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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르프 교육의 철학적 이해: 발도르프 교육학의 교육과정 및 교수학의 원리 - 강상희 (5) 본문

발도르프교육학/발도르프 교육철학

발도르프 교육의 철학적 이해: 발도르프 교육학의 교육과정 및 교수학의 원리 - 강상희 (5)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3. 1. 16. 12:35

6. 발도르프 교육학의 교육과정 및 교수학의 원리

 


발도르프 교육자들이 자신 있게 주장하는 것은 발도르프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조처들은, 조직적인 면에서나 내용적인 면에서, 철두철미 "인간학"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그 기초 위에 있다(Herz, 1984: 433)는 점이다. 슈타이너는 "인간 본성에 일치하는 방법"(WS, 79)을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인간 인식의 결과 생긴 것에서 교과계획, 가르침의 목적을 읽어 내는 것"(EM, 147)을 원칙으로 세우고 있다. 슈타이너의 우주론적 이해도 발도르프 교육학을 이끌어가는 동력이다. 슈타이너에 의하면 "교과계획은 생애 연령의 인간 인식 결과로서 발전된"(WS, 46) 것이다. 인지학적 세계관이 우선이고 그 세계관의 연관 속에서 수엽이 구성되고 수업 내용이 결정된다.


어린이 발달에 대한 슈타이너의 인지학적인 해석은 자유 발도르프학교의 교과과정의 기초가 되는데, 폰 하이데브란트(C. von Heydebrand)(1928)가 슈타이너-강연을 기초로 해서 교과과정을 발달시켰다. 인지학적 발달 심리학은 오늘날까지 발도르프학교의 교육 실천에 있어서 방향지표로서 사용되고 있다(강상희, 2002: 18). 인지학적 인간 이해와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발달론에 의거하여 통일적이고 상세히 구조화된 교육과정에 따라 발도르프학교 교육은 이루어진다. 다면적이면서 동시에 전체적인 발달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전통적인 학과 내용뿐만 아니라 예술에 중점을 두고 발도르프학교의 교육과정은 짜여졌다.


발도르프학교의 교육과정은 헤르바르트 학파의, 특히 찔러(Ziller)의 교육학적 교육과정 이념의 계승(Prange, 1985: 102)으로서 “전체적-유기적” 문화단계 교육과정이라 볼 수 있다. 발도르프학교의 “전체적-유기적” 문화단계 교육과정은 “정돈된 우주”이어야 하는 바, 그것은 소위 세부적인 것에 걸쳐 “성장하는 인간 본성”에서 생성된 것이다(Heydebrand, 1990: 11). 따라서 발도르프학교의 모든 수업과목들에는 “유기적” 단계 질서들이 정해져 있다. 문화단계 교육과정은 어린이의 생애 연령 단계를 인류의 단계와 시간상 발생학적으로 일치시키며 동시에 나무처럼 위를 향해 가지를 뻗어간다.


발도르프 교수학의 기초를 이루는 것은 방법론에서 볼 때는 발생학적 교수 원리이고, 도야 이론에서 볼 때는 소위 괴테식(goetheanistisch) 세계 고찰이다(Ullrich, 1992: 472). 괴테식 세계 고찰은 근본적으로 낭만파의 자연철학과 관계가 있다. 괴테는 셀링(F. W. Schelling, 1775-1854)의 저서 『세계 영혼에 대하여(Von der Weltseele)에서 자신과 비슷한 견해를 발견하였다. “자연은 눈에 보이는 정신이며, 정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이라는 전제 아래 있는 괴테의 자연과학은 인식적이며 직관적인 관찰이었다. 이것은 스피노자의 ‘직관지’(直觀知, scientia intuitiva)와 같은 것이며, 모든 개체 속에서 힘과 필연과 법칙으로서의 신을 인정하였다(Martini, 1995: 304). 괴테에게 있어서 존재는 신인 것이다. 괴테의 세계상을 결정하는 기본 이념은 원형 식물(Urpflanz)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정립된 변형의 이념이다. 변형은 그에게 있어서 모든 생물계의 근본 법칙이 된다(Martini, 1995: 311). 그는 자연과 예술 가운데서 형태는 여러 가지로 변할지라도, 그곳에는 영속하고 있는 본질과 법칙과 전형이 있음을 발견해 냈다. 그는 “만물은 유전(流轉)한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견해를 쫓으면서도 모든 변화에는 전형적인 법칙이 내재해 있으며, 그것은 정(靜)과 동(動)의 특징에 의하여 양극성의 원리에 개개의 현상을 바탕으로 하여 형성되는 것으로 보았다. 모든 개체는 전체와의 조화 속에서 정지하고 또 활동하며, 모든 조형력의 상호 관계는 질서가 정연하다((Martini, 1995: 310). 화학용어에서 따온 친화력(Wahlverwandtschaften)*이란 그의 개념 속에는 자연적이며 신비적인 힘이 암시되어 있다(Martini, 1995: 321). 괴테가 창조한 새로운 세계상에서는 모든 대립이 통일되어 있다.

