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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회복적 정의의 전통적 개념 - 사무엘 그바이디 도 본문

회복적 정의+비폭력 대화/갈등전환매뉴얼 : 회복적 정의

회복적 정의의 전통적 개념 - 사무엘 그바이디 도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4. 2. 18. 18:19

회복적 정의의 전통적 개념

 

사무엘 그바이디 도(Samuel Gbaydee Doe)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옮김

 
 
서아프리카 요루바 지역의 한 공동체에는 공동체의 사회 규범을 어긴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가해자가 잡히면 이른 아침 시간에 보통 마을 한가운데 있는 팔라버 오두막(toguna)* 아래로 데려간다. 그리고 해질녘까지 오두막 아래에 머물도록 한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각자 밭에 가는 길에 들러 가해자와 마주한다. 사람들은 가해자의 행동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말하는 대신, 가해자가 긍정적으로 행동했던 구체적인 사례를 떠올리고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개인적 만족감을 표현한다. “그때 당신이 내 삶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에 대해 감사드리고 싶어요. 당신이 나를 위해 그렇게 해주었을 때 내가 느꼈던 기쁨과 만족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라고 마무리한다. 이 방법은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또 범죄가 저질러질 위험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대신 모든 사람에게 부여된 인격과 가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 토구나: 지붕이 낮아 서지 못하고 앉아 있게 만든 공공 건물로 마을 장로들이 공동체 문제를 논의하는 데 주로 사용했다.

 
이 공동체뿐 아니라 대부분의 전통적 공동체는 인간성, 개인, 공동체에 대한 근본적 가정이 있다. 이러한 가정은 정의에 대한 이해, 그리고 정의롭게 행동할 때 또는 불의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바로잡으려고 할 때 예상되는 결과에 대한 이해를 알려준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가정 중 몇 가지를 간략히 설명하겠다.
 
첫째,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전통적 공동체는 인간이 우주의 중심에 있으며, 우주가 아름다운 것처럼 인간도 본질적으로 선하고 아름답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인간성은 우주의 핵심이라고 믿어지는 공동체에서 시작해 우주에 의해 창조되고 강화되며 영감을 받는다. 많은 아프리카 전통 사회에서 공동체는 우주와 현실 세계의 조화 및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인간이 공동체의 균형과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이 모든 것에서 개인은 어디에 있을까? 아프리카 대부분의 전통 사회가 서구 현대 사회와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전통 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연장선에 있다. 개인은 공동체에 속해 있기 때문에 존재하고, 공동체는 개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살아남는다. 개인과 공동체 사이에는 친밀하고 상호 강화적인 관계가 존재한다. 개인의 평화와 건강이 공동체의 평화와 건강을 규정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이 공동체의 규칙을 위반하는 일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잘 설명해 준다. 모든 규칙 위반은 공동체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공동체 안의 각 개인은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그 개인이 도저히 구제할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될 때까지 대부분의 전통적 공동체의 교정 조치는 그 개인 및 그의 직계 가족과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우리의 이야기에서 그 개인은 해질 무렵이 되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고 후회하며 개인적 변화를 시도하기로 결심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자기 친족 중 연장자에게 가서 그러한 난처함을 야기한 것에 대해 용서를 구했을 것이다. 범죄에 따라 직계 가족은 염소나 소를 끌고 마을의 장로에게 가서 아들이나 딸을 위해 간청했다. 만약 범죄가 살인이나 간음이라면 이 동물은 개인과 공동체를 정화하기 위해 죽임을 당할 것이다. 고기는 모든 집에 나누어져 먹게 되는데, 이는 공동체가 그 개인을 용서하고 공동체 생활로 돌아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표시이다.
 
오늘날 공동체는 규모가 크고 이질적이다. 다양한 가치와 신념이 조화를 이루거나 위기 속에서 상호 작용하고 있다. 그 결과, 전통적인 정의 개념은 특히 서구 및 종교적 법학 제도를 통해 아프리카에 도입된 응보에 자리를 내주었다. 인류 문명의 자랑스러운 결과물이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사법 제도가 우리를 구할 수 있는 힘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 OJP 2008, Conciliation Quarterly, 211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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