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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인지학은 종교인가 - 엘마르 슈뢰더 (6) 본문

인지학

인지학은 종교인가 - 엘마르 슈뢰더 (6)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4. 10. 31. 10:17

우리가 정신적인 것 혹은 정신을 향한 그 길을 가려면, 다시 말해서 정신을 인식하려면, 파악하고 알아내려면 정신적인 것이 있다, 또는 정신적인 것을 우리가 사고할 수 있고 거기로부터 우리가 무엇인가를 가져와서 창조할 수 있다, 라는 그 기본적인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셔야 됩니다. 그것이 없으면 우리가 정신을 향해서 간다는 건 의미가 없죠. 정신적인 것에 대한 인식이 가능하다, 라는 걸 전제로 해야 우리가 거기로부터 뭔가를 할 수도 있고 그것으로부터 어떤 영향 같은 것들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지학의 방법론이라는 것을 조금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볼까요?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있는 것, 즉 우리 앞에 주어져 있는 것을 지각하는 일이에요. 지각하려면 우리 앞에 있는, 우리 바깥에 있는 자연을 세계를 관찰해야 되겠죠. 가장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관찰입니다. 그런데 관찰이 가능하려면 무엇인가가 내 앞에 있다는 사실, 그것들이 우리한테 어떤 인상을 주어야 해요. 다시 말해서 바깥에 있는 것이 나의 감각 기관을 통해서 내 안에 들어박혀야 해요. 그것을 우리가 인상이라고 하죠.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게 바로 우리의 내적 측면, 영혼적인 측면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사고입니다. 그래야 내가 지각한 것, 그것의 내용, 의미 같은 것을 분석해내고 알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관찰한 것은 지각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러면 그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내용들이 있겠죠.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일정한 법칙성 혹은 법칙 같은 것들이 있는데 그걸 확인하는 게 우리의 사고예요. 말하자면 구체적인, 현실적인 내 앞에 있는 것들이 가지고 있는 그것들을 다 조합해서 거기에 일정한 법칙 같은 걸 발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영원한 것, 무엇인가 그 개별적인 것을 넘어서는 어떤 것을 내가 확인한다는 뜻이죠.
 
우리가 바깥의 세계를 관찰한 것들을 지각해서 나에게 들이박힌 그 현상들, 그것들 사이에 어떤 규칙성 혹은 법칙 같은 것을 발견해내잖아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무엇인가를 인식한다는 건데요. 그 좋은 예가 바로 갈릴레이가 발견한 낙하의 법칙 같은 것들입니다. 사진에 있는 게 피사의 사탑이에요. 제일 위에서 납으로 된 공을 작은 공을 떨어뜨리고 계속해서 그걸 반복합니다. 작은 공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또 큰 걸 떨어뜨리기도 하고요. 거기의 결과들 혹은 그 내용들이 이 갈릴레이라는 과학자의 내면에서 무엇인가를 움직이게 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발견한 혹은 받아들인 그 인상들에서 그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 법칙이 뭐지?’라는 것을 숙고합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숙고하고 난 뒤에 그 법칙을 구체적인 공식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게 바로 낙하의 법칙이죠.
 

 

 
한참 전에 그렇게 발견한 것이지만 오늘날까지도 통용돼요. 옳다고 통용되죠. 시대적으로 옛날에서부터 오늘날까지, 뿐만 아니라 지구의 어느 지역에서도 같은 낙하의 법칙이 통용됩니다. 이 지구에서뿐이 아니고요. 달에서도 똑같이 그 법칙이 통용됩니다. 이걸 어떻게 알 수 있느냐? 옛날에 미국에서 우주인들이 달에 갔잖아요. 달에서도 실험해 봤어요. 달에서도 똑같이 낙하의 법칙이 통용되는지. 그런데 또 한 가지 예가 있죠. 바로 괴테입니다. 갈릴레이처럼 똑같이 자연을 관찰합니다. 그런데 어떤 자연을 관찰하느냐? 어떤 식물의 잎을 관찰해요. 그런데 괴테가 가만히 관찰해 보니까 식물이 자라면서 그 잎의 모양이 점점 커지기도 하고, 그다음에 그 모양 자체도 변화하기도 해요. 이렇게 성장할 때는 커지다가 그다음에는, 또 어떤 단계에서는 작아져요. 그런데 거기에는 일정한 단계 같은 것들이 반드시 있습니다. 그러니까 잎이 커지는 단계, 잎이 하나가 생겼다가 혹은 쌍이 생겼다가 또 하나의 쌍이 더 생기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점점 어떤 단계를 밟아나가면서 변형합니다.
 


