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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학년 초, 설렘과 두려움에 대한 서클 - 박숙영 본문

회복적 정의+비폭력 대화

학년 초, 설렘과 두려움에 대한 서클 - 박숙영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3. 2. 17. 00:15

학년 초, 설렘과 두려움에 대한 서클


박숙영의 회복적 생활교육 이야기 67

 


우리는 모두 도움이 필요하다.
너를 돕는 것이 나를 돕는 것이고, 나를 돕는 것이 너를 돕는 것이다.
- 케이 프라니스



등교 첫 날의 설렘과 두려움

입학‧개학하는 3월의 등교 첫 날은 설렘과 두려움이 혼재하는 시기다.

새 학년, 새 책, 새 교실, 새 친구, 새로운 선생님이라는 시작과 만남이 주는 기대감이 가득하다. ‘새로운 시작’이란 우리가 과거에 어떠했든 간에 앞으로 더 좋아지고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소망과 용기를 주고, 새로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마음을 설레게 한다.

첫 날의 셀레임과 떨림으로 거울 앞에서 머리와 옷매무새를 다듬고,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며 교문을 통과하여 교실 문을 연다. 동시에 많은 낯섦과 마주하게 되고 두려움과 걱정이 엄습해온다.

내 자리는 어디지? 어디에 앉아야 하나? 착하고 친절한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설마 사이좋지 않는 ○○와 한 반이 되는 건 아니겠지? 내 짝꿍은 누가 될까? 누구랑 밥 먹지? 나에 대해 좋지 않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 나에 대해 얘기하면 어쩌지? 쎈 친구들은 누굴까?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선생님과 친구들은 나를 좋아할까? 화장실은 어디에 있지? 오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지?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며 보낼까? 준비물은 잘 챙겨왔나? 앞으로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 낯섦으로 가득한 새 학기의 하루하루는 길기만 하다.

교사 역시 설렘과 두려움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긴장감 가득한 새 학기, 아이들과 인형을 활용해서 두려움과 떨림을 편안하게 나누고 서로를 환대할 수 있는 안전한 교실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 케이 프라니스의 『서클로 나아가기』에서 발췌한 ‘안전하고 즐거운 교실 만들기 서클’을 소개한다.



설렘과 두려움에 대한 서클

- 공간 열기

: 여러분 모두를 환영합니다. 저는 담임인 〇〇〇입니다.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조금 후에 돌아가면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우리들의 만남을 환영하는 마음으로 시 한 편을 읽어보겠습니다.

만남

만남은 말이야
너와 나라는 다른 털실을
우리라는 옷으로 뜨기 위해
대바늘에 털실을 꿰는 거야

만남이란 건 말이야
대바늘에 꿴 너와 나를
조금씩 이어주어

너와 나 사이에
관계를 스며들게
하는 거야

그렇게 만든 따뜻한 옷은
외로움이란 녀석으로부터
우릴 지켜 줄 거야

친해진다는 건 말이야
놀라울 만큼 따뜻해지는 거야

- 이은찬


이은찬 시인의 시처럼, 우리 학급친구들과의 만남은 털실로 옷을 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한 해 동안 함께 털실로 옷을 짜내려 가면, 우리가 직조한 관계로 서로의 외로움을 지켜주는 따뜻한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 체크 인

: 자기소개 시간입니다. 토킹피스를 옆으로 돌릴 텐데, 토킹피스를 받으면 자신의 이름을 소개해주세요. 토킹피스를 가진 사람만이 말할 수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말하는 친구에 대해 평가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 중심활동 : 동물 인형들을 서클 중심에 놓는다. 인형은 솜으로 만들어진 것이 좋다. 인형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토킹피스로 활용한다. 그리고 학교 첫날에 느낄 걱정거리와 염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자고 한다.

- 질문1. 오늘은 동물친구들이 학교에 가는 첫 날이에요. 새 학년이라 들뜬 마음도 있지만, 이 친구들이 느낄 수 있는 첫 날의 걱정이나 염려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은 뒤에 접착식메모지에 적어주세요.

(질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은 후 미리 나눠준 접착식메모지에 기록하도록 안내한다. 동물인형을 토킹피스로 하여 돌아가면서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일 경우엔 학생들이 답변을 접착식메모지를 대신해서 교사가 칠판이나 전지에 기록한다.)

- 질문2. 교실에서 동물친구들이 즐겁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나요?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잡착식메모지에 기록한 뒤, 돌아가면서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엔 교사가 칠판이나 전지에 기록한다.)

- 질문3. 기록한 것 중에 여러분이 교실에서 즐겁고 안전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우리도 서로에게 이와 같은 방법으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 체크 아웃 : 오늘 서클에서 좋았던 것은 무엇인가요? 또는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서클의 소감을 나눠주세요.

- 서클 세레모니 : 왼손은 위로 향하고 오른손은 아래를 향해 옆 사람과 손을 잡습니다. 따뜻한 우리 반이 되기 위해, 우리 반 친구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을 속으로 생각해주세요. 각자의 따뜻한 마음을 침묵으로 오른쪽 사람에게 전달해주고, 왼쪽 사람에게는 받습니다. 마음을 주고받기 위해 잠시 침묵하겠습니다. 우리는 서로 도움이 필요합니다. 너를 돕는 것이 나를 돕는 것이고, 나를 돕는 것이 너를 돕는 것입니다. 도움은 주는 자와 받는 자가 나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동시에 주고받습니다. 이 시간을 함께 따뜻하게 만들어준 여러분에게 감사합니다. 서클을 마치겠습니다.


인형으로 자기표현하기

‘새 학기 증후군’이라고 할 정도로 등교 첫날에 학생들의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복통이나 두통같은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위 서클은 낯설음으로 인한 긴장감을 동물인형에 투사하여 좀 더 안전하게 불안한 마음을 털어놓게 해준다. 서클에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자신의 이야기도 객관화 할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급 분위기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마음을 모으게 해준다. 누구에게나 어릴 적 인형에 관한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서 친근감있게 다가갈 수 있다. 학생들은 인형에 감정을 이입해 교감하고, 또다른 ‘나’로 삼기도 하면서 소심한 학생을 대신해서도 속마음을 터놓게 해준다. 염려와 두려움을 투사한 인형들이 서클을 마칠 즈음엔 안정되고 평안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서클을 마칠 즈음에 인형들의 얼굴 표정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질문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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