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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해결정책 평가와 개선 방향: 회복적 정의의 교육적 실천 - 강지명 본문

회복적 정의+비폭력 대화

학교폭력해결정책 평가와 개선 방향: 회복적 정의의 교육적 실천 - 강지명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2. 6. 7. 21:35

학교폭력해결정책 평가와 개선 방향

: 회복적 정의의 교육적 실천

 

<목 차>

 

1. 학교폭력해결정책은 교육적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2. 책임을 지는 다른 방법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3. 분쟁조정을 통해서 자율적 갈등해결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4. 학교폭력예방교육의 방향성은 공동체 규범의식의 함양과 갈등해결 교육이여야 한다.

 

 

 

학교폭력해결정책 평가와 개선 방향

 

학교폭력해결정책, 무엇을 더 할 것이 아니라 달리해야 할 때

-회복적 정의의 교육적 실천-

 

강지명

 

1. 학교폭력해결정책은 교육적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학생이 배울 것에 대한 고민이 담겨야 한다.

학교는 사법기관이 아니다.

학교는 교육기관이다.

 

(1) 현행 학교폭력대응정책은 교육기관의 몸에 맞지 않는 옷이다.

 

지난 몇 년간의 학교폭력대응정책을 살펴보면, 학교폭력은 2012, ‘근절의 대상이었다가 2013년부터는 으로 규정되어, 강경일변도를 달려왔다. 그런데 이러한 강경정책은 사법정책에 적용된 것이 아니라 학교의 교육정책으로 집행되었다.

 

가해학생징계조치는 죄형법정주의가 거론되면서 가해행위를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되어야할 만큼 엄벌정책집행의 일환이 되었고, 학교생활기록부에의 기재는 학교폭력으로 인한 징계조치가 성장기의 따끔한 훈육이 아니라 낙인을 통한 기관통제임을 나타내고 있다.

 

교육정책에 반영된 이러한 학교폭력대응정책의 기본틀은 응보적 사법정책프레임이다. 먼저, ‘가해자에 대한 엄벌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라는 형사정책프레임이 강화되었다. 예를 들어서, 성범죄자를 엄벌하고 성범죄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듯이 가·피해자를 철저하게 분리한 상태에서 사안 처리를 한다.

 

그리고 사안 처리 과정에서 담임교사, 가해학생, 피해학생의 해결권한을 배제하는 것은 공정한 절차를 위해 제3의 기관으로 권한을 위임하는 것으로 사인간의 분쟁해결권한이 사법부에 위임된 것과 유사하다. 그래서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성문법에 의해서 일관된 사법기능을 하는 것처럼 인식하고 회의록 공개를 요구하지만, 공개되지는 않는다.

 

법률상 학교폭력사안처리과정은 공식적 과정일 뿐, 사법절차가 아닌 것이다. 학폭법은 교육법이지만 정책은 유사사법정책을 펼치고 있다 보니 법률과 정책이 유리되고 학교현장은 응보적 사법정책을 펼칠 곳이 아니므로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현행 학교폭력대응정책의 응보사법프레임은 교육현장에 덧씌워진, 근본적으로 맞아 들어갈 수 없는 톱니바퀴이다. 학교가 응보적 사법기능을 하고 있는 양 여론을 호도할 것이 아니라 교육적 기능을 강화하고 회복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2) 학교폭력해결정책의 응보적 사법정책은 교육현장의 모든 문제를 양산한다.

 

학교현장은 불만과 불신으로 넘치게 되었다.

 

이러한 응보적 사법정책프레임은 가해학생, 피해학생, 학교 등 그 어느 누구의 만족도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가해학생 측은 학교와 교사가 변호사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가해학생의 보호자는 교사와 학교가 가해학생의 편에서 징계조치가 낮아지도록 도움을 주기를 바라고, 징계조치를 안받거나 낮은 조치를 받을 수 있는지를 상담한다. 가장 중요한, ‘어떻게 하면 가해학생이 앞으로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게 될지는 최우선 관심사가 아니다.

 

피해학생 측은 학교와 교사가 검사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정의의 이름으로~’ 교사와 학교가 나서서 가해학생에게 벌을 주기를 바란다. 동해보복이라는 만족감을 위해서 교사와 학교에게 가해학생의 엄벌을 요구한다.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어떻게 하면 피해학생이 앞으로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게 될지는 최우선 관심사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공정하게 처리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양측은 교사가 판사가 되어주기도 바란다.

 

하지만 현행 학교폭력 처리절차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착착착 공산품 조립절차가 진행되듯이 기계적으로 처리된다. 학교폭력으로 신고 되면 법률상 교사는 절차진행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교사가 해야 하는 일은 오로지 절차의 진행과 서류처리이다. 교사와 학교는 학교폭력처리절차에서 판사도, 검사도, 변호사도 그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다. 보호자는 전화와 면담으로 끊임없이 사법소송구조 속 판··변호사의 역할을 요구하지만 교사와 학교는 그 어느 일방의 편을 들 수도, 공정한 제3자로서의 판결권한도 없기 때문에 가·피해 측의 불만은 당연하다.

 

이러한 불만은 재심으로, 재심을 못하는 징계조치는 헌법소원으로 이어지고, 교사의 학교폭력사안처리 업무 스트레스는 더욱더 가중되었다. 현행 정책이 학교와 교사에게는 학교폭력이라는 갈등 자체를 더 싫어하고 꺼려하는 이유가 되었다.

 

학교폭력해결정책의 응보정책은 사법전문성의 끊임없는 요구로 이어진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전문성 요구는 학교전담경찰관의 참여를 가져왔고, 징계조치 결정과정에서는 사법부의 양형 가이드라인과 유사한 체크리스트가 마련하게 되었다. 학교폭력자치위원에 대한 사법전문성 강화를 위해 변호사의 참여가 요구되고, 각 교육청에 변호사가 임용되어 변호사와의 연계가 더욱더 강화된다. 변호사와의 상담은 학폭 처리절차 안내와 불복 시 재심에 대한 안내로 이어지고 가·피해보호자 및 교사들은 이러한 내용을 듣고 응보적 대응을 준비한다. 교육청과 학교폭력 상담을 하면 법률상담을 하게 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학교폭력상담=법률상담이라는 교육청 정책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학교폭력해결정책의 응보정책이다.

 

어떻게 하면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부재

 

현행 학교폭력정책프레임에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앞으로 어떻게 하면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교사와 학교도 서류처리와 양측의 요구에 시달려서 정작 교육적 고민을 할 여유가 없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학생들과 보호자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현행 학교폭력정책프레임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3) 오히려 법률은 책임지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적 기능을 전제한다.

