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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인지학 깊이 읽기 –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8) 본문

인지학/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인지학 깊이 읽기 –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8)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4. 1. 5. 11:05

모방에 이어 영유아 발달의 중요한 키워드는 판타지(Phantasie)’입니다. 흔히 우리가 상상력이라고 하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어린아이들은 논리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판타지적으로 사고합니다. 3세가 가까워지면서 아이들은 판타지를 이용해 놀기 시작합니다. 소꿉놀이를 하고 구체물을 가지고 이야기를 지어내 놀이를 합니다. 실제 세계보다 상상의 세계가 더 실제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아이들은 판타지적인 이야기 속에 금세 빠져듭니다. 모래를 떠서 밥이라고 먹으라고 하거나, 나무토막이 자동차도 되고 비행기도 되는 것은 판타지의 작용입니다. 발도르프 인형이 바비 인형이나 미미 인형보다 아이들에게 좋은 이유는 판타지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발현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눈과 입이 점으로 찍혀 있는 발도르프 인형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은 인형에 자신의 상상력으로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풀메이크업을 하고 활짝 웃는 인형은 상상력을 개입시킬 여지가 거의 없지요.

 

 

슈타이너는 그렇게 완벽하고 아름다운 인형이 실제로는 추한 것이어서 아이의 건강한 미적 감각을 평생 회복하지 못하도록 망쳐놓기에 충분”(59)하다고 말합니다. 나아가 유아가 이른바 아름다운 인형을 가지고 놀면, 그 아이의 뇌는 더 이상 활동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그 뇌는 개발되는 대신에 위축되고 바싹 말라버리게 된다.”(59)라고 또 무서운 말을 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소위 발도르프 교구라는 것들이 아주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오히려 발도르프 교육에서 권장하는 놀잇감은 손수건으로 매듭을 지어 만들어준 인형이나 자연에서 가져온 솔방울, 도토리, 밤알 등입니다. 나무를 적당히 잘라주어 아이가 직접 사포질을 하고 갖고 노는 것도 좋습니다.

 

어린아이들은 놀랍게도 자기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건강한 물질체는 자신의 욕구에 따라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가진다. 그리고 성장하는 사람의 물질체에 관해서라면, 건강한 요구와 욕구, 그리고 즐거움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주의 깊게 알아차려야 한다.”(62)라는 말은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어떤 중독에 빠져 있지 않은, 건강한 아이의 경우에만 맞습니다. 설탕에 중독돼 있거나 미디어에 중독된 아이는 이미 건강하지 못한 집착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인간에 대해 무지하다면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한번 잘못 형성된 물질체는 평생 아이를 고통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계속 공부해야 하고 섬세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간식을 계속 주는 것은 아이의 건강한 영양 본능을 망가트릴 수 있습니다. 아이가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자기에게 유익한 음식을 요구하는 능력을 훼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슈타이너는 아이가 신체기관을 형성하는 데에 직접 작용하는 힘 중 즐거움을 특히 중요하게 다룹니다. “양육자는 밝은 표정을 짓고, 무엇보다 강요된 사랑이 아니라 참된 사랑을 주어야 한다. 말하자면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주위의 모든 환경을 통하여 온화하게 흘러드는 진정한 사랑은 신체기관의 형태를 그야말로 품어 기른다.”(63) 저는 이 말이 참 좋았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얼 주려고 하기보다 우리 자신이 진정 사랑으로 충만한지를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 자신이 모방해도 괜찮을 만큼 편안하고 진실한 삶을 살고 있는지, 또는 그러한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완벽한 부모나 교사는 없으니 그 지향점만 명확해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영유아기에는 예컨대 동요 같은 교육 수단으로 아이의 감각에 되도록 아름다운 리듬을 각인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64) 가정에서, 그리고 영유아기관에서 아이들은 늘 노래와 함께 생활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로 오음계(, , , , )의 노래가 영유아기의 발달단계에 잘 맞습니다. 우리 전래동요도 대부분 오음계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편안하고 즐겁게 노래를 따라 부를 것입니다. 이러한 음악적 리듬에 맞추어 부드럽게 춤(라이겐)을 출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요. 이러한 리듬 활동이 아이들의 에테르체가 물질체를 건강하고 조화롭게 형성하도록 돕습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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