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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르프 유아교육 - 윤선영 본문

발도르프교육학/발도르프 유아교육

발도르프 유아교육 - 윤선영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2. 11. 27. 11:40

발도르프 유아교육

건양대학교 아동보육학과 윤선영



발도르프 유아교육은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에 근거를 두고 일상적인 생활에서 교사와 어린이들의 진정한 만남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 설립되어 있는 발도르프학교와 유아교육기관들은 인간의 본질적인 성장 및 발달을 교육의 근본으로 삼고 아동기를 보호하는 데 책임감을 지닌 사람들이 그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슈타이너는 인간의 건강한 성장 발달을 7년 주기로 설명하고 있는데, 그 첫 7년 주기의 영․유아기 어린이들에게는 세계의 어느 곳에서나 보편적으로 걷고, 말하기를 시작하며, 사고하기, 상상력과 의지력의 발달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사의 과제는 바로 이러한 어린이들의 발달단계를 동반하면서 어린이들의 성장 발달의 힘과 앞으로 전개되는 전 생애를 위한 능동적인 힘을 기르는 데 책임감을 가지고 진지하게 어린이들과 생활하는 것이다.

발도르프 유아교육기관에서는 어린이들의 건강한 성장 발달을 위한 생활공간이라는 점에서 모방과 모범을 통한 학습, 상상력의 발달, 리듬 있는 생활, 감각교육 등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따라서 어린이들로 하여금 ‘가르침’보다 교사의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생활태도에 의해 진지한 삶을 경험할 수 있게 하며, 인형극과 동화의 세계를 많이 접할 수 있고, 리듬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호흡을 하듯 자신의 내면을 펼치고 외부로부터 자신을 끌어들일 수 있는 외적인 활동과 내적인 활동이 반복되는 생활과, 자연물로 된 놀잇감으로 자연의 창조적인 힘을 마음껏 느끼게 하고 있다. 또한 아동기를 보호하는 범주에서 부모와의 협력작업을 통해 시대 및 사회적 요구와 부모의 요구 및 욕구를 승화하고, 성인들이 먼저 끊임없는 자기교육을 함으로써 어린이들을 위한 바람직한 관계인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1. 발도르프 교육의 기본원리


● 발도르프 유아교육에서는 모방이 학습원리가 된다.

교육학 이론에서 아동발달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는 아동의 유전적인 측면, 인적 환경을 포함한 교육환경, 그리고 이들과의 상호작용 측면이 있다. 그러나 슈타이너는 한 어린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천상의 세계에서 이 지구상에서 이루고자 하는 나름대로의 과업을 가진 “개별성”(Individualitaet)으로서 지구상의 육신을 도구로 삼아 태어나는 인간의 본질적인 측면을 강조한 바 있다. 바로 그 과업의 실현 즉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우리 부모는 개별성에 육신을 선사하였으며, 인간적인 환경과 상호작용이라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슈타이너는 인간으로 되어가기 위한 존재인 어린이의 주변에는 반드시 인간의 사회가 있어야 하며, 인간과의 상호작용 측면에 있어서 특별히 모방과 모범을 중요시하고 있다. “물질체”가 형성되는 0-7세의 어린이들은 주로 모방을 통하여 학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모방의 대상이 되는 주변환경과 관계인(부모, 교사)의 영향을 대단히 중요하게 지적하고 있다.

영․유아기 어린이가 모방하는 존재임을 설명하기 위해 언어습득과정과 신체발달 및 형성과정을 들어보겠다. 언어습득은 자연과학적으로 그저 언어를 복제하듯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대에 소리가 새겨지면서 동시에 모방의 대상을 영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또한 성인이 되어서 외국어를 배울 때와는 달리 특별히 가르쳐 주지 않아도 어린이가 일상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발음을 정확히 배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성대 구조가 소리에 적당하도록 형성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태어나면서 인간으로서의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태어나지 못한다. 영아기(0-3세)에 머리부분이, 유아기(3-5세) 때에는 몸통부분이, 취학 전인 5-7세 경에는 신진대사부분과 사지부분이 시차적으로 발달하여, 비로소 “사람다운” 신체를 지니게 된다. 그런데 언어습득에서 어린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언어를 주로 모방하듯이, 신체발달 및 근육발달 또한 어린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움직임을 모방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걸음걸이를 아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즉, 인간은 동물과는 달리 인간이 없는 환경에서는 “인간답게”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슈타이너는 영아가 세상에 완전히 열려 있고 그 세상 안에서 모방을 통해 배워 가는 과정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어린이가 자신을 세상 안으로 형성하며, 세상을 자신의 내면에 형성한다”.

