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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남성 권위’ 뚫은 한강, “한국의 폭력적 가부장제 문학으로 풀어내”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4. 10. 13. 11:39

‘남성 권위’ 뚫은 한강, “한국의 폭력적 가부장제 문학으로 풀어내”

 

김세원, 신미정, 신다인, 이하나 기자 

2024.10.11.

 

 

"백래시, 온갖 혐오로 넘실거리는 세계 속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들은 그동안 잊고 있던 가치를 환기시킨다."

10일(현지시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4)의 작품에 대해 김미정 문학평론가는 "한강 작가 작품들에 나오는 역사성에서 나오는 문제의식이 소중한 시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문학계는 이번 수상을 "한국 문단 내에서 전통적인 주류로 평가받지 못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성차별적 해석의 패러다임을 바꿔놨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문학이 무엇인지 암시"한 것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김 평론가는 "우리는 그동안 세계문학은 서구 엘리트 남성의 것이라고 내재화해왔다"며 "하지만 이번 한강 작가의 수상은 아시아 여성이라는 위치에서 나오는 발화, 그 문제의식과 목소리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문학이 무엇인지 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주류로 평가받지 못했던 한강 작가
"개인 경험 토로" 평가받은 여성 작가들

 

 

권명아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한강 작가에 대해 "한국 문단에서 전통적인 주류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리얼리즘적인 작가들, 대표적으로 황석영, 조정래와 같은 작가들이 역사적인 경험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서사를 갖고 있다면, 한강 작가나 이전에 박완서 작가와 같은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은 역사적·사회적인 구조를 보여주지 못하고, 개인의 경험을 토로하거나 증언하거나 기록하는 의미 정도가 있다는 평가를 오랫동안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거론돼 왔던 한국 작가들은 고은, 황석영 등 '남성' 작가였다.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결정되는 10월 둘째 주 목요일 밤에는 고은 작가의 집 앞에 취재진이 '뻗치기'를 하던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8년 2월 고은 작가에 대한 '미투' 이후 이전의 헤프닝은 자취를 감췄지만, 이후에도 한강이라는 두 글자는 노벨상 후보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권 교수는 "페미니즘 서사나 소수자 서사가 단지 미학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만이 아닌 것처럼 문학연구에서도 문학적이라는 규범과 미학적인 규범만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면서 "문학연구라는 기존의 테두리 안에서도 규명되기 어려운 영역이었기 때문에, 한강 작가가 부커상을 받았을 때도 '번역이 잘 돼서 선택을 받았다'라던가, '번역과 원문이 많이 다르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해외 특정 번역가들이 선호하는 작가들이 소개되는 등의 논의가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그런 것들이 어떠한 점에서는 타당하지만 한편으로는 왜 특정한 작품들이 해외에서 더 선호되는 것에 비해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지 못하는가를 물어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벨문학상은 소수자들의 집단적
항쟁의 역사에 부여하는 상이다"

 

 

권 교수는 노벨문학상은 "문학 작품에 주는 상이자, 소수자들의 집단적인 항쟁의 역사에 부여하는 상"이라고 전제하며 한국 사회의 식민주의와 차별주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그동안의 국가폭력, 민간인 학살, 중우정치에 의한 무수한 학살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또 지금 노벨상에 열광하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광주항쟁이 언제적 이야기인데 왜 그걸 우리 세금으로 보상해 줘야 하느냐', '위안부 피해자들 다 돈 받은 것 아니냐?'라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이어 "광주항쟁을 비롯해 무수한 학살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소수자들, 존엄을 일상적으로 파괴당하고 있는 소수자들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노벨상을 받아야만 '이게 무슨 일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 한국 사회의 식민주의와 차별주의를 잘 보여준다"고 짚었다.

한강 작가가 쓴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삼고 있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4·3과 그 역사적 상흔을 세 여성의 시각으로 그려냈다.

『채식주의자』 한국의 폭력적인
가부장적 세계 다룬 작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문학 평론가이자 작가 출신인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작품에서 한강 작가는 자신을 억압하는 것과 싸우는데 그 억압의 첫 번째가 가부장제였다"며 "(육류) 먹기를 강요하는 아버지와 남편의 세계로 대표된 한국의 폭력적인 가부장적 세계를 다뤘다"고 평가했다.

강 의원은 이어 "(작가들은) 폭력성과 억압에 대해서 늘 탐구하는데, 흥미로운 점은 그 폭력성과 억압이 한국에서는 가부장제와 독재정권의 역사, 군대, 정치와 같은 것들로 표현됐다"며 이를 '한국의 가부장제'와 '폭력으로 얼룩진 역사'라고 요약했다.

여성 관점에서 더 주목할 만한 한강 작가의 작품으로는 '눈 3부작'이라 불리는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을 꼽았다.

강 의원은 "특히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은 운동권 선배가 되돌아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여러 정서를 '흰'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냈다"며 "한강 작가의 작품세계가 이런 폭력적 세계를 흰 것으로 돌파하는 세계라 본다"고 말했다.

"독보적" "다양성 강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쾌거에 놀랍다면서도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국작가회의 첫 여성 이사장을 지낸 이경자 소설가는 한강 작가에 대해 "독보적"이라고 평가했다. "몇 년 전부터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한강 작가가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의 수상을 축하했다.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학의 위상이 다시 한번 제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이 작가는 "작품 주제가 분명하고, 주제를 따라 묘사하는 문체가 독보적"이라며 "이번 노벨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 문학계가 가지런히 정리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또 "한강 작가의 수상이 "정치, 사회, 경제에서 문학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미치는 파장도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작가의 수상 직후 해외 언론들도 앞다퉈 관련 기사를 쏟아내는 등 주목했다. 특히 노벨문학상 수상이 다양성 강화의 흐름과 닿아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AP통신은 백인·남성·서구 중심적이라고 비판받아온 노벨문학상에서 아시아인 여성인 한강이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중요한 성과라고 짚었다. 전체 노벨문학상 수상자 120명 가운데 아시아 여성은 한 작가가 최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최근 몇 년 동안 스웨덴 한림원은 여성 수상자, 유럽 및 북미 이외 지역 수상자가 적다는 비판에 직면한 후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도쿄대 명예교수 누마노 미쓰요시(沼野充義)의 말을 빌어 "한국인 최초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성으로서 첫 수상"이라며 "53세라는 젊은 나이에 나이 든 '남성 권위'를 뚫어낸 수상은 매우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19611

 

‘남성 권위’ 뚫은 한강, “한국의 폭력적 가부장제 문학으로 풀어내”

"백래시, 온갖 혐오로 넘실거리는 세계 속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들은 그동안 잊고 있던 가치를 환기시킨다." 10일(현지시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4)의 작품에 대해 김미정 문학평론

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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