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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교육으로서의 발도르프 교육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4. 5. 15. 22:18

좋은 교육으로서의 발도르프 교육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부모로서 우리의 관심사 중 하나는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교육을 줄 수 있을까?'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이에게 좀 더 나은 교육, 좋은 교육을 주고자 하는 것은 우리 부모의 한결같은 마음이겠지요. 그렇다면 '좋은 교육이란 무엇일까?' 하는 것이 오늘의 주제입니다.

 

좋은 교육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위해서는 다소 거창한 말이지만 인간과 삶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좋은 삶이란 무엇이고,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교육이란 오로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어떤 삶이 좋은 삶일까요?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부모님들께서는 좋은 삶,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계신가요? 아니면 불안하고 괴로운 삶을 살고 계신가요?

 

과잉 미디어의 시대이기 때문에 우리 머릿속에는 TV나 유튜브, SNS에서 본 사람들의 멋진 삶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부유하고 세련되거나 시골에서 럭셔리 전원생활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를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런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진실하게 자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삶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나는 정말 어떤 삶을 원하는 것일까?

 

의외로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못한 분이 많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입시 공부하느라 고민할 틈이 없었고, 사회에 나와서는 취업하랴 업무하랴 승진하랴 정신이 없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해서 결혼하면 다 잘 될 줄 알았지만 30대가 되고 40대가 되면 대체 어떤 삶이 좋은 삶이고, 스스로 바라는 삶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러면서 방황을 하기도 하지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좋은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모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일 것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한국은 행복도가 OECD 최하위권입니다. 우리보다 행복도가 낮은 나라는 그리스와 콜롬비아, 튀르키예 세 곳뿐입니다. 지난 1월 한 달간 자살 사망자 수가 몇 명이었는지 아시나요? 1306명이었습니다. 하루에 42명이 목숨을 끊은 셈입니다. OECD 통계작성 이래 한국은 줄곧 자살률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어린이 청소년들의 삶은 어떨까요? 과거 성인 조현병 환자들을 수용하던 세브란스 폐쇄병동 30개가 최근에는 청소년들로 꽉 차 있다고 합니다. 우울증이 심해져 자해를 하고 자살을 시도한 아이들입니다. 당장 입원을 시키고 싶어도 자리가 없는 상황입니다. 아이들의 SNS에서는 일명 '자해 전시' 사진이 공유되곤 합니다. 이런 경향성은 학폭 사안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지난 5년간 영유아 영어학원은 70% 이상 성장했는데, 그 사이 6세에서 11세 사이 어린이의 우울증은 91.5% 증가했습니다. 저는 이런 뉴스를 들을 때마다 말할 수 없이 비참해지는데요. 아동기는 아무 생각 없이 놀고 사랑받을 수 있는 귀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웃음이 표정의 대부분이어야 할 아이들이 우울증이라니, 이건 정말로 끔찍한 일입니다. 대체 우리는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 봐야 하겠지요. 10년 전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나서 많은 가정에서 아이들의 사교육을 줄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늦은 밤까지 학원을 전전하던 아이들이 집에 일찍 들어와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림을 상상해 보세요. 대체 우리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 걸까요? 아이가 기저귀를 떼기 전부터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한글을 떼고 영재교육을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저는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아이를 사랑한다면서 돈을 들여 아이를 망치는 게 안타깝습니다. 정작 우리는 우리 자신, 그리고 아이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 아이가 언제 정말로 행복한지 아시나요? 나 자신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아시나요?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우리 아이만 뒤처질까봐 불안해서 시간과 돈을 들여 고통을 키우는 일이 대단히 많습니다. 최소한 그것은 사랑의 행위는 아닙니다.

 

제가 발도르프 교육을 좋아하는 이유는 교육 이전에 인간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철학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한 해 한 해 아주 급격히 성장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발달시기마다 필요한 것도 다르고 흥미도 달라집니다. 우리가 아이의 발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우리는 크게 불안해 하지 않고 아이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들을 줄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나무를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나무에게 필요한 것을 적절히 제공해 주면 나무는 알아서 잘 자랍니다.

 

입시학원과 사교육 시장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인생을 정말로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성적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입니다. 앞서 가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속도대로 가는 사람입니다. 신체가 건강하고 영혼이 건강한 사람, 관계를 잘 맺을 수 있고 올바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살아갑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오늘날은 가치가 전복되어 있어서 제 정신을 갖고 살기 위해서는 신념이 필요할 정도입니다.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어린 시절 아이들에게 예술활동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그걸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자기 속도에 맞게 공부를 할 수 있다면 아이들은 놀이만큼이나 공부를 좋아하게 되어 있습니다. 단지 머리로만이 아니라 손발과 가슴을 써서 하는 공부는 잊어버릴래야 잊혀지지 않습니다. 세상의 흐름에서 잠시 벗어나 우리가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가만히 생각을 해 본다면 발도르프 교육만큼 좋은 교육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만나 본 모든 아이가 그랬습니다. 눈이 반짝반짝하면서 관심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합니다. 뭐라도 잘해내고 싶고 칭찬받고 싶습니다. 교육은 교과서에 있는 게 아니라 삶에 있는 것입니다. 이 아이들은 우리와 똑같이 이 세상에 자기만의 과제를 가지고 왔습니다. 자기만의 소질과 소명이 있습니다. 아이가 품은 씨앗들이 어느 순간 잘 꽃피울 수 있도록 우리는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해 줄 의무가 있습니다.

 

발도르프 교육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고,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아주 잘 연구가 돼 있습니다. 이곳의 선생님들은 모든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의 발달에 맞게 아름다운 교육을 펼쳐낼 수 있도록 노력하십니다. 이런 학교에서 교육받은 아이들은 무엇보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힘차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도 이 교육에 영향을 받아 성장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내적으로 성장하는 모습만큼이나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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