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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인지학 깊이 읽기 –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7) 본문

인지학/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인지학 깊이 읽기 –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7)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4. 1. 3. 11:15

영유아기의 발달

 

이갈이 시기까지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업은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물질체는 부모와 조상의 유전적 특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유전적인 질환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영유아기 동안 아이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자기 몸을 새롭게 만들어 갑니다. 이것은 이후의 발달시기와는 전혀 다른 과제입니다. “신체기관들이 이 시기에 확실한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신체기관들의 구조가 특정한 방향과 경향을 갖게 되어야 한다. 나중에도 성장은 계속되지만, 그 성장은 앞서 언급한 시기까지 만들어진 형태를 토대로 계속 진행된다.”(55)

 

'내가 배워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말이 유행한 적도 있는데, 실제로 이 시기의 중요성은 뭔가를 배우는 것보다 신체기관들이 정상적인 형태로 만들어지는 데에 있습니다. 슈타이너는 아이가 첫 7년을 보내는 동안 제대로 돌보지 못한 양육자의 잘못은 그 이후 어떤 시기에도 다시 바로잡을 수 없다.”(55-56)라며 무서운 말을 하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그 이후에도 어느 정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거기에는 엄청난 의지와 시간, 노력이 요구됩니다. 구체적으로 저는 초등학교 3,4학년까지를 마지노선으로 봅니다. 그 이유는 더 나이가 들면 사춘기가 시작되어 아이들이 부모에게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유아기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모방입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모방의 천재입니다. 영아기 3년 동안 아이들에게는 ‘1) 일어서기(걷기), 2) 말하기, 3) 생각하기라는 세 가지 원형적 과업이 있습니다. 일어서고 말하고 생각하는 활동들은 주변 어른들을 모방해서 하는 것입니다. 만일 늑대나 개가 아기를 데려가 키운다면 아기는 크면서 네 발로 걷고 하울링을 하거나 으르렁대며 이빨로 고기를 물어뜯을 것입니다.

 

 

1927년 미국의 심리학자 윈스럽 켈로그(Winthrop N. Kellogg)는 아내를 설득하여 자신의 아이와 침팬지를 함께 기르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침팬지가 자기 아이를 모방해 사람처럼 크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말입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1931년에 시작된 실험은 9개월 뒤에 중단됐는데, 침팬지가 인간처럼 자란 게 아니라 아이가 침팬지처럼 자랐기 때문입니다. 아마 아내의 구박을 많이 받았겠지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인간은 가장 모방에 능한 동물”(56)입니다.

 

아이들은 주변의 모든 것을 모방합니다. “물질적인 것들뿐 아니라, 아이의 환경에서 일어나 아이의 감각에 의해 지각되는 모든 것, 물리적 공간으로부터 아이의 정신적 힘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게다가 아이가 볼 수 있는 도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행위, 영리하거나 멍청한 행동들 역시 모두 그 물리적 환경에 속한다.”(56-57) 문제는 이렇게 모방한 것들을 자신의 신체기관들의 형태에 반영하고, 이후 그 형태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후 그 형태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주변 어른의 긍정적 행동뿐 아니라 부정적 행동까지 뼈에 각인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유아기 교육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나는 어떤 어른으로 아이 앞에 설 것인가?’와 함께 아이들에게 어떤 감각자극을 제공하고 또 제거할 것인가?’입니다. 좋은 감각자극은 많이 주되 나쁜 감각자극은 최대한 주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은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등 모든 감각적 경험을 최대한 고려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아이에게 자연의 색을 많이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전자기기를 통해 색을 보여줄 것인가, 인간의 육성과 악기 소리를 직접 들려줄 것인가, 아니면 스피커를 통해 들려줄 것인가, 사과를 갈아서 먹일 것인가, 아니면 사과맛 주스를 먹일 것인가, 진짜 꽃향기를 맡게 할 것인가, 인공적인 방향제를 맡게 할 것인가... 우리가 별생각 없이 살아왔던 현대적 삶을 근본에서부터 돌아보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타협하고 편하게 사는 길을 선택할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돈을 많이 들여야 하는 문제도 아닙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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