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루돌프 슈타이너는 누구인가? (10) 본문

루돌프 슈타이너

루돌프 슈타이너는 누구인가? (10)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9. 10. 6. 17:20

10

 

이 강연을 하고나서 6개월 뒤에 슈타이너는 인지학협회를 재건립했다. 그는 이곳의 중앙에 아래 있는 '명상 초석'을 세웠다. 슈타이너는, 이 기도문 혹은 주문에는 인지학 전체가 짧게 응축돼 있으므로, 모든 인지학자들이 가슴에 두고 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영혼이여!

너는 공간의 세계를 가로질러

정신의 바다로 너를 데려갈

사지(四肢) 속에 살고 있다.

영혼 깊은 곳에서

정신 명상을 실천하라.

그곳에 강력한

창조자의 존재가 있어

너의 자아가

신의 자아 안에 도달할 수 있나니.

그러면 너는 진정

인간적이면서 우주적인 존재 안에 살게 되리라.

 

높은 곳의 아버지 정신이 존재를 생성하며

세상 깊은 곳을 다스리시므로,

힘의 정신들은,

깊은 곳의 메아리가

높은 곳으로부터 울려퍼지게 하며

인류의 존재는 신으로부터 탄생한다고

이야기한다.

동서남북의 정신들은 이 소리를 듣는다.

인간도 이 소리를 듣기를.

 

인간 영혼이여!

너는 계절의 순환을 가로질러

네 영혼적인 느낌으로 너를 이끌어줄

심장과 허파의 울림 속에 살고 있다.

영혼의 평온 속에서

정신 자각을 실천하라.

그곳엔 밀려드는

세상 생성의 행위가

너의 자아와

세상의 자아를

융합하나니,

그러면 너는 진정

영혼의 내적 작용 속에서 느끼리라.

 

그리스도가 세상 순환 속에서

영혼에 은혜를 내리시며

우리를 둘러싼 영역들을 다스리실 것이므로,

빛의 정신들은,

서쪽에서 만들어진 빛이

동쪽에서 타오르게 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죽음은 생명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동서남북의 정신들은 이 소리를 듣는다.

인간도 이 소리를 듣기를!

인간 영혼이여!

 

너는 불멸의 토대로부터

우주적 사유가 네 앞에서 베일을 벗는

머리의 침묵 속에 살고 있다.

사유의 평화 속에서

정신 응시를 실천하라.

그곳엔 네 자유 의지를 위하여

신의 영원한 뜻이

너의 가장 깊숙한 자아에

우주 존재의 빛을 비추나니.

그러면 너는 진정

인간 정신의 토대에서 사유하리라.

 

정신의 우주적 사유는 빛을 간구하며

세상의 존재를 다스리시므로,

영혼의 정신들은,

높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깊은 곳에서 찾아내도록 하며

정신의 우주적 사고 안에서 영혼이 깨어난다고

이야기한다.

동서남북의 정신들은 이 소리를 듣는다.

인간도 이 소리를 듣기를.

 

시대가 변화할 때

우주정신의 빛은

지상 존재의 흐름 속으로 내려온다.

밤의 어둠은

소멸하였다.

대낮의 빛이

인간 영혼으로 흘러들었다 -

가난한 양치기들의 마음을

따뜻이 데우는

빛,

왕들의 총명한 머리를

밝게 하는

빛.

 

신성한 빛

그리스도의 태양이

우리의 마음속을

따뜻이 데우고

우리의 머리를

밝게 한다.

우리 마음으로부터

우리가 창조하는

우리 머리로부터

우리가 인도하는 것이

확고한 의지 속에서

선(善)할 수 있도록.*

 

* 루돌프 슈타이너, 〈크리스마스 회의〉(Anthroposophic Press, 1990), 286쪽, 번역 개정판.

 

 

11

 

오늘날 개인 구도자에게 인지학이 제공하는 것은 무엇인가? 다음의 강연들을 주의 깊게 읽다보면 아마 답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 답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중심에 두기보다는 어조나 의식의 질, 그리고 함축을 중심으로 읽어야 한다. 아마 무엇보다 우리에게 어떻게 말을 건네고 있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뒤에 나오는 내용이 강연이고, 슈타이너가 청중 모두에게 친구로서 말을 걸고, 일대일로 이야기하듯이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의 상상력을 동원하면 거의 80년이 지난 현재도 독자인 우리에게 개별적으로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슈타이너는 우리에게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고유의 개성과 역사,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고유의 감각을 지닌 한 인간으로 우리 앞에 선다. 그가 우리의 인간성 안에서 이야기하고 우리의 '상식'에 말을 건네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상식'이란 공유된 실증주의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되었지만 원뜻(슈타이너가 종종 쓰는 의미이기도 한)은 “건강한 인간의 이해력”에 가깝다. 이러한 마음의 상태는 개방적이고 편견이 없으며 감정 이입이 가능하다. 이는 말해지는 내용의 진실과 실재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한다. 또 귀담아 듣는다.

 

따라서 이 강연을 듣는 우리는, 인간이 되는 것은 존재의 신비와 특별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것은 과제이자 책임 - 부담이 아니라 커다란 선물 - 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 선물을 받아들인다는 건 우리가 인간으로서 타고난 고결함과 존엄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모든 종교 전통에서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보다 더 소중한 선물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인간으로 태어났다! 우리는 인간이 된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 “그건 내 책임이 아니야. 성직자나 철학자, 과학자, 신비주의자, 성인, 비교주의자나 그런 사람들 몫이겠지 내 책임은 아니야. 난 그냥 평범한 사람인걸.” 이렇게 변명하며 제 자신의 안락함과 물질적 소유에는 힘을 쏟지만 나머지 것은 회피하는 일이 이제 가능하지 않다.

 

인지학은 사고하는 모든 인간, 느끼는 마음을 가진 개개인에게 말을 건넨다. 우리는 개개인의 고유성으로 세계의 변형에 일익을 담당하도록 운명지어져 있다. 이 강연들이, 비록 단편적이고 대부분 즉석에서 이루어지긴 했지만, 이런 시작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

 

 

 

*

 

이 글의 출처는 섬돌출판사에서 조준영 선생님의 번역으로 나왔던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이란 무엇인가> 중 크리스토퍼 뱀퍼드가 쓴 개관입니다. 현재 절판된 이 책은 1923년 7월에 행해진 슈타이너의 강연을 모은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이므로 누구나 다 존엄과 고결을 선물받았지만 동시에 인간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지학이 지향하는 정신성을 잘 드러내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평등의 문제가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정치적 쟁점이 되어가는 오늘날, 진정한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루돌프 슈타이너의 삶과 업적을 의미 있게 일별하셨길 바랍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