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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회복적 생활교육(Restorative Discipline)”, 현장 적용 사례를 통한 확산 방안을 말한다 본문

회복적 정의+비폭력 대화

“회복적 생활교육(Restorative Discipline)”, 현장 적용 사례를 통한 확산 방안을 말한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7. 6. 8. 19:31

학교폭력과 생활지도의 새로운 대안

회복적 생활교육(Restorative Discipline)”,

현장 적용 사례를 통한 확산 방안을 말한다

 

좋은교사운동 교육실천위원장 박숙영

 

 

 

1. 들어가며 - 학교폭력, 교육적 관점을 회복하자

 

학교폭력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고 오랜 역사를 가진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최근 들어 그 정도가 훨씬 심해졌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특별히 지난 해 말부터 올 초까지 학교폭력 문제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이어진 것은 이제는 학교폭력의 문제가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 사회적으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온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었고, 이러한 여론에 밀려 교과부에서는 지난 2월 학교폭력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 대책이 시행된 지 9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학교폭력 문제는 전혀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교과부의 학교폭력종합대책으로 인한 혼란만 더 늘어난 상황이다. 왜 그럴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교과부의 학교폭력종합대책은 학교가 교육 기관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 학교를 사법 기관으로 보고 교사에게 경찰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폭력에 대해 법적인 대응이나 형사적 처벌의 관점에서 대응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교육기관으로서의 학교의 역할에 혼선을 가져오고 교육자로서의 교사의 역할에 대한 자괴감과 회의에 빠져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의 원인을 여러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관계의 단절에 있다. 가정에서 부모님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이웃과의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자란 아이들이 학교에서 성적에 의한 한 줄 세우기 분위기 속에서 교사와의 관계, 친구들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지 못하는 가운데서 여러 형태의 폭력들이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이들과의 관계, 교사들과의 단절된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물론 이러한 관계 회복의 노력이 성적에 의한 한 줄 세우기 방식의 학교 교육이나 가정에서의 관계 약화, 이웃의 상실 등의 원인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학급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갈등에서부터 시작해서 심각한 물리적 폭력에 이르기까지 이 상황에서 깨어진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방향으로 나갈 때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들이 조금씩 치유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도 이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여러 갈등 상황들에 대응하는 법을 배워나갈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학교가 사법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고, 교사는 경찰이 아닌 교육자라는 기본 정체성에도 부합하는 접근이다. 다만 지금까지 학교나 교사도 학교폭력을 포함한 여러 갈등 상황에서 교육기관으로서 교육자로서 대응하는 법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오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사법기관이나 경찰의 역할과 더불어 교육기관이자 교육자로서의 역할이 혼재되어 있었는데, 최근 학교폭력이 심각해지면서 사법기관과 경찰의 역할만 엄격하게 요구받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다가 학교폭력을 포함한 여러 갈등 상황에 대해 교육기관으로서 교육자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체계화되어있지 않다 보니 이 역할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기에 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교사가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은 이후 학교가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학교폭력을 포함한 여러 갈등의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교육기관으로서 학교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교육자로서 교사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길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학교는 갈 바를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이에 좋은교사운동에서는 학교폭력을 포함한 다양한 갈등 상황에 대한 교육적으로 문제를 풀어내고 관계를 회복하는 체계적인 철학과 방법에 대해 고민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철학과 방법을 회복적 생활교육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이 방법으로 교사 연수를 실시하고 학교 현장 가운데서 실천해왔다.

이 토론은 이러한 고민과 실천에 대한 중간 보고서 성격을 갖는다.

 

2. 학교폭력의 교육적 접근을 위해

 

. 학교폭력해결에 있어서 교육적 목표

- 평화로운 학교 공동체 형성

지금의 형사적, 사법적 접근은 대부분 학교폭력으로 발생한 분쟁을 종식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분쟁의 종식에 초점을 둔 사법적 해결방식은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근본적인 갈등을 다루지 못한다. 오히려 해결과정에서 두 당사자가 소외됨으로써 사건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발생하여 갈등이 심화된다. 행정적 분쟁 종식차원의 접근은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깨어진 관계성의 회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깨어진 관계를 미해결로 내버려 두게 되면, 두 당사자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되며 결과적으로 그들의 삶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교육기관으로서 학교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분쟁의 종식에 목적을 두기 보다는 당사자의 화해와 평화로운 학교학급 공동체의 회복이 최종 목적이 되어야 한다.

. 학교폭력의 원인에 대한 분석

- 관계성의 훼손

학교는 이미 교육기관으로서의 능력을 상실했다.”라는 비난과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폭력문제에 대한 다양한 원인분석들이 있겠지만, 오늘날 학교의 위기는 관계의 단절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관계성이 무너진 현장은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없으며, 안전하지 않은 공간에서는 경계와 분리의 분위기로 교육이나 배움이 불가능하다. 학교폭력 문제를 위해 깨어진 관계의 회복을 위한 노력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 학교폭력에 대한 해석

- 학교폭력이란 갈등에 대한 폭력적 대응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접근을 위해 우리는 학교폭력을 교과부가 발표한 것처럼 학교내외의 학생 간 발생한 ~ 행위로 표면적인 현상으로만 해석하기 보다는 근본적 해석이 필요다. 학교폭력문제는 갈등에 대한 폭력적 대응의 문제로 바라보고 갈등을 교육적으로 다루기 위한 노력으로부터 접근해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갈등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져야 한다.

. 갈등에 대한 해석

- 성장과 배움의 기회

갈등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일반적이다. 갈등이란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갈등을 드러내기 보다는 감추거나 억압하려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반대로 현실은 갈등이 억압될수록 사회는 더 위험에 처하게 된다. 갈등은 모든 인간의 상호작용에 있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갈등은 파괴적일 필요가 없으며, 그 대신 갈등은 긍정적 변화와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 교사의 역할

- 갈등을 드러내고 평화적으로 다루는 중재자로서의 역할

갈등이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배움과 성장의 교육적 기회라고 본다면,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교사가 수행해온 역할은 갈등 당사자 사이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해주는 마치 재판관 같은 역할 수행했다고 본다.

 

통제와 훈육

 

 

 

 

TO

징벌적

WITH

회복적

 

NOT

방임적

FOR

허용적

 

 

지원과 격려

 

[학교에서의 규율 형태 (Costello, Wachtel & Wachtel, 2009)]

 

교사는 갈등을 억압하기 보다는 숨겨진 갈등을 드러내고 평화적으로 다루는 과정에 책임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는 강력하게 통제적이거나 반대로 통제없이 지원과 격려에만 초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는 동등한 인간존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협력적 관계가 바람직하다. 이는 기존의 권위적인 지배체제 모델이 아닌, 상호존중적인 파트너십 체제의 모델을 의미한다. 지배체제 구조 속에서 학생들의 행동 변화 동기가 처벌과 보상, 죄책감과 의무감 등 이었다면, 파트너 체제 구조 속에서 학생은 자발적인 자신과 타인의 행복에 기여, 가치에 근거한 행동, 상호관계성 속에서 자기 정체성 확인, 타인의 차이와 다양성을 선물로 받기 등이 행동 변화에 대한 근본적 동기가 된다.

교사는 깨어진 관계를 평화적으로 연결해주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요청되며 이를 위해 교사는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라, 평화적 의사소통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접근을 위와 같이 규정했을 때, 이는 회복적 생활교육과 의미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구체적인 실천 모델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3. 응보적권위적 훈육 VS 회복적 생활교육

 

. 응보적 권위적 훈육의 한계

 

지금까지의 생활지도, 즉 훈육(Discipline)의 목적은 미국의 교육학자인 Alfie Kohn의 지적처럼 학생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교사의 말에 잘 순응하고 따르게 할 것인지에 집중되어 왔다. 그리고 이러한 훈육은 다음과 같은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 만약 교사가 학급을 통제하지 않으면, 아마도 무질서하게 될 것이다.

- 어린들은 어른들이 자신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 어린이들을 계속 바르게 행동하게 하려면, 어린이가 바르게 행동할 때 정적 강화를 주어야 한다.

- 도덕성 교육의 본질은 사람들의 충동을 통제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필요하다.

 

기존의 훈육은 잘못한 사람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하고, 이러한 응당한 댓가(고통)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정의가 이루어진다는 응보적 정의의 신념에 기반하고 있다. 응보적 정의는 인류의 오래된 신념이며, 현대사회 사법체제의 큰 틀이며 문화와 교육 전반에 깔려 있는 신념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은 결과적으로 학생들을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고 실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존재로 보기보다는 어른들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미성숙한 존재로 보고 있으며, 교육적으로는 권위적이고 응보적인 훈육문화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

권위적이고 응보적인 훈육 문화는 전통사회에서는 별 문제없이 적용되어 왔으나, 탈권위적이고 다양성과 자율성의 가치가 중요시 되는 현대사회에서는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패러다임이다. 이제는 훈육의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반성과 대안이 요구되는 때이다.

 

. 응보적 · 권위적 훈육의 맥락에서 나온 학교폭력근절 종합 대책

 

그러나 지난 2월에 교육과학부에서 발표한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은 권위적이고 응보적인 훈육이 깊이 반영되어 있다. 교과부의 발표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분석]

 

과제

과제 내용

세부 내용

직접 대책

학교장

교사의

역할

및 책임

강화

학교장의 역할 및 책무성 강화

학폭위 분기별 1회 정기 개회

학교폭력 은폐 시 징계 강화

담임교사의 역할 강화 및 생활지도 여건 조성

학폭위 조치사항 생활기록부 기재

전문상담교사 증원

복수담임제

교원양성임용연수 단계에서 생활지도 역량 강화

 

신고-조사체계

개선 및

가피해

학생에

대한

조치

강화

117 학교폭력신고센터 설치 및 조사 기능 강화

117학교폭력신고센터 17개소 설치

학교폭력 원스톱지원센터를 전국

126Wee센터와 186CYS-NET

에 설치

학교폭력 은폐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매년 학교폭력 전수 조사 실시

피해학생에 대한 우선적인 보호와 치유 지원

피해학생 전학권고삭제

피해학생 선치료지원 후처리시스템

마련

가해 학생에 대한 엄격한 조치 및 재활치료 지원

가해학생 출석정지 일수 제한을 없애

유급 가능케함

가해학생 재활프로그램 실시

일진 등 학교폭력 서클 엄정 대응

일진 경보제

또래활

동 등

예방

교육

확대

건전한 학교문화 형성을 위한 또래활동 지원

또래 상담 중재를 교과 과정과 연계

사소한 괴롭힘도 폭력임을 단계적으로 교육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학생, 학부모,

교사, 관리자용 매뉴얼 개발

학교폭력 예방 사이버 상담 지원

 

학부모

교육

확대

학부모의

책무성

강화

자녀 이해 지원을 위한 학부모 교육 및 교육 정보 제공 대폭 확대

학부모 온라인 교육 활성화

교사-학부모간 소통강화 및 학부모의 책무성 제고

학기별 1회 이상 학부모 면담

교육기부형 학부모 학교참여 활성화

 

근본대책

교육

전반에

걸친

인성교육

실천

바른 인성의 기초를 형성하는 3-5세 누리과정 완성

 

배움이 실천으로 연결되는 프로젝트형 인성교육 실시

국어, 도덕, 사회 교과에 인성 핵심

역량요소 강화

중학교 체육활동 대폭 확대

중학교 주당 체육 수업 시수 주당 4

시간으로 확대

스포츠 클럽 활성화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학생생활규칙을 통해 인성교육 실천

 

인성 관련 학생부 기재 강화 및 입학전형에 반영

 

생활지도 등 인성교육을 잘 하는 교원과 학교 우대

 

시도교육청 평가를 통해 책무성 확보

 

가정과

사회의

역할

강화

가정과 사회의 교육적 기능 회복

 

가정과 사회의 참여 확대를 위한 홍보 및 캠페인 추진

 

게임

인터넷

증독 등

유해

요인

대책

게임인터넷 중독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추진

게임 시작 후 2시간 경과 후 자동

종료되는 쿨링 오프제 도입

게임인터넷 중독 예방 교육 강화 및 치유 활동 확대

 

교과부가 발표한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은 많은 실천 정책을 내놓았지만, 실제로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처벌과 고통 부과의 방식에 집중되어 있음을 다음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1) 학교장과 교사의 역할 및 책임 강화

 

여기에서 설명하는 학교의 권한은 관계 맺고 소통시키는 권한이 아니라 가해 학생 즉시 출석 정지 조치”, “징계 사항을 학교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강제력으로서의 권한을 의미한다. 생활기록부는 상급 학교 진학 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학교폭력 징계조치에 대한 생활기록부 기재는 잘못한 학생의 대학 진학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게 된다. 또한 이 조치는 교과부가 발표한 대책 중에 가장 응보적인 방식으로, 잘못한 학생에 대한 낙인효과로 매우 비교육적 대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교사 대상으로 학교폭력예방 교육과 생활지도연수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 보면 학교폭력에 대한 개념과 법률적 조처에 대한 것이다. 또한 학교폭력에 대한 교사의 대응책으로, 평소 상담내용을 꼼꼼히 기록해두고 학교장에게 알리고 학폭위를 개최하도록 하는 것으로 전달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 연수를 들은 교사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학교폭력연수가 있었다. 강사는 교사들에게 학생 상담내용을 수첩에 무조건 많이 기록해 놓으라고 하더라. 학교폭력에 대한 책임을 면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았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학교폭력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요즈음, 나는 교사로서 무기력함과 회의를 느낀다.”