 

가해학생 조치 : ‘사과편지쓰기의 진정한 의미

 

학교에 마련된 것은 무엇이든지 교육적 기능을 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행 학교폭력해결정책은 응보적 사법적 기능을 교육현장에 요구하고 있다. ‘정의의 이름으로 너를 벌하노라!’는 법원 앞의 정의의 여신상 앞에서 들려올 소리이지 학교현장에서 들려서는 안 된다. 법률상 가해학생에 대한 응보적 형사처벌은 사법부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학교현장의 가해학생 조치는 교육적 조치들로 마련되었고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와 지원도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그래서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도 조치이고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와 지원도 조치이다. ·중등교육법 제18조는 학생의 징계를 명시하고 있지만 학폭법에는 조치를 징계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학교폭력예방과 그 사안의 처리를 교육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는 학폭법의 목적에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해결정책이 응보적 사법정책을 기반으로 운영하다보니 사과편지쓰기도 처벌도 받아들여지고 가해학생은 이러한 조치도 불복하게 되었다. 물론 이 배경에는 생활기록부 기재가 자리잡고 있다. 법률상 가해학생 조치들은 징계라는 용어를 달고 있지 않다. 응보적 학교폭력해결정책이 가해학생 조치들을 징계조치로 둔갑시켰다.

 

피해학생 측은 전학과 퇴학을 최고의 동해보복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이를 고집하게 된다. 현행 학교폭력해결정책의 사법정책화는 학교폭력해결과정이 피해학생의 응보적 감정해소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정당화하고, 가해학생을 방어에만 급급한 변명(진정한 사과의 부재), 결과에의 불복(재심청구,헌법소원)으로 몰아넣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불리한, 사법적 소송구조에서 나타나는 공격적 방어가 학교폭력 처리절차에서 나타난다. 이곳에서 진정한 사과와 용서, 그리고 화해라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안에 대한 각자의 설명, 가해학생 측과 피해학생 측이 충분하게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 사과편지쓰기에 대한 긍정적 수용이 가능하다. 학폭자치위원회를 징계위원회 열듯이 운영할 것이 아니라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학교생활이 잘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학교공동체의 대화모임으로 운영하면, ·피해측 모두 사과편지쓰기에 대한 수용태도는 달라지게 된다.

 

똑같은 조치를 받더라도 그 과정이 어떻게 인식되느냐에 따라서 조치의 수용은 달라지게 된다. 그 과정이 징벌적이고 수동적이고 억울한 과정이라면 결과의 수용은 누구나 어렵다. 하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 같은 사과편지쓰기조치도 달라진다. 법률이 마련한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들은 가·피해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지, 가해학생을 엄벌하고 피해학생만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나온 것들이 아니다.

 

학폭법상 분쟁조정과 형사합의서에서의 샘플링한 합의서 예문의 문제

 

2012년 교육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학교폭력 분쟁조정의 매뉴얼은 사법절차의 양형과정에서 고려되는 형사합의서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기까지 하다. 201212월에 배포된 학교폭력 사안처리가이드북에서 분쟁조정위원회 합의서로 제시한 양식에는 다음과 같은 명시적인 내용이 적혀져 있다.

 

 

○○○○○○○○○○○○분경 ○○○에서 000에게 폭행하여 피해를 입힌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고 치료에 소요되는 일체의 배상금으로 가해학생가 책임질 것을 상호 원만히 합의하였음. 이후 재심요구, 행정심판 등 추후 절차나 민사상 소 제기·형사상의 고소나 고발 등 일체의 추후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을 확약하고 후일의 증거로서 이 합의서에 서명 날인합니다.’(2012.12 학교폭력 사안처리가이드북, 261)

 

 

일선학교에서 분쟁조정을 대화와 타협을 통한 갈등해결의 기제로 운영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이 매뉴얼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동 합의서의 법률적 효력에 관해서는 변론으로 하고, 분쟁조정위원회가 주관하는 분쟁조정에서 금전적 배상 및 이후 법적 문제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합의서는 학폭법의 목적이나 주관기관인 교육기관과는 전혀 맞지 않다.

 

동 합의서의 예문은 학교가 주관해서 피해소년에게 배상금 받아주고 가해소년에 대한 사법적 처벌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발상이다.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내용을 담은 분쟁조정 예를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시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가해소년에 대한 엄벌과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보호라는 여론, 그리고 조정이라고는 가해자 감형을 위한 형사합의서로 밖에 작성해보지 못한 우리의 사회적 인식 부족 문제 때문으로 판단된다.

 

학교폭력대응기관의 역할이 각각 자신의 정체성에 맞게 재정립되어야할 시기가 온 것으로 판단된다. 교육기관은 억지춘향이의 사법기관 코스프레를 그만두고, 못하겠다고 해야 할 시기가 왔다. 교육기관의 정체성에 맞게 학폭법을 개정하고 소년사법과 연계해야할 부분은 연계하여야한다.

 

(4) 사법부 코스프레를 더 할 것이 아니라, 교육기관의 정체성을 찾아야할 때

 

학교에서는 장난과 장난이 아닌 것을 구별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사실 학교폭력이 없었는데 새로 나타난 것은 아니다. 심한 장난과 범죄에 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법기관뿐만 아니라, 교육기관인 학교에서도 뭔가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학교현장의 공식적인 절차가 2004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으로 약칭함)’의 제정으로 탄생하였다. 2004년 제정 학폭법의 학교폭력 정의는 학교내외에서 학생 간에 발생한 폭행협박따돌림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행위였고, 시행령을 통해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를 가하거나 하게한 행위를 담고 있었다. 이 정의규정은 장난이라도 친구가 싫어하는 행위를 하면 안된다는 학교현장의 규범의식이 잘 들어있었다. 장난과 학교폭력을 구별하는 명시적인 기준을 마련해준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규정은 학교폭력대응정책이 사법정책 코스프레 하느라 개정되어 학교에서는 장난과 장난 아닌 것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학교폭력처리과정에서도 학교공동체는 배움의 바람을 충족해야 한다.

 

학교폭력사안 처리과정에서 학교공동체는 문제를 해치우는 것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배움의 기능을 십분 살려야 한다. 학교폭력 해결과정에서 학교공동체는 공동체 규범을 다시 익히고, 갈등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장이 되어야한다.’사법부를 통해서 소송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생활에서 갈등을 해결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규범을 지키는 과정이 학교폭력처리과정의 방향성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책임을 지는 다른 방법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학교폭력사안 처리과정에서 학교공동체는 벌을 주고받고, 교육을 부과하고 받는 방법 말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피해의 회복을 위한 노력책임을 지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2. 책임을 지는 다른 방법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벌과 교육을 받는 책임보다는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책임,

학교폭력은 회복적 책임을 우선시해야 한다.

 

(1) 가해학생 사과편지쓰기는 책임을 지는 다른 방법이다.

 

친구에게 잘못하면 사과하고 용서받고 화해하는 것이 가장 보기 좋은 방식이지만, 용서받지 못하고 화해하지 못해도 자신이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는 것을 교육 내용으로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피해학생 측도 진정한 사과에 대한 바람은 언제나 존재한다. 가해학생이 사과를 하는 것은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회복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벌을 받거나 재범방지를 위해서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행동이 미친 결과에 대해서 사과를 하는 것이 학폭법에서 가해학생에게 부과하는 첫 단추이며 징계가 아닌’, 조치이다. 학폭법상징계라는 용어가 없어도 징계로 인식하고 징계로 처분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법률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책임을 지는 다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행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 받는 것도 아니고 재범방지를 위한 교육처분을 부과 받는 것도 아니다. 피해자의 피해에 대해서 듣고, 인식하고 그 결과를 가져온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사과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러한 책임을 지는 방식은 회복적 정의에 의한 문제해결방식으로 대화를 통한 관계의 회복을 가져올 수 있다.

