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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습관 행동과 본능적 충동 - 박문호 본문

발도르프교육학/발도르프 특수교육

습관 행동과 본능적 충동 - 박문호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3. 6. 29. 12:32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분노조절장애 등의 증상으로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이 늘었습니다. 집중력이 부족하고 반사적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로 인해 많은 교실에서 수업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신경과학적으로 볼 때 이러한 현상은 전두엽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벌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촉각 경험의 부족(애착관계 형성의 실패), 생명감각의 문제(규칙적인 생활리듬 부재, 과도한 미디어 노출, 생활습관 미형성), 운동감각과 균형감각의 어려움(움직임, 놀이의 절대적 부족) 등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양육에서 아이들의 생활 습관을 어떻게 길러줄 것인지와 관련해서 박문호 박사의 과학적인 글이 도움이 될 것 같아 글을 발췌해 올립니다. (<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 : 우주의 탄생부터 인간 의식의 출현까지>, 243-245쪽. 굵은 글씨는 연구자) 발도르프 학교에서 왜 악기 연습을 하게 하는지, 문제행동이 왜 반복되는지(중독) 등에 대해서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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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도약하는 인류의 생존 능력

 
동굴 벽화에는 우리 선조들의 내면 세계가 새겨져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동굴 벽화는 대부분 3만 년 전 이후에 만들어졌으며, 5만 년 전 초기의 동굴 벽화도 발견되었지만 아직 충분한 의도성을 찾기는 어렵다. 동굴 벽화는 후기 구석기 시대인 약 3만 년 전부터, 즉 인간이 만든 도구들이 정교해지는 시기에 출현했다. 사냥의 성공 여부는 부족의 생존 여부를 결정한다.
 
사냥은 성공 가능성이 낮은 활동이다. 자신보다 큰 짐승을 관찰하고 추적하고 접근하는 일련의 과정은 서너 시간 이상 집중해야 하는, 에너지가 많이 드는 활동이다. 성공률을 높이려면 대상에 좀더 가까이 접근해서 활을 쏘고 창을 던져야 한다. 정확하게 겨냥하는 것이 핵심이다. 화살이 빗나가거나 급소에 맞지 않으면 짐승은 다시 달아난다.
 
사냥은 성공 확률이 낮은 활동으로, 시도를 반복해야 한다. 확률이 낮은 행동을 계속하려면 동기와 의욕을 촉진시키는 도파민이 필요하다. 불확실한 보상에 대해 지속적인 시도를 유발하는 신경조절물질이 바로 도파민이다. 성패가 불확실한 사냥에서 어떻게 하면 보상 획득 확률을 높일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화살과 창이 정확하게 목표를 향해 날아가야만 한다. 정확도를 방해하는 요소는 심장의 충동적 박동과 근육들의 미세한 요동이다. 사냥이 성공하려면 차분하고 안정된 심리 상태, 집중과 집요함이 필요하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사냥에서 동물을 계속 추적하게 하는 힘은 도파민에서 나오지만, 사냥을 성공하게 만드는 과정은 집중과 정확한 운동 능력이다. 과도한 의욕을 동작이 균형을 잃으면 사냥의 성공 확률이 낮아진다. 성공적인 사냥은 반복된 훈련으로 형성된 습관적 동작에서 나온다. 심리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습관에 의한 인간 행동은 43퍼센트나 되고 이 비율은 나이와 직업에 상관없이 거의 비슷하다. 습관은 인간에게서 진화한 특별한 기능이므로 인간 행동의 약 절반은 습관적 행동이다. 
 
구석기 시대부터 사냥을 통해 100만 년 이상 진화해온 인간 활동의 무의식화된 행동이 습관이다.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 앞뇌와 뒷뇌로 구분할 수 있다. 뇌의 좌반구는 언어, 우반구는 정서라고 단순하게 구분하기도 하고, 앞뇌는 운동, 뒷뇌는 감각 처리를 하는 뇌로 구분하기도 한다. 다른 관점으로, 웬디 우드의 <해빗>에 의하면 시작하는 뇌와 반복하는 뇌도 있다. 시작하는 뇌는 전전두엽을 중심으로 연상 작용으로 학습을 하며, 반복하는 뇌는 대뇌 기저핵의 선조체와 연결된 감각연합피질의 감각-운동회로로 구성된다. 시작하는 뇌는 현재의 상태와 기억을 연결하여 행동의 목적을 설정한다. 반복하는 뇌는 전전두엽이 결정한 행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동 운동을 반복하여 습관을 생성한다.
 
다시 사냥으로 돌아가보자. 화살이 빗나가 사냥에 실패하는 순간 도파민이 분비되어 달아나는 동물을 계속 추적하게 한다. 사냥 확률을 높이려면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습관적인 동작이 나와야 하고, 그래야 근육의 흔들림이 줄어든다. 사냥감을 발견하고 정확히 활을 쏘는 과정에는 우연적 요소가 많다. 자신의 힘이 미치지 않는 우연적 상황은 더 큰 무언가에 의지하여 해결하려 한다. 그래서 자연의 초월적 힘에 의지하려는 의식이 진화하고 동굴 벽화가 출현한 것이다.
 
동굴 벽화를 그리는 행위는 사냥 확률을 높이려는 종교적 행동이다. 모든 종교에는 고유한 의식과 행위가 존재한다. 종교 의식은 정교하게 설계된 습관 행동이다. 마약, 도박, 알코올 중독이 설계되지 않은 습관 행동이라면, 설계된 습관 행동의 드문 예가 바로 종교 의식이다. 정교하게 설계된 종교 의식은 고요한 안정감을 만들고 불안감을 제거해준다.
 
구석기 시대, 인류의 선조에게 가장 필요한 심적 능력은 불안감을 제거해주는 자동적 습관 행동이었다. 운동 회로와 감각 회로가 직접 연결되어 감각 입력이 신호로 작용하는 순간 운동이 자동적으로 출력된다. 이 과정이 습관의 핵심이다. 목표에 도달하게 하는 인간 능력은 자동 반복되는 습관이며, 습관은 탁월함을 만든다. 설계된 습관은 인간의 창의성을 높인다. 습관적 행동은 반복적 자동 반응으로 뇌의 부담을 줄여준다. 그 덕에 습관 행동에 관여하지 않는 전전두엽은 새로운 학습을 할 수 있다.
 
습관은 정교하게 설계될 수 있다. 상황이 보내는 신호에 따라 행동을 반복하면 원하는 행동이 자동화된 습관으로 바뀐다. 습관 설계 과정은 이러하다. 먼저 접근이 쉬운 상황을 선택해 접근 문턱을 낮춘다. 그다음 접근 상황이 보내는 신호를 발견한다. 상황에서 나온 신호가 행동을 촉발하면 행동을 반복하도록 보상을 설정해야 한다. 습관을 설계할 때 보상은 불확실하게 주어야 한다. 보상이 불확실할 때 도파민이 방출되기 때문에, 계속 보상을 추구하는 반복 행동을 하면서 습관이 형성된다. 행동이 반복되어 습관이 강해지면 습관 행동은 보상과 무관하게 작동한다. 자동화된 반복 행동 그 자체가 보상으로 작동하는 현상이 바로 중독이다.
 
동물은 습관적 반응이 어렵다. 그래서 동물은 스스로 중독되지 않는다. 동물의 행동은 반사적 충동이다. 본능적 충동을 억제하고 습관 행동을 발달시킴으로써 인간에게는 반사적 행동이 억제되고 목적 지향적 행동이 발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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