현재 교사에게 적절한 매뉴얼이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폭력을 은폐하면 징계조치한다는 조항은 교사로 하여금 거의 패닉상태에 빠지게 한다.

 

통제와 훈육

 

 

 

TO

징벌적

WITH

회복적

 

NOT

방임적

FOR

허용적

 

 

지원과 격려

 

 

위의 표를 통해 지금 학교현장 교사의 상황을 표현해 본다면, 거의 방임적 태도에 위치해 있다고 보여 진다. 교과부는 과거처럼 체벌과 같은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면서도, 학생들의 잘못에 온정적으로 대응하면 무책임이나 직무유기로 다루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에서 무력감과 자괴감에 빠지게 되고, 적절한 매뉴얼이 주어지지 못한 채 방임적 태도를 취하게 된다.

 

학교를 언제 그만 둘까 생각중이다. 빨리 결정해야 다른 직업을 찾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교직경력이 2년 된 동료가 학교를 그만 두고 공무원시험을 보고 공무원이 되었는데, 행정업무만 하니까 마음은 편하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만 두려면 빨리 결정해야 할 것 같다.

- 어느 신규교사의 말

2) 신고-조사체계 개선 및 가피해자 학생에 대한 조치 강화

 

폭력 신고 전화 117 24시간 운영, 1회 전국적인 폭력 전수 조사, 가해 학생의 엄정한 조치 및 보복 폭력의 징계 강화, 피해 학생 심리상담 그리고 가해학생 부모에게 구상권 행사등이 소개된다. 이 문장만 보면 학교가 아니라 경찰서 내부 문건 같고, 글귀가 교사의 역할에 대한 이미지가 아니라 경찰관 역할로 변신했다고 착각할 정도이다.

 

3) 또래 활동 등 예방교육 확대

 

건전한 또래 문화란 절친한 친구 맺기, 배려하기, 힘들 때 도와주기, 고운 말쓰기, 함께 놀기 등등의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항목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내용으로 있다. “학생들에게 사소한 괴롭힘도 폭력임을 체계적으로 교육, 모든 학생들에게 선별검사 실시하여 학교 폭력 징후 조기 발견 후 생활지도, 사이버 상담 활성화이다. 학생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학교폭력예방 교육 대부분의 내용은 교사의 그것과 비슷하여, 학교폭력 발생시 117신고하라는 것이 주요한 메시지이며, 학교폭력으로 인해 법률적인 엄정조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친구들의 행동에 대해 서로 용납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갖게 하기보다는 친구와 그 행동을 신고의 대상으로 보게 하는 비교육적 결과를 낳게 된다.

 

교과부의 이러한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현상은 나아지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응보적인 대책 -징계 조치를 생활기록부에 기록과 같은- 과 방식으로 인해 교육주체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교과부의 대책은 학교현장에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 집중되는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관계성 훼손이 심화되고, 피해자의 실질적인 회복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응보적권위적 훈육의 방식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 피해자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 실패

- 가해학생의 학급이나 학교로 다시 통합되지 못할 뿐 아니라, 사회에 복귀하는 것도 어렵게 만듦 (가해 학생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됨)

- 학교폭력사건 해결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소외되고 법률적으로만 이해되고 조치됨

- 낙인으로 인한 고통

- 피해소송으로 인해 많은 비용이 발생하지만, 고비용에 비해 낮은 효과

- 잘못에 대한 추상적인 이해로 인해 진심으로 반성하여 책임을 지는 행위를 기대하지 못함.

 

무엇보다 응보적권위적 훈육 방식의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관계를 단절시키고 권력의 사용을 미화(‘힘이 최고다’)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바라는 교육적 결과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 회복적 생활교육을 제안한다

 

1)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한마디로, 회복적 정의의 가치와 신념에 기초한 생활지도를 의미한다.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이해를 위해 회복적 정의의 개념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회복적 정의는 처벌 중심의 응보적 정의가 결과적으로 사회를 안전하거나 범죄률을 낮추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에 대한 도전으로 다시 등장하게 된 오래 된 신념이다. 회복적 정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워드 제어는 응보적 정의와 회복적 정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응보적 정의

범죄는 법 위반과 유죄로 정의되는 국가에 대한 침해다. 따라서 사법은 체계적 규칙에 의해 지도되는 범죄 가해자와 국가의 경쟁을 통해 비난을 결정하고 고통을 부과한다.

 

회복적 정의

범죄는 사람과 관계에 대한 침해다. 따라서 범죄는 잘못을 바로잡을 의무를 창출한다. 사법은 피해자, 가해자, 공동체가 잘못을 시정하고, 화해와 안전을 촉진하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응보적 정의와 회복적 정의의 질문은 다음과 같이 서로 다른 출발점에 있다.

 

 

응보적 정의와 회복적 정의의 세 가지 다른 질문

응보적 정의

회복적 정의

어떤 법을 위반했는가?

어떤 피해가 발생하였는가?

누가 범인인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어떤 처벌이 합당한가?

피해자의 요구는 무엇인가?

 

회복적 생활교육은, 회복적 정의가 응보적 정의의 대안으로 설명되는 것처럼 기존의 권위적이고 응보적인 생활지도에 대한 대안으로써의 개념이다.

 

 

2) 회복적 생활교육의 목적과 가치

 

) 회복적 생활교육의 목적

잘못한 것에 대한 반성과 잘못한 행동을 다시 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고 책임있는 행동을 하는 학생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관계를 훼손시키는 것을 잘못으로 보고 공동체 구성원이 피해 회복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개인과 공동체 모두가 성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회복적 생활교육의 과정

피해자의 삶의 정황과 맥락에 근거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피해의 회복을 추구하고

사건으로 인한 당사자뿐 아니라 이로 영향을 받는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해결과정에 참여하고

자발적 참여를 통해 당사자가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고 수행하는 과정을 거친다.

 

) 회복적 생활교육의 전제

교육관

- 교육에 비법이 있다면, 그것은 학생 존중에 있다.(랄프 왈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

- 교육의 목적은 현재의 모습보다 미래에 획득할 자신의 모습이 훨씬 사랑스럽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데 있다. (넬 나딩스 Nel Noddings)

- 아이들이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도록 준비시키는데 드는 시간비용을 기꺼이 지불해야 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

- 인간은 그 자체로 존엄한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 (개별 존재의 신성함)

- 모든 존재는 상호 연결되어 있다. (상호연계성)

교사의 역할

- 지배자 모델에서 파트너 모델로서의 역할

- 답을 주며 가르치기보다는 통찰과 경험의 나눔을 가능하게 하는 촉진시키는 자의 역할

- 갈등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자에서 관계를 회복시키는 평화적 중재자로서의 역할

- 교사 권한 강화의 의미는 학생을 징계하는 강제력 강화가 아닌, 공감과 평화의 소통능력 강화로써 이해한다.

- 공동체의 1/N로서의 역할로 학생의 영역을 대신하지 않으며, 학생의 공간과 영역을 존중한다.

배움의 방식

- 수단과 목적은 일관되어야 한다.

- 비폭력적 방식이며, 비폭력은 상대를 패퇴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적대자 안에 있는 선함의 가능성을 끌어와 선을 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WIN-WIN)

- 두려움과 강제를 통한 방식이 아닌, 적극적인 경청과 수용의 방식으로 자발적 동기를 이끈다.

- 관계적 배움의 방식이다.

모든 형태의 배움이 관계의 맥락에서 일어나고 배움은 한 학생이 안전을 느끼지 않는다면 발생하지 않는다

- 힘을 빼앗는 방식이 아닌, 힘을 주는 방식이다. (Empowerment)

갈등의 본질

- 갈등에 대해 회피하거나 공격하지 않고, 갈등을 환영하고 드러내어 성장과 배움의 기회로 삼는다.

- 갈등은 잠재된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하는 것을 통해 건설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다.

- 교육 현장에서 갈등은 대립과 분열의 위험요소가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규범을 익히고 책임을 배우며 서로가 협력하여 건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적 문제해결 역량을 기르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 갈등 자체는 파괴적이거나 부정적이지 않으며 동시에 긍정적인 것도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된다.

- 사회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관계의 단절과 사회적 손실 및 피해를 발생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 오기도 하고 반대로 사회발전을 이루는 변화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 회복적 생활교육의 원칙

관계가 공동체 형성의 중심이라는 점을 인식할 것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잘못된 행동과 피해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할 것.

단순히 규범을 어긴 부분이 아니라 피해가 발생한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

피해자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할 것

공동으로 참여하는 문제 해결방식을 활용할 것

변화와 성장이 가능하도록 힘을 실어 줄 것

책임감 키우기

 

회복적 생활교육은 잘못된 행동을 한 학생들이 개인과 학교 공동체에 끼친 피해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여 직접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회복적 생활교육의 목표는 단지 잘못된 행동에 연루되고 직접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게만 아니라, 더 넓은 차원의 교육공동체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3)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 모델

 

회복적 생활교육의 목표와 원칙은 분명히 이제까지의 처벌중심의 훈육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그러면 실질적으로 회복적 생활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실천모델들은 무엇인가?

좋은교사운동에서는 회복적 생활교육의 실천 모델로 가)교사의 평화적 의사소통 능력 강화를 위한 비폭력대화, ) 공동체의 갈등을 다루는 회복적 서클, ) 학교폭력발생시, 가해자-피해자 대화모임, )학생들의 평화감수성 교육과 또래조정훈련 프로그램을 제시하였다.

 

) 교사의 평화적 의사소통 능력 강화를 위한, ‘비폭력대화

 

11월에 교과부에서 발표한 2차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폭력의 피해유형중 심한 욕설이 33.9%이며, 이러한 언어폭력은 57%가 다른 유형의 학교폭력과 함께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으로 언어적 폭력이 갈등을 증폭시켜서 더 큰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으며, 모든 폭력은 언어폭력을 동반한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수단이다. 언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고,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읽는다. 이러한 소통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기본적인 소통의 도구가 폭력적 표현으로 오가면서 폭력적 관계를 맺어 가게 되는 것이다. 관계를 깨뜨리는 소통이 아니라, 관계를 회복하는 소통의 도구가 요구되는 시대이다. 관계를 회복하는 대화 방식으로는 비폭력대화 모델이 있다.

비폭력대화는 마샬 B. 로젠버그에 의해 고안되었으며, 그 목적은 적대감 없이, 서로의 인간성을 보는 차원에서 질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의 욕구와 상대의 욕구를 동등하게 존중하면서 양쪽이 다 만족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다.

비폭력대화는 서로 마음에서 주고 받는 대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요소에 유의하여 대화를 한다.

관찰(평가)

그 때 그 때의 상황을 관찰로 있는 그대로보기

느낌(생각)

그 상황에서 자신의 느낌을 자각하기

욕구(수단)

그 느낌 뒤에 있는 욕구를 발견하기

부탁(강요)

상대가 즐거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게 부탁하기

교사와 학생 간에는 존중과 신뢰의 관계가 중요하다. 이러한 관계가 깨어지면, 어떠한 배움도 일어나지 않는다.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교육의 실패를 의미하기도 하다. 교사는 학생을 대할 때, 도덕주의적 접근으로 죄책감이나 강압에 의한 접근이 아닌, 평화적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학생은 교사를 통해 삶의 방식을 배운다. 그러기에, 무엇보다 교사는 교육하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계를 세워가는 대화, 비폭력대화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 공동체의 자기 돌봄 프로세스, 도미닉 바터의 회복적 서클

 

교실에서 하루도 갈등이 없는 날이 없다. 아이들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서로 달라서 싸운다. 그리고 교사에게 달려온다. “선생님! ◯◯가 제 물건을 가져갔어요.”, “선생님! △△가 저를 때렸어요.” 사소한 것에서부터 좀 더 큰 문제까지, 교사는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마치 판사나 경찰이 된 듯이 판결을 내린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그러나 교사는 판결자로서가 아닌,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렇게 공동체내의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함으로써 공동체를 회복시킬 수 있는 실천 모델이 바로 도미닉 바터의 회복적 서클이다.