 

이것은 형사사법이 범죄를 해결하는 3가지 책임부과방식의 하나이다. 형사사법이 범죄를 해결하는 기본원칙은 응보적 책임, 재범방지를 위한 개선의 책임, 피해의 회복책임으로 가해자가 3가지 방식으로 책임을 지도록 마련해두었다.

 

(2) 책임을 지는 다른 방법 :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

 

회복적 사법으로 연구되어온 회복적 정의와 교육적 실천

 

국내연구에 회복적 사법이 원상회복으로 소개된 지는 25, 회복적 사법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지는 15년이 넘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실천 현장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비공식적인 회복적 절차가 학교현장에서 싹트고 있다. 생소하던 회복적 사법이 운동으로 발전하고, 회복적 사법에 대한 호기심 수준의 관심은 이제 어떻게 우리현장에 잘 적용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으로 바뀌었다. 특히, 학교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회복적 생활교육은 공식적인 학교폭력대응책에 대한 획기적인 대안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에서의 회복적 정의운동인 회복적 생활교육이 학급경영의 일환으로, 비공식적인 절차에서의 지위에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공식적인 학교폭력의 대응책으로 기능할 것인지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국내 회복적 사법의 원리 연구

 

. 사법적, 형사제재로서의 적합성에 관한 연구에서 패러다임 연구로

 

회복적 사법에 관한 국내 초기연구는 원상회복이라는 용어로 이루어졌다. 1990년대 회복적 사법연구는 독일의 상황은 어떠한지, 형사사법의 제재로서 적격성은 있는지 등과 같이 기존의 형사사법의 범위 안에서 새로운 형사제재로서의 의미와 기능이 주로 연구되었다.1990년대에는 독일 형사정책의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주제로 원상회복제도가 소개되었고,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원상회복에 관한 논의가 활발했으며, 서독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논의가 활발해졌다.”고 설명되었지만 회복적 사법의 본질이 연구의 중심에 서지는 못하였다. 다시 말해, 적극적 일반예방과 특별예방만을 형사사법의 정당한 설정하고 그 목적에 원상회복이 기여할 수 있는지가 주로 검토되었다. 그래서 현재도 회복적 사법제도가 기존의 형사제재의 일환으로 도입되어야 할지에 관한 연구에서는 원상회복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원상회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형벌시스템 내에 포섭될 수 있는 형사제재냐 아니냐에 대한 연구를 넘어, 형사사법의 패러다임 차원에서 회복적 사법을 사법이념의 하나로 다룬 연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하워드 제어 교수의 렌즈바꾸기를 비롯한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의 개념정의 시도들을 국내에 소개하면서 원상회복을 형벌의 목적의 차원에서 다룬 형벌 패러다임과 원상회복 이라는 논문이 1999년 등장하였다. 동 논문은 원상회복을 형사제재의 일환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형벌패러다임의 변환수준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시각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 2000회복적 사법과 피해자 보호라는 논문에서, ‘회복적 사법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하였다. 피해자보호에서는 기존의 형사사법체계가 무엇을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무엇인가를 달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형사사법 패러다임 차원의 문제제기회복적 사법 내지 광의의 의미에서의 원상회복(restorative justice)의 문제라고 동 논문에서는 규정하고 있다. 이후 형사사법 패러다임 전환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논문들이 속속 나타났고,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국책연구를 통해서 회복적 사법이론과 프로그램 연구는 급물살을 탔다.

 

. 회복적 사법 개념정의와 다양한 용어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이라는 용어는 알버트 애글래쉬가 1977년 처음으로 영미문헌에서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용어가 다른 단어들을 제치고, 회복적 사법의 이념과 프로그램을 담고 있는 철학과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용어로 주목받게 된 것은 하워드 제어가 1985년에 피해자-가해자 화해/조정 실무를 장려하기 위해서 사용한 때부터였다고 한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회복적 사법이라는 용어에 대해 확립된 개념정의는 아직까지 없다고 하며, 회복적 사법을 권장하고 있는 UN보고서에서도 명확한 용어의 정의를 회피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정의에 대한 어려움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에 따른 회복적 사법을 지칭하는 다양한 용어 사용으로 나타난다. 이는 제도로 정착되는 단계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형식 등이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그래서 회복적 사법은 진화하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여러 다른 국가에서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여러 다른 국가들에서 개념에 대한 완벽한 합의를 이루고 있지도 않고, 회복적 사법이라는 개념 자체가 다양한 언어로 완벽하게 번역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용어들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회복적 사법이 다양한 명칭을 가지고 있는 것은 회복적 사법의 공통적 요소인 목적, 결과, 핵심적인 가치와 원리들, 특별한 절차, 프로그램 등의 어느 부분에 무게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다른 명칭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회복적 사법이라는 단어는 회복적 사법의 이념과 프로그램들을 오롯이 담고 있는 유일한 용어라고 할 수는 없다. 회복적 사법은 일종의 대표용어라고 할 수 있다.

 

관계적 사법(relational justice), 긍정적 사법(positive justice), 재통합적 사법(reintegrative justice), 변환적 사법(transformative justice), 회복시키는 사법(reparative justice), 만족의 사법(satisfying justice), 공동체 사법(community justice), 사회적 사법(social justice), 평화사법(강화/화해/화친사법 peace justice)’ 등과 같은 회복적 사법의 수많은 다른 이름이 존재한다. 모두 자신들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는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실천하면서 각기 명명하고 있다. 이러한 용어의 다양성은 회복적 사법이념과 프로그램이 하나의 철학이나 어떤 관념에 의해서 제도화되거나 프로그램화되어 실천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존재하고 그 배경에 비슷한 철학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결과라는 것을 잘 나타낸다. 나아가 일부에서는 ‘justice’라는 용어를 없애려고도 하지만 아직까지 신뢰할만한 대안적 용어를 제안하는 데는 실패하였다고 한다.

 

국내 연구에서도 원상회복주의라는 용어를 통해서 사법이라는 용어를 없애려고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연구 초기에는 회복적 사법이라는 용어 외에 일부에서 일본에서 유래한, 수복적 사법을 사용하기도 하였으나, 최근에는 일본 논문을 번역할 때에도 수복적 사법으로 번역하지 않고 회복적 사법으로 번역하고 있다.

 

(3) 학교폭력해결절차에서 적용될 회복적 사법의 원리

 

응보적 사법과의 비교를 통한 회복적 사법의 원리

 

회복적 사법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의가 쉽지 않기 때문에, 회복적 사법 연구진들은 기존의 형사사법과 비교대조의 방법으로 회복적 사법의 실체에 대해 접근해 나간다. 이러한 개념 설명 방법을 잘 정리한 하워드 제어는 기존의 형사사법을 응보적 정의에 무게중심을 둔 사법이라고 규정하고 회복적 사법과의 비교대조를 통해서 회복적 사법의 실체에 대해서 접근해간다. 제어의 회복적 사법에 대한 설명은 국내의 연구진들에게도 많이 인용되었다.

