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탄생과 죽음 사이의 삶 (2) - 루돌프 슈타이너 본문

인지학/탄생과 죽음 사이의 삶

탄생과 죽음 사이의 삶 (2) - 루돌프 슈타이너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1. 5. 7. 14:15

이렇게 해서 이 과정은 당연히 의미심장한 신비의 영역, 하나의 조화로운 우주사건의 반영이 되는 것입니다. 헌데 인간들은 종종 이 과정을 인류의 가치를 폄훼하는 사건의 영역으로 떨어뜨려 놓기도 합니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점들이 더 있습니다. 몇 가지 지엽적인 사실들을 이야기하고 넘어가지요. 다시금 지구상에 발을 들여놓을 시점이 다가온 사람의 내부에서는 자기가 그 몸을 빌려 지구에 들어갈 부모에 대한 표상이 영혼의 차원에서 형성됩니다. 그가 여러 부모의 쌍 중에서 유독 어떤 쌍에게 맡겨지는 연유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말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의 카르마(Karma, 우리말로 해석하면 힌두교와 불교에서 말하는 갈마, 업, 업보 등으로 쓸 수 있으나 상용되는 의미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어 발음 그대로 표기한다 - 역자)와 관계되는 문제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내가 주지시키고자 하는 것은, 탄생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은 이미 지구상에 육체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형상을 가져온다는 점입니다. 이 경우 대부분은 어머니로부터 먼저 모습을 가져옵니다. 그러니까 탄생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은 유독 어머니를 내려다본다는 말이지요. 그 사람은 또 아버지로부터도 형상을 받는데―이것은 매우 중요한 현상이므로 꼭 주목해야 할 대목입니다― 이것은 어머니가 아버지의 형상을 자기 영혼 속에 이미 담고 있음으로 해서 이루어집니다. 요컨대 탄생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은 아버지의 형상을 보되, 어머니가 자기 영혼 속에 아버지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형상을 보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물론 근본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본질적으로 옳은 말입니다. 초감각적인 일들에 대해서 말할 때는 그것의 본질적인 형태의 특징을 통해 이야기하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지나치게 고정된 관념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한 가지 덧붙이겠습니다. 일례로 아버지 쪽의 정신적, 영혼적 유산이 특별한 역할을 맡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경우, 다시 말해서 곧 태어날 사람에게 아버지의 독특한 정신적, 영혼적 특성들이 특별히 전달되어야 하는 경우에는 아버지의 형상이 직접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의 형상이 직접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나타날 때는 그것과 비례해서 어머니의 형상은 약화되게 마련이지요.


지구상의 육체적 삶에서 그 다음 단계는 바로 임신과 탄생 사이의 삶입니다. 이 삶의 부분 또한 근본적으로 보면―우리는 이 단계를 태아 시기의 삶이라고 부릅니다만― 제일 처음 우리가 말한 그 사건 이전의 정신세계에서 일어나는 또 하나의 다른 과정의 반영입니다. 한 마디로 육체적 삶의 차원에서 탄생은 당연히 임신 뒤에 오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탄생이 반영하는 삶은 임신이 반영하는 태양과 지구의 협력과정보다 앞섭니다.

임신과 탄생 사이에서 인간이 보내는 삶의 과정은 지구상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런저런 관계들을 가지고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지구상의 힘과 법칙들을 가지고 이 단계의 삶을 설명하려고 하는 시도는 정말로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단계의 삶은 다름 아니라 탄생 이전 과정의 반영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러한 탄생 이전의 과정은 본질적으로 현세 이전의 달과 태양의 남아 있는 기운에서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태양과 달 사이에 일어나는 하나의 과정이며, 그렇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천상의 과정인 셈입니다.



이 단계에서 작용하는 힘들은 주로 태양과 달 사이에 작용하는 힘들입니다. 외적 학문도 태아로 존재하는 기간을 음력상의 달수로 계산하고, 이 기간을 이러한 음력 달로 10개월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이러한 측면으로 보건대 외적 학문도 내심 우리가 말하는 사실의 타당성을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는 셈이죠.

이런 사실에 착안한다면 우리는 다음의 측면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즉, 우리가 죽음과 새로운 탄생 사이에서 보내는 삶에서는 태양과 달로부터 영향을 받는데, 이 영향은 현실적으로 실재하는 것이고 그 이후에 보내게 되는 삶, 즉 임신에서 탄생까지의 삶에서는 바로 이 과정이 반영된다는 것, 이 점들을 기억해 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과정은 본질적으로 태양과 달이 이루어내는 과정입니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여기서 '반영'이라는 말을 썼는데, 당연히 이 말은 공간적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와는 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공간적 의미에서의 반영은 우리에게 대상과 이미지가 동시에 주어지지만, 이 경우에서는 문제의 실재하는 과정이 탄생 이전 시기로 옮겨지는 상황을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것이지요. 요컨대 반영의 대상이 되는 문제의 과정이 실제로 반영되는 것은 시간적으로 나중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이때의 투영상은 탄생 이전의 어떤 초감각적 과정에 대한 마야인 셈입니다.




(이어서)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