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루돌프 슈타이너는 누구인가? (1) 본문
루돌프 슈타이너는 누구인가?
크리스토퍼 뱀퍼드
조준영 옮김
* 일러두기 : 이 글은 2009년 섬돌출판사에서 나온 <인지학이란 무엇인가>의 「개관」입니다. 이 글을 쓴 크리스토퍼 뱀퍼드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양, 특히 영어권에서 슈타이너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해하기 위해 전문을 올립니다. 참고로 슈타이너를 신비주의자 또는 비교주의자로 보는 관점에 대해 저는 비판적입니다. 약간의 교정을 보았고, 현재 이 책은 절판 상태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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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인지학(人智學)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철학자이자 극작가, 교육자이자 비교(秘敎)주의자인 루돌프 슈타이너(1861~1925)에 의해 주창되었다. 슈타이너의 업적을 아는 이들은 그를 "20세기의 1급 비밀”이라 칭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슈타이너는 현격하게 다른 분야들에서 아주 깊은 자취를 남겼기에 그를 판에 박힌 방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는 그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을 변명하지 않고, 지배적인 물질주의의 교의에 맞서 인간 정신의 우위를 단언했기 때문이다.
* 확실한 출처는 알 수 없으나 오웬 바필드(Owen Barfield)가 처음 사용한 말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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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슈타이너를 설명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어느 것도 완벽하지는 않을 성싶다. 근거가 충분하다면 어떤 설명이든 일말의 진실은 가지고 있다. 비록 그것이 외적인지 내적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루돌프 슈타이너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는 아래의 어떤 것으로도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는 철학자였다. 슈타이너 자신이 말했듯이, 그의 모든 업적은 그가 인생의 첫 시기에 연구했던 경험적인 지식이론, 즉 인식론에 바탕을 둔다. 이 이론을 통하여 ‘자아’의 자유와 독립, 의식과 세계의 일치, 그리고 정신세계로 들어가는 정확한 지점으로서의 사고의 실재를 입증하였다.
― 그는 정신과학자 혹은 연구자였다. 실제 명상 수련인 이 철학에 근거하여 슈타이너는 감각 너머의 세계를 인지하는 방법을 확립하였다. 슈타이너는 자신의 심리영성 유기체를 인식 기관으로 사용하여 수많은 영역에서 고도의 현상학적 연구형태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들이 ‘정신과학’(인지학의 다른 이름인)을 구성한다. 그 결실은 여러 분야의 성과들을 상술하는 수많은 강연들뿐 아니라 생명역동농업이나 발도르프교육 인지학적 의학 같은 실제 적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 그는 정신적 교사였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정신적 교사였고, 비의(秘儀)를 전수하는 학교를 설립했다. 이는 그에게 제자들이 있었고, 그들에게 내적 발전과 도덕적, 영혼적 성장을 위한 방법을 가르쳤다는 의미이다. 그의 가르침과 교수법은 존재와 의식이 다양한 상태에 도달하는 길을 가르치기보다 이들 각각의 특성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그러한 상태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맑게 깨어 있는 인식 속에서 도달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 그는 기독교 신비주의자였다. 마흔을 넘긴 슈타이너는 그리스도와 친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그 시점부터 그의 전 생애에 걸친 업적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그의 사랑과, 그리스도와 대천사 미카엘과 같은 그리스도의 조력자들이 세상의 구원을 위해 이룬 일에 대한 깨달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돌프 슈타이너의 모든 업적은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과 세상을 향한 사랑으로 이루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는 교육자였다. 자신이 살아온 환경(그는 젊어서 가정 교사를 했다)과 타고난 정신적 재능을 바탕으로 하여, 그는 자신이 요청받았던 발도르프학교들의 교과과정과 교육철학을 구축할 수 있었다. 1919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처음 세워진 발도르프학교로부터 일어난 자치 교육 운동은 그와 유사한 교육 운동 중에서는 세계 최대로 성장하여 왔다.
― 그는 비교(비의)주의자였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내적 세계의 대가였고,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을 통해서만 가르치면서도 그 자신이 항상 경의를 표한 많은 서구 정신적 전통의 후계자이자 역사가였다. 그는 ‘비의(秘儀) 기독교’라 일컬어질 수 있는 다양한 전통과의 연계를 명확히 밝혔다. 그와 동시에 세상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업적은 유일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므로 그는 비의적(秘儀的)인 목적 또한 지녔다고 사료되는 비의 기독교 위인들을 배제하지 않았다.
― 그는 예술가였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건축가였고, 극작가였으며, 화가이자 시인, 그리고 오이리트미라 불리는 새로운 예술 운동의 주창자이기도 했다.
― 그는 전수받은 자였다. 이 정의하기 어려운 용어는 부단한 내적 연구를 통해 깨달음과 자각, 그리고 오직 세계와 인류만을 위해 정신세계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는 무욕의 경지를 달성한 사람을 가리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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