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교실 만들기 (7) - 행동 상의 실수에 대해 생각하기

행동 상의 실수에 대해 생각하기

 

벨린다 홉킨스

김훈태 옮김

 

 

교육자(또는 부모)들이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관점에서 (훈육이나 행동 교정으로) 이 문제를 프레임화할 때마다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거대 담론을 갖고 접근하게 된다. 대부분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이의 생각과 감정, 욕구와 시각, 동기와 가치 등 특정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들이다. 행동은 표면적인 현상일 뿐이고,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이유이다. (콘, 1996 : 69쪽)

 

다음 내용은 ‘갈등 전환’의 대표인 벨린다 홉킨스의 <회복적 교실>(옵티머스 출판사, 2011)에서 발췌한 것이다.

 

많은 아이가 학교에 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친구들을 사귀고 어울리기 위해서이다. 다시 말해, 그들에게는 관계가 동기부여의 요소이다. 그리고 이 영역에서 그들은 배울 것이 많고 실수도 많이 한다. 그들은 자신의 자아감을 유지하면서 친구를 사귀는 법, 선생님과 친구들을 존중하면서도 반대하거나 요구하는 법, 격한 감정을 표현하고 듣는 법,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경청하고 공감하는 법, 협상하는 법, 합의를 달성하는 법 등 관계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언어적 충돌에서 물리적 갈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이 영역에서의 실수는 종종 이러한 상황을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기술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수라기보다는 ‘비행(misbehaviour)’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교실에서 반사회적이거나 유해한 행동을 ‘과실’ 또는 ‘실수’로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유용한 방법이다. 옥스퍼드셔(Oxfordshire)에 위치한 복합 학습(complex learning)*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학교는 행동적 요구나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를 보여 준다. 이 학교의 교직원들은 7년 넘게 이러한 실수에 대해 회복적 대응을 해 왔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 (역주) 복합 조건 형성(complex conditioning)이라고도 하며, 소리와 불빛의 두 조건 자극을 적당한 무조건 자극과 동시에 제시하여 학습시키는 절차를 말한다. 일단 복합 학습이 이루어지고 나면 두 조건 자극 중 어느 하나만 제시했을 때 조건 반응의 양이 감소한다.

 

‘행동 상의 실수를 저지르는 것’ 또는 ‘뭔가 잘못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히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회복적 교실은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목표인 공간이 아니다. 엘리스와 토드(Ellis & Tod, 2009)는 학습 행동에 대한 연구에서 우리의 학생들이 시키는 대로 하기를 바라는 것과 자율적인 평생 학습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 사이에 불일치가 있음을 지적한다.

 

“기본적으로 말을 잘 듣도록 관리하는 동시에 학습과 관련하여 독립성, 모험, 번뜩이는 기지, 회복탄력성과 지속성 등과 같이 더 높은 원칙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한다면 여기에는 본질적인 모순이 있다.” (50쪽)

 

이것은 콘이 강하게 지적한 지점이다(1996).

 

우리가 학생들의 행동을 ‘관리’하고 우리가 말하는 대로 행동하고 노력하게 하면 할수록 스스로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는, 도덕적으로 세련된 사람이 되기란 어렵다. (62쪽)

 

아이들에게 말 잘 듣고,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고, 아무 대꾸 없이 지시를 받아들이게 하고, 자기 잘난 것만 쫓으며 남들은 다 무시하라고 가르친다면 우리의 삶이 더 쉬워질지도 모르겠다. 우리 중 일부는 이걸 두고 교실에서의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어른은 아이들이 자라서 스스로 생각하고, 동의가 안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주장을 굽히지 않고, 제시된 증거의 모순과 결함을 발견하며, 궁극적으로 자기가 배운 것에 책임을 지길 원한다. 콘은 이렇게 말한다(1996).

 

“교사는 규칙에 대해 아이들이 하는 변명과 주장을 기대하고 환영해야 한다. 왜냐하면 어떤 것이 이치에 맞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또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방법을 알아냄으로써 생각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76쪽)

 

우리 역시 아이들이 좋은 ‘팀 플레이어’가 되어 훌륭한 대인관계 기술을 개발하고 배려와 인정이 넘치는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 이러한 기술은 배우는 데 시간이 걸린다.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고 사회적으로 유익한 방법으로 그러한 것들을 할 수 있는지 알아낼 기회가 필요하다. 교실은 이러한 기술을 시도해 보고 실수하면 다시 시도하기 위한 공간이다.

 

“학생들이 단지 시키는 대로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윤리적인 사람이 되도록 돕는 유일한 방법은 도덕적 의미를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 자신과 서로를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67쪽)

 

따라서 그 다음으로, 회복적 교사를 위한 행동 상의 실수에 대한 개념 정의는 ‘한 사람(아이 또는 어른)이 스스로 동의한 방식대로 행동할 때 자기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욕구와 관련하여 부적절했음’을 뜻한다. 교실이나 교무실에서 ‘동의(agreement)’가 모두의 욕구에 따라 토론과 합의를 통해 진정으로 도달했다면, 이 ‘동의’를 준수하지 못한 것은 해결해야 할 일이다.

 

실수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고, 관계도 악화될 수 있다. 그렇지만 행동 상의 실수 역시 피드백이다. 그것은 한 사람이 당면한 일에서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지 또는 능력이 있는지, 아니면 얼마나 남을 염려하고 배려하며 존중하는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피드백일 수 있다.

 

이 피드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그냥 말하기보다 질문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고 상황을 올바르게 정리하는 법을 찾는 것이다. 사실 학교에는 이미 학업 상의 문제에 대한 대응과 효과적인 피드백을 어떻게 제공할지에 관한 방침까지 전문지식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행동 상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와 관련해 그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