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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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태
우리는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대선 토론에 임했던 자를
기어코 대통령의 자리에 앉혀놓았다.
미치광이 같은 말들을 아무렇게나 떠들었지만
어떤 이들은 그를 뽑았다.
(그에게 매력을 느껴서 또는 경쟁자가 미워서,
아니면 모종의 이유로.)
마침내 그는 완전히 미쳐버려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스스로 왕이 되고자 했다.
(아니, 이름부터 얼굴까지 삶의 모든 게 거짓인
그의 아내가 더 왕이 되길 원했던 것 같다.)
21세기 민주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그 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지 못했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저들만큼 맹렬하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나 더 맹렬해야
저들을 이길 수 있을까?)
여기서 말하는 ‘저들’이란
이 나라의 기득권층을 말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득권을 누리는 자들과
기득권이 되고 싶은 자들,
그리고 스스로를 기득권이라고 믿는
정신 나간 자들이다.
(사람 위에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믿는 자들을 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들은 탐욕에 빠져 살아간다.
더 큰 이익, 더 확실한 기득권을 얻기 위해 늘
혈안이 돼 있다.
저들은 두려움 속에 살아간다.
움켜쥔 기득권을 빼앗길까봐
남몰래 바들바들 떤다.
저들은 증오의 힘으로 살아간다.
자기 이익에 반하는 자들,
자기 생각에 어긋나는 자들은
죽여도 좋을 적이라고 믿는다.
민주주의와 평등, 평화를 말하는 이들을
멸시하고 증오한다.
그러니 저들은 망상 속에 살아간다.
탐욕과 두려움, 증오로 인해
비논리의 가상현실을 만들고 그 속에서 산다.
그 세계에서는 부정선거가 몇 차례나 벌어졌고
반국가세력이 중국 및 북한과 손을 잡았으며
나라는 이미 망국의 나락에 떨어졌다.
저들에게 성소수자와 페미니스트는 사탄에 가깝다.
저들에게 민주주의자는 처단해야 할
체제 전복 세력이다.
저들은 그 세계 안에서 혁명을 꿈꿔 온 것이다.
저들의 우두머리이자 내란의 수괴는
즉각 체포하여 반드시 탄핵시켜야 한다.
그와 그의 아내는 가장 무거운 형벌에 처해야 한다.
그 자에게 동조하고 내란에 가담한 자들 역시
일체의 용서 없이 서릿발처럼 매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저들은 용서를 복수로 갚는 자들이다.
계엄이 정당한 통치 행위라 믿는 자들의 정당 또한
기필코 해산시켜 사라지게 하는 게 옳다.
그리고 우리가 오래도록 노력해야 할 과제는
저들이 오염시킨 대중의 정신세계,
즉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일이다.
나는 옳다, 틀릴 리가 없다 또는,
우주의 기운이 나를 도울 것이다,
이런 식의 사고에 빠진 사람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나는 그 첫걸음이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믿는다.
저들처럼 증오의 힘으로 살지 않고
사랑의 힘으로 살 수 있다면 희망이 있을 것이다.
사랑은 흐리멍텅해지는 게 아니라 날카롭게 깨어 있는 것이고
집착하는 게 아니라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사랑까지는 못 가더라도 미워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 것,
미워지더라도 알아차리고 붙잡지는 않는 것,
그리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선을 따르는 것,
진실하게 생각하고 진정성 있게 실천하는 것만이
우리의 투쟁 방법임을 알겠다.
그러니 당신들을 미워하지 않고 해야 할 일들을 하겠다.
가슴에 끓는 분노가 증오가 되지 않도록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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