도미닉 바터는 범죄와 살인률이 높았던 브라질의 슬럼가에서 이 모델을 적용하였다. 결과적으로 그 지역의 범죄율은 떨어졌고, 회복적 서클은 그 지역에서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게 하는 안전장치로 작동하게 되었다.

회복적 서클의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 회복적 서클의 과정 ]

 

 

사전-서클 서클 사후-서클

* 갈등을 상징하는 행위 확인

* 상호 이해

* 참가자 복지 조사하기

* 갈등의 의미 이해하기

* 자기- 책임

* 새로운 행동들 축하하기

혹은 탐구하기

* 고지된 참여동의를 확인하기

* 동의된 행동

 

) 학교폭력 중재와 화해를 위한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

 

학교폭력신고가 되면,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거쳐서 가해자 처벌을 결정하게 된다. 이때 학폭위(학교폭력자치위원회 준말) 과정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화해와 조정을 위해 일명 피해자-가해자 대화 모임을 제안한다. 이 모델은 2010년부터 서울 가정법원에서 학교폭력사안의 고소고발 건에 대해서 적용되어 온 모델이다.

이 모델은 KOPI(한국평화훈련교육원)의 이재영 원장이 한국에 회복적 정의를 소개하고 실천해왔던 것이기도 하다. 이재영 원장의 글을 인용하여 피해자-가해자 대회모임의 모델을 소개하겠다.

 

일선 학교에서 혹시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외부의 전문 조정자에게 의뢰하여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 또는 [갈등당사자 대화모임]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학교가 할 수 있는 조치는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많은 경우 당사자들에 의한 고소고발로 이어지고 학교범위를 벗어나 사법기관을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당사자는 물론이고 양측 가족, 학교 등 많은 사람들이 원치 않는 대결과 갈등의 구조를 갖게 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당사자 간의 직접문제해결을 돕기 위한 전문조정자를 통한 당사자 간 대화모임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학교의 문제가 사법기관에 고소 고발되기 이전에 학교단계나 지역교육청 단계에서 개인 간 학교 간 비밀이 보장되는 대화모임으로 의뢰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제는 교육계가 전문조정기관과 협력하여 학교폭력 대응모델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당장 실현가능한 옵션은 기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기능을 살려 어떤 처벌을 결정하기보다 위원회가 조정기관으로 사건을 의뢰하고 당사자들이 만들어낸 결과에 따라 문제해결이 시도되도록 돕고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강화한다면, 학교폭력이 개인 간의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불행한 현실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처벌은 그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은 후에도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학교 내외부의 전문 조정자들이 문제해결을 돕는 것은 학교의 문제를 세상에 공론화하여 학교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돕고 더 건강하게 당사자들을 만들어가기 위한 것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는 피해의 당사자들에게 공공의 적이 된다.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 모두, 학교폭력이 발생할 때까지 학교와 교사는 무엇을 했냐며 책임을 묻는다. 이럴 경우, 학교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중립적인 위치로 신뢰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의 조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현재 조정 전문가 또는 중재 전문가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사회가 다양화 되면서 갈등도 이전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에 따라 중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이 요청되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한 교육과 도움을 주는 단체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KOPI와 한국NVC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과 훈련들이 있다.

 

) 평화감수성 교육과 또래조정자 모델

 

많은 경우, 학생들에게 공감 능력을 키워주면, 용서의 마음이 향상되고 옳은 선택을 하게 된다. 비폭력대화 기법이나 도미닉 바터의 회복적 서클의 핵심 코드는 공감이다. 나를 공감하고, 상대를 공감하는 순간, 갈등의 전환이 일어난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적 이미지가 사라지고, 연민의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 볼 수 있게 된다. 학생들에게 공감능력과 같은 평화감수성을 향상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갈등 상황 앞에서 학생들이 공격하거나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갈등을 대면하고 문제를 건강하게 다룰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것이 갈등 대처 능력이고, 문제 해결능력이다.

교과부의 학교폭력대책 안에는 모든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예방 교육을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예방 교육의 학교 현장 실태를 보면, 형식적인 교육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방송을 통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럴 경우, 학생들은 화면에 집중하지 않고 각자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떠들면서 시간을 보낸다. 교사는 그 시간에 밀린 업무를 하기 일쑤이다. 또한 학교폭력예방 교육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학교폭력의 정의와 폭력의 종류, 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 학교폭력 발생 이후 법적 절차 과정 등등으로 짜여져 있다. 학생들이 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제로 학교폭력예방 교육은 주로 폭력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폭력에 대한 학습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이제는 평화를 교육해야 할 때이다. 평화가 의미하는 것과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실천 방법과 훈련이 필요하다. 폭력을 대치할 만한 다른 삶의 대안이 있다는 것과 그것을 훈련하여 일상의 삶 속에서 실제로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평화적 삶을 살 수 있는 힘을 길러 주어야 한다.

학생 간에 발생한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또래 조정자 훈련은 매우 훌륭한 리더십 교육이다. 사회가 발전 할수록 더욱 다양화 되고 있다. 다양화 되고 있는 만큼 또한 갈등의 양상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래 사회의 지도자는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양한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도 학생들이 다른 사람의 갈등을 조정하는 훈련은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방관자의 태도를 갖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와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방관자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갈등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고, 본 적도 없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자신의 안전을 위해 공격하거나 침묵하는 것뿐이었다. 방관자가 되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설교하기 보다는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러한 학생 교육 프로그램은 책임감, 존중, 신뢰, 우정 나아가 자신과 타인, 환경에 대한 배려 등과 같은 핵심 가치를 교육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위의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 모델을 갈등의 수위별로 접근 단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갈등의 수위

 

 

가해자-피해자 화해모임

 

회복적 서클

 

 

비폭력대화

 

평화감수성 교육 & 또래조정

 

 

 

학생 단계

학교 단계

교사(담임) 단계

외부자원의 도움 단계

학교단계

실천 모델별 갈등에 대한 평화적 접근의 단계

 

 

4. 덕양중학교의 회복적 생활교육 도전기

 

교사로서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접근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교사는 교육적 접근을 위해 학교폭력에 대해 현상적이고 표면적인 이해에서 벗어나 더 넓게 학교폭력을 갈등의 폭력적 대응으로 보고,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갈등을 억압하기 보다는 좀 더 잘 볼 수 있도록 드러내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 대한 책임이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 실험은 일산의 혁신학교인 덕양중학교에서 지난 9개월 동안 진행되어 왔다. 짧은 시간의 실험을 통해 어떤 효과성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그래서 9개월 동안의 과정과 변화를 스케치하는 방식으로 보고하려 한다. 덕양중학교에서의 실험은 제시한 회복적 실천 모델 중에서 회복적 서클진행과정에 대한 보고를 중심으로 이루어 질 것이며, 회복적 서클의 진행을 통해 회복적 생활교육의 가치와 목적이 어떤 모습으로 표현되고 이루어지는지 살펴볼 것이다.

또한 덕양중학교에서의 실험 뿐만 아니라, 좋은교사운동의 회복적 생활교육 워크숍을 이수하고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는 교사들의 사례를 함께 살펴봄으로써 회복적 생활교육의 과제에 대해 성찰해보도록 하겠다.

 

.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공동체의 동의

회복적 생활교육은 갈등을 개인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갈등은 당사자뿐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갈등 해결과정에 공동체가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기 때문에 덕양중학교에서의 실험을 위한 첫 번째 과제는, 덕양중학교 구성원들에게 회복적 생활교육의 의도와 목적을 알려주고, 회복적 실천에 대한 공동체의 동의를 구하는 일이었다. 학기를 시작하기 전 12월부터 덕양중학교의 교사(이병주, 김영식)와 공동체 동의 과정과 일정에 대해 논의하였고, 3월부터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동의과정을 진행하였다.

시 기

내 용

진 행 자

38

교사 대상 회복적 생활교육 연수와 동의

- 동의 내용

1) 갈등 발생시, 회복적 서클 개최

2) 학교폭력 발생시, 가해자 피해자 화해모임 개최

서정기 (한국평

화교육훈련원)

박숙영 (좋은교

사운동)

320

학부모 총회 때 설명 및 동의

덕양중 교사

3월 넷째 주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의원으로 서정기 선생님 위촉

덕양중

329

덕양 아고라에 참석하여 회복적 서클 홍보

회복적 서클 진행자

(김점란, 신호승)

3월 내내

학급별, 담임교사를 통해 학생에게 설명 및 동의

덕양중 담임교사

학기 중

회복적 서클 홍보물 학급별 게시

쉬는 시간 마다 학급에 들어가 홍보 (3)

회복적 서클 초대책갈피 제작, 분배 (2학기)

회복적 서클 진행자

 

. 덕양중학교 교사 대상의 비폭력대화회복적 서클연수

교사대상 비폭력대화 연수가 2월부터 전문화 연수의 날에 비폭력대화회복적 서클에 대한 연수가 진행되었다.

시 기

내 용

진 행 자

2~8

매주 목요일, 8회차 24시간.

이윤정(비폭력대화 강사)

926

회복적 서클 연수 (3시간)

김점란, 박숙영 (회복적 서클 진행자)

 

 

. 학생 대상의 평화감수성 교육과 또래조정 훈련

학년 초 3월에 학생들 대상으로 평화감수성 교육을 진행하였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교폭력예방교육이 실시되는데, 그 내용은 학교폭력의 개념과 종류, 법적 처벌 과정으로 주로 폭력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덕양중학생들은 평화에 초점을 둔 평화감수성교육을 실시하였다. 또한 방송을 통한 교육이나 강당에 전교생이 모여 진행하는 강의식이 아닌, 학급별로 비폭력대화 전문 외부 강사가 들어가서 역동적인 활동과 경험을 통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시 기

내 용

진 행 자

35~7

전교생 대상 평화감수성 교육실시

: 비폭력대화를 중심 내용으로

: 학급당 4시간 실시

: 경험과 활동 중심의 배움 방식

고연선(비폭력대화 강사)

김숙희(비폭력대화 강사)

1학기

솔리언 또래상담

: 기타 방과 후 활동으로 진행, 12명 참여

: 매주 목요일 방과 후 (20회차)

박윤아(덕양중 상담 교사)

2학기

또래 조정 훈련

: 기타 방과 후 활동으로 진행, 12명 참여

: 매주 수요일 방과 후에 진행 ( 20회차)

박윤아(덕양중 상담 교사)

학기 중

도덕교과 시간에 비폭력대화 수업 진행

김정아(덕양중 도덕과교사)

4시간의 평화감수성 수업으로 학생들의 평화감수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덕양중학교는 또래조정 동아리 활동과 도덕교과시간을 통해 지속적으로 평화감수성과 관련한 자극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평화감수성 교육은 교사들의 모델을 통한 잠재적 교육이 가장 영향력이 클 것이다. 그런 점에서 덕양중 학생들은 교과시간과 동아리뿐 아니라 교사모델을 통해서도 자극받게 되는 환경에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 회복적 서클 개최

 

1) 회복적 서클 진행 사례

덕양중학교에서의 회복적 실험은 회복적 서클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덕양중학교의 변화는 단순히 회복적 서클이라는 하나의 모델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덕양중학교의 다양한 교육적 노력(덕양 아고라, 교장선생님의 학부모 교육, 교사들의 수업 혁신과 비폭력대화 사용, 위클래스의 적극적 상담, 덕양의 교사3무운동과 교사3아이운동....)이 학교를 학교폭력으로부터 안전하고 공동체를 회복적으로 세우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미 덕양중학교는 혁신학교로서 의미있는 성과를 보이고 있는 학교이다. 하지만, 갈등이 발생했을 때, 갈등에 대한 접근은 여전히 응보적 접근의 요소가 많았다고 할 수 있다. 발생하는 소소한 갈등에 대해 회복적 서클을 통해 갈등을 풀어가는 시도는 덕양중학교에서도 매우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래서 덕양중의 회복적 실험은 매주 개최되는 회복적 서클과 그로 인한 변화에 초점을 두고 진술하고자 한다. 덕양중학교에서의 회복적 서클은 한국회복적서클모임의 진행자들이 매주 1회씩 방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1학기에는 금요일, 2학기에는 목요일 마다 학교를 방문하였고, 사안이 접수가 되면 회복적 서클이 개최되었다.

