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인지학 깊이 읽기 –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9) 본문

인지학/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인지학 깊이 읽기 –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9)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4. 1. 13. 01:27

아동기의 발달

 

0세에서 7세까지의 아이들이 자기 몸을 형성하는 데에 모든 힘을 쏟는다면, 이갈이가 시작된 7세 전후의 아이들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듭니다. 이때부터는 에테르체가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교육은 이 에테르체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에테르체의 변형과 성장은 경향, 습관, 양심, 성격, 기억, 기질의 변형과 발달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그림, 예시, 판타지의 적절한 조절을 통해 에테르체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65) 1학년에 들어온 아이들은 어떻게 수업을 받는 게 좋을까요? 가만히 앉아서 TV화면의 동영상을 보고 거기서 나오는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거나, 교과서를 읽고 문제풀이를 하는 방식 등은 아이들에게 공부란 따분하고 괴로운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습니다.

 

아동기에 들어선 아이들에게는 영유아기와 달리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수업 내용이 주어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제 아이들이 점점 깨어나면서 자신의 존재 의미와 존재 가치를 찾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는 (Image)과 비유를 통해 정신적으로 명료한 그림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추상적이고 막연한 그림이 아닙니다. 선과 악에 관한 이야기도 그 선과 악이 명료할수록 좋습니다. 배우는 내용이 약간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괜찮습니다. 당장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교사의 권위를 통해 배우고 행한 뒤 나중에 그 의미를 찾으면 됩니다. 초등학교 시기 또는 발도르프학교의 담임과정에서는 무엇보다 교사의 권위가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강요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권위에 의지해 자신의 양심, 습관, 성향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자신의 기질을 조절하게 되며, 정신적인 직관의 눈으로 세상의 사물을 제 나름대로 바라보게”(66) 됩니다.

 

권위는 존경과 연결됩니다. 아동기에 누군가를 진심으로 존경해본 적이 없다면 아이들의 도덕성은 약화될 수 있습니다. 존경심은 에테르체를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힘입니다. “이 시기에 누군가를 무한한 존경의 마음으로 우러러볼 수 없는 사람은 훗날 평생 동안 그 대가를 치르게”(66) 됩니다. 가정에서부터 어른의 권위를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못하고 전혀 통제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일지 우리는 상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진정한 존경심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성인기에 이르게 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갈등사건이 늘어나고 혐오문화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교육기관에서는 이 점에 대해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부모의 협력과 인식개선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부모교육도 활발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자식이 비도덕적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부모는 없을 테니까요.

 

아동기에 아이들은 이야기를 통해서도 권위 있는 존재를 경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정신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권위로서 역사의 위대한 인물들, 모범적인 남성과 여성에 관한 이야기 등이 양심의 기준이 되고 정신적 방향”(67)이 되어야 합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아이들에게 본받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제시되어야 합니다. 만약 아이들에게 문제행동이 나타나거나 나쁜 습관이 있다면 훈계를 하기보다 나쁜 사람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어린이의 판타지를 움직이게 하고 그들의 성격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68)주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추상적인 설명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명료한 생생한 그림들”(68)을 이야기로 들려주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존경심과 함께 경이감, 경외심 역시 이 시기에 아이들이 충분히 경험해야 할 감정들입니다. 세상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인간의 문화라는 게 얼마나 놀라운지, 또 자연의 변화에 대한 경외심, 나아가 정신세계에 대한 외경심은 아이들의 에테르체를 도덕적으로 강화시켜주며 지적인 탐구로 이끌어줍니다. 이러한 감정을 경험하지 못하고 구글이나 네이버, 유튜브로 정보를 찾고 지식을 손쉽게 얻은 아이들은 냉소주의에 빠지기 쉽습니다. 분명한 건 냉소적인 사람일수록 앎에 대한 흥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동기 교육의 핵심은 아이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사는 권위 있는 어른으로 아이들 앞에 서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아이들이 경이감과 경외심을 느낄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조하고 지적인 개념으로가 아니라 가능한 한 상징을 통해서그리고 정신적 연관성을 보여주는 비유”(69)를 통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유아기 교육에서 손발이 중요하다면 아동기 교육에서는 가슴이 특히 중요합니다. 배움은 가슴을 자극하고 느낌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따라서 아동기 교육에서 머리를 자극하는 지성은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청소년기에 가서야 중요해집니다. 발도르프학교에서는 담임과정에 가슴으로 배웠던 것을 상급과정에서 다시 배우며 지적으로 탐구하는 방식으로 교육과정이 짜여 있는데,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다면 상상할 수 없는 접근입니다. 청소년이 된 아이들은 가슴에 느낌으로 강하게 남아 있는 수업 주제를 지적으로 탐구하면서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동기의 교사는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명하려고 하기보다 상상력이 풍부한 비유를 들어 이야기로 들려주도록 해야 합니다.

