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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교육은 치료다" - 발도르프 특수교육학의 관점 (1) 본문

발도르프교육학/발도르프 특수교육

"교육은 치료다" - 발도르프 특수교육학의 관점 (1)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2. 7. 31. 21:01

"교육은 치료다"

- 발도르프 특수교육학의 관점 (1)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발도르프 특수교육학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발도르프 교육학을 충실히 이수한 뒤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탐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턴 과정을 마친 후에 밟는 레지던트(전공의) 과정과 유사하다고 해야 할까. 문제는 <일반인간학>이라는 인턴 과정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데에 있다. 학문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말이 맞다. 인지학의 기초를 탄탄히 다져가면서 도전하는 수밖에 없다.

발도르프 교육학을 비롯한 인지학의 여러 분야가 어렵게 다가오는 것은 먼저 그것의 세계관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인지학은 우리의 상식과 다른 세계관을 제시한다. 그리고 루돌프 슈타이너가 사용하는 개념 역시 난해하기 이를 데 없다. 이에 대한 엄밀한 분석 없이 이런 저런 사상을 혼합하여 인지학을 해석한다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얼마 전에 인지학 용어를 해설하는 책이 나왔지만 자의적 해석과 오류가 많아 오개념이 형성될 우려가 커보인다. 유튜브에 올라온 컨텐츠 중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내용이 상당히 많다. 아직까지 인지학은 외국의 경험 많은 교수들에게 배우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세계적으로 인지학 협회가 구성되어 있고 인증된 교육기관이 있기 때문에 국내외에 도움 받을 곳은 많다. 

 

인지학의 세계관

우선 인지학의 세계관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대적인 학문(과학)의 세계에서는 인간의 영혼을 실체로서 인정하지 않으며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다. 인간의 삶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를 때까지이고, 의식 작용은 두뇌에서 벌어지는 발현 현상일 뿐이다. 정신이상은 신체의 문제, 구체적으로 두뇌와 신경 조직의 문제로 국한된다. 갈수록 치료는 물리적 신체에 화학 작용을 일으켜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물치료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 물론 시대적으로 인간의 발달단계와 정서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모든 것을 신체의 문제로 환원하는 물질주의 세계관의 한계는 뚜렷하다.

인지학에서는 이 세상이 물질세계뿐 아니라 영혼세계와 정신세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신체와 영혼, 정신의 존재이다. 인간이 죽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혼과 정신은 죽지 않고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인지학이 현대적 학문과 기본전제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인간에게 영혼과 정신이 실체로서 존재하는가? 신체가 죽는다 해도 영혼과 정신은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삶으로 이어지는 게 맞는가? 이러한 문제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감각을 넘어서는 기관, 즉 초감각적 기관을 계발하는 수밖에 없다. (슈타이너는 초감각적 기관을 계발하는 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자연과학에서 실험도구가 필요하듯 정신세계에 대한 탐구에서도 실험도구가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인간 자신이다.

초감각적 기관을 계발하지 못한 연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인지학의 세계관에 마음을 여는 것, 그리고 슈타이너의 원전을 중심으로 탐구해 들어가는 것이다. 슈타이너 사후 100여 년 동안 그의 유지를 이어온 인지학적 교육, 의학, 예술, 농업 등이 발전하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신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지학에 대해 맹목적인 태도를 보일 수는 없는데, 인지학은 종교가 아니라 과학 또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탐구는 할 수 없더라도 진지하고 엄밀한 접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인지학은 정신과학으로서 과학의 한 분야이므로 고대의 신비주의 사상이나 철학적인 주장에 대해 검증 없이 수용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 태도가 아니다. 실제로 그 분야를 실천해 가면서, 우리의 삶을 통해 마치 실험을 하는 것처럼 검증해 나가야 한다.

 

 

인지학의 세계관에 따르면 우리에게는 일상적 영혼 생활과 다른 정신-영혼이 있다. 이것은 윤회의 주체로서 고유한 카르마를 가지며, 유전의 힘에 의해 만들어지는 신체에 작용한다. 병이라는 것은 이러한 작용이 정상적으로 행해지지 않을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유전적으로 간에 질병이 있는 신체에 정신-영혼이 온전히 작용하지 못한다면 병이 생길 것이다. 또한 지난 생을 통해 정신-영혼이 인간의 신체 조직에 대한 지혜를 갖추지 못한 경우, 또는 병든 간을 형성하는 천성이 있다면 간에 병이 생기게 된다. 유전적으로 결함이 있는 신체를 선택하는 것은 정신세계에 있을 때의 무지, 즉 인간 유기체에 대한 무지 때문이다. 지상의 삶에서 우리가 주변 환경에 대한 흥미를 충분히 발달시키지 못한다면 인간 유기체에 대한 앎은 약화된다. 그런 존재가 불완전한 신체를 줄 수밖에 없는 부모를 선택해서 오는 것이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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