 

* 괴테의 1809년 작, 비극적 장편의 제목이기도 함.


발생학적 교수 방법은 어떤 사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관련 사태의 생성이나 형성 원리 또는 그 사태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을 제시함으로써 사태의 생성 과정에 따라 그 사태를 이해시키려는 수업 방법이다(Böhm, 1982; Rombach, 1983 참고) . 복잡하고 미분화된 전체 인상으로부터 시작하여 기원 상황(Ursprungssituation)을 탐색하고 관련 구조를 해명함으로써 생성된 것의 이해를 얻는 것이다. 역사-발생학적 방법과 유기체-발생학적 방법이 있다. 역사-발생학적 방법은 역사적 과정을 쫓아 생성된 것의 발달 단계를 뒤따르는 것이고 유기체-발생학적 방법은 자연적 방식으로 형성된 논리적 구조를 갖춘 내적 구성 구조(Aufbaustruktur)를 끌어낸다. 발생학적 교수와 학습은 학생들을 사태로부터 이해시키려는 목적이 주된 것이다. 발생학적 교수법은 수업의 조직에 있어서 수직적 교과과정*인 에포크의 틀 안에서 실행되어야 효과적이다. 발생학적 교수와 학습을 통해 특히 수학과 자연과학의 법칙과 기초 사실(Sachverhalte)을 이해시키는 데 유익한 공헌을 한 바겐샤인(Martin Wagenschein)은 학생측의 생산적 탐색과 발견을 발생학적 방법의 시금석으로 제시하였다.**

 

* 수직적 교과과정이란 한 과목을 끝내고 다음 과목을 가르치는 구조를 말한다.

 

** 바겐샤인의 발생학적 방법은 예시 수업(exemplarische Unterricht)에 속한다.


이상과 같은 발생학적 교수학은 발달에 따라, 즉 어린이의 연령 단계의 전체적 세계상에 맞추어 가르치는 것을 중요시한다. 괴테식 세계 고찰은 전문화된 경험-분석적(즉, 근대 실증주의적) 연구의 인식 형식의 독점을 통한 인간과 자연 자체의 ‘유대’의 찢김을 반대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 시간으로부터 수학을 거쳐 예술 교육에 이르기까지 프뢰벨(Fröbel)의 ‘생명합일’(Lebenseinigung)이라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 안에서 작용하고 있고 인간 안에서 언급되고 있는 정신적 근원자에 대한 ‘전체적’이고 ‘대등한’ (gleichstellende) 경험이라는 목적을 추구한다. 발생학적 교수학과 괴테적 정신 형이상학은 낭만주의적 시각이며, 발도르프 교육자들은 바로 이러한 낭만주의 프리즘으로 ‘어린이 안의 천재 내지 창조정신’을 본다. 어린이는 상상력이 지배적이어서 인류의 시초 및 생명의 근원과 보다 밀착되어 있는 존재로 본다.


어린이의 생애 연령 단계를 인류의 연령 단계와 발생학적으로 시간적 일치를 시키는 문화단계 교육과정 원리에 따라 발도르프 학교의 모든 수업과목들에는 ‘유기적’ 단계 질서들이 확정되어 있다. 예를 들면, 1학년에는 동화, 2학년에는 우화와 전설, 3학년에는 구약성경, 4학년에는 북구 신화와 영웅전설, 5학년에는 그리스 신화 등의 순서로 교과과정이 구성되어 있다. 동화, 우화와 전설, 구약성경, 게르만 신화와 영웅 전설, 그리스 로마 신화학과 역사, 중세와 종교개혁으로부터 근대의 문화에 이르기까지 이야기 자료들이 나무줄기처럼 위로 뻗어나간다. 자연과학이라는 큰 가지도 ‘두 번째 7년 주기의 내부 리듬’을 향해 발생학적으로 단계별로 되어 있다. 먼저 암석, 식물 그리고 동물이 마치 동화 속에서처럼 인간에게 말을 거는 것으로 체험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 사실적인 세계 관계와 더불어 현상학적으로 이해하는 자연과학이 시작되는 바, 그런 자연과학은 인간의 조형적 형태 경험으로부터 동물 및 식물의 원 현상들의 형태학으로 아래로 내려온다. 끝으로 실험적인, 인과 분석적으로 설명하는, 근대 물리학의 ‘유물론적’ 사유 방식이 도입된다(Schrey, 1968; Mackensen, 1983).


발도르프학교의 교육과정은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기획한 교육과정처럼 구상적-전체적, 예술-체육 교육으로부터 과학을 매개로 한 세계 질서의 추상적 인식을 거쳐 나중의 아카데믹한 교육에서의 최고 이데아의 변증법적 성찰에 이르기까지 위로 이끌어간다.


발도르프 교육학의 교육과정을 조직함에 있어서 제 1원리는 우주, 시간 인간의 리듬을 고려하는 것이다. 슈타이너는 장래 발도르프학교 교사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하고 있다.