 

그러나 최근 제어는 응보적 형사사법과의 비교대조표에서 형사사법의 응보적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형사사법과 회복적 사법을 비교하면서, 다음과 같이 간략한 관점비교표와 함께 세 가지 다른 질문을 제시했다. ‘형사사법은 어떤 법이 침해되었는지, 누가 침해했는지,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할 벌은 무엇인지에 관해서 묻지만 회복적 사법은 누가 피해를 당했는지, 그들의 바람은 무엇인지, 피해회복은 누구의 책임인지?’를 질문한다.

 

이것은 회복적 사법과 기존의 전통적 형사사법간의 본질적인 차이를 단순하게 이분법적 구분하는 시각으로만 묘사하여 나타낼 수 없다는 점, 전통적인 형사사법이 응보적인 성격만을 지니는 것이 아니며 기존의 형사사법시스템도 피해자를 무시하지 않고 피해자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도입하고 있다는 점, 가해자에 대해서도 과거지향적인 비난만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재사회화도 목적으로 하는 것과 같이, 미래를 향한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별예방적 형사사법이든 응보적 형사사법이든 형사사법이 범죄는 법과 국가에 대한 침해이다. 침해로 인하여 유죄가 인정된다. 사법은 국가로 하여금 비난()를 결정하고, 고통(처벌)을 부과하도록 요구한다.’라는 제어의 명제는 변함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 제어가 제시하는 회복적 사법은 범죄는 사람과 관계에 대한 침해이다. 침해로 인하여 의무가 생긴다. 사법은 잘못을 바로잡기 위하여 피해자, 가해자,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참여시킨다.’ , 형사사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해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받는 것이다. 그것이 재범의 위험성에 기인한 보안처분이든,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이든 가해자에게 초점이 맞추어진다. 이에 비해서 회복적 사법은 피해를 회복함에 있어서 피해자의 욕구와 가해자의 책임이 중요하다.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회복적 사법의 중심이고, 이를 위해서는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한 욕구가 경청되어야 하고 가해자는 피해회복을 위한 책임을 져야 한다.

 

형사사법 회복적 사법
범죄는 법과 국가에 대한 침해이다. 범죄는 사람과 관계에 대한 침해이다.
침해로 인하여 유죄가 인정된다. 침해로 인하여 의무가 생긴다.
사법은 국가로 하여금 비난()를 결정하고, 고통(처벌)을 부과하도록 요구한다. 사법은 잘못을 바로잡기 위하여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들을 참여시킨다.
중점:가해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받는 것 중점: 피해를 회복함에 있어 피해자의 욕구와 가해자의 책임

 

응보적·특별예방적 책임과 회복적 책임

 

소년사법은 행위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의 부과가 아니라 비행사실과 요보호성에 기인한 보호처분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14세 이상 18세 미만자가 형벌을 부과받을 때에도 사형무기15년형이상의 유기징역에 대해서는 특례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예방적 소년사법도 근본적으로 범죄자를 중심으로, 범죄자에 대한 대응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응보적 정의에 의한 형사사법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피해회복이 문제해결의 중심에 서지 않는 이상, 피해자에 대한 배려와 가해자에 대한 교육적 처분(처우의 개선)이라는 수단, 방법이 회복적 사법의 이념과 동일시 될 수는 없다. , 범죄자에 대한 국가개입의 필요성이 있을 때, 소년에 대해서는 건전한 육성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들을 추가하여 소년사법을 완성하게 된다. 응보적 형사사법을 기반으로 소년에 대한 형벌특례를 규정한 소년형사사법절차와 특별예방적 소년사법의 결과인 보호처분을 부과하는 소년보호사건처리절차, 회복적 소년사법절차를 비교해보면 다음의 표와 같다.

 

사건처리절차와 정의에 따른 주요개념 소년형사사법절차
(응보적 정의)
소년보호사법절차
(교육적인 정의)
회복적 소년사법철차
(회복적 정의)
초점 범죄 범죄소년 피해회복
범죄에 대한 대응 형벌특례 보호처분 회복적 수단이나 방법
목적 범죄예방 순응, 복종 피해회복
피해자의 지위 이차적 이차적 중심적
사회적 맥락 강제, 권위주의 교육과 복지 민주적
소년의 반응 분노 종속, 순응 회복 책임

 

소년사법은 특별예방적 형사사법에 속한다. 현행 소년사법은 범죄보다는 소년에 초점을 맞추고 소년을 어떻게 건전하게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통해서 범죄에 대응하고 있다.

 

, 소년보호사건처리절차를 담고 있는 특별예방적 소년사법의 목적은 소년이 규범에 순응하는 건전한 일반시민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범죄해결을 위한 과정에서 이차적인 존재가 된다. 그리고 소년은 형벌이 아니라는 것에 감사하며 주어진 교육적 처분인 보호처분에 종속되고 순응하게 된다. 특별예방적 소년사법은 복지모델의 소년사법이 아니라 사법모델에 기반한 소년사법이기 때문에 국가가 교육적복지적 개입을 하면서도 늘 인권보장을 고민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제도로 보완하고 있다.

 

학교현장에서 적용될 회복적 정의의 절차적 원리

 

학교현장에는 미성숙한 인간에 대한 시혜적 차원의 교육이라는 관점이 지배한다. 학생에 대한 국가의 교육복지적 개입은 헌법상 기본권 침해를 정당화할 만큼 강력하다. 교육을 위해서 제한되는 기본권에 대해서는 구제수단이나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학생인권을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되던 시절도 있었다.

 

회복적 정의나 응보적 정의의 정의(옳고 바른 것)’의 맥락에서 이러한 점을 이야기하자면, 학교현장의 특수한 정의개념인 교육적 정의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을 위해서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그것은 곧, 옳고 바른 것이 되었다. 체벌이 금지되었지만 그것이 정의(옳고 바른 것)였던 시절이 있었다.

 

아직까지 교육현장 곳곳에서는 교육을 위해서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앞서 살펴본 특별예방적 소년사법에서 이러한 교육적 정의의 모습은 그대로 드러난다. 응보적인 형벌보다는 교육적 처분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과 국친사상은 소년에 대한 국가개입을 정당화 한다.

 

이것은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를 국가와 자녀와의 관계로 설정하면서 전통문화와 결합되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복종의무를 만들어낸다. 우리나라의 부모와 자식관계에서 복종은 절대적인 것이었고 법률에 규정된 적도 있었다. 이는 민법 친권조항에서 친권자에 대한 복종이 명시적인 규정과 삭제가 반복된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나라에서 부모에 대한 복종의무는 전통사상을 넘어 2005년에도 법제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버이의 입장에서 잘 양육하겠다는 국친사상을 배경으로, 국가의 개입은 복종과 순응이라는 보이지 않는 족쇄를 같이 채운다. 이런 측면에서는, 응보적 정의보다 더 무서운 정의(옳고 바른 것)개념이 교육이라는 이름의 정의(옳고 바른 것)이다.

