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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슈타이너 재발견의 여행 (1) 본문

인지학

슈타이너 재발견의 여행 (1)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9. 2. 18. 06:59

[출처 : 자루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dbdudgml57&logNo=80012966461


이 글은 <슈타이너 재발견의 여행>이란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간추려 우리말로 옮긴 글입니다. 일본에 와서야 이 곳의 학부모에게서 슈타이너 유치원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권유받아 독서를 시작했습니다. 저에게는 이 책이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느껴져서 그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Koyasu Michiko라는 와세다 대학의 비교문학교수로 1933년생입니다. 도쿄 대학에서 독일문학과 비교문학을 전공하고 독일에 유학하면서 외동딸 후미를 뮌헨의 슈타이너학교에 보낸 체험을 75년에 <뮌헨의 소학생>이란 제목으로 펴내어 일본에 슈타이너학교를 소개한 이후 일본사회에 슈타이너교육의 선풍을 불러 일으켰다는 저자소개가 책 뒷면에 있습니다. 또한 뮌헨슈타이너학교 졸업생으로 유명한 동화작가인 미하엘 엔데(Michael Ende)와의 친분도 두터워서 그에 대한 책도 여러 권 출판하였습니다.


이 책은, 1996NHK의 특집프로그램으로 기획된 <슈타이너의 세계>란 교육방송 프로그램을 위해, 40일간 함께 취재하면서 그 경험을 엮은 것입니다.


인상적인 점은 이 기획의 담당 프로듀서도 만 1세의 딸을 둔 여자PD였는데, 데스크의 양해를 얻어 딸과 보육담당자, 그리고 코야스 교수와 그의 딸 후미와 손녀 나타샤(당시 3)를 동반하여 겨울 동안 취재했다는 것입니다.


코야스 교수는 그동안 슈타이너교육을 소개하는 책도 펴내고, 출판계에서 요청한 취재에도 여러 번 주선하여 동행하기도 하였으나 그동안의 일본의 매스컴이나 출판계가 상업성이나 표면적인 내용만-특히 교육기법-을 가지고 요란법석을 떠는 것에 질려서 한동안 일체의 요청을 거절하고 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의 기획에선 NHK측에서도 단순히 교육의 차원만이 아니라 슈타이너의 사상과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인식을 소개하고 싶다고 하고, 취재 중에도 취재원의 생활에 절대로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조건 하에, 현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천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취재라는 점에 응하였다고 합니다.(유치원에선 아이들에게 TV를 보여주지 않는 학부모가 많은데, 카메라 러시에 아이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인류사적으로 유치원아이들은 원시시대의 추체험, 초등시절엔 중세시대까지의 추체험을 경험한다고 하여 TV나 컴퓨터, 전자기기에 별로 노출시키려고 하지 않는 부모가 많다는군요.)


그의 딸 후미(컴퓨터 음악작곡가)는 슈타이너학교에 다니다가 중학과정 4년은 일본으로 돌아와서 일반학교에 다녔고, 그 후 고교시절은 다시 뮌헨의 슈타이너학교로 돌아가고, 가출도 하고, 아무튼 반항기엔 부모에게 무척 심한 저항을 했던 것 같습니다. 중간 중간 코야스 교수와 딸 후미가 나누는 대화가 끼어 있는데, 후미가 당시는 엄마가 슈타이너교육에 대해 강연하고, 글쓰고, 나는 거기 학생이고, 이런 것 자체가 싫었다”, “이제 와서 이런 고백을 하는 것은 너무 억울한데, 네가 가출했을 때 나는 나의 모든 자존심, 존재근거가 무너지는 것같았다.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른다. 나타샤도 소녀가 되면 엄마에게 그렇게 반항하렴, ? 그때 가면 엄마도 할머니랑 같은 체험하게.” 하는 대목도 나옵니다. 이 책에는 그런 과정을 겪은 딸 후미가 어른이 되어서 딸과 함께 당시 동창생들을 찾아 12년만의 동창회를 열고 만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내용 중에서 슈타이너교육에 대한 내용은 상당부분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한국에서 슈타이너교육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았더니 교육 프로그램 등에 대해선 많이 소개되어 있는 것 같아서, 오히려 교육 이외의 슈타이너 사상의 다양한 부분에 대한 내용을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제대로 된 번역인지 자신은 없지만, 내용과 느낌을 전할 수 있으면... 200여 쪽의 글 중 내가 임의로 뽑은 대목들이어서 오해가 있을 수도 있고, 특히 독일어 고유명사는 독일어표기가 없어서 일본어를 옮긴 것이어서 실제론 발음이 다를 것 같습니다.)


 

*

슈타이너학교에 대해서 일본에 알려져 있는 내용들은 많다. 그 중 몇 가지 특징만 이야기해보자.


