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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학/발달론과 기질론

발도르프교육의 4기질론과 성격 5요인 이론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1. 2. 27. 12:00

발도르프교육의 4기질론과 성격 5요인 이론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루돌프 슈타이너는 히포크라테스가 사용한 용어를 그대로 활용하여 인간을 다혈질(경혈질), 담즙질, 우울질, 점액질의 네 가지 기질로 분류하는 데 동의했다. 히포크라테스는 당대의 4원소설(지수화풍)과 연관된 4체액설, 즉 혈액, 황담즙, 흑담즙, 점액을 근거로 기질을 나눴지만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슈타이너는 인간의 4구성요소인 물질체, 에테르체, 아스트랄체, 자아를 기질론과 관련지어 물질체가 우세한 사람은 우울질, 에테르체가 우세한 사람은 점액질, 아스트랄체가 우세한 사람은 다혈질, 자아가 우세한 사람은 담즙질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의 경우에는 자아가 우세하면 우울질, 아스트랄체가 우세하면 담즙질, 에테르체가 우세하면 다혈질, 물질체가 우세하면 점액질이다.)

 

기원전 4세기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4기질론은 서양에서 오랫동안 위세를 떨쳤다. 4기질론은 고대 수피즘(이슬람 신비주의)에서 유래한 에니어그램,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마이어스-브릭스 유형지표(MBTI, 캐서린 쿡 브릭스와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모녀가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개발한 성격 평가도구)와 함께 성격 분석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깊은 통찰을 준다. 실제로 발도르프학교의 경우에는 지금도 4기질론을 통해 아이들의 개별성을 파악하고 수업방법론에 활용하고 있다. 이런 접근은 개별성에 대한 관심을 키우기 때문에 육아나 성인 자신의 삶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질론에도 약점은 있다. 복잡한 인간의 성격을 너무 단순화하여 도식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4기질론이 12가지 유형으로 확장된다면, 에니어그램은 기본적으로 9가지, MBTI는 16가지인데, 오늘날에는 이런 기질론들이 유사과학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슈타이너의 4기질론에서는 인간이 네 가지 기질적 특성을 모두 갖는다고 본다. 그 중에서 하나 또는 둘의 기질적 특성이 우세하면 나머지는 약하다고 보는 식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기질적 특성을 살필 때 담즙이 아주 강하고 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우울도 강하며, 점액과 다혈은 평균 이하라면 담즙에 우울이 섞여 있다고 표현한다. 압도적으로 다혈질적 특성이 강하고 점액이나 담즙은 보통, 우울이 약하다면 통상 전형적인 다혈질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4구성체와 관련지어 1) 우울질은 땅(地, 고체)의 요소로서 무거움과 차가움, 물질체의 우세로 접근하고, 2) 점액질은 물(水, 액체)로서 습함, 에테르체의 우세, 3) 다혈질은 공기(風, 기체, 빛)로서 가벼움과 건조함, 아스트랄체의 우세, 4) 담즙질은 불(火, 열)로서 뜨거움, 자아의 우세를 보여 준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담즙질은 급하고 화를 잘 내며 적극적이고 의지가 강한 반면, 점액질은 근면하고 감정의 동요와 변화가 적으며 무표정하고 끈기가 있다고 본다. 또 다혈질은 쾌활하고 밝으며 타협적이고 기분이 변하기 쉬운데 비해, 우울질은 신중하고 소극적이며 말이 없고 상처받기 쉬운 특성이 있다고 본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성격 특성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기보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다섯 가지 요인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MBTI에서처럼 외향형(E)이냐, 내향형(I)이냐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보다 평균을 기준으로 높거나 낮다고 판단하는 식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극단보다는 평균값에 수렴하게 된다. 어느 정도 외향적이면서 또 어느 정도는 내향적인 게 일반적 모습인 것이다. 따라서 성격을 분석할 때 최소한 한 특성마다 평균값을 기준으로 상 중 하 정도의 기준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성격 5요인 이론에서는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이라는 다섯 가지 요인을 통해 한 사람의 성격을 파악한다. 인간의 성격은 이 다섯 가지 특성으로 결정되고, 성격점수를 매길 수 있으며, 이 점수를 알면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갈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각 요인의 특성은 아래와 같다.

