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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인지학적 치유교육에서 바라본 인간상 (2) - 미카엘 물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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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학적 치유교육에서 바라본 인간상 (2) - 미카엘 물란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1. 9. 14. 21:56

인지학적 치유교육에서 바라본 인간상 (2)

 

 

강연 : 미카엘 물란

통역 : 이정희

2019년 8월 11일 <인지학과 예술> 강좌

 

 

 

 

여러분과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수련 연습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다른 생각은 내려두고 호흡을 다섯 번 해 보는 겁니다. 눈은 감아도 되고 떠도 됩니다. 긴장을 풀고 다섯 번 들이쉬고 내쉬는 겁니다.

 

고맙습니다. 들숨과 날숨을 다섯 번 했습니다. 한번 상상해 보세요. 여러분이 잘 아시는 장소인데 깜깜합니다. 이럴 때는 상상을 통해 주변이 깜깜하고 조용하다고 여기는 겁니다. 동쪽을 바라보고 계시는데요, 해가 살짝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해가 뜨면서 풍경에 햇살이 서서히 드러나고 깜깜했던 사물에 윤곽이 드러납니다. 나무나 풀, 그 앞에 흐르는 물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앞에 장미 또는 연꽃 한 송이가 떠오르고 그 꽃에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아주 아름답고 싱싱한 꽃을 상상으로 가져오시는 것입니다. 다른 생각은 다 접고 그 꽃에 대한 상상에 강하게 집중하십시오. 이번에는 여러분이 머무르고 있는 상상을 다시 내려놓으십시오. 그러면 거기에 빈 공간이 생길 것입니다. 그 빈 공간을 지각하고 열린 자세로 받아들여 보세요. 서서히 눈을 뜨시고요, 이 연습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방금 한 것은 여러 명상을 다 담고 있는 것입니다. 한 대상에 대해 집중해서 주의력을 깊게 기울이면 다른 것이 물러납니다. 그러다가 그 대상을 지우고 빈 공간을 마주하면 다른 차원에서 오는 영감, 직관, 상상이 그 공간을 채우게 됩니다. 집중해서 주의력을 기울인다면 아까 상상했던 꽃을 높은 차원에서 내려온 나비가 탁 건드릴 수도 있고,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집중력을 기울여서 다른 것을 다 물리치는 사고훈련은 정말 의미 있는 명상 행위입니다. 이럴 때 내려오는 직관은 높은 차원에서 내려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인지학적 명상입니다. 촛불을 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미지적 상상으로 들어가는 게 슈타이너가 이야기한 여러 명상 중 하나입니다.

 