학교는 12년간 다니는데 8년간 한 선생님이 일관되게 담임을 맡는다. 9-12학년은 교사가 반의 상담역이 된다. 100분 동안 진행되는 오전 수업은 ‘epoch수업이라고 하는데, 하나의 교과만 배우고 그 동안 다른 교과는 쉰다. 교과서는 없고 자기의 노트에 수업내용을 스스로 정리한다. 에포크노트가 자기의 교과서인 셈이다. 테스트나 점수평가를 하지 않는다. 통지표에는 교사가 문장으로 상세하게, 학생의 인간적 성장, 각 교과별 성장 과정에 대한 서술이 있다. 8학년 때까지는 담임교사가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通信簿의 시를 쓴다. 이 시를 다음 학년의 수업시간의 전반부에 낭송한다.


슈투트가르트는 벤츠의 본사가 있는 곳이며 슈타이너교육의 발상지로 유명하다. 슈투트가르트하우스만 거리44번지의 언덕에는 자유발도르프학교’, ‘그리스도인공동체’,‘Anthoroposophie 공동생활관’, ‘오이리트미(Eurythmie)학교', 'Rudolf Steiner House'가 있다.(이후 교육현장에 대한 글은 모두 슈트트가르트 학교의 경우)


슈타이너는 아주 어렸을 때 초감각적인 체험을 했으나 대학에선 자연과학을 전공했다. 14세 무렵부터 칸트와 정통파 철학의 전문서를 읽은 슈타이너는 근대철학과 자연과학에도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시인 괴테의 사상과 문학에 접한 후 그의 색채론과 식물론을 읽으면서, 과학과 철학, 예술을 통합하는 길을 찾아 나섰다.


이는 무엇이든 분석과 계량에 의해 문제를 풀려고 하는 자연과학의 방법에 ‘?’을 품는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생명이 있는 현상에 대해 유기적인 전체성 파악이란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인간은 생득적인 초감각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했으나 오랜 기간 사람들에게 이를 전파하진 않았다. 1900년이 되기까지 그는 저서에서도 초감각적인 세계에 대한 내용을 쓰지 않았다. “불필요한 언급은 올바른 내용을 의심케 한다


신비사상가란 레테르가 붙여지더라도 일관되게 명석한 사고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하며 일상생활의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식을 그는 가지고 있었다. 그의 저서 중 <神智學, 1904>은 인간이 바뀌어서 다시 태어나는 것에 대하여, 그리고 轉生의 흐름에 대한 성찰이다. 이어 <정신과학의 입장에서 본 어린이의 교육, 1907>에서 그의 교육관을 피력하였다.


1913년, 그는 이제까지 속해 있던 神智學협회의 전근대성에 선을 긋고 탈퇴하여, 새로이 人智學을 의미하는 Anthoroposophie운동을 전개하였다.



잊기 위해 배운다


에포크수업은 아침 8-9시 45분 사이 100분간. 3-4주 동안 연속해서 한 가지 과목만 집중해서 배운다. 7,8학년이 되면 10과목 정도를 에포크수업으로 배우는데, 1년에 한 번의 에포크수업으로 한 과목을 수료하게 된다. 그러면 다음에 또 다시 같은 과목의 에포크를 시작하기 전까지 잊어버리게 되지 않는지, 부모로선 이 잊어버리는 것이 걱정이다.


그러나 교사는 , 그럼요, 잊습니다. 잊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 잊을 필요가 있습니다.”


순간 나는 귀를 의심했다. ?


당근이 몸에 좋다는 것은 당근을 잘 씹어서 우리 몸에 흡수가 잘 되도록 잘 소화시켰을 경우입니다. 공부도 그저 삼켜서 그대로 머리에 남아 있게 하면 곤란합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의 성장에도 부담이 되고, 소화불량의 지식은 얼마 안 가서 밖으로 배출되고, 즉 잊혀지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이 상태에선 건강한 힘도 아이에게 주지 않은 채, 그냥 잊혀지게 되는 것입니다. 에포크수업에선 식사를 할 때 잘 씹어서 맛을 느끼면서 소화시키는 것과 같은 원리를 적용합니다. 산수를 3주 정도 반복해서 수업하면 어느 정도의 지식이나 원리를 배우게 되는데 실제로 이 지식이 머리에 남아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3주간의 공부체험이 아이의 성장력이 되고, 보다 본질적인 요소가 전신에 스며들어 일정한 방향성과 운영원리를 부여해 주게 됩니다. ”


지식은 힘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이 슈타이너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원리이다.



어느 3학년의 산수 에포크수업



인사 교사가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교실에 들어오는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다.


점화 빨간 초에 불을 밝힘. 동시에 오이리트미를 시작. 허밍으로 -----’, ‘-’는 빛이 밝아지는 느낌과 같은 울림을 준다. 다음으로 -----’, ‘-’는 최고도로 가슴이 열리는 모음이다. ‘-----’, ‘-’는 안으로 말리면서 소중한 걸 보호하는 느낌이 든다. 저학년은 이 세 모음에 대한 오이리트미를 반복한다.



아침의 시

 

태양의 눈부신 빛줄기가

나의 하루를 비춥니다.

마음속의 정신의 힘이

나의 손과 발에 힘을 줍니다.