 

학교현장에서 회복적 사법을 적용할 때에 유의해야할 것은, ‘교육적으로 옳고 바른 것만을 생각하는 관점이다. 교육적으로 옳고 바른 것, , 교육적 정의에 의한 교육적 질서만을 생각하면 무엇을 중심으로 어떻게 사안을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회복적 관점은 실천하기 힘들다. 예를 들면 가해학생 조치로 사과편지쓰기가 교육적으로 옳고 바른 것이기 때문에 강요를 하게 되는 것이다.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의 피해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자신의 행위가 미친 영향과 피해에 대해서 공감한 후에 편지쓰기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을 만나지도 않고, 피해학생의 피해에 대해서 직접 듣지도 않고, 가해학생의 변도 말하지 못하게 한 상태에서 교육적으로 옳다고 생각한, ‘사과편지쓰기를 강요하면 가·피해학생 모두에게 불만으로 작용하게 된다. 학생을 존중하는 인식을 의식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 이것은 결코 교육적으로 옳고 바른 것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회복적 사법의 절차적 원리의 핵심은,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피해와 영향을 받은 사람과 그 내용을 피해회복을 중심으로 다루는 것이다. 피해회복이 목적인 대화의 과정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인 욕구를 말할 수 있고 가해자는 회복책임을 지게 된다. 이 과정은 민주적이며 충분히 피해자 중심적이다. 다만 회복적 정의가 실천되는 회복적 공동체 사법의 영역과는 달리, 소년에 대한 회복적 정의 실천은 피해자나 피해자공동체의 피해회복에 경도되지 않는 균형잡힌 회복적 사법이여야 한다.

 

공동체에서 공동체 구성원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이듯이 가해학생과 피해학생도 학교공동체 구성원으로 존중받아야 하고 학교폭력 사안 처리과정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과 공동체 규범의 역할을 잘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응보적 정의 교육적 정의 회복적 정의
초점 학교폭력 가해소년 피해회복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 응보적 징계 교육적 조치 회복적 수단이나 방법
목적 예방 순응, 복종 피해회복
피해자의 지위 이차적 이차적 중심적
사회적 맥락 강제적 권위주의 교육적 권위주의 민주적
가해소년의 반응 분노 종속, 순응 회복 책임

 

 

가해학생도 성장시키는 균등한 회복적 사법의 원리

 

가해학생도 학교폭력으로 인해서 낙인이나 자존감의 저하, 친구관계의 깨어짐 등의 다양한 영향을 입게 된다. 피해자나 공동체의 피해회복이 물론 중요하지만 가해학생의 피해도 학교폭력으로 인해서 입은 피해에 대한 회복의 범주에 들어간다. 국내에서는 2004년 김은경 박사의 각국의 회복적 소년사법 정책동향연구보고서에서 소개되었다. 2005년 강지명의 비행소년에 대한 소년사법의 대응방안에서 전면 적용이 연구되었고, 2007년 개정소년법상 화해권고규정의 신설시, 이론적인 배경으로 균형적인 회복적 소년사법이 고려되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피해자의 피해를 중심으로 피해자에 대한 배려도 회복적 소년사법의 개입범주에 넣고 있다. 그리고 균형적 회복적 사법은 피해자, 가해자, 공동체 간의 상호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회복적 사법프로그램의 실행과 공동체 감독실행을 통해서 범죄를 해결하려고 한다.

 

(4) 학교폭력 해결정책에서 강조되어야 할 회복적 사법의 정책적 원리

 

상호존중의 원리

 

학교현장에서 적용될 회복적 사법에서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학생에 대한 존중이 먼저 강조되어야 한다. 회복적 사법의 원리는 제3자에게 주었던 갈등해결권한을 다시 당사자들이 가져오는 것이다. 이것은 제3자에 해당하는 사법기관이 당사자인 일반국민에게 범죄해결권한을 돌려주는 것이다. 회복적 사법에서는 사법주도권의 민간이양이 회복적 사법의 핵심이고, 사법부는 회복적 사법프로그램의 보조자 역할을 할뿐이다.

 

사법부 이상으로 권위주의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 보호자와 교사들의 인식 전환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학교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은 교사, 학생, 보호자라고 할 수 있다. 교사와 학생과 보호자는 동등한 인격체로 일어난 문제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생각으로 접근을 해야 하며,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자들은 다른 이들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 학생들은 스스로 그들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자들이며 교사와 보호자는 이들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학교현장에서 회복적 사법프로그램 운영의 핵심주체는 교사 또는 보호자가 아니라 철저하게 학생들이다.

 

용서와 화해는 선물로 받은 중간부산물이지 목적이 아니다.

 

회복적 사법은 어떤 하나의 틀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마디로 개념정의 되기 힘들 정도로 적용현장마다 다르고, 적용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는 핵심원리는 존재한다.

 

회복적 사법은 서로가 서로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가운데,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과 가해자가 피해회복을 위한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이며, 이 과정에서 가해행위를 한 사람은 피해의 회복을 위한 회복책임을 진다.’ 회복적 사법의 목적은 손해배상도, 사과와 용서도, 화해도 아니라 피해자의 욕구에 기반한 피해회복이다.

 

손해배상과 사과와 용서와 화해는 피해회복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수단·방법 또는 중간부산물이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회복적 사법은 평화와 질서와 용서와 화해에 도달해야만 하는 종교의 틀 안에서 작동하는 장치가 아니라, 이미 현대사회의 국가시스템 속에서 제도로 자리 잡은 갈등해결방법의 방향성이다.

 

학교현장에서 교체되어야 할 렌즈는 결과를 강요하는 교육적 정의이다.

 

학교현장에서의 회복적 사법은 결과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적으로 옳고 바른 것’, ‘교육적 질서라는 관점보다, 학생도 동등한 인간이라는 인간 존중의 관점이 최상위에 있어야 한다. 신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자들에게 성인이 베푸는 교육이라는 시각에서 나온, ‘교육적으로 옳고 바른 결과는 회복적 사법의 정의가 아니다. 이러한 결과적으로 교육인 정의는 교사 및 보호자에 대한 학생의 복종과 순종을 수단·방법으로 사용하기 쉽다.

 

피해 당사자들의 욕구를 바탕으로 가해자들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책임을 지는 것이 회복적 사법에서의 정의(옳고 바른 것)이다. 결과적으로 교육인 정의가 지배하는 학교현장에서는 회복적 사법의 수단과 방법인 피해당사자들의 피해회복을 위한 욕구를 간과하기 쉽다. 피해를 산정하고 이를 회복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들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과 학교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가해학생은 피해학생과 학교공동체의 피해를 회복할 책임지게 된다.

 

회복적 사법프로그램은 문제해결 과정이면서 공동체의 구축과정이다.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존중은 학교 회복적 사법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를 가져온다.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 회복적 사법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어야하며 이것은 본인의 사안이 프로그램에서 다루어져도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때, 회복적 사법프로그램에 대한 신뢰의 형성을 회복적 공동체의 구축이라고 부른다. 우리 학교에서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꾸중하고 벌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입은 학생과 다른 학생들의 목소리를 함께 들어주고 해결해주기 위해서 함께 노력하며, 가해학생이 벌이 아니라 피해회복을 위해서 노력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라는 이해와 그 과정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것이다. 이 신뢰는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해결한다. 덮지 않는다.’와 직결된다. 문제가 일어나도 일방적인 비난이나 공격과 방어가 난무하는 아픈 해결현장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치유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되는 것이다.

