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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대화의 구조: 회복적 사법 절차의 "마법"과 잠재력을 설명하기 위한 하버마스의 담론이론 탐색 (2) 본문

회복적 정의+비폭력 대화

대화의 구조: 회복적 사법 절차의 "마법"과 잠재력을 설명하기 위한 하버마스의 담론이론 탐색 (2)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5. 1. 6. 15:04

I. 하버마스의 보편적 화용론과 의사소통 행위이론

 

이 시점에서 회복적 사법의 맥락에 대해 설명하자면, 회복적 사법에서 우리는 이해와 합의,* 조율된 행위(coordinated action) 등이 결여된 갈등의 입장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상기시키고자 한다. 사실 애초에 악행, 범죄,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합의와 조율된 행위가 모두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이해와 합의(, 평화롭게 풀어가는 최선의 방법에 대한 일반적인 약속) 그리고 조율된 행위, 다시 말해 행동의 재조정과 올바른 관계(또는 서로 관계를 맺는 올바른 방법)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 여기서 '합의(consensus)'란 개인 간에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련하여 행동을 지시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기본 규범과 사회적 규칙에 대한 일반적인 약속을 의미한다.

 

1. 언어의 역할과 기능

 

하버마스에 따르면, 인간은 언어를 통해 세상과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는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존재이다. 하버마스에게 언어는 단순한 단어와 문구 그 이상이다. 언어는 상징을 통해 의미를 전달할 뿐 아니라, 언어를 통해 우리는 타인과 연결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언어를 통해 관계를 맺고, 세계와 타인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 이해하게 되며, 행위를 조율할 수 있다. 따라서 하버마스의 이론은 언어가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무엇을 행하는가에 훨씬 더 관심이 있다.

 

무엇보다도 하버마스는 언어의 기능이 궁극적으로 이해하고 행위를 조율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하버마스는 우리가 갈등, 경쟁, 전략적 행위 등을 조장하는 데도 언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그에게 이것은 단순히 언어의 원래 목표인 이해하고 행위를 조율하는 것에서 파생된 것이다. 다시 말해, 두 사람 이상이 서로 대화할 때는 주로 서로의 이해를 조정하여 목표가 무엇이든 간에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행위를 일치시키거나 결속하기 위해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보면, 개인이 말을 할 때는 이해받기 위해 말한다. 사람들은 이해받지 않기 위해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말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때, 우리는 이해받기 위해 그렇게 한다. 일단 우리가 이해받고, 우리가 말하는 사람을 이해하면, 우리는 공유된 이해와 합의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합의에 도달하면, 우리는 그 공유된 이해와 일치하는 방식으로 행위할 수 있다. 하버마스가 이러한 공유된 이해와 합의 그리고 그에 따른 행위의 조율을 위해 사용하는 용어는 "상호주관성" 또는 "화자가 제기하는 타당성 주장에 대한 상호주관적 인식"이다.

 

하버마스의 보편적 화용론의 핵심이 공유된 이해와 합의에 도달하고 행위를 조율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담화를 사용하는지를 설명하는 의사소통 이론이라면, 이 초기 단계에서도 이것이 회복적 사법의 대화모임, 즉 생각, 감정, 경험을 표현하고 일어난 일과 행위의 결과를 이해하며 발생한 피해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에 대한 합의와 공식적 약속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진행되는 대화 절차를 설명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2. 세 가지 세계 개념*

 

* 하버마스에 따르면 화자와 청자는 세 가지 세계라는 기준 체계를 해석적 틀로 사용하여 공통의 상황 정의(definitions)를 도출한다.”

 

 

언어가 어떻게 공유된 이해와 행위의 조율을 낳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하버마스의 "세 가지 세계" 개념을 탐색해야 한다. 하버마스는 그의 저서인 의사소통 행위이론에서 저명한 심리학자 장 피아제의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가 개인으로서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피아제가 설명한 다양한 발달 단계를 거쳐 실재를 객관적, 주관적, 사회적 세계라는 세 가지 영역 또는 차원으로 구분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피아제에 따르면, 아동은 자신이 살고 있는 구체적인 물리적 세계와 자신의 생각, 감정, 욕망이라는 내면 세계 사이의 차이와 경계를 이해하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상과 자신을 다루면서 이 경계는 점점 더 명확해진다. 게다가 아동은 처음 두 영역과 공유된 사회 세계라는 세 번째 영역을 구분한다. 아동은 타인과 상호 작용하고, 타인이 물리적 세계와 상호 작용하는 것을 보면서 사회 세계에 대한 이러한 이해가 형성되고, 다시 그 경계가 강화된다.

