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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활동을 통한 감각 발달 - Eva Mees-Christeller 본문

발도르프교육학/발도르프 감각교육

예술활동을 통한 감각 발달 - Eva Mees-Christeller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9. 3. 19. 00:47

예술활동을 통한 감각 발달




인간은 감각기관에 의지하여 외부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을 보면 감각기관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 수 있다. 어린아이의 경우는 아직 무의식적으로 감각경험을 하지만, 성인의 경우는 의식적으로 감각경험을 한다. 성인은 어린아이처럼 환경과 더 이상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 않다. 의식적으로 감각경험을 하기 위하여 인류는 발달 기간 중 점점 더 스스로를 격리시켜야 했고,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야 했으며, 세상을 인식하면서 마주 서 있어야 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대한 거리가 종종 놀랄 정도로 멀어지는 현상도 발생했다. 동시에 우리의 분석적-과학적 사고가 생성되었는데, 이러한 객관성이 모든 개인적-주관적인 것(감각이입도 마찬가지로)을 쫓아 내버리게 되었다. 우리는 감각(느낌) 생활을 구해내어 다시 활기차게 만들 수 있을까?


인간이 오늘날 얼마나 느낌(감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가에 대해서 다음처럼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휴가 중 아름다운 자연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먼 길을 운전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서 사람들은 경직되게 앉아 있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자연에 대해 거의 알아챌 수 없다. 발을 조금 움직이면 자동차를 엄청나게 빠르게 달리도록 할 수도 있다. 분주하게 운전을 하며 안전의 위협을 극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균형을 찾는다. 흥분과 차분함이 돌발적으로 뒤바뀐다. 사람들은 배기가스 냄새를 더 이상 맡지 못한다. 기운을 차리기 위해 사람들은 차를 타고 가다가 휴게소에서 인공적인 색채와 향료가 가미된 음료수를 마신다. 화려한 색깔의 자동차와 광고판은 정신적으로 강렬한 자극을 남긴다. 시끄러운 자동차 소음과 레스토랑 또는 주유소의 스피커에서 끊임없이 울려대는 음악소리도 마찬가지의 영향을 준다. 이런 상황은 인간의 감각이 손상될 수 있는 사례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감각을 보호할 수 있는지를 분명히 배울 수 있다. 감각은 인간의 인식능력에 가장 중요한 선봉장이 될 수 있다. 물론 인식을 하는 동시에 사물을 경험하는 것은 인간의 자아(나, Ich)이다. 귀 자체는 듣지 못하고, 눈 자체는 보지 못하며, 손가락 자체는 만져보지 못한다. 자아가 듣고 보고 만지는 것이다. 우리는 감각기관을 이용하여 '외부에서 내부로' 보고 듣고 만져본다. 오늘날 사람들은 객관적인 자아가 머리 안에 있고, 환경은 밖에 있으며, 감각은 그 중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형체는 없지만 머리 밖에서 살아가는 자아를 경험하도록 시험해 보아야 한다. 신체란 영혼과 정신의 도구이다. 머리는 외부로부터 자아에 의해 움직인다. 모든 질료는 항상 외면일 따름이며, 경계를 의미한다. 이 경계는 감각을 통하여 현재를 초월하고 경험할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우리는 외면 뒤에서 활동하는 특성, 특징 그리고 정신과정을 알게 된다.



여기에 신비롭고 무의식적이며 잠들어 있는 네 가지 신체 감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촉각(Tastsinn) - 피부와 경계와 실제의 체험

생명감각(Lebenssinn) - 통증까지 포함하는 고유한 상태의 체험

운동감각(Bewegungssinn) - 고유운동과 근육과 혈류의 체험

균형감각(Gleichgewichtssinn) - 삼차원 내에서 환경과의 관계



네 가지 신체 감각은 다시 다섯 가지의 잘 알려진 중간-의식 상태, 즉 꿈꾸는 영혼 감각과 연결된다.


후각(Geruchssinn) - 호흡의 외부기관, 특성 규정

미각(Geschmackssinn) - 소화의 외부기관, 본질 규정

시각(Sehsinn) - 공간적 차원에서 사물의 상황 파악

온각(Wärmesinn) - 혈액 속의 영혼 감지

청각(Hörsinn) - 시간적 차원에서 사물의 상황 파악



이러한 아홉 가지 감각의 특성은 오늘날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인간은 이 감각을 동물과 공동으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그밖에 세 가지 순수하게 인간에게만 부여된 정신적인 감각을 추가한다.


언어감각(Wortsinn) - 언어 내용의 이해

사고감각(Gedankenksinn) - 사고의 연속 능력

자아감각(Ichsinn)- 개인고유성 파악



인간이 지니는 12감각은 항상 상이한 방법으로 상호 연관되어 있다. 이 감각들은 원모양으로 그룹을 이룰 때, 그리고 두 개의 상호 대립적 감각이 특별한 관계를 이루며 나란히 나타날 때 더 분명히 인식될 수 있다. 게다가 이 감각들은 일곱 가지 생명과정과 관계된다. 앞으로 이런 관계는 더욱 자세하게 다루어질 것이다. 