교육적인 의미에서 모방은 학습의 ‘본원적인 형태’로서 어린이가 건강하게 모방할 수 있는 주변환경과 어른의 모범적인 생활태도가 중요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어린이는 성인의 영혼 깊숙이 있는 곳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와 부모는 어린이의 물질체가 건강하게 탄생되도록 “보호막”을 형성하여 모태와 같은 교육환경을 형성해야 한다. 따라서 발도르프 유치원에서 교사가 가르치지 않고 진지한 자세로 삶에 필요한 작업을 하고, 어린이들이 모방을 통해 계절, 일상생활을 체험하면서 자신의 신체 형성에 충분히 몰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왜냐하면 개념적인 것은 영․유아기 때 이미 신체적으로 경험한 행위에 연결되면서 발달하기 때문이다.


● 발도르프 유아교육은 감각교육을 중요시 한다.

슈타이너는 인간의 감각을 12가지로 보고 그 중 “하위감각” 또는 “신체감각” 4 가지 즉, “생명감각”, “균형 및 방향감각”, “촉각”, “고유운동감각”이 영․유아기 때 발달한다고 했다. 그런데 현대의 - 특히 문명이 발달한 나라의 - 어린이들에게 이 네 가지 “신체감각”이 많이 손상되고 있다고 한다. 행동불안, 행동과다증, 공격적인 행위의 증가, 소심하거나 자기표현이 없는 어린이 등의 “문제행동”에 대하여 많은 부모나 교사들이 고민하고 있으며, 학령기 아동 중에는 독서곤란증이나 글씨를 제대로 잘 못쓰는 아동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최근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문제행동”의 원인이 감각작용의 저해에 있다고 한다. 문명의 발달로 말미암아 일찍부터 TV, 컴퓨터, 카세트 녹음기, 등의 기계와 플라스틱 놀이감들을 많이 접하면서 성장하는 어린이들에게 이러한 기계가 영․유아기 때 잘 발달되어야 할 “신체감각”을 마비시키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그 이유는 감각작용에 무의식적인 움직임(“수용”과 “수행”)이 함께 이루어지는데, 이것을 주관하는 - 영․유아기 때 발달되어야 할 - 행위력과 의지력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도르프 유치원에서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자연물로 이루어진 놀이감(줄, 나무토막, 나뭇가지, 헝겊, 돌, 조개껍데기, 마른 나무열매 등)을 많이 접하게 하고, 어린이에게 적합한 색깔로 된 환경을 구성하며, 어린이의 신체적 동작감각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라이겐(Reigen; 시, 노래와 율동이 담긴 리듬적인 놀이)을 하고 있다. 슈타이너가 그의 저서 여러 곳에서 “어린이는 온전한 감각기관”이라 표현하고 있듯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 즉 어른의 제스쳐, 움직임, 환경이 어린이의 내면적인 감각기관으로 체험하게 되므로, 어른의 영적, 도덕적 행위나 표현까지도 중요하다고 했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행동”을 예방하고 치료한다는 의미에서 감각교육은 현대에 와서 더욱 부각되고 있는 부분이다.


● 발도르프 유아교육은 리듬적으로 구성된 생활교육이다.

