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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과학수업과 사고력 계발 - 크레이그 홀드리지 (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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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업과 사고력 계발 - 크레이그 홀드리지 (2)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9. 2. 22. 13:41


수수께끼  세라피스 사원(Serapis Temple)


학생들에게 돌멩이를 먹이지 않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수수께끼로서 구체적인 예를 통해서 과학적 현상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수수께끼는 생각을 사로잡고 질문을 자극합니다. 수수께끼는 감정을 움직이며 궁금증과 흥미를 불러 일으킵니다. 수수께끼는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웁니다. 수수께끼는 정말로 훌륭합니다. 제가 수업을 준비할 때 가장 시간을 많이 들이는 부분은 과학수업 과정의 도입에 사용할 만한 좋은 수수께끼를 찾는 것입니다.


9학년의 지질학 주요수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암석은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흥미를 갖게 되는 분야가 아니라서 처음 수업할 때 저는 저 혼자 신이 나서 오히려 학생들을 무척 지루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수수께끼를 통한 접근법 덕분에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날 수업은 수수께끼와 현장연구가 함께 이루어졌는데, 여기에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18세기에 이탈리아 사람들은 로마 제국의 유적들을 발굴하기 시작했습니다. 나폴리 근처에 있는 지중해 연안의 마을인 포추올리(Pozzuoli)에서 사원으로 보이는 유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바다에서 약 100피트(약 30.48m) 정도 떨어진 곳의 덤불 사이에서 세 개의 큰 기둥 상단이 발견되었습니다. 기둥들은 압축된 화산재(응회암), 화산석(부석 浮石), 그리고 파편들로 한층 한층 덮여 있었습니다. 주변의 화산들과 베수비오산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지진도 자주 일어나는 지역이었습니다. 이 세 개의 기둥은 매우 거대했던(42피트 높이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곳에서는 다른 기둥들의 잔해도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유적을 세라피스 사원이라고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나중에 고고학자들은 이곳이 시장이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 기둥들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림 참고) 아래 12피트는 매끄럽고 손상되지 않은 것에 비해, 바로 위의 12피트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석회암이 상당히 부식되어 있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살펴보던 발굴자들은 홍합 껍데기들이 붙어 있는 움푹 파인 곳을 발견했습니다. 홍합들은 움푹 파인 곳을 녹여 더 구멍을 낸 후 그 안에서 살아갔습니다. 기둥의 상단부 18피트는 풍화되었지만 여전히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이 발견을 학생들에게 생생히 전달할 수 있다면 저는 ,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니?”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이건 마치 기둥들이 우리는 네가 풀어야 할 수수께끼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기둥 중앙부의 홍합 껍데기가 가득한 채로 부식된, 12인치 정도 길이의 구간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논리적 사고에 충실한 9학년들은 홍합 껍데기가 있다는 것이 언젠가 이 기둥이 물속에 잠겨 있었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홍합들이 석회암을 녹여 구멍을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기 때문에 그 기둥들은 꽤 긴 시간 동안 물속에 있었을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질문과 응답의 과정이 시작됩니다. 교사는 학생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의 추측과 질문은 그 과정에 따르기 때문에 교실마다 약간씩 달라집니다.


어떻게 기둥들이 물속에 들어갔고, 왜 위쪽과 아래쪽은 아무렇지 않은데 가운데 부분만 부식될 수 있는 걸까요? 대부분의 학생은 (최초의 지질학자들이 이 사례를 조사했던 것처럼) 수위가 상승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 생각이 맞다면, 바다의 해수면은 홍합들이 부식시킨 기둥 부분까지 적어도 24피트는 높아졌어야 합니다. 그리고 해수면은 거의 수평이고 지중해와 대서양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지구를 덮고 있는 모든 바다의 해수면이 24피트 높아졌어야만―아마도 빙하가 녹아서― 합니. 이로 인해 지구 전체의 해안은 연속적으로 침수가 되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심지어 지중해만 보더라도 전체 해수면이 일반적으로 상승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습니다. 분명히 그것은 좀 더 지역적인 현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가능성은 무엇일까요? 지구의 지각 자체가 가라앉았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몇번의 지진이 일어나면서 포추올리 해안이 가라앉았다고 추측할 것입니다. 수위가 상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지구의 표면은 오랜 기간 동안 최소한 24피트 가라앉았습니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 밖에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요?


지금 기둥들이 물속에 24피트 잠겨있다고 해봅시다. 홍합들이 물에 잠긴 부분 전체를 갉아먹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것이 바로 생각하기(thinking)의 중요한 지점으로, 서로 다른 사실들을 모아 연결을 확인하는 능력입니다. 저는 학생들이 “맞아(get it)라고 하면서 불이 켜지듯 얼굴이 환해지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기둥이 잠기면서, 혹은 잠긴 이후에 화산이 폭발해서 12피트만큼이나 두껍게 화산재와 화산석이 이 지역을 덮었습니다. 이것이 기둥의 아래쪽 12피트를 덮어버려서 홍합들은 오직 기둥의 가운데 12피트 정도에만 구멍을 내고 그 안에서 서식할 수 있었습니다. 위쪽의 18피트는 해수면 위에 있었기 때문에, 비바람에 풍화는 되었어도 물속에 사는 홍합들로부터는 안전할 수 있었습니다. 물속에 잠긴 기둥 부분에 살던 홍합들이 석회암을 먹어치워서 구멍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어느 시점에 해안이 솟아올랐을 것이고, 그 결과 해안선이 낮아져 잠겨 있던 기둥들이 다시 마른 땅 위로 우뚝 섰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둥들은 화산재와 화산석으로 덮이고 지진의 잔해로 가려져, 사람들이 이 기둥들을 발굴했던 18세기에는 가장 윗부분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수수께끼를 풀었습니다! "평범한(lowly)" 세 기둥에서 시작한 수수께끼를 다같이 생각하면서 지각의 놀라운 움직임을 우리가 다시 재구성한 것입니다. 먼저 가라앉았고, 그 다음에 솟아올랐습니다. 이 모든 것은 역사적 시간 안에 있습니다. 학생들이 고고학적 사실과 지질학적 사실들을 한데 묶어 하나의 결합된 그림으로 생각해낸 자신의 능력뿐 아니라 지구가 하는 일에 놀라는 것을 볼 때, 저는 제 수업이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느낍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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