그리고 이 한 가지 식물, 이게 오줌보콩이라고 불리는 콜루테아 아르보레스켄스라는 식물이에요. 그런데 이 식물 하나 가지고 우리가 어떤 그 식물의 변화에는 성장의 법칙이 있다, 라고 얘기하면은 서운하잖아요. 보편적이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식물들도 계속 관찰합니다. 드디어 발견하게 된 게 바로 그런 거예요. 모든 식물에서 그것이 성장하고 발달하고 쇠락하는, 그 과정 안에서 일정한 법칙이 모두에게 공유되고 있다, 라는 것 말이죠. 첫 번째로는, 가장 중요한 건 식물이라는 것은 일정하게 자기가 포함된, 자기가 들어 있는 그 공간 바깥으로 확산된다는 겁니다. 그게 숫자로든 크기로든 확산됐다가 다시 시간이 지나면 점점 움츠러들어요. 공간을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집니다. 그런데 이게 모든 식물에게 공통됩니다. 그래서 괴테는 자신이 발견한 이 법칙을 자연의 비밀스러운 법칙이다, 라고 얘기해요. 물론 괴테가 그런 얘기를 하고 난 뒤부터는 그게 전혀 비밀이 아니었죠. 그게 바로 잎의 변형 생성의 법칙이라는 겁니다.

거기에는 우리가 관찰할 수 있듯이 보편적인 내용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기 주변에 있는 공간을 향해서 확산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쇠락할 때는 움츠러든다.’는 것이고요. 그런데 ‘그것은 보편적인 법칙이고 똑같은 보편적인 법칙을 모든 식물이 공유하지만 개별 식물마다 다른 점이 있다. 개별적인 점이 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말하자면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두 가지 종류의 힘이 이렇게 겹쳐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게 바로 모든 식물 안에 존재하는 형성력, 무엇인가를 생기고 자라고 쇠약하게 만드는 그 어떤 힘이다, 라는 거죠. 그런데 그런 형성력을 식물이 가지고 있는, 내면에서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힘, 즉 형성하는 힘 같은 것들이 작용해서 식물이 그런 모양으로 성장하고 쇠약해집니다. 거기에 한 가지 외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칩니다. 그게 바로 환경의 영향이에요. 안에서 생기는 본질적인 힘하고 형성력하고 바깥에 외부의 환경의 힘, 이게 같이 작용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우리가 무엇인가를 인식하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은 이렇게 어떤 법칙적인 것을 확인하는 과정, 즉 관찰하고 그 관찰한 것들의 종류를, 내용을 모으고 그 내용에서 일정한 법칙, 즉 보편적인 법칙 같은 것을 알아내는 그 과정, 그게 바로 일반적으로 무엇인가를 발견에서부터 법칙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 인식의 과정이라고 얘기하죠. 그래서 일반적으로 괴테의 이런 이야기를 기반으로 해서요. 자연을 관찰할 때 자연에서 우리가 보는 두 가지 보편적인 법칙이 있다, 라고 얘기할 수 있어요. 첫 번째로는 어느 것에나 나타나고, 그리고 뭔가 영원한 것이고, 그리고 이 지상의 것과 다른 그 무엇인 그런 법칙이 있고요. 그래서 이것을 두고 자연법칙적인 것이다, 혹은 자연법칙이다, 라고 얘기할 수 있겠죠. 동시에 또 한 가지 법칙이 여기에 작용합니다. 그건 뭐냐 하면 그 안에 잠재하고 있는 그것, 정말로 지상적인,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작용하는 그 내적 법칙입니다. 이 두 가지가 서로 얽히고 작용하면서요. 그러니까 우리는 그러한 것들을 바라보면서 자연과 관련돼서도요. 그것이 어떻게 얽히는지, 그것의 상호작용이 어떤 것인지, 그 관계가 어떤지를 우리가 알아내야 하는 거예요.
 
오늘날 자연과학의 목적 혹은 방법론은요. 바로 이 지상의 법칙들에 집중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오늘날의 자연과학이 놓치는 게 하나 있어요. 그건 뭐냐 하면 보편적인 법칙, 굉장히 정신적이고 뭔가 초월적인 것, 그냥 눈으로는 알 수가 없는 것, 이것들이 모든 것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이 지상의 것이 아닌 그러한 법칙을 보는 눈을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자연과학자들뿐이 아닙니다.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이 그냥 전체적으로 인간이 그런 초자연적인 것, 보편적인 것, 그것에 대한 인식 혹은 그것을 보는 눈 같은 것을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잃어버린 게 바로 그런 거죠. 다시 말해서 정신적인 것이 어떻게 작용하고 어떻게 움직이느냐, 그것과 나를 연결시키는 그걸 잃어버린 거예요.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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