발도르프 유아교육에서 리듬적으로 구성된 생활을 중요시하고 있는 데에는 리듬이 영․유아기 어린이에게 주는 의미에 있다. 인간에게는 호흡, 심장박동, 맥박 등과 같이 본래 리듬이 주어져 있다. 그러나 갓 태어난 아기에게 호흡수가 불규칙하고 맥박수도 일정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리듬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듬은 생활에 안정감을 주고, 두려움을 없애주며, 새로운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조화롭게 살아가게 하며, 삶의 근원적인 힘을 체험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영․유아기 때에 리듬 있는 생활을 하는 것은 신체적 리듬을 형성할 뿐 아니라, 이후의 삶을 위한 저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교육자는 리듬 있는 생활을 구성하기 위해 우선 자신이 먼저 리듬적인 생활이 가져다주는 힘을 체험하면서, 어린이들을 위해 라이겐과 같은 리듬적인 놀이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리듬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여 생활습관을 형성해야 한다.

리듬적인 분위기는 들숨과 날숨이 반복되는 하루일과로 형성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어린이들이 유치원에 올 때에는 각자 자신만의 충동을 함께 가지고 오기 때문에 자신을 충분히 표현해도 되는(날숨) 자유놀이가 적합하고, 그 다음엔 짧은 들숨과정인 라이겐을 다함께 하고, 두 번째의 날숨인 자유놀이로 실외놀이나 산책을 하게되며, 다시 이야기 들려주기와 같은 들숨과정을 체험하게 하면서 오전시간이 마무리된다. 주로 첫 번째 자유놀이 시간에 교사는 생활에 필요한 작업을 리듬적이고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 때 어린이들에게 안정감을 주도록 3-4주 동안 한 가지 일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기간적’인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발도르프 유치원 생활은 어린이들의 내적인 호흡작용을 고려한 반복적인 리듬이 담긴 하루 일과로 구성되어 있다.


● 발도르프 유아교육은 어린이의 상상력 발달을 중요시 한다.

발도르프 유아교육기관에서는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감각교육에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자동차와 같이 기능이 이미 주어진 놀이감이나, 사람모양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인형과 같은 완벽하게 만들어진 놀이감을 피하고 있다. 왜냐하면 나뭇가지가 또는 단순하게 만들어진 인형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최대한 자극하기 때문이다. 모형에서 빠진 부분은 어린이다운 상상력으로 보완되는데, 단순한 모형일수록 어린이의 내면적인 움직임을 최대한 촉진한다. 동화도 가능하면 책을 읽어주지 않고 들려준다. 그림이 이야기 내용을 이미 결정하여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형극에서 사용되는 인형 또한 인물의 성격을 얼굴의 생김새로 결정하지 않고, 대신 인형 옷의 색깔을 가지고 상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어린이들이 내면적으로 인물의 성격을 스스로 창조하게 한다. 인형을 다루는 것도 조심스럽게 하여 인형의 빠른 움직임이 어린이들의 영혼적인 부분에 지나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한다.


2. 구체적인 교육내용

1) 생활리듬
어린이들은 인간의 삶의 리듬을 바탕으로 년, 월, 주, 하루의 일과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설, 보름, 추석, 등의 민속 명절과 다양한 풍습이 담긴 절기나 계절의 변화를 해마다 반복하여 체험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 상상력의 발달과 안정감을 주고 반복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2-4주 동안 같은 시간에 같은 동화를 들려주고, 주기적으로 그리기, 아침식사 만들기, 다양한 조형작업을 하는 예술적인 활동, 인형극, 라이겐을 하고 있다. 예술적인 작업은 주로 자유놀이 시간에 진행되어, 어린이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통하여 어린이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의지와 인위적이지 않은 모방이 함께 작용할 수 있도록 한다. 낮잠자기와 식사 및 간식시간은 중요한 하루일과로서, 편안히 잠을 잘 수 있고, 영양과 건강을 고려한 자연식품을 섭취하게 할 뿐 아니라 즐거운 식사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 형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루 일과의 예를 별나라 어린이집의 경우를 들어보겠다:
- 등원이 마쳐질 때까지 절기와 계절에 따른 아침식사 만들기와 자유놀이
- 아침식사(9시)
- 자유놀이와 함께 예술적인 작업(인형 만들기, 조각, 수놓기 등 계절과 절기 및 축제 준비)
- 라이겐
- 산책
- 점심식사(12시)
- 양치 및 낮잠준비
- 동화 및 이야기 듣기
- 낮잠
- 자유놀이와 함께 그리기(일주일에 한번은 물감으로 그리기, 토요일은 귀가)
- 오후간식(16시 30분 경)
- 바깥놀이
- 인형극 보기 또는 조형작업(일주일에 하루는 취학 전 아동들은 따로 모아 움직임을 통한 문자기초 교육)
- 귀가가 끝날 때(평일 19시 30분)까지 자유놀이
* 어린이들의 생활은 시간표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리듬적인 생활구성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등원 및 귀가시간과 식사시간 외에 정확한 시간을 표기하지 않았다.
* 오전에는 야외로 산책을 나가고 있으며, 어린이들이 자연을 접하고 신체적인 저항력을 기를 수 있게 한다. 도시락을 싸 가지고 나가는 장시간의 야외활동이나 여행은 가급적 피하고 점심을 어린이집에서 먹은 후 일정한 시간에 낮잠을 잘 수 있도록 한다. 견학은 부모들의 주변 생활환경을 활용하여 농장이나 농촌, 산촌, 어촌 등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방문하여 어린이들로 하여금 가족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삶에 대한 직접적이고 자연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