“인간 유기체는 어떤 리듬에 기초하여 순환한다. 외적인 유기체뿐만 아니라 전체적 인간이 어떤 리듬에 따라서 움직인다. 그러므로 생활의 전체 흐름에서 리듬 있는 반복을 눈여겨보는 일이 좋다. 어린이를 가르치고 교육하는 일은 그것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러므로 매년 정해진 교육적 모티브의 흐름을 생각해보면 좋다"(Carlgen, 1972: 76 재인용: 강상희, 1993: 52).


깨어 있다가 잠들고, 이해하고 잊어버리는 리듬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어린이 리듬이다. 발도르프학교는 어린이의 일상적 리듬과 달과 해의 순환적 흐름을 고려하여 학과 시간을 조직하며 그 결과 발도르프학교의 방법론적 특수성이 생긴다.


일상의 리듬을 고려해서 발도르프학교는 어린이에게 지적인 활동을 요구하는 과목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강상희, 1993: 73). 아침에 생동적이고 민활한 영혼과 정신의 힘들에 의존하는 학과는 에포크 수업(Epochenuntrricht)* 방식으로 아침에 진행되어 4주간 완결된 형태로 구성된다. 앎과 이해, 사고와 표상이 특히 강조되어야 하는 학과로 시작해서 율동적 반복과 지속적인 익힘을 필요로 하는 학과들(예를 들어 외국어 수업, 음악, 오이리트미, 회화, 조소 등)을 거쳐 육체적 힘들을 사용하는 실천적 종류의 일(원예, 작업장 수업, 체조 등)들로 발도르프학교의 하루는 끝맺는다. 즉, 두뇌를 많이 사용하는 활동에서 시작해서 강도 있는 연습이 필요한 예술 활동을 거쳐 신체의 의지 활동으로 흘러가는 하루의 리듬은 학과의 구성에 반영된 것이다. 이런 리듬은 들이쉼과 내쉼이라는 호흡의 리듬을 반영한다. 이런 리듬을 따라가려면 전체적 인간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 시간 단위로 교과목들을 병렬시키지 않고 일정 기간에 편제시켜 연속적으로 진행하는 수업 방식을 말한다. 일정 기간 즉 에포크 동안에는 모든 시간 한 과목만 다룬다. 에포크 수업 방식의 목적은 시간으로 쪼개어 교과목들을 번갈아 가르치는 것을 막으려는 데 있다. 에포크 수업 방식은 1926년 ‘바이에른 초등학교 교수규정’(Lehrordnung für die bayerischen Volksschule)에서 처음으로 언급되었다.


발도르프 학교의 에포크 수업 방식은 리듬을 고려하는 수업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매일 아침 두 시간 동안의 기본 학과 수업은 집중과 교체라는 에포크 방식으로 3내지 4주를 단위로 계속 다루어진다. 에포크 수업은 수업에 있어서의 경제성의 원리, 집중의 원리, 결실 있는 휴지(休止)의 원리를 고려한 수업 형태이다. 에포크 수업은 집중적으로 학습한 것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쉬어야 한다는 슈타이너의 견해를 따르는 것이다. 슈타이너에 의하면 작문을 잘하려면 개개의 문자를 학습한 방식을 잊어버려야 하듯, 어떤 것을 기억하고 어떤 능력을 습득하는 데 있어서 올바른 망각이 기억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Carlgren, 1972: 36).

 

발도르프 교육 구조와 과정의 핵심 원리라 할 수 있는 리듬의 강조는 오이리트미(Eurhythmie)라는 발도르프 특유의 교과에 가장 잘 반영되어 있다. 오이리트미는 슈타이너가 창조해낸 소리와 어조의 질이 몸짓을 통해 표현되는 새로운 움직임의 예술로서 볼 수 있는 소리이자 볼 수 있는 노래이다. 동시에 움직임을 통해 영적인 것을 우러나오게 하는 몸짓 예술이다. 오이리트미는 발도르프 교육의 모든 단계에서 활용된다. 발도르프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은 걷거나 달리면서 숫자 8, 원이나 삼각형 등 기하학 모양을 만든다. 4학년과 5학년 어린이들은 공부한 역사, 신화, 전설 등의 모티브를 오이리트미에 적용한다. 사춘기 학생들을 위해서는 지적 발달과 관련된 오이리트미, 드라마와 결합된 오이리트미 등이 있다. 발도르프 학생들은 오이리트미를 통하여 언어와 음악에 작용하는 힘들과 리듬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는 것을 배운다. 오이리트미는 ‘영혼이 깃든 신체의 배양’이라는 발도르프 교육의 근본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발도르프 교육과정이다.


발도르프학교는 예술 수업, 노작 및 수공예 수업을 구조화하여 지식 일변도의 교육을 극복하고자 한다. 12학년 내내 회화, 소묘, 조소, 노래, 악기 연주, 오이리트미, 시 낭송 등의 형태로 예술 수업이 전개된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이 나무, 금속, 도자기, 원예, 책 제본 등의 작업을 통하여 현실적이고 책임 있는 노동 정신과 자세를 기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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