이 모든 것은 일상생활에서 여러분이 활용하고 실천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어려움이 있는 아이든, 가정에서 만나는 자녀든 이런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내적 고요를 획득하는 것은 엄청나게 중요한 일입니다. 여기에서 주안점은 일상에서 끓어오르는 감정들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잡다한 감정들을 끊어내고 자신의 내적 고요로 들어가는 길인 것이지요. 오늘은 여러분과 인간의 3구성, 4구성을 다른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를 다루겠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신지학>에서 슈타이너는 인간의 3구성을 잘 설명했습니다. 고대철학에서는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했을까요?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 4세기경에 인간의 3구성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은 플라톤이고, 플라톤의 스승은 소크라테스지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이기도 했습니다. <데 아니마(De Anima)>라는 책을 썼는데, ‘영혼’이라는 뜻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영혼을 3가지로 세분화했습니다. 첫 번째는 자율신경계에 해당하는 영혼입니다. 자율신경계를 보면 식물계도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식물의 영역에서 녹색이나 식물의 본질과 연결되겠지요. 식물과 연결된 것으로 비유할 수 있는 영혼의 영역이 있습니다. 성장과 생장, 열매를 맺는 등의 과정을 식물계의 순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식물계에 여러분의 이해를 연결하시면 됩니다. 이것은 동물계나 인간계도 공통으로 갖고 있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식물계의 특성으로 ‘살아 있다’, ‘생장하고 성장하고 결실을 맺는다’ 등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여기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Entelechy(엔텔레키)’라는 멋진 개념을 사용했습니다. ‘잠재성에 대한 현실성’이라는 뜻입니다. 미리 예정된 소질입니다. 장미를 예로 들면, 장미는 장미여야 합니다. 장미는 장미로서의 목표를 갖고 있지요. 다른 게 끼어들 수 없습니다. 그게 엔텔레키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스스로의 요소 자체를 잘 옮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똑같은 환경에 있어도 장미는 장미에 해당하는 요소를 자기가 다 빨아들이잖아요. 그래서 장미가 장미꽃을 피우게 됩니다. 거기에 장미 고유의 향까지 담고 있습니다. 장미향을 품고 있으니 또한 장미입니다. 장미가 아름다운 향을 갖고 꽃을 피우면 나비가 날아오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영혼에 식물적인 차원이 있다는 것는 그런 의미입니다. 식물도 동물도 사람도 가지고 있는 부분입니다. 한 단계 더 위로 올라가볼까요? 그 다음 단계는 감각(Sensative)과 연결된 영혼의 영역입니다. 식물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감각작용은 동물과 사람이 갖고 있지요. 그래서 동물은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나름의 감각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동물은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는데, 이것은 모두 감각과 관련된 활동입니다. 이 감각작용을 통해 동물이나 인간은 의식적으로 자기 행동의 목표를 향해 갈 수 있습니다. 이 주제도 긴 시간 이야기나누면 좋을 내용이지만 시간 관계상 대략만 말씀드립니다. 동물적인 감각의 영혼 작용을 사람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도 동물적 속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는 동물이나 사람이나 비슷합니다. 슈타이너는 사람이 동물보다 많은 12감각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음으로 정신(Nous)과 연결되는 차원의 영혼이 있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여기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자연계에서 반추할 수 있고 성찰할 수 있는 존재는 사람뿐입니다. 그래서 사람만이 자유를 향유할 수 있고 자유로이 행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감정이나 욕구와 연결된 어떤 행동을 동물은 해야만 하지만 사람은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람은 시간과 장소, 이유를 가려서 선택해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동물이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라면 사람은 선택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본능에 따라서만 움직이지 않지요. 결론적으로 사람은 사고를 통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고 자기 선택에 따라 의지적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어제 말씀드린 것과 연결하면, 순수한 사고, 명백한 사고를 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자기 행위를 가져온다면 올바른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러한 철학을 토마스 아퀴나스가 이어서 했다면, 이것을 슈타이너가 계승해 치유교육에 접목을 한 것입니다. 정신과 연결되는 영혼, 감각적 영혼, 식물에 해당하는 영혼 영역이 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하면 물질체입니다. 정신에 해당하는 이 부분을 슈타이너는 ‘나(Ich)’와 연결했습니다. 감각적인 영혼은 빛과 울림, 온기 등의 요소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딱 깨어난다면 빛의 요소와 연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동물도 빛이 들어오면 일어나고 어두워지면 잠을 자는 밤낮의 리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 빛은 어디에서 올까요? 저 멀리 별에서 오는 기운이 빛입니다. 별이란 말은 라틴어로 ‘아스트라(Astra)’입니다. 감각적 영혼은 별들과 연결된 작용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아시는 12궁과 행성의 별 등은 모두 여기 빛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다루는 학문이 ‘점성학(Astrology)’입니다. 이것은 천문학이 아니고, 별의 작용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천문학은 달이 차고 기우는 원리를 다룬다면, 점성학은 차고 기우는 달이 인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다룹니다.

 

여러분이 슈타이너를 다른 사상가들과 연결해 도식적으로 끼워 맞추는 건 옳지 않습니다. 슈타이너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아스트랄체와 연결해서 슈타이너는 12감각에 대해 정교하게 설명했습니다. 이것을 치유교육에서 많이 활용합니다. 상위 감각, 중위 감각, 하위 감각으로 묶음을 나눌 수 있습니다. 아스트랄체에 초점을 두고 12감각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슈타이너가 사람의 활력, 힘, 생명력과 관련지어서 에테르체에 대해 설명하는데, 식물적인 것(Vegetative)과 연결지어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어에서는 에테르를 지구가 아니라 지구 위에 있는, 지구 다음 단계의 대기권을 뜻했습니다. 지수화풍의 4대 요소를 지구와 관련된 것으로 정리를 한다면, 그 다음에 에테르계에 해당하는 것은 빛이나 공기입니다. 온기가 가장 높은 단계이고 그 다음이 빛, 그 다음이 소리의 울림, 그 다음이 포괄적 생명, 이것이 에테르계의 층위입니다. 식물에 해당하는 에테르계의 구성요소를 이렇게 세분화해 설명했습니다.

