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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학/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인지학 깊이 읽기 –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3)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1. 1. 20. 10:53

인지학 깊이 읽기 –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3)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철저한 유물론자 또는 물질주의자라면 인간의 구성요소로 물질체 이외의 것을 인정하기 힘들 것입니다. 인간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도 그렇고, 자아가 실체로서 존재한다는 것도 넌센스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요소들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인간과 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볼 수 있고, 무엇보다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물질체 다음으로 두 번째 요소는 생명체(Lebensleib) 또는 에테르체(Ätherleib)입니다. 에테르의 사전적 의미는 "빛, 열, 전자기파를 전달하는 매체로 가상적으로 생각한 매질. 어원적으로는 상공의 대기, 하늘에 넘치는 영기(靈氣)를 가리킴."입니다. 오늘날에는 보통 마취제로 많이 쓰이는 에틸에테르의 준말 정도로 통용되지요. 에테르라는 말 자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이테르(Αἰθήρ)에서 왔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자연과 관념 모두를 신격화해서 이해했는데요, 아이테르 신은 하늘의 상층부에 해당합니다. 높은 하늘의 밝은 빛과 맑고 순수한 공기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14문단을 보면 "얼마 전만 해도 '에테르체' 같은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극히 비과학적인 얘기가 시작된다고 여겼다. 사실 18세기 말, 19세기 초에는 그런 용어를 '비과학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라는 문장이 나오지요. 실제로 근대과학자들, 데카르트나 뉴턴 같은 사람들도 에테르 개념을 사용했습니다. 뉴턴은 빛의 반사, 굴절과 회절, 물체의 접착 등을 설명하기 위해 에테르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19세기 말에 맥스웰과 헤르츠, 로렌츠 같은 과학자들이 빛은 뉴턴의 운동 제3법칙(작용-반작용의 법칙)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용도 폐기되는 수순을 밟았습니다. 여전히 양자 전기동력학의 진공개념과 일반상대성이론의 굽은 공간 등을 설명하는 데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긴 하지만 그전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슈타이너가 사용하는 에테르 개념은 일종의 '영기(靈氣)'에 가깝습니다. 가수 이상은의 노래 'soulmate'에는 "에테르 가득한 하늘"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동양에서 흔히 쓰이는 기운 또는 기(氣)의 개념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스타워즈에 자주 등장하는 '포스(force)'라는 말도 비슷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14문단에 이어지는 문장을 보면, "당시 사람들은 무기질 안에서 작용하는 여러 성분과 힘 자체만으로는 생물이 만들어질 수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무기질이 생물이 되기 위해서는 그 안에 특별한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생명력'이라고 이름 지었다."라고 하지요. 이 생명력이 바로 에테르체 또는 에테르힘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15문단에서 슈타이너는 현대과학과 정신과학의 차이에 대해 설명합니다. 37쪽을 보면, "현대과학은 감각 경험을 모든 지식의 바탕으로 간주하고, 따라서 감각 경험에 기반을 두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 알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한다. 현대과학은 감각기관이 받아들인 인상에서 추론과 결론을 끌어낸다. 그리고 그 이외의 것은 인간의 인식 한계를 넘어섰다고 여겨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하지요. 이것이 바로 경험주의 과학입니다.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경험론이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칸트도 흄의 영향을 깊이 받아서 물자체, 즉 사물 그 자체는 과학적으로 탐구할 수 없다고 선언할 정도입니다. 여기에서 슈타이너는 시각장애인의 예를 들어, 초감각적 기관을 계발하면 감각 너머의 현상을 탐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시각장애인이 수술을 받고 시력을 회복하면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처럼요.

 

저는 초감각적 기관이 없더라도 현상의 원인세계, 근원세계를 탐구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인데요, 만약 초감각적 기관이 계발되어 있다면 더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접근할 수 있겠지요. 슈타이너는 누구나 그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합니다. 그 방법에 대해 다룬 책이 <고차 세계의 인식으로 가는 길 >, <초감각적 세계 인식에 이르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와 있기도 합니다. 앞의 책은 독일어 직역본이고 뒤의 책은 일본어 중역본입니다. 15문단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고차적 지각기관을 발달시킨 사람에게 에테르체 혹은 생명체는 지적 활동이나 추론의 대상이 아니라 실제적인 관찰의 대상이다."

 

에테르체는 무생물인 광물에게는 없지만 살아 있는 식물, 동물, 인간이 공유하는 요소입니다. 16문단을 보면, "그것은 물질체의 성분과 힘이 성장과 생식, 체액의 내부 흐름 등의 현상으로 나타나도록 작용한다. 그것은 그래서 물질체의 건설자이자 조각가이며 물질체 안의 거주자이자 건축가이다."라고 해서 멋지게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이 이러한 형태를 갖고 신체장기가 각자 고유한 기능을 하며 살아가는 것은 에테르체의 역할인 것입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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