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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바라보며 본문

슈타이너사상연구소칼럼

정부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바라보며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3. 4. 18. 22:18

정부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바라보며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교육이란 무엇일까? 정부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보며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학교폭력에 대해 논하기 이전에,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교육이 맞을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폭력을 저지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아이들을 감옥과 비슷한 건물에 가둬놓고 서로를 경쟁시키며 시험만 보게 하는 게 무슨 교육일까? 이런 환경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한다면 그 원인은 가해학생의 공격성에 있는 게 아니라 교육이 실종된 학교 현실에 있다라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어떤 사건/사고든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서둘러 대책을 내놓는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음을 드러낼 뿐이다. 국무총리는 기자회견 서두에 이렇게 말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학교는 미래의 인재를 교육시키고 바르고 정의로운 사람으로 키우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그 학교라는 공동체가 학교폭력으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틀렸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학교가 더 이상 공동체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학교는 바르고 정의로운 사람을 키우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머리에 지식을 집어넣고 경쟁을 시키는 공간으로 작동하고 있다. 더욱이 학교는 지금 여기의 아이들이 아니라 미래의 인재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교육은 미래의 인재가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 눈앞에 있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코로나를 겪으며 역설적으로 우리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없어서는 안 될 공간, 반드시 필요한 공동체임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규칙적으로 학교에 등교해 친구들을 만나고 수업을 받으며 사회적 능력과 학습 능력, 생활 능력을 향상시켜 간다. 교실 속에서 아이들은 나와 다른 생각, 다른 감정을 만나며 자기 세계를 확장시켜 간다. 욕구의 충돌을 겪으며 갈등을 경험하고 또 그것을 진지하게 해결하며 문제해결능력을 키워 간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교실에서 함께 웃고 떠들며 우정을 쌓기도 한다.

 

이러한 학교생활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핵심 능력은 단연 공감 능력이다. 사실상 학교는 그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사회라는 공동체에서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기본 능력은 타인의 마음을 자기 마음처럼 느끼는 공감 능력이기 때문이다. 바르고 정의로운 사람은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러한 기초적인 토대가 어느 순간 무너지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면 다들 두려움에 떨고 있다. 취업을 하지 못하면, 직장을 잃게 되면, 장애가 생기면, 나이가 들면, 아이가 생기면... 삶이 어떻게 더 고통스러워질지 다들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자녀를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최소한 뒤처지지 않도록 사력을 다하는지도 모르겠다.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은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았다. 피해 학생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학교현장의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말은 학교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 즉 엄벌주의를 강화하겠다는 말 앞에서 효력을 상실한다. 무한경쟁의 입시교육 체제에 의해 공감 능력이 파괴되는 현실에서 엄벌주의는 그나마 남아 있던 공동체성을 더욱 파괴할 것이다. 학교폭력은 공감 능력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단호하게 발표하는 근절대책 따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히려 학교현장은 더욱 사법화될 것이고, 희망을 잃은 교사와 학생은 더 많이 학교를 떠나게 될 것이다.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말 역시 하나마나한 소리일 뿐이다.

 

학교는 학교의 본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학교는 교육을 하는 공간이다. 교육은 처벌하기보다 이해하고, 배제하기보다 감싸 안아야 한다.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게 교육이지, 배제하고 처벌하는 게 교육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이해하고 잘 도울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럴 때 아이들 내면에 공감 능력이 싹틀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공동체를 떠나서 살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경쟁 위주의 입시교육을 반성하고, 공동체 문화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학교폭력근절 대책은 인간 교육, 공동체 교육의 회복에 방점을 찍을 때 성공할 수 있다.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나 각종 대응책보다는, 아이들이 친구를 경쟁자가 아니라 자기와 똑같이 존엄한 존재로 바라보도록 교육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학교폭력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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