 

온기 - 빛 – 울림 – 생명

 

이것이 에테르체가 담고 있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물질체도 들여다보면 온기, 즉 열이라는 구성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4대에 해당하는 물, 공기, 무기질 등이 다 들어 있습니다. (공통된 요소는 같지만 서양과 동양의 세분화된 내용은 약간 다릅니다.) 모든 걸 상세히 설명할 수는 없고, 일단 빛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우리 삶은 모두 빛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뭘 본다는 건 빛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빛은 외부를 볼 수 있게 하지만 우리가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도 빛의 작용입니다. 오늘 아침에 한 명상작업이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장미를 떠올리는 것이 그렇습니다. 안과 밖의 빛의 작업을 함께 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부모나 교사로 활동할 때 이 내면의 빛의 작용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우리의 활동에서는 내면의 빛이 크게 작용합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빛이 계시(무언가를 밖으로 드러내는 것)와 연결된다고 말했습니다. 외부의 빛의 작용으로 우리는 사물의 외양을 볼 수 있습니다. 내면의 빛의 작용을 통해 우리는 상상을 할 수 있고 영감이 가능하며 직관이 자유롭게 펼쳐질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인식의 단계가 내면의 빛을 통해 가능합니다. 외부의 빛과 내면의 빛이라는 두 가지 영역을 여러분이 이해하셔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영역의 빛을 활용할 수 있는 존재는 사람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증명할 수 있는 자연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옛날식 카메라를 통해 빛의 작용을 실험할 수 있습니다. ‘나는 빛을 어떻게 지각하는가?’라고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은 빛 자체를 볼 수는 없습니다. 만약 진짜 빛을 보게 된다면 시력을 잃으실 것입니다. 이것은 에테르체와 연결된 것으로, 그 에테르체 자체는 육안으로 볼 수 없습니다. 그것의 작용만 볼 수 있지요. 우리는 빛 자체를 볼 수 없지만 빛의 작용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이것을 제일 먼저 표현해 냈습니다. 빛은 외부의 빛을 외부로 계시하기 때문에 대상을 볼 수 있고, 내면에서도 빛은 드러날 수 있다, 계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합니다.

 

하버드 대학의 양자물리학 교수가 있는데요, 교사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책을 썼습니다. Arthur Zajonc 교수의 <Catching the Light>라는 책입니다. 교사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빛의 작용과 의식의 작용이 어떻게 연결되느냐입니다. 의식의 변화와 확장을 빛의 작용과 연결해서 설명했습니다. 이 분이 양자물리학의 선두에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양자물리학자로서 빛과 의식, 정신세계에 대해 다룬 것입니다. 빛의 본질에 대해 이해하시면 빛 에테르에 대해 아실 수 있습니다. 소리의 울림 역시 에테르계의 요소입니다. 소리의 울림을 ‘보이는 빛’이라고 슈타이너는 설명했습니다.

 

한번 보세요. 노래의 울림 속에 얼마나 따뜻한 온기가 들어 있는지 느껴 보세요. (아일랜드 민요를 부르심) 만 3세부터 자장가로 할머니에게 들었던 노래입니다. 아일랜드 서부의 민요가 서울에까지 와서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웃음) 우리가 콘서트를 가는 것은 에테르계에 있는 울림과 빛과 온기를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이 이렇게 따스한 소리를 들을 때 여러분의 영혼은 고양됩니다. 이게 우리가 말하는 에테르의 본질입니다. 이게 교육과 연결됩니다. 우리가 잘 들을 수 있고 잘 볼 수 있는 것, 이것이 교육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슈타이너가 교육의 원칙으로 아이들의 발달과 관련해서 0세에서 7세에는 아이들이 좋은 것을 잘 체험하게 하고, 7세에서 14세에는 영혼의 울림으로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하고, 그 다음에 14세에서 21세에는 진실된 것을 체험해야 한다고 한 것은 이런 원칙에 의해 세운 것입니다.

 

슈타이너가 말하는 4구성체를 고대 철학과 연결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책 하나를 더 추천드리고 싶은데요, 명상과 관련된 책입니다. 아까 그 교수님의 책으로 <예기치 않은 것으로의 열림>이라는 책입니다. 의식의 확장으로 진정 아름다운 것이 열린다는 내용입니다. 원래 영어 책의 이름은 <Meditation as Contemplative Inquiry>입니다. 슈타이너 전집을 다 번역한 뒤 이 책들을 번역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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