 

평상시의 언어폭력에 대해서도 회복적 사법의 원리로 대응해 나가면서 회복적 사법프로그램의 운영기술과 회복적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쌓아 가면, 큰 일이 일어났을 때에도 이 원리는 잘 작동될 수 있다. 하지만 회복적 공동체가 구축되어 신뢰가 쌓이면 오히려 고의에 의한 학교폭력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하는 행위가 피해자에게 어떠한 피해를 입히고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인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가벼운 장난에 눈물이 나는 일이 생기고 쌓여서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경우는 미리 예방도 가능하다. 가벼운 장난 단계에서 눈물날 정도로 아프고 속상한 학생이 생기면, 학생들 끼리 장난이었다고변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눈물 흘리며 아프고 속상한 학생의 피해를 중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상황에 대처하게 된다.

 

장난이었어, 장난이었는데 울고 그래, 난 몰라, 니가 예민한 거야, 남들은 안 아프다는데 너만 그래..’로 이어지는 습관적 변명이 아니라, ‘많이 아파? 많이 속상해?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참 미안해. 내가 어떻게 해 주면 좋겠어? 의 피해회복중심의 의사소통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것은 후일 성인이 되어서 갈등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의 기틀이자 주춧돌이 된다.

 

(5) 회복적 절차의 실천: 회복적 학생생활교육

 

회복적 학생생활교육 매뉴얼과 가이드북

 

법에 제도로 정착된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들이 공식적으로 하향식실천형(Top-Down) 으로 실무에 자리 잡았다면, 회복적 학생생활교육은 상향식 실천형태를 지닌다. 교육의 영역에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회복적 사법을 실천하기 위한 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기독교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의 회복적 생활교육 연구회를 통해서 활성화된 회복적 학생생활교육은 2014년 경기도 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를 통해서 매뉴얼을 발행하게 되었다. 2016년에는 부명초, 부천부곡초, 부천부흥초, 부천북여중 교사와 학생들이 촬영협조하고 정진이 저술한 회복적 생활교육학급운영 가이드북-회복적 학급운영에 관한 교사 플래너-’가 출간되었다.

 

매뉴얼에서 제시한 회복적 생활교육의 실천원리 관계를 매우 중요한 회복적 절차의 핵심요소로 파악하고 있다. 갈등이 손해를 미치는 범위를 파악하는 관점과 회복적 사법이 회복해야할 피해의 중심에 관계가 있다.

 

이것은 기독교 교회공동체가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과 맞닿아 있으며, 공동체 사법(정의)(community justice)의 톱니바퀴와 맞물려 있다. 가이드북도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존중과 책임, 관계라는 핵심 가치 위에 생활교육의 교육적 기초를 놓고 정의의 줄기로 성장하여 공동체의 열매를 맺는다라는 가이드북 표지의 표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동 매뉴얼과 가이드북은 전세계의 다양한 회복적 사법실천 방법 중에서 기독교의 한 계열인 매노나이트의 종교적 배경을 지닌, 하워드제어가 제시하고 강조한 회복적 사법원리에서 출발하여 현재는 평화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동체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회복적 사법원리분석은 학급공동체에 적용하기 매우 적절하고, 특히, 학급경영의 측면에서 훌륭한 실천적 원리를 제공할 수 있다. 공동체구성원간의 존중을 통해서 신뢰를 형성하고 관계가 튼튼해질수록 갈등은 예방의 효과는 커진다.

 

하지만 갈등이 일어난 직후나 특히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못한 공동체 구성원 간에 회복되어야할 필수적인 요소로 관계를 명시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현대사회에서는 애초에 회복할 관계가 없을 수도 있고 피해자는 관계를 회복하고자하는 욕구가 전혀 없을 수 있다. 이것은 학교공동체 내에서도 다른 학급간의 학생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할 때에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비공식적인 회복적 사법의 핵심원리로 회복적 학생생활교육에서 강조되는 관계는 사전적 교육, 예방적 교육원리로 우선 작용하고 명시적으로 학급경영에서 공동체 결속력 강화에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하지만 회복할 관계가 없거나, 회복하고 싶지 않은 피해자에게 관계의 회복을 핵심원리로 하게 되면 그것은 강요에 지나지 않게 된다. 전 세계의 회복적 사법연구진들이 회복적 사법의 공통된 핵심원리로 자발성과 피해자의 욕구에 기반 한 피해의 회복을 꼽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국내 회복적 생활교육 프로그램에서 실천적으로 적용되는 접근의 방식

 

사실 회복적 사법프로그램의 실천적 접근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다양해서 그 방식을 일일이 다 파악하지 못할 정도이다. 최근 몇 가지로 그 접근방식을 정리한 실무에서의 회복적 이론이라는 책을 살펴보면, 10가지의 접근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편집자는 마지막 장에서 각기 다른 접근 방식을 가진 10명에게 똑같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시작부분을 서술을 받았다.

 

각 저자들은 이 케이스를 어떻게 접근할지, 어떻게 시작을 할지,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서 서술을 하고 있다. 같은 시나리오가 어떤 이론적인 렌즈로 보느냐에 따라서 다른 진행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제시되었다. 10가지의 접근방식 중에 국내에서는 비폭력대화가 회복적 사법프로그램에 실천적으로 발 담그고 있으며, 경기도교육청의 매뉴얼에서는 비폭력대화를 접근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매뉴얼과 가이드북에서 제시된 회복적 사법프로그램의 유형은 패널형이나 위원회의 형태보다는 써클과 피해자가해자대화형(조정형)이다. 가이드북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이루어진다고 서술하고 있다. 학생들은 평화적 하부구조를 만들고 평화감수성 훈련을 한다.

 

또래조정 또는 신뢰서클을 통해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이해하게 된다. 선생님들은 문제해결서클을 형성/조직하고 회복적 상담을 실천할 수 있다. 회복적 가치를 담은 교육관 아래 회복적 생활교육의 진행자이다.

 

회복적 정의의 교육적 실천사례와 그 함의

 

국내에서 비공식적인 회복적 절차를 실천하고 있는 사례는 회복적 생활교육 해외탐방보고서(2014), 경기도 교육청의 회복적 생활교육 매뉴얼, 부천 동여중의 혁신학교 4년 글쓰기, 선행초 기린마을 사업 등에서 살펴볼 수 있다. 대부분 경기도의 학교 실천사례인데, 부천 동여중과 선행초등학교를 유의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평화교육훈련원(kopi)과 함께한 부천동여중은 4년간 회복적 생활교육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를 글쓰기를 통해서 잘 드러내고 있다. 특히 졸업생의 글은 회복적 생활교육이 적용되는 학교를 경험한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교와의 비교경험에서 나온 것이라서 의의가 있다. 한국비폭력대화센터와 함께 한 선행초등학교는 교육청의 승인 하에,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회복적 절차로 시범운영하였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2014년 매뉴얼까지 제작보급한 경기도교육청을 시작으로 국가기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7년 대구교육연수원이 초·중등교사를 대상으로 회복적 생활교육을 본격적으로 의무연수프로그램에 넣기 시작하였고, 특히 경남지역 교사의 회복적 생활교육에의 노력은 2017년 김해의 회복적 도시선포로 이어졌다. 강원도 교육청 등의 여러 교육청이 관심을 가지고 학급경영의 일환으로 회복적 학생생활교육을 받아들이고 있다.