세계를 정확하게 알 뿐만 아니라 사랑하기 위하여 우리가 제기하는 문제는, 다름 아닌 감각을 어떻게 보호하고 이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세계에 "관한" 지식보다 세계에 "관계하는" 우리들의 체험이 더 중요하다. 체험은 예술활동에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떤 그림을 바라볼 때 우리는 열두 가지 감각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을 경험한다. 감상자가 그림 앞에 선다. 그는 자신의 시선으로 표면을 탐색해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느낌을 받는다. 움직임과 선들을 발견하며 깊이와 공간을 보게 된다. 감상자는 은은한 색조를 감지하고, 그것을 미적으로 즐긴다. 감상하는 사람은 대상을 바라보며 따뜻하고 차가운 색조를 체험한다. 그림의 테마를 이해하고 해석하려 한다. 그리고 화가를 알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12감각을 기술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연관관계를 통하여 12감각은 활성화된다. 이처럼 집중해서 보기, 듣기, 만지기 등이 이루어진다. 이런 특성들은 우리가 스스로 예술활동을 할 때 지속적으로 심화된다.


아무런 편견을 갖지 않은 채로 사물에 접근하는 경우, 예술적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외면적 표현이 내적 경험과 결부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외부로부터 받아들여진 것이 내부로 처리되면서 창조적 형태의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된다. 영혼은 외부로부터 받아들여진 것을 변형시킨다. 외부에 존재하면서 표면-형상을 이루던 그 무엇은 체험으로 파악되어 모양을 달리하면서, 이 세상의 새로운 창조물로 다시 태어난다. 이 세상의 정신적인 것과 인간의 정신적-영혼적 요소의 결합체가 바로 예술작품이 된다. 공동창조자로서 인간은 창조물의 구성요소를 파악하여 자기정신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인간은 이와 같은 구성요소를 자연현상일 뿐 아니라 예술작품의 토대를 이루는 색, 형태, 리듬, 움직임 등으로 발견해낸다.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귀담아들었던 선율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청각을 훈련시켜 스스로 음을 이용해 창조적으로 다룰 수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경우, 우선 스스로 보는 것과 색채 언어를 이해하도록 훈련받아야 한다. 조소작업을 한다면 자연의 형태를 모사하기 위한 촉각훈련을 받아야 한다. 요철의 힘을 이해하고, 형태의 내용과 환경의 관계, 평면과 굴곡 면의 긴장관계를 경험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연습을 통해 "손에" 익히게 하고, 그 다음으로 "눈으로 분명히 알게 되어" 마침내 예술작품을 창조할 수 있을 때까지의 감각훈련을 뜻한다.


예술활동은 감각훈련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제반 "기술(Technik)"이 눈 또는 귀의 연습을 통해 익혀지지 않은 경우, 무의식 또는 우연적인 것으로 머물러 있게 된다. 그러한 예술적 기술은 활발하고 훈련받은 감각인식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감각의 경우 인간은 단지 "상(Bilder)"을 인식할 따름이지, 생명체 자체를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 생명체를 인식하려면 감각을 느끼는 영혼의 체험이 필요하다. 현상학적 관찰이란 "숨을 들이쉬는 것"이며, 창조는 "숨을 내쉬는 것", 즉 다시 구현하는 행위이다. 인상은 표현을 필요로 한다. 이와 같은 영혼과 세계 사이의 대화가 예술적 행위의 과제이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이 시대의 숨막히는 현상들이 우리를 위협한다. 수많은 질병은 감각기관의 신경쇠약이나 무감각한 관계로 인해 결과적으로 영혼이 영양실조에 걸려 생긴 것이다. 신경-감각은 수동적 방식으로 과도한 요구를 받는다. 지나치게 빠르거나 시끄러운 인상을 쉴 새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 신체적으로 경화현상이 나타나며, 심리적으로는 신경성, 불면증, 불안 그리고 집중력 약화 증상이 나타난다.


예술치료의 과제는 인간의 균형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사고, 감정, 의지가 조화롭게 상호작용을 할 때 병든 이는 모든 활동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환자는 완전히 특정한 감각과 형태에 몰입해야 하는 특수한 과제를 치료사로부터 받아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치유에 필요한 에너지를 환자에게 줄 수 있다. 치료사는 환자가 정확한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생리학뿐 아니라 예술의 정신적 배경도 철저하게 이해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장기적이고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림을 그리면서 따뜻하거나 차가운 색깔을 사용하는 것은 온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언어장애의 경우 일정한 형태 요소와 리듬을 이용한 역동적 표현이 언어감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하학적 형태의 논리적 규칙성 역시 사고에 체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그 자체로서 예술 작품이다. 고유한 양식, 기질, 이력, 질병과 병의 과정은 그 자신에게만 유일한 것이다. 모든 예술은 다시 그 예술만의 독특한 요소를 지닌다. 음악의 경우 멜로디, 하모니, 리듬 그리고 높낮이가 연상된다. 또 다양한 악기, 음악 형태, 작곡가도 연상된다. 이런 요소들은 환자의 신체에 완전히 다른 영향을 미친다. 모든 색과 색의 조합, 선과 형태도 마찬가지이다. 어둡거나 밝거나, 원심적이거나 구심적이거나, 모가 났거나 둥글거나, 똑바르거나 활 모양이거나 간에 환자를 위해 선택하는 예술의 형태와는 별도로 예술활동의 영향은 병을 낫게 할 수도 있고 병을 얻게 할 수도 있다. 


치료사는 귀를 기울이고 더듬어 찾으며 의사와 협력하여 환자의 치유를 위해 바람직한 예술적 수단을 발견할 수 있다. 만약 자신의 독특한 감각을 발견하고 이를 계속 발전시킨다면, 치료사는 자신의 환자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치료사가 병든 자신의 환자를 정확하게 인식해야만 그에게 적합한 치료를 처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Eva Mees-Christeller의 <인지학 예술치료>(정정순·정여주 옮김, 학지사) 중 일부 내용을 요약하고 다듬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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