회복적 서클의 진행 사례는 다음과 같다.

연번

서클 초대자

갈등의 형태

사례

1

2

 

남학생2

학부모3

학생부장

보건교사

괴롭힘

싸움

AB의 성기를 발로 차는 행위를 한 일로 인해 그동안 참아왔던 B의 분노가 폭발하였다. AB는 초6때부터 소소한 일로 갈등이 반복되어왔다. B는 이번 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에 비해 A는 장난수준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대화모임을 통해 B는 그 동안의 고통과 수치심, 그리고 그에 비해 상대는 장난수준으로 여기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A의 어머니는 B의 고통에 대해 사과 했고, 두 아이들이 싸우다가도 함께 축구하는 모습을 보고 둘 사이의 일이 심각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에 대해 상대방이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참지 말고 표현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2

2

 

여학생 2

교우관계

비난

오해

A의 가방에서 B를 비난하는 쪽지가 발견되었고 그로 인해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되었다. A는 쪽지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어 하고 B는 그 일로 절교를 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주변 친구들은 B가 친구를 용서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B는 잘못한 A가 아닌 자신이 비난받고 있는 사실에 대해 억울하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에 대해 화가 난다고 했다. BA와의 친밀한 관계 회복을 원한다고 했고 쪽지의 내용과 다른 자신의 진실을 전했다. B는 신뢰가 중요하며, 문제 해결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개입이 아닌 당사자 간의 해결을 원한다고 했다.

3

1

 

여학생 4

남학생 1

교우관계

오해

A가 수업 후 교실 책상에 팔을 베고 누워있는데, B가 팔꿈치로 A의 등을 툭툭 친 일로 인해 A는 자신을 무시하고 함부로 한다고 화가 나서 울었다. A는 친구 간에 관계가 소원해져서 왕따 당할까봐 두렵다고 했다. BA의 등을 팔꿈치로 친 것은 수업시간이 다가와서 깨우려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B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A가 울게 된 것에 대해 사과하였다. A가 울게 된 것은 B의 행동이 근본 원인이 아니며, 사실은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생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 존중의 마음이 전달될 수 있도록 팔꿈치로 치는 행동보다는 말로 표현하기로 했다. 서로의 불안한 마음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4

3

 

여학생 6

교우관계

비난

A가 몇 주째 학교 결석으로 인해 B가 걱정이 되어 A에게 전화를 했다. 학교에 오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오지 않았으며 이 일에 대해 A와 대화하기를 원한다. A는 한 주 후에 등교를 해서 대화모임을 진행했는데, 대화모임 중에 친구들 간의 다른 갈등이 드러났다. 서로 비난하며 급식을 혼자 먹게 된 상황에 대해 화가 나있었고, 서로에게 말하는 방식이나 대처하는 방식으로 인해 갈등이 있었다. 갈등이 있으면 서로 말하지 않거나 공격적인 말을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회복적 대화모임과 같은 방식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갖기로 계획을 했다.

5

2

 

여학생 4

소문

교우관계

오해

A○○을 좋아했던 사실을 B가 다른 그룹의 아이들에게 말했는지 불안했고, ○○옆에 앉아서 웃으면서 얘기하던 B에게 화가 나 있었다. AB가 늘 변명만 하고 자신의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다닌다고 생각하고 있다. CB가 자신을 볼 때 째려보는데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 B는 자신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과 자신의 말을 변명이라고 생각하고 잘 듣지 않는 것에 대해 답답하다고 했다. B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멀어져서 외롭고 불안할 때, 다른 그룹의 친구들이 와서 잘 해주면서 A의 이야기를 물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말해 주었는데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 일로 인해 A는 상처를 받고 또 다른 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A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제안을 받았고, A에 대해 오해와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기로 했다.

6

2

 

여학생 2

소문

교우관계

AB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을 다른 친구들에게 말해서 B와 다른 친구의 사이가 불편해졌다. BA에게 왜 거짓말을 했는지 알고 싶어 했고, BA가 자신을 대할 때 다른 친구와 다르게 대하는 것에 대해 화가 나있었다. A가 사실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친구들에게 말한 것에 대해 사과를 했고, BA간의 친밀한 관계를 위해 간식을 똑같이 나누어 먹고, 질문에 대해 친절하게 답해주는 것에 대해 계획을 했다. 사실이 잘못 전달되어서 또 다른 친구와의 갈등을 겪고 있는데 A가 직접 사실을 알려주기로 했다.

7

2

 

남학생 1

여학생 1

소문

이성문제

비난

AB의 친구인 C를 좋아해서 고백하면서, “내 고백을 받아주지 않으면 B를 어떻게 할지 몰라. 가만 안 둬라고 말했다. BA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 적이 있는데, AC가 자신의 고백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B가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화가 났다고 했다. B는 그 말을 듣고 무섭기도 하고 마음이 상했다고 했다. BA에게 한때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사람인데, 그 마음을 이해하거나 배려해주는 마음이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A는 주변의 남자친구들이 B에 대해 비난하는 것을 듣고 더욱 B를 나쁘게 생각했다고 했다. 그리고 A는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고, 주변 다른 친구들의 말만 믿고 B를 비난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B는 누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무어라 할 수 없고 둘 사이가 잘 되기를 바라며, 단 자신의 힘든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8

2

 

남학생 2

여학생 2

담임교사

심한 욕설

소문

비난하는 분위기

학급의 학생들이 몇 그룹으로 나뉘어져서 서로를 비난하거나 비꼬는 행동들이 관찰되고, 학급내의 왕따 당하는 학생의 호소가 있어서 담임교사가 서클을 제안했다. 학생들 간에 점심급식시간에 줄을 서지 않고 먼저 밥을 먹는다거나,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데 욕을 하고 지나가는 일들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남학생과 여학생 그룹 간에 심한 욕설(창녀, 걸레, 엄창, 네 에미..)로 인해 관계가 깨어져 있는 상태에서 사소하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공격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갈등하고 있는 두 그룹 사이에서 한 여학생이 왕따를 당하고 있는데, 그 여학생은 갈등을 더욱 격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발견하게 되었다. 여학생 그룹은 왕따 문제로 오해와 비난을 받고 있어 억울하다고 했고, 급식시간에 줄서지 않고 먹게 된 정황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리고 남학생들의 심한 욕설로 인해서 불쾌하고 힘들었던 이야기도 오갔다.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이 한 여학생에 대해 지나치게 대하는 것을 보는 것이 불편했고, 이전처럼 사이좋고 평화롭게 지내는 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욕설하지 않기와 한 학생에 대해 여러 명이 동시에 심하게 대하는 행동을 하지 않기로 했으며, 작은 농담이나 장난에 대해 예민하게 대응하기 보다는 같이 웃어주고 맞장구도 쳐주는 긍정적 반응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학급 모든 아이들에게 말하고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하기로 했다.

9

1

 

한 학급

왕따

비난하는 분위기

폭력

소유물

괴롭힘

협박

수업 시간 중에 누군가 ○○에게 너 그것도 못해!”라는 말을 하자, 학급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너 그것도 못해!”라고 말을 따라하며 웃는 일들이 자주 일어남. 친구들을 놀리거나 비난하는 분위기가 많고, 담임교사의 지도 후에는 학급의 몇몇 힘이 센 학생들이 누가 내부 고발자냐고 하면서 위협하거나 욕하는 일들이 일어남. 유독 친구들에게 비난이나 놀림을 받는 학생이 3명 정도 있고, 학급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힘들어 하지만 도움을 요청하기를 두려워 함.

현재 사전 서클 진행 중.

덕양중학교에서의 회복적 서클은 11월 현재까지 9사례가 있었다. 그 외에 사전 서클 단계에서 마무리 된 사례가 3건이 있다.

 

 

2) 회복적 서클 이후

 

) 서클 경험 후, 학생들의 반응

- 갈등을 직면하는 용기 이후에 얻어진 결실.

 

회복적 서클의 본 서클을 마친 후에 참여했던 학생들에게 간단한 소감을 말하는 시간을 갖았다. 그들의 반응은 문장으로 표현한 경우도 있고, 간단하게 현재의 느낌만을 말하는 것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다음은 학생들의 반응을 정리한 것이다.

처음에는 걱정되었는데요. .. 잘 돼서 좋구요. 처음에 이런 방법으로 하는지 몰랐어요. 놀이로 하는 줄 알았어요. 크크. 개인적으로 더 하고 싶긴 한데.. ○○의 의견을 듣겠어요. 지금 마음은 홀가분해요.”

 

처음에는 하기 싫었고 거의 반강제적으로 시작해서 마음이 열리지도 않고 그랬는데 얘기해보니까 자연스럽게 풀리고 이해가 됐어요. 친하게, 예전처럼은 못해도 다른 애들처럼 인사도 하고 간단한 문자나 얘기 같은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사이가 된 것 같아요. 지금 마음은 뭔가 복잡하고 엄청난 일을 한 것 같아요.”

 

편안해졌어요. 역시 샘과 말하니까 도움이 되네요. 화해할 수 있어서 좋아요.”

 

마음이 좀 나아졌어요. 답답했었는데 속 시원해졌어요.”

 

원래는 굉장히 걱정되고 초조했는데, 좋은 것 같아요. 풀렸어요. 괜찮은 것 같아요.”

 

편안함”, “기쁜”, “속이 후련한”, “개운한, 그리고 이상한”, “신기한” “속이 후련한, 그리고 압박감이 느껴지는. 크크”, “아름다운 우정이 느껴지는.

 

솔직히 말하면 대화하자고 했을 때, 엄청 따져서 얘 네들이 미안하다고 하면 사과 받아주지 않으려고 했어요.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 이게 아닌데 했는데,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흐흐. 잘 된 것 같아 대게 좋아요.”

 

솔직히 말해서 여기서 웃을 줄 몰랐거든요. 짜증? 따진다? 솔직히 ○○이 우는 것 보고 지금까지 한 것도 모자라서 여기까지 와서 이러나 했는데. 잘 된 것 같아 좋구요. 얘들이 쉬는 시간에 제게 와서 남자애들이 욕하고 그런다 들었는데, 이제는 그런 얘기 안 들을 것 같아 쉬는 시간에 잘 수 있을 것 같구요. 크크. 잘 해결되었으니까. 솔직히 그런 생각(화해할 것이라는)은 아예 없었어요. 이러다 말겠지 했는데, 여기 와서 얘기하다보니까 잘 풀린 것 같고, 좋게 해결되어서 서로에게도 좋은 것 같아요.”

 

여기 와서, 완전 진짜, 안 좋은 것만 다 생각했었는데. 근데, 아 진짜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어쩌다 보니까 갑자기 이렇게 됐네요. 원래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상상을 못했는데. ○○랑 각오하고, 이번 건수로... 이렇게 되니까 당황스럽구. 그런데 이렇게 되니까 더 좋죠. 예전에 우리 반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되요. 희망이 보여요. 처음엔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이렇게 될 줄을 몰랐으니까 거의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전투대세로 왔는데 평화협정을 맺어버렸네요. 크크 기분이 좋아요.”

 

회복적 서클의 참여자들은 대부분 애초에 예상하지 않은 갈등의 전환에 신기해하고 새로워 한다. 참여자들은 갈등직면을 위해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고, 갈등 직면의 상황에서는 긴장과 경계적 태도를 취했었다. 그러나 서로가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방이 들어주고 반영하는 과정을 통해 소통, 이해, 공감이 일어났다. 결과적으로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해소되고 책임감 있는 사과가 이루어지며, 서로를 위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협력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상대를 패배시키고 자신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필요와 요구가 존중되고, 서로의 관계가 회복되는 것이다. 회복적 서클을 통해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용감하게 직면한 이후의 대가는 이렇게 신기하고’, ‘후련하고’, ‘기분 좋은것들이었다.

 

) 학급의 이야기

- 갈등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 아이들이 경험을 통해 배우고 실천하다.

 

회복적 서클을 경험해 본 인원은 총53(1학년 한 학급 21, 그 외 32)이었다. 한 학급 전체 서클(21)을 제외한다면 개별적 서클 참여자는 32명이다. 32명 중에 2학년 반과 관련된 사람은 15명이다. 회복적 서클 사례의 9건 중에 6건이 2학년 반에 해당된다. 2학년 반은 다른 반에 비해, 갈등이 발생했을 때 회복적 서클을 이용한 빈도수가 높다. 이러한 학급을 관찰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학급담임교사와 교과담임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질문 : 선생님이 보시기에 학급 분위기 달라진 것 같은가요?

