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인간 기질의 비밀 - 루돌프 슈타이너 (1) 본문

인지학/발달론과 기질론

인간 기질의 비밀 - 루돌프 슈타이너 (1)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5. 4. 5. 13:16

인간 기질의 비밀 

Das Geheimnis der menschlichen Temperamente

 

1909 3 4, 베를린

 

 

루돌프 슈타이너

김훈태 옮김

 

 

인간의 가장 큰 수수께끼는 인간 자신이라는 말이 자주 강조되어 왔습니다. 궁극적으로 자연과학과 정신과학은 모두 이 수수께끼를 풀려고 노력합니다. 자연과학은 우리의 외적 존재를 지배하는 자연 법칙을 이해하기 위해, 정신과학은 우리 존재의 내적 본질과 운명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이 수수께끼를 풀고자 합니다. 인간의 가장 큰 수수께끼가 인간 자신이라는 말이 의심의 여지없이 사실이라면, 다른 한편으로 우리 각자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고 경험하는 것, 즉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자기 자신에게도 수수께끼라는 점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오늘 다루는 것은 존재의 보편적인 수수께끼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모든 만남에서 마주하는 수수께끼입니다. 이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가장 깊은 내면에서 서로 얼마나 무한히 다른가요! 오늘 강의의 주제인 기질이라는 단어만 들어 봐도 사람들 수만큼 수수께끼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질이라는 기본 유형 안에도 사람들 사이에는 엄청난 다양성이 존재합니다. 존재의 신비가 이러한 기질 유형들 안에서 그 자체로 발현되는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인격의 근본 색채인 기질은 실생활과 관련된 모든 고유성의 발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러한 기본적인 분위기를 감지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정신과학이 기질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을 말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기질에 대한 우리의 첫인상은 그것이 외부적이라는 것입니다. 기질은 내부에서 흘러나온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외부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드러납니다. 그러나 이것이 자연과학과 외적 관찰을 통해 인간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정신과학이 말하는 것을 들어야만 우리는 인간 성격의 독특한 색채를 이해하는 데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정신과학은 우선 인간이 유전의 일부라는 점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그는 부모와 조부모 등으로부터 물려받은 특성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을 자손에게 물려줍니다. 따라서 인간은 여러 세대에 걸친 연속된 세대의 일원으로서 어떤 특색들을 지니게 됩니다.

 

그러나 이 유산은 인간 본성의 한쪽 면만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여기에 정신세계에서 가져온 고유성이 결합됩니다. 이것은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의 조상이 줄 수 있는 것에 더해집니다. 이전 생에서 현재의 생으로, 존재에서 존재로 이어지는 무언가가 세대의 흐름과 연결됩니다. 인간은 조상으로부터 이것저것을 물려받았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간은 이전 생의 결실임에 틀림없습니다. 결코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을 수 없는 무언가가 그 존재의 핵심에서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어린 시절부터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재육화의 법칙, 즉 지상의 삶이 연속되는 법칙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보편적인 우주 법칙에서도 아주 특별한 경우입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해 보면 그렇게 불합리해 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기체인 광물, 예컨대 암석의 결정을 생각해 보십시오. 암석은 규칙적인 결정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의 결정이 파괴되면 다른 결정으로 전달될 수 있는 형태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새로운 결정은 이전 결정이 갖고 있던 형태를 이어받는 것이 아닙니다. 광물계에서 식물계로 넘어가면, 우리는 식물이 광물의 결정과는 다른 법칙에 의해 발달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식물은 이전의 다른 식물에 의해서만 생겨납니다. 이전 식물의 형태는 보존되고 전달됩니다.

 

동물계로 넘어가면 종의 진화가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19세기에 왜 진화의 발견을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여겼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동물은 한 존재가 다른 존재로부터 진화할 뿐 아니라 배아 단계에서 종의 진화적 발달의 초기 형태를 반복합니다. 동물의 경우에는 종 자체가 진화합니다.

 

인간에 와서는 종만 진화하는 게 아니라 개인도 진화합니다. 인간이 교육과 경험을 통해 일생 동안 얻은 것은 동물의 종이 진화를 통해 성취한 것과 마찬가지로 다음 생에도 보존됩니다. 앞으로 언젠가는 인간의 내적 본질을 이전 생으로 거슬러 올라가 조사하는 것이 상식이 될 것입니다. 인간은 거듭되는 이전 생의 산물로 밝혀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신조를 방해하는 견해는 유기체가 무기체로부터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이전 세기 학자들의 견해와 마찬가지로 극복되고 말 것입니다. 300년 전만 해도 학자들은 동물이 강의 진흙, 즉 무기물에서 진화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탈리아의 과학자 프란체스코 레디(Francesco Redi, 1626-1697) 생물은 다른 생물로부터만 발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 최초의 사람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공격을 받아 지오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 1548-1600)와 같은 운명을 겪을 뻔했습니다. 오늘날 인간을 화형에 처하는 것은 더 이상 유행이 아닙니다. 가령, 누군가 영적-정신적 존재는 이전의 영적-정신적 존재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새로운 진리를 가르치려고 든다면, 그는 분명히 화형에 처해지지는 않겠지만 얼간이로 무시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단 한 번만 살고,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결합하는 영속적 본질이란 없다고 믿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어리석음이 될 날이 올 것입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유래하여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아야 하는 존재가 어떻게 물리적 신체와 결합할 수 있을까요? 인간을 유전 사슬에 연결하는 신체적 특징을 어떻게 자신에게 입힐 수 있을까요? 인간이 재육화를 통해 자신의 일부를 형성하는 정신적-영적 흐름은 유전의 물리적 흐름과 어떻게 결합할까요? 대답은 두 가지 색이 섞이는 것처럼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흐름이 결합하면 각각 고유한 특성을 서로에게 전달합니다. 파란색과 노란색이 결합하여 초록색이 되는 것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인간의 두 가지 흐름이 결합하여, 일반적으로 기질이라고 알려진 것을 만들어냅니다. 내적 자아와 유전된 특성이 모두 그 안에 나타납니다. 기질은 인간을 조상의 혈통과 연결하는 요소와 이전 육화에서 가져온 요소 사이에 위치합니다. 기질은 영원한 것과 일시적인 것 사이에서 균형을 이룹니다. 그리고 이러한 균형은 인간의 본질적인 구성요소들이 매우 구체적인 방식으로 서로 관계 맺으며 이루어집니다.

 

 

 

(이어서)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