 

아동은 이 세 가지 세계의 구분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관점에서 세계를 볼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의 내적 관점으로만 세계에 참여한다. , 자신을 보는 방식, 타인을 보는 방식, 물리적 세계를 보는 방식 등에서 자신의 눈을 통해서만 세계를 볼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계"는 다른 주관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것, , 타인의 관점이나 타인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타의 사회학자들은 이 관점을 "타자의 태도 취하기"로 표현했다. , 나는 타인의 눈을 통해 자신을 볼 수 있고(또 다른 나), 타자의 눈을 통해 타자를 볼 수 있으며, 타인의 눈을 통해 자신과 타자의 상호 작용을 볼 수 있고(3), 타인의 눈을 통해 물리적 세계를 볼 수 있다. 아동은 성장함에 따라 더욱 성찰적이 된다. 자신(또는 타자)의 관점을 취한 채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되돌아본다.

 

다양한 관점을 취하는 능력, "타자의 태도 취하기"는 회복적 절차 안에서 중요한 기제(mechanism)이다. 이는 서로 다른 당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그 사람에게 공감하고, 은유적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다시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과 연결된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고 그것이 어떤 느낌일지 이해할 수 있는 능력(상대방도 이런 감정을 느꼈거나 적어도 상황을 감안할 때 그런 감정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은 회복적 활동가들이 자주 말하는 이해의 일부이다. 참가자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만큼이나 자신의 생각, 감정, 행동을 되돌아볼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구분된 현실 또는 세 가지 세계를 인식하는 것은 하버마스에게 중요한데, 그는 우리가 관여하는 영역에 따라 언어를 조금씩 다르게 사용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언어가 무엇을 성취하는지 또는 언어가 무엇을 하는지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세계"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여 객관적 세계와 관련될 때, 언어의 역할은 존재하는 사실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 꽃은 초록색이다").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여 주관적 세계와 관련될 때, 언어의 역할은 우리의 내적 의도를 표현하는 것이다(: "나는 그 꽃을 좋아한다" 또는 "나는 지금 먹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여 사회적 세계와 관련될 때,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여 정당한 인간관계를 세우거나 적절한 행동의 기대치를 세운다(: "로라, 정말 고마워" 또는 "네가 한 일은 부적절했어, 브래드").*

 

* 사실 모든 발화 행위에는 발화, 외부 세계, 내면 세계, 공유된 사회 세계라는 세 가지 관계가 존재하며, 각 발화에는 세 가지의 타당성 주장이 모두 존재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각 발화 행위가 하나의 타당성 주장만을 주제화한다는 점에서 어떤 타당성 주장 또는 어떤 '세계'를 강조하느냐에 따라 발화의 기능이 달라진다.

 

또한 위에서 설명한 다양한 관점을 취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가 이런 방식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데에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사실, 의도, 적절한 행동의 기대치에 대해 이해하려면 대상을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화 상대방이 세 가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 이해와 조율된 행위에 이르기 위해서는 사실, 의도, 규범을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상대방이 사실, 의도, 규범을 어떻게 보는지 이해해야 한다. 이것을 이해해야만 서로의 입장을 일치시키고 행위를 조율할 수 있다.

 

이를 회복적 사법 절차로 다시 연관시켜 보면, 세 가지 세계에 해당하는 언어의 이러한 각 기능은 필수적이다. 첫째, 직접 관련된 각 당사자가 실제로 일어난 일을 사실 측면에서 논의하는 것이 대화모임에서 중요하다(객관적 세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질문). 둘째, 각 참가자가 자신의 내적 감정과 의도를 표현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 잘못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것과 관련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주관적 세계,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또는 "당시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기분이 들었는가?"와 같은 질문). 마지막으로, 모든 대화모임의 핵심은 발생한 잘못을 인정하고, 적절한 행동의 기대치를 확립하며, 정당한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다(공유된 사회적 세계, "그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또는 "누가 피해를 입었는가?"와 같은 질문). 이러한 모든 사항이 해결되면, 회복적 사법 절차의 더 큰 목표는 피해를 회복하고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올바른 관계를 세우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이해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각 참가자가 이 세 가지 세계를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볼 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의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앞으로 나아가거나 상황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에 대한 공유된 이해와 합의 또는 협약(agreement)*이 이루어질 수 있다.

 

* 많은 회복적 사법 절차에서는 대화모임이 끝날 때 최종 협약서(주로 서면 양식)를 작성하여 미래를 위해 합의된 행위 조건을 담는다. 이러한 조건은 일반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잘못에 대한 책임을 입증하기 위해 취할 행동에 대한 약속이지만, 향후 올바른 관계를 촉진하기 위해 참가자 모두의 약속도 포함될 수 있다. 여기서 협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개인 간 또는 사회적 관계와 관련하여 미래의 행위, 품행 또는 행동의 기대치에 대한 이러한 협약 또는 약속을 의미한다. 당사자들이 사건의 사실관계에 대해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다. 각 참가자는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또한 각 당사자가 가진 모든 가치와 태도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 서로에 대한 이해, 즉 다양한 이야기, 가치, 태도에 대한 이해는 회복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지만, 앞으로 나아갈 방법에 대한 협약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합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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