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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인지학은 종교인가 - 엘마르 슈뢰더 (10) 본문

인지학

인지학은 종교인가 - 엘마르 슈뢰더 (10)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4. 12. 23. 13:35

자기를 잃어버리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면, 나를 포함해서 이 우주 만물이 가지고 있는 자연의 법칙성 안으로 내가 깊이, 온전히 참여해 들어가는 것, 침잠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슈타이너는 이렇게 이야기해온 이른바 종교 혹은 인지학과 관련돼서도, 인간의 종교성이란 무엇인가, 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설명해온 그것의 구체적인 모습이 조금 전에 자기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게 뭘 의미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데 그것을 이렇게 구체적인 조형물로 표현해 본 적이 있어요. 물론 직접 한 건 아니고, 이렇게 만들어라 해서 말이에요.

 



지금 저 그림 중앙 부분에 이렇게 서 있는 사람의 모습, 그게 일종의 관념화된 인간입니다. 인간을 대표하는 존재인 것이죠. 그런데 저 아래쪽과 왼쪽 윗부분에 표현된 존재는 관념적인 인간의 원상이 담겨 있습니다. 인간이 여러 힘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모습이에요. 어떤 힘들이냐 하면 인간으로 하여금 이기주의, 이기적인 인간이 되게 만들려고 하는 그 힘입니다. 또는 우리가 깊이가 없어지는, 아주 가볍게 그냥 흔들려서, 흐르다가 그냥 사라져버리는 그런 경향들을 갖게 만듭니다.

그런데 그런 두 가지 힘들 사이에 균형을 잡게 하고 어느 한쪽에도 편파적으로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는 이상적인 인간이라는 상이 한가운데 있습니다. 그러면서 슈타이너가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런 여러 힘들에 휘둘리지 않게 하고 균형을 잡게 하는 그 힘은 또 어디에 있느냐, 그것은 바로 미카엘의 힘이라고 얘기해요.

루돌프 슈타이너 자신이 그리스도인 공동체라는, 인지학을 기반으로 해서 생긴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공동 창시자였다, 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그것이 창시되는 데 조력하긴 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요. 굉장히 종교적인 그리스도인 공동체와 인지학협회에 분열이 생겼어요. 어떤 점에서 무엇을 근거로 해서 그렇게 됐냐면,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까 인지학협회 혹은 인지학이라는 것은 이른바 인식의 길과 같이 방법론이었잖아요. 그런데 이쪽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종교적인 성격으로 흐른 거예요.

 

그래서 슈타이너는요. 첫 번째 학교를 세울 때도 그랬잖아요. 예를 들어서, 발도르프학교에서 종교 수업이라는 게 이루어질 때,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사람들이 가서 종교 수업을 하는 게 아니었어요. 뭐라고 그랬죠? 일반 인간학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슈타이너는 학생과 부모의 종교에 해당하는 성직자가 와서 종교 수업을 할 것이라고 말함.)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 이미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마련되고 이제 학교도 생기고 했을 때, 그 뒤에 슈타이너가 지난 일들을 되돌이켜 보면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뭐라고 얘기하냐면, “내가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만들고자 나선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단언합니다.

 

그리고 그 미래가 어떻게 될지, 미래에 대해서는 슈타이너가 완전히 또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스도교라는 이런 전통적인 세계 종교는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얘기한 뒤에, 이제 미래에 관한 이야기예요. 인지학과 종교와 관련해서 앞으로 미래의 종교는 계속해서 영향을 크게 미칠 것이다, 그런데 전통적인 형태나 구조 방법에서는 아닐 것이다, 미래의 그리스도교가 가지고 있는 그 어떤 힘들이라는 점에서는 영향이 클 것이나 전통적인 형식은 아닐 것이다, 라고 얘기합니다.

 

슈타이너는 미래의 사람들은 그런 자의식 같은 것들, 자기 안에서 이런 종교적인 틀, 전통적인 구성 같은 것들로부터 멀어지려는 욕구를 더 많이 키울 것이다, 그런 게 더 커질 것이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이게 현실화되고 있죠. 오늘날에는, 특히 유럽에서는 이제 이게 현실화되었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전통적인 교회라든지, 이러한 형태에서 떨어져 나오고 있어요.

 

그리고 슈타이너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그런 정신세계를 향한 욕구, 우리가 고차적인 정신세계를 지향하는 것 또는 고차적인 세계의 힘을 그리스도 자극 혹은 그리스도 동기라고 얘기했거든요. 그런데 그러한 힘은 앞으로 점점 강해질 것이고 사람들의 종교성이라는 게 그쪽으로 흐르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많은 종교적 조직에서 이야기하는 혹은 사람들에게 제시하고 주장했던 그런 신앙의 기조와는 관계없이 뭔가 다른 인식의 길이었죠.

 

그것은 인식적인 혹은 인식과 관련된, 그 안에서 사는 삶으로 흐르는 종교성을 의미합니다. 교육도 아주 지극히 개별화되고 개인화된 형태로 말이죠. 그리고 다른 자리에서 슈타이너는 이 점에 대해서 또 이렇게 얘기합니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들을 전부 관통하는 얘기이기는 한데요. 종교 또는 종교적인 집단에 속하거나 거기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은 인간 스스로가 인식의 길을 갈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그 가능성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거기에 몸을 담지 않는 사람들이 그런 인식적인 것 혹은 인식으로 내가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고차적인 것을, 정신적인 것을 정말로 믿는다면, 자기가 신념으로 가지고 있다면, 그런 사람들은 현대에 존재하는 그런 구체적인 교회 혹은 신앙 집단으로부터는 떨어져 나갈 것이다, 라고 얘기합니다.

 

그리고는 또 어떻게 얘기하냐면, 그런 상태가 되면 즉 사람들이 그런 현실적인 종교적 틀을 거부하게 되고 자신이 발견하는 인식의 길을 가는 것을 종교성이라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약간 애매하고 살짝 위험할 수 있는 표현이긴 한데요. 말하자면 종교는 기존의 종교에서 빠져나오거나 그걸 거부하고 나면 인식의 길을 자신의 종교성이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 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그 안에서 인간 각자가 그야말로 그전에 종교가 이야기했던 그런 것들, 즉 비물질적인 것,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그런 것들을 확인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전통적인, 옛날부터 있어왔던 그런 종교적인 구조 같은 것들이 소용없어질 것이고, 소용이 없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그런 것들이 사람들의 새로운 종교성 혹은 종교적 지향을 방해하게 될 것이다, 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인지학이라는 것을 학교에서요. 그 학교의 교육내용으로 우리가 알고 있거나 혹은 거기에 이렇게 포함시키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분이 잘 아는 것이죠. 인지학은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 배우게 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개인이 개별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에 의해서 자기가 인식의 길을 가느냐 마느냐 할 때 도움을 주는 방법론에 해당합니다. 개별자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적인 힘이 있어야 인지학을 고민하고 그 길을 갈 수 있는 거죠. 그래야 앞에서 설명한 그런 힘들, 세상 만물과 이 우주 안에서 작용하는 그 힘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말하자면 그 힘의 작용과 관련된 인식을 통해서 자기 안으로 가져오는 것, 확인하게 되는 것, 그런 것들은 인지학 자체가 그것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으로서 사람들 앞에 있는 것입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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