 생활지도의 전반적 방향을 회복적 생활교육에 맞추어 진행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고, 이를 통해 외부기관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평화학교를 만들어 갈수 있는 평화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2)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활용

- 현재 모든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학교폭력예방교육의 실효성을 고민해야 한다. 단순한 법률지식 전달이나, 사고 치면 사법처리 된다는 협박성 교육내용으로는 실질적인 예방효과를 거둘 수 없다. 현재 남양주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회복적 정의/회복적 생활교육 관련 교육을 하는 것이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두 시간의 짧은 교육으로 회복적 정의의 가치와 회복적 생활교육의 방식을 이해하고 체득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학급이나 가정에서 아이들의 행동의 문제를 다룰 때 있어 필요한 관점의 전환이나 회복적 학급운영 방법을 배우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유용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3) 회복적 반성문

- 기존의 처벌권자에게 벗어나기 위한 형식적인 반성문이 아니라 회복적 질문에 기초한 반성문을 통해 자신이 미친 영향과 자발적 책임의 기회를 제공한다.

 

4) 학교공동체 회복위원회

- 과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많은 갈등의 문제를 공동체 회복의 관점으로 풀기위해 자체적으로 '학교공동체 회복위원회'란 기구를 새롭게 만들었다. 기존의 학교폭력대착자취위원회나 선도, 징계 위원회 기능과 이미지로는 양측이 모두 만족할 만한 과정이나 결과를 도출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학교 내의 갈등의 문제를 처벌위주의 결론보다는 대화를 통해 스스로 분쟁을 해결하고 학교 공동체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회복되도록 시도하는 문제해결 방식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5) 회복적 학생생활교육부

- 인천의 한 중학교는 학생인권부의 이름을 (회복적)생활교육부로 바꾸고 그 기능도 처벌위주의 생활지도에서 피해회복, 자발적 책임, 공동체 참여라는 회복적 정의의 가치에 초점을 맞춘 쪽으로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이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교직원의 이해와 전문성, 학부모 동의, 학생 인권평화의식 향상이라는 쉽지 않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방향의 전환이라는 것이 갖는 가능성과 상징성을 높이 사야 한다.

 

6) 교사 및 학부모 연수

- 현재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 교사 연수와 학부모 연수에서 회복적 정의와 회복적 생활교육은 매우 높은 만족도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기존의 생활지도 패러다임의 한계를 가장 적절히 보안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몇몇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자발적 학부모 연구/공부모임 등의 현상을 볼 때 회복적 생활교육이 단지 학교만의 변화가 아니라 가정과 마을의 변화까지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의미 있는 변화이다.

7) 학부모 동의서

- 그 내용이 무엇이 되었던 간에 학교의 혁신과 변화가 지속적이고 깊이 있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이해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학교에서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폭력이나 갈등의 문제에서 궁극적으로 당사자가 될 학부모들이 학교와 협력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시스템과 문화가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와 학부모사이에 학내의 갈등의 문제를 어떻게 대화로 풀 것인가에 대해 동의하는 신사협정이 필요하다. 대부분 학교의 문제가 외부로 확대되고 복잡해지는 데는 어떤 과정과 내용으로 문제해결이 진행될지에 대한 상이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부모와 학교사의 분쟁해결 방식과 원칙에 대한 이해와 동의는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미리 이뤄지는 것이 그나마 더 큰 갈등의 증폭을 막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8) 평화학교 공동체 만들기

- 평화학교 공동체 만들기는 1년간의 장기적 프로젝트로 학교 공동체 전반의 변화를 위해 회복적 정의/회복적 생활교육 훈련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 내용으로는 교사연수, 학부모 연수, 또래조정훈련, 가족캠프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월별로 진행된다.

 

9) 회복적 마을/도시 만들기

- 영국의 헐 시티(Hull City)와 같이 도시의 행정, 사법, 교육의 전반적 운영방향이 회복적 정의의 가치에 기초해서 이뤄지는 도시를 말한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학교와 교육청이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는 현재 부천시가 부천지방법원의 관심 속에 이런 회복적 도시 시도를 하고 있다.

 

10) 지역 공동체 평화센터 / 회복적 정의 센터

- 회복적 정의 운동이 학교와 지역에서 효과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교육청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회복적 정의 운동을 심도있고 전문적으로 진행할 민간 센터들이 많이 세워져야 한다. 해외의 경우도 지역에 뿌리를 두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회복적 정의 센터/지역 공동체 평화센터들의 역할이 매우 결정적이다.

 

7. 닫는 말

 

잘못을 한 학생에게 응당한 처벌이 따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이고 당연히 진행되어야 할 대책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행위는 한 가지 대전제 위에 이뤄져야 한다. 그것은 바로 ‘교육적’이라는 대전제이다. 처벌이 단순히 처벌로써 끝이 난다면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왜 변화해야하는지 잘 못 느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이 학생부에서 반성문을 쓰고 교내봉사를 한다고 해서 자신이 한 행동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의 피해가 회복되지는 못한다. 학교의 처벌방식은 가해자에게 자신이 야기한 고통만큼의 고통을 부과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끝이 나지, 그 학생이 스스로 직접적인 책임과 반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오히려 빼앗아 버리기 쉽다. 또한 가해학생의 처벌이 피해학생을 직접 어떻게 위로하고 안전을 보장하는지 무관하게 진행된다면 피해학생의 피해는 어디서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까?

우리가 가해자 처벌에 쏟는 노력만큼, 아니 그 노력의 반이라도 피해자를 생각하고 피해자의 피해가 회복되도록 돕는 직접적 방식으로 학교 내의 갈등과 폭력의 문제가 다뤄진다면 좋겠다. 그리고 학교현장에서 처벌과 징계를 위한 옵션만큼이나 회복을 위한 옵션들이 교사들에게 주워진다면 좋겠다. 지금처럼 모든 학교폭력은 징계가 내려져야하고 학생생활기록부에 남기는 응보적 대책만이 강요되는 것이 아닌 학교를 기대해본다. 이제 학생생활지도의 패러다임이 처벌이 아닌 회복에 초점을 맞춰 이뤄져야 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