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인지학 깊이 읽기 –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5) 본문

인지학/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인지학 깊이 읽기 –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5)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1. 3. 2. 22:01

인지학 깊이 읽기 –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5)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이제 네 번째 구성요소인 "나"입니다. 보통 "자아"라고도 하는데요, 슈타이너는 주로 "Ich"라는 말을 씁니다("Selbst"를 쓰기도 하고요). 영어권에서 "ego"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에고"라는 말은 너무 지상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뉘앙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물질체가 광물계와 연결되어 식물과 동물, 인간이 모두 공유하는 기본 영역이라면, 에테르체 또는 생명체는 무기질인 광물에는 없는 영역입니다. 아스트랄체는 감정, 욕구, 의식 등을 갖고 있는 동물과 인간이 공유하는 영역이고요. 이 네 번째 요소인 "나"는 오로지 인간만이 갖고 있는 영역입니다. 

 

1인칭 대명사 "나"는 아주 묘한 말입니다. 3인칭 대명사 "그"는 누구에게든 붙일 수 있습니다. 특별한 관계가 없어도 부를 수 있습니다. 2인칭 대명사 "너" 또는 "당신"은 "그"보다 가까운 관계로서 내 앞의 인물이라면 누구에게나 호칭할 수 있지요. ("그"와 "너"의 문제에 대해서는 유대계 독일철학자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를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런데 "나"라는 말은 오로지 나 자신만을 지칭할 수 있습니다. 우주에서 오직 나 자신에게만 "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자아"를 가진 우리 인간은 저마다 유일하고 독특한 존재입니다.

 

슈타이너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을 '나'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는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다." 이어서 종교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낮은 차원의 존재에게는 주변의 현상들을 통해 외부로부터만 자신을 드러내는 '신'은 '나'라는 말과 함께 내면에서 말하기 시작한다..." 영국의 조지 폭스가 창시한 개신교의 일종인 퀘이커에서는 "내면의 빛" 또는 "내면의 스승"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내 안에 신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목회자도 없이 신도(친우)들끼리 둥글게 앉아 고요예배를 하는 퀘이커에서는 예배가 곧 성령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행위, 즉 경청이라고 합니다. "내면의 소리"가 곧 성령의 말씀인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네 번째 구성요소를 가리켜 "자아체(Ich-Leib)"라고 하는데, 다른 강연이나 저술에서 슈타이너는 "-체(-Leib)"라는 말을 떼고 보통 "자아(Ich)"라고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여기에서도 주로 "나" 또는 "자아"라고 하겠습니다. "자아"가 있기에 인간은 지상에서 최고의 창조물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인간이 존엄한 이유도 오로지 인간만이 고유하고 정신적인 "자아"가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동물이나 식물 역시 생명으로서 존엄하긴 하지만 존엄에도 위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식물과 동물을 기르고 잡아먹을 수 있는 근거도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요? 당연히 같은 인간끼리는 그럴 수 없지요.

 

22문단을 보면, 우리가 누구나 스스로를 "나"라고 부르지만 다 똑같은 수준일 수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자신의 "자아"를 가지고 거의 동물처럼 자신의 충동과 감정, 욕망 등을 따라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귀한 이상을 추구하며 자기 희생을 하는 사람의 "나"가 같은 수준일 수는 없겠지요. 고 이태석 신부님과 같은 분의 "자아"는 아주 높은 수준의 정신적 힘을 보여줍니다. "이렇듯 '나'의 임무는 자신의 힘으로 다른 구성요소들을 향상시키고 정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아"의 빛으로 우리의 아스트랄체와 에테르체, 물질체를 개조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합니다. 이것을 흔히 "성장"이라고 하지요. 동물과 달리 우리는 인간 이하로 타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고양시키고 정화하여 더 높은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충분히 강해진 "자아"에 의해 변형된 아스트랄체는 "정신자아(Geistesselbst)", 즉 고차적 자아가 됩니다. "이러한 변형은 본래 배움을 통해, 그리고 좀 더 고차적인 관념과 직관으로 내면을 풍요롭게 하는 가운데 일어난다"라고 슈타이너는 말합니다. 에테르체의 변형은 한 사람의 습관, 성향, 기질, 기억 등에 작용합니다. 이것은 아스트랄체의 변형보다 더 내밀하고 어려운 일로서, 예술적인 몰두 또는 종교적 자극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변형된 생명체는 "생명정신(Lebensgeist)"이 됩니다. 이보다 더 높은 단계에 도달한 사람은 자신의 물질체를 변형하여 "정신인간(Geistmensch)"에 이릅니다.

 

인간의 구성요소들에 대한 자세한 탐구는 <신지학>에서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책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에서 중요한 사항은 4구성체에 대한 기본적 이해, 그리고 이에 따른 발달단계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0문단을 보면 영혼의 세 단계가 나오지요. 감각혼, 지성혼, 의식혼이 그것들인데 이 역시 자아에 의한 하위 세 구성요소가 변형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아스트랄체의 변형이 감각혼, 에테르체의 변형이 지성혼, 물질체의 변형이 의식혼입니다.

 

"변형은 자아가 눈을 번쩍 뜨는 순간에 세 가지 '체' 모두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물론 사람은 의식혼의 일부분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자아의 이런 작업을 분명하게 알지 못한다." 어린아이가 스스로를 자기 이름으로, 즉 3인칭으로 객관화하여 부르다가 "나"라고 부르는 것이 대략 만 3세 즈음입니다. 이때 아주 기초적인 영혼이 확립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식혼은 대략 만 35세에 탄생한다고 하지만, 자아의 부단한 노력 없이는 온전히 발현할 수 없는 정신적 속성입니다. 영혼이나 정신의 특성에 대해서는 <신지학>을 강독할 때 더 다루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4구성체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