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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학/발달론과 기질론

4체액설, 네 가지 체액이 건강과 성격을 정한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1. 5. 24. 12:54

4체액설, 네 가지 체액이 건강과 성격을 정한다?

 

 

현재 사용되는 의학용어 중 다수는 그리스어로 돼 있다. 이는 그리스 의학이 현대의학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렇듯 고대 문명의 의료 중 그리스 의학은 현대의학과 가장 가까운 성격을 가졌다. 원시사회에서 질병을 고치는 일은 무당이나 주술사들이 담당했다. 이는 죄를 지었거나 좋지 않은 행위에 대해 신이 벌을 내린 결과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스인들은 B.C 7세기경부터 질병을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연적, 과학적, 논리적으로 파악하려고 애썼다. 이러한 그리스인의 자연철학을 바탕으로 질병이 생기는 이유를 이성적으로 설명하려고 한 최초의 이론이 4체액설이다. 네 가지 체액으로 질병이 생기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했을까?

 

 

네 가지 체액이 균형을 이뤄야 건강하다

 


4체액설은 철학자 엠페도클레스(Empedocles, 기원전 약490년~430년)가 처음으로 주장했던 4원소설에 근원을 두고 있다. 4원소설은 우주는 흙, 공기, 물, 불(earth, air, water, fire)의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으로, 현재 일부분만 남아 있는 엠페도클레스의 시 ‘자연의 시(Poem on Nature)’에 해설돼 있다.

 

한편 4체액설은 그의 제자들이 처음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의 몸은 냉, 건, 습, 열(cold, dry, moist, hot)의 성질을 가진 4가지 체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이 균형 잡힌 상태일 때 건강하다는 학설이다. 4가지 체액은 피, 점액, 황담즙, 흑담즙이다. 피는 열하고 습하며, 점액은 차고 습하다. 황담즙은 열하고 건조하며 흑담즙은 차고 건조하다. 4체액설에 의하면 한 원소가 많을 때 반대가 되는 원소를 보충해주는 것이 좋은 치료법이다. 또 각각의 사람은 어느 한 가지 체액을 중심으로 평형을 이루고 있는데, 그것으로 개인의 체질을 구분할 수 있다는 일종의 의학 이론이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엠페도클레스의 이론을 도입해 4체액설을 정리했는데, 이는 질병의 원인을 액체의 변화에서 찾는 일종의 액체병리학 이론이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이 정액, 즉 체액에서 생겨나기 때문에 액체가 생명의 근원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공통적으로 혈액(blood), 담즙(bile), 점액(phlegm) 세 가지 체액이 사람의 몸을 이룬다고 인정했다. 네 번째 체액은 초기에는 물(water)이었으나 후일 흑담즙(black bile)으로 바뀌었다. 두 종류의 서로 반대되는 두 쌍의 체액 간의 불균형이 병이 된다는 이 학설은 대칭과 균형을 추구했던 피타고라스 학파의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추정된다. 수학적 사색을 중시한 피타고라스 학파는 4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모든 체액은 각각 만들어지는 관련 장기가 있었다. 혈액은 심장에서, 점액은 머리에서, 담즙은 담낭에서, 물은 지라에서 만들어졌다. 이 체액들은 음식물을 통해 항상 새로 보충되기 때문에 영양이 중요했다. 질병은 체액이 남거나 모자라는 경우, 몸이 충격을 받거나 피로한 경우, 기압의 변화로 체액이 굳거나 녹아 다르게 변한 경우 생긴다고 설명했다.

 

 

천오백 년 동안 정설로 자리잡았던 4체액설

 

 

로마의 갈레노스(Claudios Galenos, 129년~199년)는 4체액설을 다시 정리해 가장 올바른 의학 이론이라 전파했다. 당시 그의 영향력은 중세에 이르기까지 거의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4체액설은 천오백 년 동안 의학계의 정설로 자리 잡았었다.

 

4체액설을 변하지 않는 진리로 믿은 중세 의사들의 치료법은 단순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병에 식이요법, 즉 부족해진 체액을 보충하는 음식을 섭취하도록 하면서 너무 많아져서 균형이 맞지 않게 된 체액들을 뽑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몸에서 무엇인가를 뽑아내는 치료법을 배출법이라 하는데 토하는 약을 먹이거나, 코가 나오게 재채기를 시키거나, 설사하도록 약을 먹이거나, 피를 뽑는 방법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끌었던 치료법은 방혈, 혹은 사혈이라고 부르는 피를 뽑는 치료였다. 예를 들어 열이 나는 환자에게는 열성을 나타내는 혈액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 피를 뽑았다.

 

4체액설은 체액의 부조화 때문이 아니라 몸 일부분이 다치거나 상해 질병이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쇠퇴하게 됐다. 16세기 해부학자 베살리우스(Andreas Vesalius, 1514년~1564년), 17세기 생리학자 하비(William Harvey, 1578년~1657년) 18세기 병리학자 모르가니(Giovanni Battista Morgagni, 1682년~1771년)와 같은 과학자들의 실험과 관찰에 의해 갈레노스의 의학이 무조건 옳다는 고정관념이 깨진 것이다.

 

18세기 후반 모르가니가 사체해부를 근거로 신체 장기의 국소적 변화 때문에 임상증상이 나타남을 증명하자 액체병리학설이 부정됐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 시기부터 피를 뽑는 치료가 점차 설 곳을 잃었다. 19세기 중반 모든 치료법의 효과를 수학적으로 검증해 한다는 개념이 도입된 이후에는 피를 뽑는 치료가 거의 사라지게 됐다.

 

2000년 전 그리스 의학자들은 자연철학을 바탕으로 질병이 죄를 지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변화 때문에 생긴다는 가설을 세워 인류 최초로 질병의 원인을 이성적으로 설명해보려 했다. 고도로 발달한 현대의학의 혜택을 받는 현대인들에게 이 학설은 우스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4체액설은 의학이 장차 과학적으로 발전해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글 / 이재담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jdlee@amc.seoul.kr

 

[출처 : https://www.scienceall.com/4%EC%B2%B4%EC%95%A1%EC%84%A4-%EB%84%A4-%EA%B0%80%EC%A7%80-%EC%B2%B4%EC%95%A1%EC%9D%B4-%EA%B1%B4%EA%B0%95%EA%B3%BC-%EC%84%B1%EA%B2%A9%EC%9D%84-%EC%A0%95%ED%95%9C%EB%8B%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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