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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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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칼럼

한 해를 돌아보며, 또 한 해를 내다보며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1. 12. 31. 11:38

한 해를 돌아보며, 또 한 해를 내다보며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올해에는 끝나겠지, 했던 코로나 팬데믹이 기어코 해를 넘기게 되었습니다. 변이 바이러스가 신경쓰이긴 하지만 3차 접종과 먹는 치료제 덕분에 2022년에는 종결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많은 과학자의 전망처럼 코로나19가 독감 수준으로 떨어지고 사람들이 매년 백신을 맞는다면 앞으로는 크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마스크를 잘 쓰고 위생을 철저히 관리한다면 다른 질병의 위협으로부터도 어느 정도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팬데믹과 균형

지금 시대에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 같은 분이 계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까요? 인지학을 실천하는 분들 중 일부는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큰 것 같습니다. 심지어 현 정부와 과학자들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는 분들도 있던데, 냉정히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아마 슈타이너는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설득하며 균형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것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병이 나면 수술을 하거나 약 처방을 받으면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실제로 발병의 원인을 찾지 않는 한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병이 발생하는 데에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삶의 방식, 그리고 우리가 갖고 살아가는 사고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생각을 바꾸지 않고, 생활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건강해지길 바란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균형잡힌 시각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백신은 팬데믹을 이겨내는 노력 중 일부분(물질체)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면역력을 잃지 않기 위해 운동과 휴식, 수면, 식사에 더 신경을 써야 하고(에테르체), 편안한 감정생활과 따뜻한 관계형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아스트랄체), 무엇보다 깨어 있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자아). 스스로 중심을 잡고 올바른 사고를 할 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인 것이죠. 수준 낮은 언론이나 유튜브 채널에 정신을 뺏기지 않고, 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때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토론이 있겠지만 엄밀한 실험과 실제 데이터를 통한 분석보다 맹목적 신념에 사로잡힌 비전문가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뺏기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이러한 팬데믹이 오게 된 배경에는 근대 이후 인류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의 문제가 있습니다. 한 개인에게는 자기중심주의, 즉 이기주의가 문제지만 인류 전체로는 인간중심주의, 집단주의의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우리 인간의 탐욕과 편의를 위해 자연이 희생된 것이죠. 부유한 국가에 의해 저개발 국가들이 착취를 당한 것이기도 하고, 지배계급에 의해 대중이 수탈을 당한 것이기도 하고요. 지속적으로 인류의 삶은 감각혼에 지성혼이 봉사하는 형태였습니다. 과학기술뿐 아니라 경제체계, 정치체계가 이기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렀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키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팬데믹과 기후위기는 인과응보에 따른 자연의 준엄한 경고입니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인식해야 하고, '그러면 어떻게?' 이 질문 앞에서 우리 모두는 겸허해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부터 해나갈 때 우리는 두 발을 단단히 땅에 디딜 수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대선

강화된 방역지침 덕분에 연말연시를 조용히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우리 눈앞에는 대선이라는 엄청난 정치 이슈가 있습니다. 저는 후보 개인들보다 사회적 역학관계에 더 관심이 갑니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올한해 개인적으로 회복적 경찰활동이나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면서 '왜 우리 사회는 이렇게 갈등이 심할까?' 하는 질문을 많이 던졌습니다. 큰 일이 아닌 것 같은데 갈등이 극단화되는 경우를 자주 보면서 그 뿌리에 뭐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한국사람들의 민족성이 타민족에 비해 그다지 호전적이지는 않을 텐데 왜 그럴까... 여기에는 남북분단과 전쟁, 그리고 그 후유증이 큰 원인일 거라고 봅니다. 민주화 되기 이전에 독재자들은 사회 전분야에서 반공주의를 내세웠고 우리들 내면에는 민주주의를 사랑하기 이전에 공산주의를,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심성이 각인된 게 아닐까... 친북이나 종북으로 낙인 찍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컸을 것입니다. 결국 이런 감성이 우리 문화 곳곳에 여전히 잠재돼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체제는 우리 일상의 평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새해에는 꼭 종전협정이 맺어지고, 나아가 북한의 개방과 개발에 남한이 적극 기여하면서 경제적 번영도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휴전이라는 긴장상태가 사라지면 우리의 사고생활도 훨씬 더 개방적으로 변모할 것입니다. 이제는 기차를 타고 몽골과 러시아, 유럽까지 갈 수 있을 테니 젊은이들의 시야도 훨씬 더 넓어질 것입니다. 상상만 해도 벌써부터 설레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는 전세계적 위기인 코로나 팬데믹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극복했고, 실질적인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영화와 드라마, 음악 등 문화 영역에서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죠. 전반적으로 한국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올라갔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민족주의적 관점에서는) 국운 또는 국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대선이라는 커다란 이벤트가 놓여 있습니다. 저는 분단체제의 극복뿐 아니라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여전히 한국사회는 부조리하고 모순이 많습니다. 결코 정의롭다고 하기 어려우며, 이기적 능력주의가 저변에 확산되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이것이 한국사회 특유의 부패 카르텔(반공주의에 기생한)에서 기인한다고 보기 때문에, 반드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아무리 부패와 비리를 저질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집단이 몇 있습니다. 재벌 대기업의 사주와 그 자식들, 법을 다루는 검찰과 판사들, 유력 정치인과 그 가족,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언론들입니다.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과연 개혁은 성공적이었는가에 대해 저는 회의적인 편입니다. 지금의 현실은 오히려 총공세로 여겨질 정도로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문화적으로 앞으로 더 발전하고 경제적으로 더 번영하기 위해서는 대중이 정치 영역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과거로 회기할 것인가,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이것의 결정적인 계기가 코 앞에 다가오니 다시 촛불이라도 들어야 할 것 같은 심정입니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 한 해를 내다보며 저의 기도문은 또 다시 법정 스님의 말씀이기도 합니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계층 계급에 상관 없이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겨울을 이겨내는 작은 풀잎과 동물들까지도 모두 행복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헛된 믿음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고, 다음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개인들의 행복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어떤 사회가 필요한 것일까요? 새해에는 좀 더 정의가 회복되기를, 그리고 더욱 더 합리적인 사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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