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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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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슈타이너

루돌프 슈타이너는 누구인가? (4)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9. 4. 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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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학(Anthroposophy)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인간'을 뜻하는 anthropos와 '지혜'를 뜻하는 sophia, 두 단어가 합쳐서 된 말이다. 신지학(Theosophy: sophia가 '신'을 뜻하는 theos와 합쳐져서 된 말)이 신의 지혜 혹은 신성한 지혜를 의미하듯이, 인지학은 문자 그대로 '인간의 지혜' 혹은 인간적인 지혜를 뜻한다.

 

생애의 마지막 해인 1925년에 쓴 <인지학의 주요 사고〉에서 슈타이너는 이렇게 적고 있다.

 

1. 인지학은 우리 안의 정신세계를 우주 안의 정신세계로 이끄는 인식의 길(인지적 통로)이다. 인지학은 마음과 감정의 요구로서 생겨난다. 인지학은 오직 이러한 내적 요구를 만족시키는 한에서 정당하다. 자신의 영혼이 찾아내라 재촉하는 것을 얻은 이들만이 인지학을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본성이나 우주에 관한 질문이 배고픔이나 목마름과 같은 삶의 기본적인 욕구라 느끼는 이들만이 인지학자가 될 수 있다.

 

2. 인지학은 정신적으로 얻어진 통찰을 전달한다. 그 이유는 단지 감각지각과 지적 활동에만 기반을 둔 과학과 일상이 종국에는 인생 행로상의 한계나 장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을 뛰어넘지 못하면 우리의 영혼은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과학과 일상이 우리를 이러한 장애로 이끌어간다 해서 거기 머물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영혼을 통해서, 감각에 갇힌 지식이 끝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정신세계로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기 때문이다.

 

3. 어떤 이들은 감각이 부여하는 한계가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의 한계를 결정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들이 어떻게 이런 한계를 자각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바로 이러한 자각 안에서 감각세계 너머로 진전할 수 있는 능력을 깨닫게 된다. 물고기는 물가로 헤엄쳐 간다. 물 밖에서 살 수 있는 물리적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이상은 갈 수 없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감각으로 지각할 수 있는 세상의 끝에 다다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 경계에 이르는 동안 감각의 제한을 받지 않는 요소들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영혼의 힘을 획득했음을 깨달을 수 있다.

 

4. 우리의 감정을 믿고 우리의 의지를 발달시킬 수 있으려면,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자연계의 위대함, 아름다움 혹은 지혜를 느낄 수 있지만, 이들은 우리 존재에 관한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주지 않는다. 우리의 존재는 죽음의 문을 통과하는 순간까지, 살아 있는 민감한 사람의 형태로 자연계의 물질과 에너지를 결합하고 있다. 죽고 나면 자연이 이 형태를 넘겨받는다. 그런데 자연만으로는 이 형태를 유지할 수 없으며, 다만 이를 흩뜨려놓을 수 있을 뿐이다. 위대하고 아름답고 지혜로 가득 찬 자연은 '인간의 형태가 어떻게 분해되는가'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형태가 어떻게 결합되는가'에 대해선 대답할 수 없다. 어떤 이론상의 반박을 늘어놓더라도, 잠들고 싶어 하지 않는 저 민감한 인간 영혼에게서 이 질문을 지울 수는 없다. 사실상 진정으로 깨어있는 모든 영혼에게 이 질문은 세계를 이해하는 정신적 방식에 대한 열망을 항상 살아 숨쉬게 한다.

 

5. 내적 평화를 위해, 우리는 정신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 우리가 유의해서 본다면, 우리는 생각하고 느끼고 하고자 하는 가운데서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과 느낌 그리고 의지가 우리의 자연적인 존재에만 의존하는 것처럼 여길 수 있다. 이들 생각과 느낌, 의지의 전개는 육체의 건강과 질병, 강화와 약화에 영향을 받는다. 또한 모든 수면은 그것들을 뭉개버린다. 일상의 경험은 우리의 정신적 경험이 우리의 물질적 존재에 많은 부분 의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것을 깨닫게 되면 평범한 인생길에서 우리가 쉽사리 정신에 대한 자각을 잃을 수 있다는 인식이 우리 안에 생겨난다. 그때에 처음으로 불안한 질문이 고개를 든다. 우리의 일상의 경험을 넘어서 우리의 참 자아를 분명하게 알려주는 자각이 있을 수 있을까? 인지학은 진정한 정신적 경험을 토대로 이 질문에 대답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인지학은 어떠한 견해나 믿음에도 의존하지 않고, 본질적으로는 육신의 체험 못지않게 확실한 정신의 체험에 기반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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