 

교사들이 모여 공부하고 연구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시작한 회복적 학생생활교육이 교사연수에 들어가기 시작한다는 것은 회복적 사법의 원리와 이념이 널리 퍼지고 실천을 위한 자리매김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이제는 회복적 절차가 공식적 절차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한다. 이제는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회복적 사법프로그램들이 형사사법 및 특별예방적 소년사법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할 것인가에 관한 기존의 연구에서 시사점을 얻어서 학교폭력 사안 처리절차와 회복적 절차의 관계를 법률화 해야 할 시점이다. 교육기관과 프로그램과의 관계, 교육행정의 절차 속에서 프로그램의 지위 등이 논의되어야한다. 그 과정에서 유의하여야할 것은 교육적 결과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이 교육적이여야 하고 과정과 결과가 모두 회복적이여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3. 분쟁조정을 통해서 자율적 갈등해결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친구와의 문제가 발생하면

보호자와 교사가 대신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우리사회의 갈등 해결의 원동력이다.

 

 

(1) 가해학생과 피해학생들이 서로 대화할 기회가 주어져야한다.

 

앞서 회복적 정의의 교육적 실천에 대해서 제시하였지만 갈등해결방법으로 회복적 정의에 기반 한 프로그램만이 고수되지는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에게 문제를 해결한 권한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해결의 권한 부여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전제로 하여야한다.

 

우선, 당사자들에게 발언을 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피해학생은 가해학생의 행위로 인해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이것은 가해학생을 처벌하기 위해서, 참고인 조사 형태의 진술서를 작성하는 형사사법적인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해학생과의 면대면 대화가 힘들다면 녹음을 하는 방식으로라도 피해학생의 목소리는 가해학생에게 전달되어야한다. 당사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손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익숙해져야하고 국가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교육기관은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아직은 배워야 할 단계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대화를 하는 방법부터 잘 이끌어주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당사자의 손을 떠나는 방식으로 갈등이 해결되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대한민국 국민은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제3자를 찾아서 해결하고자할 것이고 이것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만들어낸다. 문제가 일어나면 보호자를 찾고 선생님을 찾아서, 선생님과 보호자가 문제를 해결하고 학생은 가만히 있다가 주어지는 조치를 받는 것이 전부인 지금과 같은 형태라면, 이 과정을 거친 성인들이 사회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바로 우리가 늘 보고 있는 방식이다. 무엇을 더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달리해야할 때이다.

 

가해학생은 자신의 행위가 피해학생에게 준 피해와 영향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성이 있고 이것은 피해학생의 목소리를 통해서 가장 잘 전달된다. 똑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피해자에 따라서 피해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고 사과의 필요성과 진정성도 달라질 수 있다. 실수가 만들어낸 것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장난을 통한 실수로 자신의 행위를 치부하면서 억울해하는 가해학생에게 가장 효과적인 교육방법은 피해학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가해학생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피해학생에게 들려줄 기회를 주는 것이다.

 

(2) 학교기관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학생들이 서로 논의하여 갈등을 해결하거나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원하는 조치에 대해서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물론 피해학생의 피해회복과 가해학생의 건전한 성장, 학교공동체의 회복을 위해서 이야기한 결과여야 한다. 이 과정을 어른들만, 모여서 논의하여 재단할 것이 아니라 가·피해학생들도 참여하여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사과편지쓰기가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회의 과정에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그리고 보호자들, 담임교사가 사안에 대해서 충분히 할 말을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 가해학생 조치와 피해학생 조치에 대해서 논의해야 한다. 이 때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다. 보호자와 학폭위 위원들은 접근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피해학생은 진정한 사과를 받고 다시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가해학생은 접근금지를 통해서 오히려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할 친구를 보지 않게 되어서 편하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3)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배우는 것이 있다.

 

분쟁조정이 시도되면 꼭 합의되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학폭위가 열리면 조치 없음규정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조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분쟁조정과정을 거쳤으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분쟁조정은 소용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쟁조정 과정에서 피해학생의 피해의 진술과 가해학생의 가해행위에 대한 사과, 피해학생의 진술을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은 갈등 해결을 위해서 해야 할 많은 것들을 배운다.

 

우선 피해학생은 자신의 피해를 진술하는 과정에서 갈등에 직면하게 되고 용기를 얻게 된다. 그리고 가해학생은 자신이 한 행위가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게 된다.

 

사건이 일어나고 난 다음에 서로를 비난하고 공격하고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입은 범위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과정을 거치고 나면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 갈등해결과정을 신뢰하게 된다.

 

합의를 하지 못하더라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은 학교폭력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고 피해의 회복을 위해서 피해학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나누면서 가해학생이 질 회복책임의 범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당장은 합의를 하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합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4) 공교육 12년이 대한민국의 갈등해결의 열쇠이다.

 

대화를 통한 갈등해결 역량의 강화는 대한민국의 갈등해결의 열쇠이다. 조기입학을 고려한다면, 동 법률의 적용을 받는 최저연령은 만 5세이다. 5세부터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갈등이 일어났을 경우에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지,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요청하는 지이다. 그리고 어떻게 대화를 하는지, 어떻게 서로 다른 의견을 좁혀 가는지를 배워야한다.

 

(5) 분쟁조정의 현실적 운용을 위한 방안

 

분쟁조정 전문가의 교육청 위촉

 

학교공동체가 당장 갈등해결역량이 강화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분쟁조정 전문가를 교육청별로 위촉해서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학교에 사안별로 파견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것은 가정법원에서 가사조정위원이나 화해권고위원을 위촉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검찰청에도 형사조정위원이 위촉되어 있다.

 

학교현장을 잘 알고 학교폭력에 특화된, 공감능력과 조정능력이 뛰어난 학교폭력분쟁조정 전문가를 우선 위촉하여 갈등해결이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때 분쟁조정에서 가해학생의 책임을 지는 방법을 회복책임을 지는 방법을 이용한다면, 책임을 지는 다른 방법은 학교폭력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학교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교육될 것이다.

 

학교폭력상담전화는 변호사가 아니라 갈등해결 전문가가 받아야 한다.

 

학교폭력자치위원의 갈등해결 전문성 강화

 

학교폭력자치위원의 사법전문성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갈등해결의 전문성을 강화해야한다. 학교폭력 사안처리과정은 학생에게 벌을 주고자 마련된 장치가 아니고,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모두가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자치위원에게는 절차적, 사법적 전문성, 양형가이드라인 등을 제공할 것이 아니라 가해학생의 이야기를 들을 귀와 피해학생의 이야기를 들을 귀를 달아주고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마음가짐을 길러 주어야 한다.

 

정의의 이름으로 가해학생에게 칼을 들고, 피해학생을 보호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다른 방법인 회복적 정의에 대한 시각을 교육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갈등해결의 전문성을 강화하여 학교폭력자치위원을 몇 년 해서 지역사회에서 이웃갈등조정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지면 국가적으로 사회 갈등관리와 해결의 비용이 절감될 것이다.