담임 : 우리 반 아이들은 개성이 하나하나 다 강해요. 하나 하나보면 괜찮은 아이들인데... 아이들은 속에 있는 것을 참지 못해요. 문제가 생기면 바로 바로 해결하고 싶어하고. 그런데 갈등이 있을 때 서로 대화하는 것(회복적 서클)을 아이들이 자정적으로 쉽게 받아들이는 거예요. 누구누구가 해봐서 괜찮다고 하던데 선생님, 우리도 해보면 안돼요? 라고 하더라구요. 문제 생기면 누구랑 얘기하고 싶어요.” 하면서 애들을 서로를 대화에 초대하더라구요. 인원수도 같게. 어디서 배웠는지 그것을 알고 있더라구요. 친구들 사이에서 들었나... 1학기 때 회복적 서클을 해본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얘기를 들었나 생각했어요. 선생님이 빠진 상태에서 가운데 중재자가 있어요. 양쪽에 다 잘 지내고 싶은 아이가 중간에 중재자가 되어 하더라구요. 선생님들이 신경쓰지 않고 자기네들이 중재자가 되어 서로가 얘기해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거예요. 그걸 보고, 아이들한테 정말 회복적 서클이 교육되었으면 좋겠구나 생각했어요. 제대로 알고 아이들 스스로가 갈등이 있을 때 적용할 수 있게. 아이들이 이런 식으로 하면 서로 관계가 좋아질 거라는 것을 알더라구요. 저는 그 아이들이 수업보다 이런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속에 있는 게 해결되지 않으면 사실 안정이 안 되고, 학습도 안 되잖아요. 좋은 관계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되도록이면 이런 쪽(회복적 서클의 방식)으로 잘 알았으면 좋겠어요.

질문 : 왕따를 당하던 ○○는 요즘 어떤가요?

담임 : 그 아이가 오늘 쉬는 시간에 교무실로 찾아왔어요. △△가 와서 자기에게 말을 걸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 와서 농담도 하고 그런다는 거예요. 단계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아이들이 그 친구를 받아들이는 거 같아요.

-담임교사

 

반 아이들 중심으로 확실히 그건 생겼어요.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선생님에게 이른다든지 하는 쪽보다 자기들이 얘기를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해요. 자기들이 얘기를 해서 풀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확고히 잡힌 것 같아요. 오히려 문제가 된 것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는 당장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업시간일 경우에 그런 것(갈등을 풀기 위해 대화하는 것)을 잠시 참고 지연시키는 것들은 잘 안 되더라구요. 2학기 들어 수업시간을 상담시간으로 활용하겠다하는 애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교사회의 때 그 문제에 대해 얘기가 나왔어요. 수업시간에 상담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학교에서 허락은 했는데, 어느 선까지 허용할 것인지 의논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교과 담임 교사

 

2학년 반 학급을 관찰하면서 매우 흥미롭고 감사했던 것은, 갈등 해결을 위해 더 이상 교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아이들은 스스로 갈등해결의 주체자가 되기를 원했고, 그렇게 실천한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것을 지식적 학습을 통해 배우지 않았고, 회복적 서클의 경험을 통해서 배웠다.

또 하나 중요한 시사점은, 이제까지 갈등에 대해 회피하거나 공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평화적 갈등대처법을 배우고 실천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학교문화는 서로 비난하며, 매우 공격적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공격적인 말이나 행동은 폭력으로 부터 안전하고 싶고,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 하는 욕구에서 나온다. 아이들은 사회와 어른을 통해서 안전과 보호를 위해 갈등을 회피하거나 공격하는 방식 외에는 배운 경험이 없다. 그러나 아이들이 갈등에 대해 새로운 방식을 경험하고 나자 바로 자신의 삶에 적용하고 실천하기 시작한 것이다.

갈등에 직면했을 때, 공격하기를 선택하지 않고 중재와 협력을 선택하는 학급의 분위기는 점차 평화적이고 건강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그와 달리, 11월에 학급 전체가 회복적 서클을 열게 되었던 1학년의 학급은 갈등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한 채 누적되었다. 그로 인해 서로를 비난하는 문화가 정착이 되었다. 학급의 아이들은 모두가 행복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비난을 멈추지 못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 것이다.

갈등이 있을 때마다 갈등을 드러내고 해결해가는 경우와 갈등을 덮어두는 경우는 결과적으로 다룰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주혁이의 이야기

- 갈등을 성장과 배움의 기회로

 

주혁이는 덕양중학교에서 열린 첫 번째 회복적 서클의 참여자였다. 그 당시 주혁이는 다른 친구를 사소하게 괴롭힌 일로 인해 피해자와 그 부모님의 제안에 의해 열렸던 서클이었다. 하지만 주혁이는 본 서클에 나타나지 않아서 모두가 곤혹스러웠었다. 다행이 주혁이의 어머니가 피해자의 마음을 읽어주었고, 사과도 했다. 그 이후에 주혁이와 피해자 사이에는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이 반복되지는 않았다. 서클을 거부했었던 주혁은 2학기 개학 후, 첫날부터 상담실에서 회복적 서클 진행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찾아온 주혁은 그 후에 스스로 몇 번 더 서클을 제안했다. 이제까지 열린 9사례 중에 3건이 주혁이와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주혁이의 변화가 궁금해졌다. 주혁이의 이야기를 교과교사와 상담교사에게 들어보았다.

 

주혁이는 1학기 회복적 서클에 의뢰되었을 때는 아이들과의 갈등 때문에 의뢰되어서 선생님들은 그 아이를 힘든 아이 중에 하나로 알고 계셨잖아요. 상담실에 가끔 와서 그 아이와 얘기를 하는데, 선생님들이 말씀하셨던 다루기 힘든 그런 아이는 아닌 것 같더라구요.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했어요..- 중략 -

처음에는 그 아이가 프라이드가 세고 거칠 것이 없었잖아요. 자신감이 넘치고 그런 아이였죠. 타인을 돌보거나 돌아보거나 이런 마음이 별로 없었던 아이였던 것 같아요. 누구를 좋아하거나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자기가 뜻했던 대로 되지 않았던 부분, 그런 좌절을 겪는 과정도 있었고요.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마음이 순화되기도 하고, 남을 돌아보게 되고 처지가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는 계기가 되었지 않나 생각되요. 끝까지 쟁취하고자 했던 대로 자기 마음대로 다 되었다면, 아이가 계속 그런 상황이 되었을 텐데. 그런데 아이가 그런 좌절을 겪으면서 달라진 것 같아요. 사실은 어제 여학생 3명을 데리고 상담실에 왔어요. 그 애들과 얘기하고 싶다고. 그런데 그 여자애들은 주혁이가 평소에 말도 섞지 않았던 애들이에요. 어떻게 보면 조금 잘 나가는 자기들 쪽에서 보면 질이, 급이 떨어지는 애들이에요. 어째든 그런 아이들과 섞지도 않으려고 하는 아이였는데, 그런 아이들에게까지 자기 고민을 얘기하고 위로도 받고 조언도 듣고 싶어 하더라구요. 이렇게 낮아지는 자세나 마음가짐을 통해서 아이가 성장하고 성숙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오히려 다른 아이들과도 대화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 아이들이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면 고맙게 생각하고 또 그 아이들과 잘 지내는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갈등이나 좌절을 통해 성장되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위클래스 상담교사

 

주혁이가 좀 달라지기는 했어요. 지속적인 변화인지 일시적인 변화인지는 모르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조용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자리도 중심이었고 굉장히 얘 목소리가 많이 들렸었는데, 요즘에는 주혁이가 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아요. 그렇다고 안하는 것은 아니고, 모둠 활동을 할 때 주도적으로 하기는 하는데, 예전만큼 교실 전체에 영향력을 주도록 하지는 않아요. 주변 선생님들의 말씀으로는 주혁이가 화가 날 때는 자세가 안 됐었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세요. 저는 확실히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지지난 주에도 수업시간에 영재를 때리는 일이 있었어요.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계시는 데 그렇게 한 것은 좀 큰 일이어서. 어제 수업시간에는 모둠별로 무엇을 만드는 시간이었는데 주혁이가 엎드려 있었어요. “주혁아 왜 같이 안하니?” 했더니 애들이 선생님 주혁이 지금 견드리시면 안 되요. 주혁이 지금 폭발하기 직전이에요.” “주혁이가 힘든가보구나라고 했어요. 그런데 조금 있다 보니까 주혁이가 열심히 하더라구요. 분노가 폭발하는 상황에서 혼자 참고 회복하는 모습을 보기는 했는데 지속적인 것은 좀 더 봐야 할 것 같아요.

-교과 담임 교사

 

서클 진행자 : 여러분들이 다시 갈등이 생겼을 때, 또 다시 회복적 서클을 선택할 건가요? 그리고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회복적 서클을 추천해보고 싶은가요?

주혁 : 그래야죠. 크크.. 그때는.... 여기(회복적 진행자의 자리)에 딴 사람이 앉아야죠.

여기(주혁이와 친구들이 앉았던 자리)는 다른 싸운 아이들이 앉고, 여기(회복적 서클 진행자의 자리)에 이제 우리(주혁이와 친구들)가 앉아야죠.

서클 진행자들과 서클 참여 학생들 : (잠시 무슨 말인지 생각을 하다가 그 의미를 알고 모두 웃으며 환영의 박수를 쳤다.)

-사후 서클 때 주혁학생의 말

주혁이는 회복적 서클을 다른 학생들에 비해 여러 번 경험한 학생이다. 중학교 2학년생인 주혁이는 운동을 좋아하는 활동적인 성격이고 목소리도 다른 사람에 비해 크다. 감정적 반응도 즉각적이고, 좋고 싫은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주혁이는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힘들어 했다. 회복적 서클 진행자와 사전 대화모임을 할 때, 할 말이 없다거나 자신의 느낌이 어떤지 모르겠다는 말과 긴 침묵을 반복했었다. 본인 스스로 자신은 욱하는 성질이 있다고 평가했고, 그로인한 행동으로 학급 분위기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었다.(같은 반 친구들도 이 말에 동의를 했다.) 주혁이는 장난으로 인해 갈등이 잦았고, 2학기 때는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기면서 더욱 갈등적 상황에 있게 되었다. 주혁이는 자신의 문제를 회복적 서클에 와서 도움을 요청했고, 3번째 회복적 서클에서는 자신이 서클 진행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주혁이는 갈등 속에 있다. 사귀는 여자 친구의 마음을 모르겠다며 괴로운 얼굴 표정을 하고 다니고, 욱하는 성질로 인해 또다시 수업시간에 친구를 때리는 일이 생겼다. 하지만, 주혁이는 지금 성장 중이다. 화를 참아내기 위해 책상에 엎드려 감정을 다스리기도 하고, 별 볼일 없게 생각하여 취급하지 않았던 친구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며 조언을 구하고 있다. 그는 지금 갈등을 회피하거나 공격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괴로워하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를 선택하고 있다. 주혁이는 이러한 갈등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5. 기타 학교의 노력

 

좋은교사운동은 20117월부터 현재까지 회복적 생활교육 워크숍을 다음과 같이 진행하였다.

 

일 시

대 상

협력단체

1

2011.07.21~23

좋은교사운동 회원

KAC, 좋은교사

2

2011.09.29~10.20

좋은교사운동 회원

KAC, 비폭력평화물결

3

2011.12.03

좋은교사운동 회원

회복적 정의 네트워크

4

2012.01.04~06

좋은교사운동 회원

KAC, NVC, 좋은교사

5

2012.01.30~31

좋은교사운동 회원

비폭력평화물결, 좋은교사

6

2012.05.19~26

좋은교사운동 회원

KOPI, 좋은교사

7

2012.05.17~6.07

서울 성산중학교

NVC, 좋은교사

8

2012.06.11~15

서울 영서중학교

NVC, 좋은교사

9

2012.4.25~6.20

안산 이호중학교

KOPI, 좋은교사

10

2012.06.29~09.07

경기도 광주

곤지암고등학교

KOPI, 좋은교사

11

2012.09.14~15

광주 교직자선교회

KOPI, NVC, 좋은교사

12

2012.09.21~22

대구 TCF

KOPI, NVC, 좋은교사

13

2012.10.19~20

공주 Dream teachers

KOPI, NVC, 좋은교사

14

2012.10.22~30

인천 신흥중학교

KOPI, NVC, 좋은교사

15

2012.11.02~03

전주 GVF

KOPI, NVC, 좋은교사

16

2013. 01. 03~05(예정)

좋은교사운동 회원

및 비회원 교사

KOPI, NVC, 비폭력평화물결, 한국회복적 서클

 

좋은교사운동 주관의 워크숍은 NGO단체인 KOPI, NVC, 비폭력평화물결과 협력하며 진행을 하고 있다. 좋은교사운동은 평화운동 NGO단체로 구성된 회복적 정의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회복적 서클 외부 진행자가 협력하고 있는 덕양중학교의 모델과 달리, 대부분의 학교는 워크숍을 이수한 개인이나 몇 몇의 동료가 함께 실천하는 경우다. 외부 진행자가 지원하는 덕양중학교의 모델은 그야말로 이상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덕양중학교 외에 다른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회복적 생활교육의 현장적용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워크숍 이후 선생님들이 학교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있고, 적용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 워크숍 이후 선생님들의 현장 적용 사례

 

워크숍을 이수한 선생님을 대상으로 전화인터뷰를 실시하였고, 몇 사례를 정리하였다.