2) 라이겐
리듬 있는 생활과 관련하여 리듬적인 활동의 하나인 라이겐은 교사가 짓거나 기존의 어린이들을 위한 운율이 담겨있는 시, 노래, 동화의 내용으로 어린이들과 함께 자연현상이나 인간의 문화적인 행위를 신체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TV, 컴퓨터, 비디오 등 신체적인 활동을 점차 앗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야기될 수 있는 어린이들의 내적․신체적 움직임의 저해현상을 치료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린이들의 의미 있는 신체적인 움직임은 이후 문자교육(쓰기)이나 수 및 기하학 교육에 필요한 기초적인 능력이 발달된다.

3) 예술작업
예술작업은 주로 교사에 의해 이루어지며 인형 만들기, 절기음식 만들기, 수놓기, 조각, 바느질,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감 만들기, 명절이나 풍습, 기타 특별한 날을 준비하는 과정 등을 하게 되는데, 어린이들은 교사의 진지한 예술활동을 통해 인간생활에 필요한 모든 문화적인 행위, 조형과정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체험함으로써 노동의 가치, 물건이 생산되어 가는 과정,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물건의 소중함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게 된다. 교사는 자신의 전 작업 과정을 면밀히 계획하고 구성하여 혼란스러움과 해치우는 식의 작업이 아닌 진지한 삶의 하나로 표현하여야 하며, 어린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위해 어린이들을 위한 재료가 담긴 바구니를 항상 준비하여 둔다. 어린이들은 모방과 상상력을 통해 스스로 조형작업을 할 수 있으므로 교사는 어린이들의 모방을 염두에 두고 작업에 임하되(예; 뜨개바늘로 실뜨기), 교사가 지시하는 대로의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는다.