태양의 빛줄기 안에서

하나님, 나는 사람의 힘을 경외합니다.

그것은 당신이 나의 마음속에

확실하게 심어주신 것.

내가 성실하게

잘 배울 수 있도록

당신에게서 빛과 힘이 오고 있습니다.

사랑과 감사가 당신에게서 흐르고 있습니다


(슈타이너, 1-4학년의 아침의 시)


손과 발로 박자연습 , 뒤로 발을 움직이면서 소리와 손뼉으로 박자를 맞춤. 여기까지가 리듬파트로 약 15분 정도 소요됨.


통신부의 시 낭송 교사가 지명한 학생


산수 수업시작 천천히 복습부터, 교사도 칠판에 쓰기보다는 또박또박 숫자를 말하고 문제도 말한다. 숙제도 말로 낸다. 아이들은 이를 그대로 자기 노트에 받아 적는다. 수업을 서두르지 않는 게 눈에 띈다.


이야기읽기 구약편 열왕기의 계속


아이들은 필기하지 않는다. 다만 이야기를 들을 뿐. 교사는 담담한 어조로 주관적인 감정개입을 자제하고 객관적 자세로 책을 읽는다. 아이들의 깊은 체험에 방해가 되는 설교식, 감정주입식 책읽기는 여기선 금물이다. 산수 수업시간에 왜 구약성서를 읽는가? 공부는 현실세계에서의 여러 가지 약속들을 배우는 것. 이를 일상생활에서의 약속으로 끝내지 않고 구약이란 비일상의 생활-천상에서의 계약이란 관점에서 산수수업의 연속성으로 구약을 읽는다.


카메라맨이 잡은 아이들 자세는 다들 다르지만, 선생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데도 잔인한 대목에선 눈살을 찌푸리고, 입을 벌리는 등, 이미 이야기에 빠져 든 체험이 표정에 드러나 있다.


이야기를 할 땐 들어라, 잘 집중해서 듣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물어보아라고 가르칩니다. 필기하는 것은 집중을 방해합니다. ”


과연 그렇다. 딸아이 후미의 동창생들이 12년 만에 이번 취재 때문에 모였을 때도 이 이야기가 나왔다. 슈타이너학교나와서 공립학교 다닌 친구들과 뭔가 다른 점이 있는냐?고 말이다.


우리들은 뭔가 이야기를 잘 듣는 것 같지 않아?”


그래, 직장에서도, 친구들도 이야기를 잘 들어 준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아무튼 사람들이 하는 말을 진지하게 듣는 능력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다들 이 점을 들었다.



상급생의 수업(7-9학년의수업)


원예와 바구니짜기 수업과정이 들어 있다. 원예는 겨울엔 퇴비만들기를 한다.


바구니짜기 모든 공예수업이 그렇듯이, 바구니짜기도 끈기있게 하나의 공정을 반복하여 확실하게 몸에 익힌 후 다음의 단계로 넘어 간다. 이 과정이 상당한 意志力陶冶가 된다. 바구니 짜기는 한 올 한 올 정확하게 짜지 않으면 완성 후 결함이 분명하게 눈에 띄기 때문에 손의 움직임과 자신의 의식을 조화롭게 맞추어 가게 된다.



10-12학년(고교생)


독일의 경우 공립학교는 13년제로 13년째엔 대학진학시험(아비투어)을 앞두게 된다. 그러나 슈타이너 학교는 12년에 마치게 되는데 대학에 진학할 학생들은 13년째를 아비투어과정 공부를 하는 것으로 학교에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졸업할 때까지는 수험을 염두에 둔 커리큘럼은 없다. 오히려 상급생일수록 실습수업이 많다. 12학년의 경우 역사, 기하, 문학과 공장과 복지시설에서의 실습, 도예 및 제본이 커리큘럼이다. 또 졸업식에 맞추어 반 전체가 상연하는 졸업연극의 연습을 해야 하며 학년말엔 학생 한 명 한 명마다 졸업작품 발표가 있다. 내용은 음악연주나 논문작성, 악기제조, 가구의 제작 등 무엇이든 좋으나 1년 동안의 노력이 배어 들어간 작품이어야 한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학교나 교사가 좀 프레셔를 주었으면 하는 말을 많이 한다. 수험공부를 안 시키는 게 불안하다고 털어 놓는다. 다른 공립학교 학생들에 비해 실력이 어떤지 비교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있다. 보통 교사는 공부하라고 아이들을 다그치고, 아이들은 이를 무시하는 일본의 학교풍경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그러나 교사는 시험을 위한 시험이라면 1년의 수험준비 코스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프레셔는 배울 대상(배워야 할 대상?)의 측면에 엄연히 있다. 당장 우리가 준비하는 졸업연극만 하더라도 작품 전체가 프레셔인 것이다. 올바르게 파고 들어 연극의 정수를 체득하는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것. 이를 위해선 중간에 타협하지 말고, 대상에 몰두하여 최선을 다한다.”


졸업 작품은 브레히트의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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