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크라코브 선생님의 <갈등의 원인과 해법>을 듣고 (3) 본문
구체적 욕구(필요)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욕구는 감정에 영향을 미치고, 감정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부정적 감정이 나오고 그것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데, 크게 세 가지 행동 양상으로 나타난다.
1) 완전히 마비된다. 말문도 막히고 아무것도 느끼지도 못하는 상태.
2) 회피한다. 두려움에 빠진다. 관계에서 해결책이 없는데 불안 쪽으로 가버리면 모른 척하고 피해버린다.
3) 공격적으로 나온다.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 찾아가서 조롱하고 비난하고 욕한다.
여기 세 개의 동심원이 있다. 가장 가운데에 있는 원은 안락하고 편안한 영역(I)이다. 두 번째 원은 도전의 영역이다.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감당할 수 있는 영역(II)이다. 예를 들어, 청년들이 숲에서 불법적으로 만나는 걸 봤을 때 어떻게 대할지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원은 우리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 감당불가의 영역(III)이다.
인간은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뇌신경에서 기계적이고 굉장히 유리한 어떤 장치를 획득했다. 세 영역은 인간이 진화하며 기본적으로 갖게 된 신경계의 대응체계이다. 그런데 세 번째 영역인 감당불가의 영역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부분이다. 1) 완전히 얼어붙는 것, 2) 도망가는 것, 3) 싸우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다. 우리 자신이 분명히 의식하고 공감하며 현존하는 것으로서 그 상황에 제대로 들어갈 수 있다.
이것은 직접 실천해볼 수 있다. 지난 2주 동안 안락한 영역(I), 감당할 수 있는 영역(II), 감당불가의 영역(III)에서 있었던 일을 써보라. 각각의 영역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
I. 예) 가족과 식사를 한 일
II. 예) 친구들에게 식사를 대접한 일
III. 예) 가스비가 오른 일
부정적인 세 가지 반응 형태에 대해 갈등연구자들은 이름을 붙였다. 얼어붙거나 도망가는 일은 차가운 갈등 상태이다. 냉전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처음으로 갔던 학교는 굉장히 컸는데 평화로웠다. 그런데 학교 교사들 간에는 수학 쪽과 예술 쪽 두 기둥의 갈등이 있었다. 안 싸우지만 뒤에서 뭔가가 이루어졌다. "그게 어때서? 내버려둬. 별일 없어." 이렇게 반응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러한 갈등은 여러분의 에너지를 좀먹고 병들게 한다. 부부간에도 차가운 갈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양쪽 다 병든다. 차가운 갈등이 주변에서 벌어질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거기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다. 분노가 폭발하고 모함하고 공격하는 것은 뜨거운 갈등이다. 오히려 해결하기가 차가운 갈등보다 더 쉽다. 차가운 갈등에는 에너지가 없는 반면 뜨거운 갈등은 열정이 있다.
갈등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나의 자기 통제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데 있다. 갈등 상황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사고, 감정, 행동이 평범한 상황의 경우와 다르다. 어떤 징후가 있는가 하면, 지각능력이 편협하고 사고가 무언가에 사로잡혀 있다. 사고의 유연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저 사람은 도대체가 말이 통하지가 않아!" 이렇게 되면 고착돼버린다. 감정도 자기 안에 정체된다. '난 상처받았어. 기분 나빠.' 내면에서 뱅글뱅글 돌 뿐이다. 빠져나가지 못한다. 행동-의지도 마찬가지다. '저 사람이 먼저 사과해야 해.' '난 가만히 있을 거고, 이걸 해결할 사람은 저 사람이야.' 이렇게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이것은 대단히 자기중심적인 모습이다. '나는 반응만 하겠어' 이렇게 마음먹으면 나서서 행동하지 않게 된다.
갈등 상황에서는 이러한 악순환이 벌어진다. "악마화된 지역" 아래쪽에는 그림자 또는 도플갱어가 생긴다. 뭘 하든 접점이 안 생기고 악순환이 발생한다. 무섭고 두려운 일인데 살다 보면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다. 악순환이 지속되면 아래로 추락해간 그림자/도플갱어가 정체성화된다. 30년 이상 활동한 갈등해소 전문가들도 저런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제3자가 필요하다. 자기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제3자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 말들은 상당히 긍정적인 것이다. 갈등은 우리를 돌아보게 만들고 갈등을 극복하는 동안 많은 걸 얻게 된다. 갈등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운다. 갈등은 무엇인가를 드러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조직 안에서 편안하게 일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도 틀리지 않고 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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