 

[1. ○○, 공고]

워크숍 이후 특별하게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갈등을 일으켰던 상황이 없어서 적용해 보지 못했다.

 

[2. , 초등학교 특수교사]

특수교사인데 학교폭력대책 위원회의의 상담교사로 들어가 있다. AB로 부터 꾸준히 사소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는데, 벼르다가 117로 신고했다. 폭력적인 피해상황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17신고로 학교에서 회의하는 중에 회복적 서클을 설명하고 제안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회복적 서클이 열리게 되었다. 회복적 서클의 참여자는 신고를 받은 B, 신고한 A와 그 외의 피해자 CD, 그리고 담임교사이다. 피해사례는 BA의 별명을 부르고, 머리를 잡고 당기고, 쌍욕을 하였다는 것과, 다리가 불편한 C에게는 다리를 전다며 신체적으로 모욕감을 주는 말을 한 것, 그리고 D에게는 여자가 안 씻고 다닌다. 옷 갈아입고 다녀라등등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말을 지속적으로 한 것이다. 그 밖에서 스포츠 강사 선생님에게 대놓고 지 맘대로 해. 짱 나라고 말하고 학교 내의 메신저에 욕설을 적어 선생님에게 보낸 사실들이었다. 피해학생들의 요구는 다시는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B는 대화모임 중에 자신이 한 말이나 한 행동들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듣고, 그것을 들은 대로 반복해야 할 때 매우 부끄러웠다고 했다. 정말 자신이 그랬구나 하면서 상대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리고 담임교사는 가치사전을 선물하면서 선생님과 생각을 나누기로 했다. B는 평소 벌을 받고 있으면서도 웃거나 반성하는 태도가 없었고, 행동도 매우 산만한 편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 욕하는 말이나 행동을 자제하려고 노력한다고 담임교사가 전해주었다.

어려웠던 점은, 피해학생의 부모님이 이러한 해결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고 계속 불만을 제기하셨다. A는 부모님과 살지 않고 할머니와 살고 있는데, 이 일로 인해 부모님들이 문제해결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학교폭력이 일어났다는 그 사실에만 집중하여서 매우 화를 내셨다. 그리고 내년에 중학교 입학 시에 다른 학교로 배정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문제가 아이들끼리는 원만하게 해결되었는데, 피해부모님들의 이해를 얻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회복적 서클을 지속적으로 실천해보고 싶지만, 이미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담임교사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다른 반의 문제에 개입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3. ○○, 초등]

교실에서 크고 작은 다툼이 생겼을 때, 비폭력대화로 중재를 해보았다. 비폭력대화로 적용하다보니, 교사인 내가 이전처럼 학생에 대한 선입견으로 판단하며 듣지 않고 중립적으로 듣고,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게 되어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내 마음도 안정이 되어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일이 줄어 든 것 같다. 그런 자세가 갈등의 상황에서 도움이 되었다.

어려웠던 점은 핑계 같겠지만, 학교가 매우 바빴다. 학예회, 교원평가, 수업공개 행사가 줄줄이 있었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 해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대화할 때 적용해보는 정도로 실천하게 되었다.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해 교사가 지속적으로 해볼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위한 자극이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례를 볼 수 있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교사 소그룹 모임에서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워크숍 이후에 소그룹모임이 아직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회복적 서클은 연수를 받았지만 어렵게 느껴진다. 교육청 차원에서 전문가나 중재자를 파견해주는 것이 학교현장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것 같다. 그리고 모든 교사들에게는 회복적 생활교육 연수가 이루어져 학교 동료들끼리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4. ○○, 6]

서로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대화를 시켜봤다. 그런데 상대방이 말할 때 딴 짓을 하거나 집중하지 않고 듣지 않더라. 지난 월요일 두 아이의 대화를 시도해 봤는데, 바로 사과할게요.”라고 하여 서로의 마음을 깊이 들어 볼 수 없었다. 아이들은 자기 위주로 말하거나 자기변명만 한다. 의도대로 상황이 안되더라. 교사들이 회복적 생활교육을 잘 배우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험 위주의 방식이 좋은 것 같다. 체득이 중요하다. 실질적으로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기존의 것을 탈피하는 새로운 것이다. 그래서 더욱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워크숍 이후에 마음에 부담이 생겼다.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예전보다 섣불리 아이들을 판단하거나 언성을 높이려고 하지 않는다.

 

[5. ○○, 6]

적용해봤다. 학급 안에 갈등 생길 때, 전체학생대상으로 해보기도 했다. 우리 학교는 40명의 과밀학급이다. 전체학생 대상으로 왕따 문제를 해봤는데 참 어려웠다. 그리나 소그룹으로 적용했을 때는 갈등과 오해가 해결되었다. 죽을 듯이 싸우던 아이들도 서로 대화하게 하면 네가 그랬구나라는 반응이 바로 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없었다. 수업시간이 침해되는 경우가 있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보았는데, 점심시간이 짧아서 쉽지 않았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변화의 시간이 더디다는 것이다. 그 당시 해결이 되었지만, 추후에 비슷한 문제가 발생되기도 하고 완전히 회복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이 방법으로 관계는 깊어지는 것 같다. 이전에는 잘못에 대해 바로바로 혼내고 반성문을 쓰게 했는데 이것보다는 서클로 하니까 아이들이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런데 역으로 이것을 이용하는 애들도 생겼다. 아이들 입장에서, 쟤가 때리면 나도 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확고했다. 이런 상황으로 교실붕괴의 정도까지 왔다. 대화하려고 들어주려고 했던 것이 오히려 아이들을 자기변명하게 하고 더욱 이기적이게 했다. 지금은 자기중심적인 아이들로 하여금 학급 질서가 무너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학생들이 선생님이 엄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선배 선생님께서 엄하게 해서 질서를 잡아야 하고, 칭찬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셨다. 결국 엄한 방식으로 하는 것 밖에는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한 처벌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회복적인 방식으로 노력했는데, 의도하지 않는 결과가 나온 것 같아서 혼란스럽다.

 

[6. ○○, 남중2]

사전 서클 같은 것은 안했고, 그냥 같이 얘기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진행해 보았다.

AB는 이전에 체험학습 때 다툰 적이 있는데, 그날 종례시간에 또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 그래서 불러다가 서로 어떤지 이야기하고 듣게 했다. 그런데 서로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끝임없이 쟤가 먼저 놀려서 내가 그랬어요.”라는 식의 서로 비난하는 말이 반복되었다. 그런 식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그러면 약속을 좀 하자 너는 무슨 이야기가 제일 듣기 싫어? 서로 듣기 싫은 말을 확인하고 그 말은 하지 않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니?”라고 하면서 결론을 냈다.

상황을 듣다보니까 한 시간이 지나고, 조율도 안 되었다. 계속 상대방을 비난하다가 끝났다. 나도 다음 시간에 수업도 있고 해서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도 나도 지쳤다. 잘 안 된 것은 회복적 서클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존감이 낮은 개인의 문제인 것 같다. 서클로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그 아이는 똑같이 얘기해도 자존감이 낮아서 다르게 듣는다. 진행자로서 서툰 것도 문제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진행자로서 아이들의 욕구를 빨리 못 읽어내는 것이 어렵다. 상황을 들어보고 듣게 해 보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도움이 되는 것은 따로 따로 만나는 것보다 서로 직면하게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또 하나는 주말에 카카오스토리에 C너희들 날 놀리니까 좋냐. 너희들 그럴 때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 반에 세력을 형성한 그룹이 있는데 C도 그 그룹이다. 그런데 같이 다니는 애들이 어글리C’라고 놀린다. 체험학습 이후부터는 다른 반 아이들도 어글리C’라고 놀리더라. 그래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카카오스토리에 글을 올린 것이다. 친한 아이들 사이에서 그렇게 놀리더라. 복수담임선생님에게 간단히 서클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고 복수담임이 진행하도록 맡겼다. 그 선생님이 애들을 데리고 서클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C가 축구를 하다 자꾸 일찍 가는 것이 얄미워서 그 아이를 대상으로 왕따 놀이하자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C에게 아침에 750분까지 만나자고 해놓고 자기들은 8시에 나오는 식으로. C내가 왜 축구에 일찍 빠져야 했냐면, 엄마가 입원하셨던 일로 집에 가서 엄마를 도와주어야 해서 그랬어.”라고 말했더니 다른 아이들이 모두 미안해했다. 그 후에 어글리C라고 놀리는 일은 없어졌다.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들을 개인적으로 불러서 너 왜 그렇게 했니?” 라고 묻는 것보다 모두 모여서 서로 마음을 열고 말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었어요.

서클을 두 번을 해보니까 느끼는 것은, 교사가 자꾸 평가적인 언어로 말해서 아이들이 솔직하기보다 자기 방어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 학교에서 쓰는 말은 대부분 평가와 비난하는 공격적인 말에 익숙하다. 서클이든 비폭력대화든 그 사람을 그대로 수용해준다는 것이 드러나야 하는데, 억지로 하면 안 되지 않은가. 회복적 세계관이 드러나지 않으면 서클도 도구에 불구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한 도구는 없는 것 같다. 도구적으로 쓰여도 무턱대고 통제하는 것보다는 이게 좀 나은 것 같다. 전문중재자가 학교를 한 달이든 두 달이든 방문해서 서클을 경험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진행하는 것을 교사가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실재적으로 도움이 된다.

 

[7. ○○, 2]

두 번 정도 적용해 보았다. 한 번은 복도에서 싸우고 있는 여학생들이 있어서 개입했었다. 대화방식을 말해주고 시작했다. 공정하게 말 할 기회를 주기 위해 너무 길게 얘기하는 여학생의 말을 중간에 멈추게 하려했다. 그랬더니 나 그렇게 못하겠다.”라고 화를 내면서 계속 자기 얘기를 했다. 그런데 다른 학생이 계속 들어 주었다. 결국에는 원만히 해결되었다. 교사가 잘 못했어도 다른 아이가 잘 들어 주었기 때문에 해결된 것 같다.

두 번째 사례는 이렇다. 한 그룹에서 △△가 미움을 받고 있었다. 초반에 △△를 미워하는 여학생들을 모아놓고 얘기해보자 했더니 당장 그 △△를 불러서 얘기하자고 다그쳤다. 뜻하지 않게 상담실에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대화방식을 얘기해주니까, 우리 그렇게 못하겠다고 하면서 바로 말을 시작했다. “왜 불렀냐! 내가 왜 너를 미워하는지 알아!” 이렇게 공격적으로 얘기하고 얘기 도중에 자기들 끼리 웃기도 했다. 교사인 내가 화를 내도 소용이 없었다.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러 온 것이 아니라 따지러 온 것 같았다. 결국은 안 되어서 집에 보냈는데, 미워하는 애들 쪽 중 2명과 미움을 받고 있는 △△와 그 친구, 4명이 다시 모였다. 미워하는 쪽 2명이 다른 편 2명에게 우리 할 일도 없고 약속도 어그러졌으니까 우리끼리 얘기하자 해서 다시 왔다. 그러더니 선생님은 좀 나가세요 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30분 지난 후에 내게 전화해서 웃는 목소리로 얘기하더라. 그 뒤로 그 문제는 없어졌다.

아이들이 이 대화방식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들은 대로 말해주는 것을 너무 못 참아한다. 그것을 제지하려고 하면 신경질 내는데, 오히려 문제가 커지는 것 같고 해서 대화방식을 따르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은 잘 듣지 못하고 자기 얘기만 하고 비난하는 습관이 여전히 있어서 갑자기 도입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충분히 인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해보자 해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두 경우 모두가 교사 없이 해결되었다. 교사 없이 자기네들끼리 해결될 수 있는 장과 분위기를 마련해주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학교는 자기들끼리 할 수 있는데 굳이 선생님이 개입해서 되겠나하는 분위기가 있다.