4) 동화 및 이야기 들려주기, 인형극
동화에는 몇 가지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다. 그것은 인간과 현실세계를 상징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선과 악(영웅과 악인 또는 선함과 잔인함), 지상의 세계와 이상의 세계, 슬픔과 기쁨 등의 양극이 등장한다. 동화는 어린이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어린이들은 동화를 이해할 수 있지만 어른들은 동화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어린이들이 세계와 일치감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어른은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동화를 이해하기 때문) 어른들은 이러한 동화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동화의 유형은 어린이들의 특성과 기호와 어울리는 삼율행(옛날 옛날 옛적에), 시간과 공간의 초월성, 1차원적 세계(현실과 비 현실이 일치된 세계), 시작과 끝의 전형적인 유형, 시적 표현(“Der Wind, der Wind, das himmlische Kind”), 주인공 어린이의 고립성(어린이들의 혼자 스스로 해 보고 싶어하는 욕구와 일치한다), 열악한 영역(호감/Sympathie은 항상 가장 가난하고 바보스러운 자에게서 나온다는 원리)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동화 중 특히 전래동화는 어린이들의 영혼적인(seelisch) 영양이 되고 있다. 인간의 삶을 권선징악으로 표현하고, 어린이들의 심리적 갈등과 현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동화의 원리는 성인들의 논리로 이해할 수 없는 어린이들에게 적절한 형태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화 자체가 포함하고 있는 도덕적․교육적 의미를 보존하고 어린이들 스스로의 상상력에 의해 다시 한번 재창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야기는 그림을 동반하지 않고 교사가 직접 들려주고 있으며,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교육적’ 목적에 의한 교화나 교훈을 하지 않는다. 같은 이야기를 2주일간 계속 들려주어도 어린이들의 상상력은 항상 발휘된다. 인형극을 위한 인형 또한 등장인물의 성격묘사를 위한 과장된 모습을 띄지 않고 색깔에 의해 상징적인 표현을 하고 있으며, 간단한 얼굴모습으로 어린이들로 하여금 구체적인 것을 스스로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교사는 동화에 나오는 상징적인 의미와 등장인물에 대해 스스로 충분히 공감하고 상상함으로써 이야기를 들려주고 인형도 제작해야 한다.

5) 놀잇감
놀잇감들은 기능이 정해져 있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기존의 생산품들이 아닌 크고 작은 천, 조개껍질, 나무토막, 돌, 말린 과일, 씨앗 등의 자연물과 자연소재로 된 조각품, 인형, 그릇 등이 제공되어, 어린이들 스스로 상상력과 조형능력을 가지고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자연과학, 수, 기하학, 언어 등을 실험하고 발달시키고 있다.

6) 그리기
그림은 주로 밀납으로 만들어진 크레용과 물감을 이용한다. 그리기는 어린이의 내적인 표현이며 색깔의 본질적인 체험이기 때문에 어떤 주제를 과제로 제시하지 않고, 교사가 모범이 되어 진지하게 그림 그리기를 하되, 선을 사용하기 보다 면으로부터 형태가 드러나는 그림을 그림으로써 어린이들로 하여금 생동감 있는 그리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넓은 붓으로 색깔놀이를 하며 색과 일치되는 내적 경험을 촉진해 주고, 결과에 대하여 느낌으로 이해하도록 한다. 색깔은 주로 노랑, 파랑, 빨강이 주어지며, 서로 섞임으로 여러 가지 색을 창조해 나가는 경험을 한다. 우리 성인은 문명의 발달과 유행의 유혹에 의해 색의 본질적인 느낌을 잃어버렸다. 어린이들의 색깔에 대한 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 성인이 먼저 색에 대한 느낌을 되찾는 것은 교사에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7) 노래
슈타이너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에게 적당한 음악은 5도의 음정으로 된 펜타토닉이 좋다고 했다. 펜타토닉은 레, 미, 솔, 라, 시로 이루어졌으며, 반음이 들어 있지 않아 어린이에게 부적당한 감상성이 배제되어 있다. 또한 유아기 어린이들의 영혼이 아직 지상의 대지에 완전히 발을 딛고 서 있지 못하는 시기에 있으므로 꿈을 꾸는 듯한, 끝이 없는 듯한 음(예; 라로 시작해서 라로 끝나는 노래)으로 이루어진 노래가 적당하다고 한다. 그에 적당한 악기로 슈타이너는 라이어를 개발하였으며, 어린이 하프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에 반해 옥타브로 된 음과 독립된 소리를 내는 악기들은 9세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적당하다고 한다.

8) 계절탁자
계절탁자란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변화와 인간 삶의 모습이 담겨진 각종 자연물과 교사가 직접 만든 인형 등으로 꾸며진 탁자를 의미한다. 겨울에는 앙상한 나뭇가지에 하얀 눈이 덮여 모든 지상의 생물들이 자신 내부로 움추리고 있는 모습을, 봄에는 파릇파릇 새싹이 돋으며 만물이 잠에서 깨어나 생동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여름에는 왕성한 자연의 힘을, 가을에는 다양한 곡물과 과실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들은 자연의 변화와 흐름을 통한 사랑과 인간 문화의 원천적인 힘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계절탁자는 계절과 절기의 흐름, 문화적 행사(축제)의 분위기를 교실 안 가득히 채워주는 환경구성의 중심이 되어, 시기에 적절한 라이겐, 동화, 예술적인 조형작업을 하나로 만들어 준다.