 

 

교사와 학교공동체의 갈등해결 문화의 강화

 

교사에게 회복적 생활교육을 통한 학급경영을 연수하게 하고 학교공동체가 문제가 일어나면 스스로 관리하고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해야 한다. 장난치다가 눈물을 흘리게 되면, 선생님을 불러서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해당하지 않는지를 먼저 고민하게 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서로 서로 얼마나 아픈지 이야기하고 사과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2012년 교육부 시범사업과 같이 성급하지 않게, 성과중심적인 운영을 하지 말고, 점진적으로 역량이 강화될 수 있도록 또래조정을 학교문화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여 두 사람이 해결하지 못하거나 두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면, 옆에 있는 친구나 갈등해결조정을 잘하는 친구가 나서서 조정해줄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부모교육 : 책임을 지는 다른 방법과 갈등해결 방법

 

보호자에게도 자녀가 책임을 지는 다른 방법을 교육해야한다. 자녀가 잘못하면 보호자가 사과하고 용서를 빌고 손해배상을 하다 보니, 자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해도 부모가 다 해결해주는 것에 익숙해진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응보적 책임을 져야할 나이에 직면하면, 분노를 표출한다. 자신의 책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 온갖 변명을 하고 공격적인 방어를 하게 된다.

 

자신의 행위로 인해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신의 능력만큼 책임을 지는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고 이것은 가정교육을 통해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컵의 물을 쏟고도 고 3까지 본인이 닦지 않는 현실은 문제해결의 주체성을 전혀 교육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녀교육의 방식으로 책임을 지는 다른 방법을 안내해야 한다. 가정 내에서도 자녀의 성장의 정도에 따라서 자녀의 행위로 인한 피해회복책임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학부모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갈등해결 방법에 대한 교육도 학부모교육으로 동시에 이루어질 필요성이 있다. 보호자들도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 세대이다. 무엇이 금지된 것인지, 금지된 것을 행하면 어떤 벌을 받는지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 자녀에게 금지된 것을 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가르칠 수 있도록 부모교육을 통해서 도와주어야 한다.

 

4. 학교폭력예방교육의 방향성

- 공동체 규범의식의 함양과 갈등해결 역량 강화

 

학교폭력예방교육은

무엇이 금지되는지를 가르칠 것이 아니라

공동체 규범의식을 기르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1) 현행 학교폭력예방교육의 문제점

 

현재 학교폭력예방교육을 통해서 교육되는 것은 무엇이 학교폭력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형법교과목시간에 무엇이 범죄인지 아닌지를 교육하듯이 어떠한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알려주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다. 학교폭력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고 그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것까지가 교육의 전부이다. 그 다음은? 없다!

 

친구와의 갈등이 일어났을 경우에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해서는 없다. 아슬아슬한 재미를 느끼면서 노는 장난을 하면 안 되는 것에 대해서만 가르치고, 다른 재미있는 놀이에 대해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 선생님도 부모님도 다른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다른 방법으로 놀면서 재미를 느껴본 적은 없다. 그래서 하지 말라고만 하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학교현장에서 장난은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관문이 되기 때문에, 장난 자체가 금기시되고 원천 봉쇄되고 있다. 장난치면서 노는 것은 금지되고 모든 다툼자체가 금지된다. 갈등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어떻게 해결하는 지가 교육되지 못한다. 갈등자체가 금기시되고 금지된다.

 

 

또한 이렇게 하면 학교폭력이야.”, “앞으로도 계속 이러면 학폭위가 열릴 수 있어.” 등등학교폭력은 학생의 학교생활과 교사의 학생생활지도, 등 학교공동체의 관계에서 협박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금지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뛰지도, 놀지도, 싸우지도, 못하게 한다. 서로 간의 감시와 신고밖에 남지 않는다. 갈등은 관리도 해결도 되지 않고 곪아서 나중에 상상도 못할 폭력성으로 폭발한다.

 

(2) 학교폭력예방교육의 내용은 갈등해결 방법이어야 한다.

 

갈등해결방법의 교육

 

학교폭력은 단순한 공동체 규범위반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유형을 금지한 것이다.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는 인간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금지유형이다. 따돌림을 제외하고는 범죄행위가 아닌 것이 없다. 따돌림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학교폭력은 인간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나타낸다.

 

학교폭력은 학교공동체 내에서 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인간관계로 인해 일어나는 갈등에 대처하는 나쁜 유형을 규정해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아프게 하는 모든 유형이 담겨져 있다. 특히 따돌림을 학교 내외에서 2명 이상의 학생들이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신체적 또는 심리적 공격을 가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일체의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학교폭력을 통해서 보호하고 싶은 것이 학교공동체 구성원간의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사이버 따돌림을 인터넷,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특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 반복적으로 심리적 공격을 가하거나, 특정 학생과 관련된 개인정보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일체의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것 또한 학교공동체 구성원간의 관계가 학교폭력규정을 통해서 보호하고 싶은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나타난 것은 인간관계를 깨뜨리는 모든 방법일 뿐, 인간관계를 맺고 지속하는 방법은 없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의 본질은 학교공동체 내에서 인간관계를 잘 맺고 이를 지속하는 방법이어야 한다. 따라서 인간관계를 깨뜨리는 모든 방법을 가르치고 인식시켜서 학교폭력을 예방할 것이 아니라 우선시 되어야할 것은 인간관계를 잘 맺고 지속시키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 중에서 급한 것은, 갈등이 일어났을 경우에 어떻게 하면 갈등을 더 키우지 않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지다.

 

분노조절과 의사소통 방법의 교육

 

학교폭력예방교육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을 구별하여 개발된 교육과정이 없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비슷비슷한 내용을 배우게 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지겹고 불필요한 교육으로 인식된다. 3이 되면 학교폭력예방교육을 들은 지 12년차가 된다.

 

학교폭력예방교육은 학년별로 단계적 교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의사표현방법, 분노를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 갈등을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방법, 의사소통의 방법 등을 실질적으로 해보아야 한다. 화가 났을 때 자신의 화난 상황을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방법을 배우고 직접 이야기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강당에 몇 백 명, 또는 방송수업으로 전교생에게 학교폭력예방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서, 의사소통 교과목을 만들어서라도 교육해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잘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갈등해결을 위한 대화를 잘 할 수 있다.

 

이것은 공교육을 통해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교육이고 이러한 교육을 받은 세대는 갈등관리의 역량을 지니고 사회에 나아가게 된다. 물론 자기표현능력이 부족하거나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을 위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은 전문가를 통해서 갈등해결을 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공동체 규범의식의 함양

 

학교폭력예방교육은 공동체 규범의식의 함양과도 연결된다. 학생이 앞으로 살아가야할 공간은, 나 혼자만 행복하게 사는 무인도가 아니고 사회이다. 각자 자신이 속한 공동체 내에서 약속된 것들을 잘 지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 가르쳐야한다. 공동체의 규범이 자신과 갈등을 일으킬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가르쳐야 한다.

 

이것은 민주시민교육과도 직결된다. 공동체 규범은 공동체 구성원의 약속이고, 공동체 규범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의 강제성이 있다면 이것은 민주적인 방식으로 정당화되는 과정을 통해서 치유되어야 한다. 공동체 규범의식을 함양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학교폭력예방교육의 핵심이 되어야할 것이다.

 

 

[국회의원 정책자료집1] 2017 학교폭력해결정책 평가와 개선방향(강지명).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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