 

[8. ○○, 중학교 학생부장]

대화모임에 참여자는 왕따인 A, 왕따를 시켰다는 BC, D, E, F, 그리고 담임교사였다. A내가 왕따를 당하고 있어서 죽고 싶다고 학생인권부에 의뢰가 들어와서 시작되었다. A에게 선생님이 이런 방식으로 하고 싶은데 괜찮겠니? 라고 서클에 대해 설명한 뒤에 참여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본 서클을 시작할 때 진행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서클을 시작했다. 들은 이야기를 말해주면 좋아하더라. 2시간 가량 진행했는데, 마지막에는 아이들이 울었고, A를 껴안아 줄 수 있냐 했더니 모두 껴안아 주었다. A는 좀 센 여자아이다. 그래서 여학생들을 함부로 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그 외의 5명 아이들은 얌전한 스타일이다. 5명의 친구들은 A하고는 친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A에 대한 오해를 풀어서 다행이고, A를 이해하게 되었고, 우리의 속 마음을 이야기해서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담임교사도 이야기를 듣고 오해를 한 것에 학생들에게 사과했다. 그 이후로 아이들은 서로 인사하는 정도로 지내는 것 같다. 그렇지만, A는 밝아졌다. 다른 친구를 사귀는 것 같다. 사후 모임은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나가다가 아이들에게 잘 지내고 있니 라고 물어보면, 우리 이제는 문제 없어요 라고 대답한다. 담임교사도 은지가 우울해 있지는 않으며, 밝아졌고 본인을 왕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 번 시도해봤는데 결과가 놀라왔다. 아이들이 이야기를 들은 대로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처음에는 웃고 그러더니, 나중에는 아이들 스스로도 높임말을 사용하였다. 아이들이 서로 울고 그러더라. 나도 깜짝 놀랐다. 그 애를 정말 껴안아 줄 줄 몰랐어요. 시간만 되면 왕따 문제를 다루고 싶은데, 그날 이후 축제나 학교폭력신고가 있어서 하지 못해 아쉽다. 내가 느끼는 것은 이거 되는구나’, ‘정말 효과가 있구나’, ‘정말 회복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어려웠던 점은 방과 후에 남으라고 하니까 안 되더라. 수업시간을 일반학교에서는 학습권침해로 보고 수업을 빼지 못하게 한다. 아이들을 초청했을 때, 그 초청 문제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갈등을 대면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쉽지 않다.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했을 때 선생님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의심하고 걱정하는 것 같다. 5명의 여학생은 대화모임에 온다고 했지만 A는 오고 싶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A는 강하고 당찬 아이라서 온 것 같다. 그런데 대부분의 피해학생들은 마음이 심약한 경우가 많다. 그런 아이가 가해학생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회복적 방법이 어렵지는 않았다. 대신 믿음이 있느냐가 문제였다. 대부분 선생님은 설마 되겠어 하면서 스스로를 차단시키는 것 같다. 선생님의 가치관과 회복적 방법에 대한 믿음이 있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우연히 학생부장이 되었는데, 그 워크숍을 듣지 않았다면 처벌이나 행정적 처리를 했을 것 같다. 이 워크숍을 들으면서 내가 바뀌었다. 가해자가 다시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보듬어 주고 행동은 잘못되었지만 너는 앞으로 변화될 수 있는 사람이다 라고 말해주고, 피해자에게는 용기를 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 설문조사 결과

 

좋은교사운동 주관의 회복적 생활교육워크숍을 이수한 200여명의 현장 교사에게 설문 조사 메일을 발송했고, 결과는 다음과 같다.

조사기간 : 11131123

설문응답자 : 33

 

[설문 1] 회복적 생활교육 세미나 수료 후 배운 내용을 실제 학교 현장에서 한 번이라도 실천해 보셨나요?

 

[설문 2] [1번에서 실천하지 않았다는 분만 응답하세요] 실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설문 3] [1번에서 실천해본 분만 응답하세요] 회복적 생활교육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습니까?

[설문 4] [1번에서 실천해본 분만 응답하세요] 선생님이 학교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더 잘 실천하기 위해 좋은교사운동에서 어떤 도움을 주기를 원하나요?(복수 응답 가능)

 

 

[설문 5] [모두 응답] 회복적 생활교육이 학교폭력을 포함한 현재의 학교 내 갈등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제적인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

 

[설문 6] [모두 응답] 회복적 생활교육 워크샵이 있으면 주변 선생님들에게 참여를 권유하겠습니까? 33.

 

[설문 7] [1번에서 실천해 본 분만 응답하세요] 회복적 생활교육을 활용해 학생들의 갈등을 해결한 좋은 사례가 있으면 적어 주십시오.

 

- 초등1학년 아이들 간의. 다툼이 있을 때 서로의 말을 들은 대로 반복하게 하니 경청하는 태도가 길러지고 변명을. . 덜 하는 것 같아요

- 초등학생 여자 아이들끼리 따돌림 문제를 해결함.

- 여학생들 집단 폭행 사건

- 보통은 교사가 정리해서 서로에게 알아줬던 것을 서로의 말로 하게하고 끝까지 말할 기회를 주니,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오해로 서로에게 속상한 감정이 있었는데, 서로 화가 난 부분이 의도된 행동이 아니라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아 벌칙 수행도 자발적으로 할 수 있었다.

- 신고하겠다고 온 학생과 상대학생을 불러 각자 서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게 했다. 그리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듣게 한 후 뭐라고 말했지? 확인하고 또 다른 학생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 그러면 서로에게 원하는 것은 뭔가 말해 보자라고 하자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는지 그 과정에서 서로 미소를 지으며 알았어요. 잘 할게요~ 라고 하며 웃어 그 자리가 바로 훈훈해진 경우가 있음.

- 2학기 초에 남학생 중 한 학생이 왕따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였고 이야기를 듣고 해당되는 아동들 6명과 함께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써클을 만들어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대화의 장을 만들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친구들 사이의 오해와 갈등 및 마음속 이야기들이 오고가면서 서로 사과하며 마무리할 수 있었고 그 이후 관계가 호전되어 왕따 당하던 학생이 친구들과 다시 잘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왕따 당하던 학생이 1짱이었는데 1학기에 친구들을 왕따시키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나쁜 짓도 시키며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 때문에 친구들 마음에 원망이 쌓이다가 2학기 접어들면서 2~4짱 친구들이 함께 뭉쳐 대항하며 1짱을 왕따시켰던 사건입니다. 현재는 다시 친해진 상황입니다.

- 한 학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놀림을 받아서 괴로워했는데 회복적 써클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설문 8] [1번에서 실천해 본 분만 응답하세요] 회복적 생활교육을 활용해 학생들의 갈등 해결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사례가 있으면 적어 주십시오.

 

- 안전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다보니, 아이들의 긴장감이 매우 부족했고,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친구를 탓하거나 본질을 회피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서 많이 아쉬웠어요.

- 서클을 시도해서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을 앉혀 놓았는데 자발적 의사가 없었기에 여학생이 마음을 열지 않아 실패 했습니다

-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못한 경우가 많았고요 가끔 경청한 후 말하라고 했는데 훈련이 안 되어 어려워하기도 했어요

- 같은 학생들끼리 온 경우였는데 한 명이 잘 귀를 기울이지 않자 먼저 제기한 학생도 얼굴표정이 굳어 이런 식이잖아요. 그러자 상대학생도 그래~ 다시 비아냥거리는 말을 하여 오히려 일이 커져버리는 것 같은 상황이 되기도 하였음.

- 여학생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회복적 써클을 시도했었는데 해묵은 감정들이 드러나며 오히려 관계가 악화된 적이 있었습니다.

[설문 9] [모두 응답] 회복적 생활교육이 학교에 잘 정착되기 위해 필요한 제도나 학교 문화의 변화는 무엇이며, 또 좋은교사운동은 어떤 지원과 활동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지속적인 연수와 생활 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나눔이 이루어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 회복적 교육에 대한 교육청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 추진, 전문 중재자 지원

- 학폭법에 외부전문가 중재 규정의 상세화 또는 회복적 서클(대화모임) 의무화 규정 회복적생활교육, 회복적서클(대화모임), 조정 및 중재, 또래 조정 등의 연수 강화

- 무엇보다 회복적 생활교육에 관한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자료와 회복적 생활교육을 많은 선생님들이 알게 하는 그 무언가가 필요할거 같아요.

- 많은 분들이 연수를 받고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는 의식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연수의 기회가 많아서 많은 분들이 배우고 공부하여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의식의 공유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난 후 많은 사례 중심으로 가능하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교사 의식 개선 및 실천 운동

- 앞으로도 이런 연수를 지속적으로 많은 선생님들이 접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일반교사뿐만 아니라 관리자 연수를 좀 했으면 합니다.

- 학교 문화가 함께 고민하고 대화를 나누는 문화가 되어야.

- 상담시간 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결국 시간과 에너지의 집중 싸움인데 여력이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전 서클, 본 서클, 사후 서클까지 다 모이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좀 더 효율적인 모델도 필요할 듯합니다. 연구모임의 확산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학생 개개인을 특별하고 소중하게 보는 문화 덜 바쁨.. 수업과 학생 이외의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 말씀을 내 삶의 지표로 살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어느 정도 실천이 가능할 수도 있으나 말씀대로 살겠다는 각오가 없는 분들에게는 어렵고 이상적인 이야기일 뿐일 것 같다.

- 좀 더 전문적인 훈련과정이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개별 교사들의 실천운동만으로는 그 효과가 적을 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변화의 사례보다 실패사례가 많을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부분적으로는 성공한 것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실패한 생활교육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체벌하는 것을 지양한 체 상담을 중심으로 생활지도를 해 왔는데 6학년이고 41명의 과밀학급에 잘사는 아파트 아동들이 많아 이기심이 많은 영향도 있지만 선생님을 무서워할 줄 모르고 점점 버릇이 없어지다가 요즘은 선생님께 대드는 아이들도 생겨났습니다. 거의 교실 붕괴의 현장에 살아가고 있어서 무척 힘든 상황입니다.

- 전반적인 학교 교육 과정 속에 회복적 생활교육 정신이 스며 정착이 되어야 하며 가정 교육에서 부터 인식이 재고 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회복적 생활교육의 심화과정이 필요하고, 제도권 교육 현장에서 많은 교사들이 비폭력대화의 이해와 필요성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교사운동에서는 조직적인 홍보와 연수 뜻을 같이 하는 동호회 모임 지원 등 전문인 양성이 필요하다.

- 교사들의 의식 변화와 내면화 하는 노력, 결단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교사운동은 교사교육을 지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말하는 것에 대한 교사 워크숍의 의무화 중재 circle은 학교 연계 기관을 세워주는 것이 좋다. circle 작업을 교사가 알 필요는 있지만 교사가 할 수 없는 영역도 있다.

- 다양한 방법으로 교사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 모색

- 학생들이 비폭력대화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서 적용이 어려웠습니다. 비폭력 대화에 대한 학생들의 교육이필요합니다.

- 기존의 처벌위주의 생활지도로는 한계를 느끼지만 다른 대안을 알지 못하는 교사와 학교현장을 위해 우선 좋은교사 회원교사들이 먼저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하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회원들의 역량을 강화해야한다고 봅니다.

- 사전에 교사 전체의 사고 개념을 바꾸는 비폭력 대화를 실천하는 습관부터 시작해야하며 그런 뜻에서 많은 교사가 회복적 생활교육의 연수가 필요하다고 봄. 교사와 학생간의 대화의 질이 폭력갈등을 예방할 수 있으며 발생 시에 좀 더 지도된 교사들이 이끈다면 좋은 대안이 될 것임. 전문적인 교사의 수가 더 늘어나도록 좋은 교사운동에서 중 고등학교 교사들 중심으로 연수를 확대해야한다고 봅니다.

 

전화 인터뷰와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회복적 생활교육을 통해 학교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하는 교사들의 치열한 현장을 보는 듯했다. 학생들의 화해를 이끌어 내어서 관계를 회복시켰던 따뜻하고 반가운 사례도 있었지만, 시행착오로 인해 힘들어 하시는 선생님들의 사례도 있었다. 그래도 많은 선생님들은 회복적 생활교육이 학교폭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미있는 대안이라는 것에 한 목소리를 내었고, 회복적 생활교육을 학교 전반에 잘 알려야 하고 교육공동체가 이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함을 지적했다. 이러한 현장의 소리들은 앞으로 회복적 생활교육이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제시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6. 회복적 생활교육의 가능성과 과제

 

덕양중학교에서 회복적 서클을 통해 다루었던 사례들은 비난과 소문, 욕설과 왕따, 친구관계와 관련한 갈등 사례들이다. 그리고 작은 변화이지만, 9개월 간의 실험에서 의미있는 성과들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덕양중학교에서의 성과를 중심으로 회복적 생활교육의 가능성을 전망해보도록 하겠다.