9) 부모와 교사의 협력작업
부모와의 협력작업은 유아교육기관에 대하여 알게 되고 교육적 의문점을 서로 나눌 수 있는 부모회로부터 시작한다. 부모회에서는 여러 가지 테마가 다루어지는데, 어린이들의 사회적 관계, 축제나 행사 같은 조직적인 문제 등을 함께 의논하게 된다. 독일의 경우 각 그룹에 2명의 부모와 교사들이 심의회의 일원이 되며, 부모회보다 더 많은 모임을 갖고, 부모회에 제의하게 될 테마를 정한다. 특별히 관심있는 교육적 테마(예; 회화, 조소, 오이리트미, 수공예 등)는 전문가를 초청하여 부모를 위한 강연을 듣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발도르프 유아교육기관의 교사들은 발도르프 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동료협의체(Kollegium)”에 의하여 원장, 원감이 따로 없고 종적인 관계가 아닌 평등한 관계에서 모든 일을 의논하고 결정하고 있으며 사무직이 따로 있다면 행정적인 일을 맡아 교육의 전반적인 업무를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3. 발도르프 유아교육이 주는 시사점

1. 발도르프 유아교육은 교육과정이나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교사의 ‘가르침’을 통한 교육의 외적 측면이 강조되는 전통적인 교육방법과는 달리, 어린이의 본질적인 성장발달을 기초로 한 인간의 내적 교육이라는 점에서, 교육에 변화를 주고자하는 교사에게 근거제시를 명확하게 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서 근거제시란 어린이의 건강한 성장발달이며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힘을 길러 주는 데에 있다. 발도르프 유아교육은 기억력을 강요하는 공부를 멀리하고, 예술적으로 자극하며 놀이를 하게 함으로써, 어린이 고유의 재주와 본성(인간의 본질)을 이끌어 내어주고, 육체적 조직을 강화시키며 자신의 의지를 통제하는 것을 배우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더욱 집중을 잘 할 수 있고 학교 공부를 할 준비를 하게 된다. 왜냐하면 후의 인생에서 요구되어지는 힘과 건강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2. 발도르프교육은 아동의 “문제행동”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요즘 학교폭력이라든지, 청소년 비행문제가 점차 유아기 문제행동에서도 나타나는 사회문제로 종종 대두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영․유아기 교육으로부터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필자가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과 여러 번 작업해 본 결과 어린이들의 “문제행동”이 첫 주제로 매번 등장한 것을 보면 발도르프교육의 치료적․예방적 의미를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3. 발도르프 교육은 우리나라의 유치원에서뿐만 아니라 특히 어린이들이 하루 10시간 정도 머무는 어린이집에서 필요한 어린이의 내적 리듬을 중요시하는 ‘생활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4. 마지막으로 발도르프 교육은 컴퓨터나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장난감과 같은 최첨단 시설과 장비를 갖추어야만 현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적당한 교육이라 여기고 있는 사람들에게, 과연 우리 성인이 ‘어른의 문화’를 일찍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는데 교육에 목적을 두고 있는지, 아니면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한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게 한다.

그러나 부모의 교육열이 대학입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고등학교 학생자녀를 둔 부모 못지 않게 대단히 강하고, 아직은 부모의 사교육비로 운영되는 사립교육기관 및 보육시설이 많은 우리 나라의 교육현실에서, 학교교육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되 어린이의 내적인 건강을 손상시키지 않는 교육방법에 대하여는 보다 연구되어야 할 부분이다. 왜냐하면 발도르프 교육이 한국적 현실에서 교육문제를 치유할 잠재력을 얼마만큼 지니고 있느냐는 바로 우리 한국사람들의 노력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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