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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와 회복적 정의 - 캐시 버클리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3. 12. 18. 11:58

피해자와 회복적 정의

 

캐시 버클리(Kathy Buckley)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옮김

 

 

최근 한 동료와 함께 두 가지 렌즈를 통해 바라보기: 피해자의 시선과 가해자의 시선이라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나는 과거에 함께 작업했던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는 교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방화로 인해 딸과 두 손자를 잃은 아내와 남편을 대신해 말합니다.”

 

저는 어머니가 집단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를 대신해 말합니다.”

 

저는 저에게 치료를 받으러 오는 걸 좋아했지만 성폭행을 당한 후 저나 교사들과 대화하기를 거부했던 8세 여자아이를 대신해 말합니다.”

 

저는 몇 시간 동안 납치, 강간, 구타를 당한 피해자를 대신해 말합니다.”

 

저는 깨진 병에 눈이 찔린 아들이 들것에 실려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본 아버지를 대신해 말합니다.”

 

가해자로부터 피해를 당한 사람은 다양하고 폭넓은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 믿었던 가족 누군가에게 왜 아들이 성적으로 학대당했는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음주 운전자에게 치여 숨진 딸을 구하지 못해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 집에 침입한 사람이 다시 돌아올까봐 두려워한다. 경찰에 신고하면 가해자가 처벌을 받은 뒤 자신과 가족을 해칠까봐 두려워한다. 왜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그들은 이러한 트라우마를 겪어야 하기 때문에 분노를 느낄 수 있다. 그들은 강간을 허용한 신에게 분노할 수도 있다.

 

배우자에게 폭행과 구타를 당하거나, 자녀가 성폭행을 당하거나, 음주 운전자가 부모를 치어 숨지게 하거나, 직원이 회사에서 수천만 달러를 횡령하다 적발되는 등 범죄를 당한 피해자는 일반적으로 형사사법 체계에 들어가야 한다. 종종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고 이를 통해 피해자가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그러나 형사사법 체계에 대한 피해자의 경험은 일반적으로 건설적이거나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피해자가 자신에게는 아무런 권리가 없고 모든 권리를 가해자가 가지고 있다고 느낀다.

 

형사사법 체계는 가해자 중심이기 때문에 피해자는 종종 나는요?”라고 묻는다. “나에게는 발언권이 없나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 내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이해하고 있나요? 내 권리는 어떻게 되지요? 이 범죄는 나와도 관련이 있어... 나한테 일어난 일이라고!”

 

범죄가 발생한 후 회복적 사법 체계는 누가 피해를 입었나요? 어떤 피해를 입었나요? 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Zehr, 2002)라고 질문함으로써 피해자를 주요 이해관계자로 만든다. 이러한 발상은 피해자의 역할을 내부를 들여다보는 외부인이 아니라 문제 해결 과정의 일부로 인정한다. 미국에는 회복적 사법 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않지만 형사사법 체계와 함께 작동하는 회복적 실천과 회복적 접근 방식이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회복적 정의(사법)는 피해자에게 어떤 의미일까? 알 수 없다. 피해자가 모두 다르고 그들의 필요도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쿠키 커터”* 같은 접근 방식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복적 정의를 실현하고 회복적 프로그램과 접근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봐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다음은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표현한 몇 가지 주제이다.

 

* 쿠키 커터(cookie-cutter)는 쿠키 반죽의 모양을 반듯하게 자르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지만, ‘판에 박은’, ‘개성이 없는등의 비유적 의미를 갖는다. (역주)

 

1. 피해자는 누군가 책임을 지기를 원한다. 책임은 광범위한 개념이다. 일부 피해자에게는 가해자가 그 자신이 일으킨 피해를 인정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고, 범죄로 인해 피해자에게 발생한 모든 비용을 가해자가 받아들이고 지불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으며, 누군가가 감옥에서 복역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책임을 묻고 참여시키는 것은 피해자의 관심과 개입(investment)을 인정하는 것이다.

 

2. 피해자는 자기 목소리를 내고 그것을 듣게끔 하고 싶어 한다. 피해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고 범죄가 자신과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 누구도 피해자의 감정을 짐작할 수 없으며, 짐작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이야기하기(storytelling)의 중요성과 그것이 청자에게 주는 실질적 효과를 인정하는 것, 형사사법 체계 전반에 걸쳐 피해자가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 의사결정 과정에 피해자의 의견을 묻는 것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인정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3. 피해자가 힘을 얻었다고(empowered) 느껴야 한다. 피해자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피해자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는 자신의 삶에 대한 힘과 통제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며, 그것은 가해자가 범죄를 저질러 피해자에게서 빼앗은 것이다.

 

4. 피해자가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 피해자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 많은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안전하다는 느낌을 빼앗기고 집에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감정에 시달리며 늘 불안해한다. 피해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5. 피해자는 존중받는다고 느껴야 한다. 피해자는 충격적인 사건에서 살아남은 강하고 용감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라. 범죄를 경험하는 방식이 다르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존중하라.

 

일부 회복적 정의 활동가들이 피해자의 관점, 피해자의 참여 그리고 모든 유형의 회복적 실천에 피해자와 피해자의 지지자를 포함시키는 아주 기본적인 요소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피해자의 지지자로서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회복적이라고 주장하는 프로그램을 볼 때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1. 피해자가 참여하고 있는가? 기본적인 질문이지만, 일부 프로그램은 가해자에게 피해자 경험에 대해 가르치기때문에 회복적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프로그램은 가해자가 사회봉사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회복적이라고 생각한다.

 

2. 회복적 프로그램의 계획(및 유지) 단계에 피해자와 피해자의 지지자가 참석하는가? 피해를 당하고 그 피해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직접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면 어떻게 회복적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까? 피해자와 피해자의 지지자는 프로그램이 개발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측면과 문제들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회복적 정의 활동가가 이러한 관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해서 이를 무시하기보다는 대화와 포용이 더욱 중요해져야 한다.

 

3. 프로그램이 피해자 중심인가, 아니면 가해자 중심인가?

 

4. 피해자가 참여하지 않기로 선택한 경우에도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피해자 중심적인가? 이를 어떻게 보장하는가?

 

5. 프로그램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피해자와 피해자의 지지자가 운영위원회의 일원이 되는가? 예를 들어, 청소년 지원 위원회에 피해자 및 피해자의 지지자가 있는가?

 

피해자 지지 커뮤니티에는 회복적 실천에 대한 몇 가지 도전 과제가 있다. 수잔 허먼(Susan Herman, 2004)이 병행 사법(Parallel Justice)에 대한 논의에서 지적했듯이, 회복적 사법 절차는 가해자가 있는 사건으로 제한된다. 또한 가해자가 유죄를 인정하고 기꺼이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경우로 제한된다. 우리 사회는 유죄 판결을 받은 가해자가 있는 경우뿐 아니라 모든 피해자에게 회복적 실천과 접근 방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결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없는 가정폭력 피해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족 구성원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도 누구에게도 말하기가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믿어주지 않을까 봐 범죄를 신고한 적이 없는 피해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가해자가 한 번도 잡히지 않은 범죄 피해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피해자들에게 회복적 정의는 어떤 모습일까? 이것이 바로 내가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참고문헌

 

Herman, Susan. 2004. “Is Restorative Justice Possible Without a Parallel System for Victims?” In Critical Issues in Restorative Justice, edited by Howard Zehr and Barb Toews. Monsey, NY: Criminal Justice Press.

 

Zehr, Howard. 2002. The Little Book of Restorative Justice. Intercourse, PA: Good Books.

 

© Kathy Buckley. 허가를 받아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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