 

1. 개방성 : 모험, 여행, 새로운 경험에 거부감이 없고 열려 있는 특성이다. 예술적인 감각, 창의성, 호기심, 지능과도 관련을 보인다.

 

2. 성실성 : 흔히 꼼꼼하고 깔끔하고 철두철미하다고 하는 행동들과 관련된 특성이다. 체계성, 의무감, 책임감, 규칙 준수, 의지력 등과 관련이 있다. 성실성이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성적이나 직장에서 성과가 좋은 경향이 있다.

 

3. 외향성 : 긍정적 정서성을 의미한다. 즉 별일이 없어도 들떠 있고 행복해하는 특성을 보인다. 높은 에너지, 자극 추구성과도 관련이 있다. 야외 활동을 좋아하고 위험한 스포츠에 끌리는 경향과도 관련이 있다.

 

4. 친화성 : 갈등을 싫어하고 사람들과의 조화로운 관계 유지를 중시하는 특성이다. 따뜻하고 친절하고 상냥한 모습들과 관련이 있다.

 

5. 신경성 : 부정적 정서성으로 쉽게 기분이 나빠지고 예민한 특성이다. 위험 지각과 관련이 있고 걱정과 스트레스가 많아서 행복 및 건강과 부정적인 관련성을 보인다.

 

 

 

 

외향성의 수치가 높은 사람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열정적이지만, 그 수치가 낮은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조용하다. 신경성의 수치가 높은 사람은 스트레스를 잘 받고 걱정을 많이 하는데 비해 낮은 사람은 감정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다. 성실성이 높은 사람은 체계적이며 자발적이지만 낮은 사람은 충동적이고 부주의하다. 친화성이 높은 사람은 잘 믿고 감정이입을 잘하지만 낮은 사람은 비협조적이고 적대적이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창조적이고 독창적이지만 낮은 사람은 실용적이고 보수적인 특징을 보인다.

 

성격 5요인 이론은 인간 성격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 중 가장 포괄적이고 신뢰할 만하며 유용한 분석틀로 간주되고 있다. 앞으로는 기존의 4기질론을 다섯 가지 특성으로 접근하는 연구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4기질론에서는 기본적으로 외향성과 성실성을 기초로 네 가지 기질을 파악한다. 다혈질과 담즙질은 외향성의 수치가 높은데 비해 우울질과 점액질은 수치가 낮은 편이다. 그리고 성실성 측면에서 담즙질과 우울질의 수치는 높은 편이지만 다혈질과 점액질은 수치가 낮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외향성과 성실성이 모두 높은 사람은 담즙질로, 모두 낮은 사람은 점액질로 분류될 것이다. 외향성은 높지만 성실성이 낮으면 다혈질, 외향성이 낮지만 성실성이 높으면 우울질이다. 또 기존의 4기질론에서는 친화성이 높은 사람을 다혈질, 신경성이 높은 사람을 우울질로 보는 편이다. 창의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개방성은 다혈질과 담즙질에서 더 높다고 볼 수 있겠지만, 다른 기질에서도 얼마든지 관련될 수 있다.

 

성격 5요인 이론은 다섯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수백 가지에 이를 수 있다. 성격 특성별로 아주 단순화해서 상/중/하로 나누면 가능한 조합은 3의 5승으로 234가지, 아주 높음/약간 높음/약간 낮음/아주 낮음으로 나누면 4의 5승으로 1024가지나 된다. 그러나 개인의 성격에 더 정교하고 섬세하게 접근할 수 있으며, 과학적으로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서 신뢰성이 크다는 장점이 있다. 발도르프교육의 4기질론도 성격 5요인 이론을 바탕으로 좀 더 정교하게 연구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참고문헌

 

김훈태, <교사를 위한 인간학>, 교육공동체벗

대니얼 네틀, 김상우 옮김, <성격의 탄생>, 와이즈북

박진영, '너무 복잡한 인간, 너무 단순한 MBTI', <SKEPTIC Korea vol.23>

브라이언 리틀, 이창신 옮김, <성격이란 무엇인가>,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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