 

. 회복적 생활교육의 가능성

 

1) 갈등 당사자 간의 해결 방식으로 왜곡된 관계를 재설정하게 되고, 다시 한 학급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만나게 하는 방식은 매우 위험해서 격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교과부의 학교폭력대책발표에 보면, 폭력을 행한 학생들에 대한 기본적인 대책 방향은 격리 조치다. 하지만, 교과부의 학급교체나 전학 조처는 당장 문제를 종식시킬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폭력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서는 관계회복과 이를 통한 왜곡된 관계의 재설정이 필요하다.

회복적 서클은 관계회복과 관계의 재설정을 위해 당사자가 직접 대면하고 갈등으로 인한 서로의 고통과 바램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과정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직접 사과하며, 자신들의 책임과 문제해결 방법을 스스로 찾는다. 회복적 서클에서 이 모든 일들은 제3자의 권위나 강요에 의존하지 않으며, 각자의 자발성에 의해 이루어진다.

회복적 서클에 참여한 덕양중 학생들의 경우, 서클에서 다루었던 문제들이 다시 반복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갈등이 있었던 학생들은, 그들의 잘못 설정된 관계가 재설정되고 다시 한 학급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공동체에서 문제 학생들을 골라내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다시 공동체로 재통합되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회복적 서클에서의 갈등당사자 중심의 문제해결 방식은 이러한 우리의 바램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 갈등에 대해 새로운 대처법을 학생들이 경험을 통해 배우고,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다.

 

재미있고 반가운 소식은, 회복적 서클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2학년 학급에서 새로운 문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누군가 갈등이 발생하면, 한 사람이 중간에 나서서 싸운 동료들을 중재하는 일들이 생겼다. 사실 이제까지는 갈등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회피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공격과 회피의 방식은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남기고,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게 한다.

덕양중 2학년 한 학급의 학생들은 회복적 서클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다른 방식을 경험하였고, 바로 자신의 학급에서 발생하는 동료 간의 갈등을 중재의 방식으로 적용하였다.

학생들은 회복적 서클의 경험을 통해 갈등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학습하고, 체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이는 교사와 부모를 포함한 기성세대가 삶의 모델로써 갈등을 평화적으로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우리 아이들은 그것을 쉽게 보고 배워서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회복적 생활교육의 과제

 

덕양중학교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의 실험이 가능했던 것은, 덕양중학교에 이미 갖추어진 공감과 소통의 시스템이 중요했다. 덕양중학교는 지역사회의 외부 자원(씨드스쿨, 대학생 멘토링, 군부대의 체육시설 활용)을 잘 활용하는 개방적인 학교다. 그래서 회복적 서클의 외부진행자가 교내에서 편안하게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고, 학생들도 수업 중에라도 회복적 서클을 할 수 있도록 배려가 되었다.

이러한 덕양중학교의 교육적 환경은, 일반 공교육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적용하기 위해서 풀어야할 과제들이 있음을 말해준다.

또한 좋은교사운동에서 진행한 워크숍을 이수하고 개별적으로 실천한 현장 교사들의 경험담은 학교현장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또한 얼마나 많은지 시사해준다.

 

덕양중의 사례와 개별적으로 실천한 현장 교사의 사례를 통해,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을 위한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공동체의 동의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실천한 교사들의 가장 많은 지적은 학생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업시간과 행정업무 시간을 제외하면 학생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방과 후 밖에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방과 후까지 남아서 갈등에 직면하는 어려운 대화모임을 하려고 하는 학생은 더더욱 없다. 학생들에게는 그런 대화모임은 귀찮고 피하고 싶은 것이고 그들의 일정도 바쁘다. 이와 같이 시간에 대한 압박은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을 어렵게 하는 첫 번째 장벽이다.

또한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공동체의 이해부족은 진행과정에 어려움을 준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회복적 서클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대화모임에 초대가 되면,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비난받는 자리로 오해하게 되어 대화에 참여하기를 꺼려하게 되고, 회복적 서클의 대화방식이 어색하여서 진행자의 안내에 따르지 않게 되기도 한다.

주변 동료교사나 관리자로부터의 오해와 압박도 다가온다. 기존의 생활지도 방식을 지속하려는 주변 동료교사와 새로운 대안적 생활지도 방식을 시도하려는 교사 간의 갈등과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지도하는 교사와 학교의 응보적 시스템과의 충돌로 일관성 있는 생활지도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

덕양중학교에서 회복적 서클이 가능했던 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를 상담하거나 대화하기 위해서 수업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사 간, 학부모 간의 동의(학기초 학부모총회)와 협력이 있었다. 또한 외부 자원(회복적 서클 진행자)을 학교 안에 수용하여 회복적 생활교육의 실천을 위한 장을 마련했다. 일반 학교에서는 외부 자원(회복적 서클 진행자)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학교 내부적으로 어떻게 자원을 생산하고 활용할 것인지 기획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회복적 생활교육은 공동체의 이해와 합의, 그리고 협력이 중요하다. 학교 공동체가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학교에 회복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교육과정으로 학기 초부터 기획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 공동체가 갈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자원과 시간, 공간 확보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합의해야 한다.

2) 교사의 평화적 의사소통 및 갈등해결 능력에 대한 역량 강화가 요구된다.

 

덕양중학교의 사례에서 보면, 학생이 자신들의 문제를 회복적 서클의 방식으로 스스로 해결하며 삶에 적용하는 일들이 생겼다. 학생들은 갈등을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갈등 전환을 몸으로 경험하였고, 그것을 삶 속에 쉽고 빠르게 실천했다. 이는 학생들이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경험과 존중배려를 통한 관계 세우기를 경험한다면 그들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경험을 위해 교사는 평화적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고, 존중과 배려의 방식으로 학생들과의 관계 세우기를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는 소통과 공감 능력, 평화적 문제해결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교사도 권위적인 문화 속에서 배우고 자랐고, 교사가 처한 교직문화도 여전히 경직되어 있고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구조이다. 교사가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직문화도 평화적이고 민주적이어서 교사가 자신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지받고 지원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회복적 생활교육은 교육공동체의 교육구조가 교육적인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구한다.

 

3) 회복적 정의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하고자 했을 때, 교사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응보적 신념과 습관과의 싸움이다.

중학교에서 학생부장으로서 회복적 서클을 실천했던 우선생님의 사실 나는 회복적 방법이 어렵지는 않았다. 대신 믿음이 있느냐가 문제였다. 대부분 선생님은 설마 되겠어 하면서 스스로를 차단시키는 것 같다. 선생님의 가치관과 회복적 방법에 대한 믿음이 있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말씀처럼, 우리에게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겨 온 것들과의 싸움이 제일 힘들다.

개인적으로 덕양중학교에서의 회복적 생활교육 실험은 나 자신에게 많은 고민과 도전을 주었다. 이것이 정말 될까? 하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

현장선생님들의 질문과 회복적 서클 진행 경험에서 다가왔던 고민들을 몇 가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잘못한 학생을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당한가.

 

그것은 상식적으로도, 교육적으로도 옳지 않다는 오랜 된 응보적 신념들과 항상 맞서야 하는 도전이었다. 그런데, 회복적 생활교육은 처벌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에 당사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는 진정성 있는 행동을 하도록 하고, 그 책임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한다. 또한 학생에게 평화를 가르치기 위해 평화적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화를 위해 폭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의 구원하는 폭력에 대해 부정적이다.

)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생에 대해 너무 관대하지 않은가.

 

요즘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이기적이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도 모르며, 심지어 교사의 말도 따르지 않는 아이들이다. 통제가 필요한 요즘 아이들을 회복적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학교와 학급은 더욱 무질서해지고 위험해질 것이다라는 입장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생들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앞에서도 논했지만, “교육의 목적은 현재의 모습보다 미래에 획득할 자신의 모습이 훨씬 사랑스럽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데 있다.”고 말한 넬 나딩스의 입장과 같다. 즉 인간에 대한 선과 악의 두 면 중에 선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신뢰하고자 하는 선순환구조를 선택한다.

 

) 가해자 피해자 학생을 대면시키면 오히려 갈등이 더 커져서 위험하다.

 

서로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회복적 생활교육은 갈등을 직면하게 하고, 갈등을 더욱 드러내려는 방식을 지향한다. 갈등이 드러나는 과정은 당사자에게는 매우 힘든 시간들이다. 하지만, 갈등의 강렬한 에너지로 인해 출현하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기대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당사자 간의 공감과 진심어린 이해와 사과, 화해가 이루어지는 갈등의 전환이 일어난다.

 

. 회복적 생활교육을 위한 지원 체제

 

1) 교육청 차원 회복적 생활교육 지원 센터 운영

 

필자가 지난 1년간 주1회 덕양중학교에 들어가 회복적 서클 운영을 통해 아이들 속에 있던 해묵은 갈등들과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했던 이 역할은 궁극적으로는 그 학교 교사가 해야 될 역할들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사들은 이 부분과 관련해서 훈련이 잘 되어 있지 않고, 또 현실적으로 아이들을 붙들고 3시간이든 4시간이든 충분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럼으로 교사들이 충분히 훈련되고 또 여기에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기까지는 아무래도 잘 훈련된 외부 전문가가 학교를 순회하는 것이 좋다. 지역 교육청 단위에서 7-8명 정도의 훈련된 전문가들을 고용하고, 그들이 주 1회 정도 학교를 순회하는 체제를 갖추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장 교육청 전 지역을 할 수 없다면 하나의 지역 교육청 차원에서 시범 실시를 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요즘 많이 논의가 되고 있듯이 지역 교육청을 교육 지원 센터로 바꾼다고 할 때 그 내용은 바로 이런 부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청 차원에서 회복적 생활교육 지원 센터를 만들고 여기에 외부 전문가를 고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회복적 생활교육과 관련된 외부 전문가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일정한 재정을 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현재 회복적 생활교육과 관련해 훈련된 외부 전문가 그룹을 학교에 정기적으로 초청하려고 할 때 최소한의 예산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학교들이 많이 있다. 이 부분과 관련된 예산 지원은 많은 돈을 투입하지 않고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2) 회복적 생활교육을 위한 교사 연수 및 여건 제공

 

학교폭력을 포함한 학교 내 다양한 갈등 상황에 대한 회복적인 대응은 결국 교사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교사의 범위를 넘어서는 심각한 갈등이나 교사가 갈등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학교의 일상에 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갈등들은 결국 교사가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교사들이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충분한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를 당장 의무연수로 실시하다 보면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청 차원에서 충분한 연수 기회를 열어주되, 생활지도와 관련해 긴급한 필요를 느끼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연수를 이수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회복적 생활교육은 단순한 기술이나 기법이 아니라 갈등을 대하는 태도와 마인드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후속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회복적 생활교육 연수를 이수한 교사들이 실제로 아이들과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상담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센터나 기관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교사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아이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학교에서는 수업은 정확한 교사의 업무로 인식하고 거기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해 주었지만, 생활교육에 대해서는 시간을 확보해 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생활교육은 수업과 공문 처리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사건을 처리하는 길은 처벌 위주의 비인격적인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기 때문에 수업 시수를 확보해주듯, 생활교육에 필요한 시간도 교사의 업무에 정확하게 계산해줌을 통해 교사들이 갈등에 처한 아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만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7. 마무리

학교폭력의 문제에 대해 교사로서 교육적 접근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 학교폭력의 문제를 겉으로 드러난 하나의 사건으로만 보지 말고, ‘갈등의 폭력적 대응으로 보기를 제안했다. 그래야만 학교폭력의 문제를 이전처럼 피상적 대응에서 벗어나 좀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교사는 학교폭력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교사가 삶의 실천을 통해 학생들에게 평화적 삶을 체득할 수 있도록 영향을 끼쳐야 한다. 그리고 교육기관은 교사의 이러한 교육적 노력들을 지지해주고 지원해줄 수 있도록 교육구조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도 회복적 생활교육은 단순히 새로운 방법만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실은 교육 전반에 대한 성찰과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다.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보면 본래의 교육적 목적과 너무 멀어져 버린 현실에 와있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그 교육적 본질을 회복하라고 정직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다. 응보적 패러다임에 있는 학교 문화 속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운동은 매우 힘이 들지만, 교육 본질의 회복을 위해 우리가 노력하고 집중해야 할 교육적 사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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