 

 

53문단을 보면, 슈타이너는 교사가 자기 비유에 대해 따뜻한 믿음의 감정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소중한 사람이 죽어서 그 영혼이 하늘나라에 간 이야기를 들려줄 때 번데기에서 나비가 나오는 비유”(69)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교사가 그 비유를 진정으로 믿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별다른 인상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나오듯 우리 인간은 지상의 삶, 다시 말해 신체적 삶이 끝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영혼-정신은 오히려 자유로워져 새로운 삶을 이어갑니다. 지상에서의 죽음은 천상에서의 탄생인 것입니다. 인지학에서 이런 그림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진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슈타이너는 교육자가 반드시 정신과학의 풍부한 원천으로부터 그 삶을 이끌어내야 하며, 그에게서 나오는 말과 그 밖의 모든 것들, 즉 느낌, 온화함, 감정의 색채가 진정한 정신과학적 신념에서 우러나와야”(71) 한다고 강조합니다. 저는 독일 교수님들을 보면서 그러한 교육자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70, 80에 이른 교수님들이 젊은 수강생들보다 더 건강하고 따뜻하며 아름다운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아동기의 에테르체 발달과 관련하여 기억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억력은 에테르체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슈타이너는 이 시기에 기억력에 필요한 것을 소홀히 하면, 그 사람의 기억력은 능력보다 적은 상태로 남게 된다. 한번 뒤쳐진 것은 나중에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며 또 무서운 말을 합니다. 우리나라의 진보적인 교육자들도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암기하게 하는 것에 대해 상당수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는 오해이자 편견입니다. 발도르프학교에서는 구구단을 넘어 12, 19단까지 외우게 하고(물론 콩주머니를 주고받거나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농사를 지을 때는 그 긴 농가월령가를 줄줄 외울 수 있도록 합니다. 우리말 시뿐 아니라 외국어 시나 긴 문장들도 지적인 이해와 상관없이 반복해서 낭송하며 외우게 합니다.

 

슈타이너가 말하는 기억력의 계발은 어린 시절부터 개념을 이해시키는 지적 접근이 아닙니다. “기억력을 쌓아가기 위해 아이는 나중에 개념적으로 이해하게 될 사물들을 먼저 배워야만 한다. 심지어 이 연령대에 순전히 기억력만으로 습득한 것이 나중에 개념으로 이해해야 할 때 가장 쉽다.”(77) 1학년부터 외국어를 배운다고 했을 때, 낱말과 문장 구조를 하나씩 이해시키는 지적인 방식이 아니라 문장들을 통으로 외우면서 그 언어 구조를 영혼 안에 받아들이게 하는 방식입니다. 슈타이너는 기억력의 형성이 중요한 이 시기에 사고력을 너무 많이 요구하면, 우리는 성장 과정에 있는 사람의 본성에 역행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77)이라고 비판합니다. 기억을 통해 아는 것, 즉 영혼 안에 남도록 하는 것이 아동기의 작업이라면 청소년기에는 그것들을 끄집어내어 이해하고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동기에는 기억을 통해 영혼 안에 많은 것을 남겨놓을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어서)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