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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Sympathie의 번역 문제 - 호감, 공감, 동감, 교감 본문

인지학

Sympathie의 번역 문제 - 호감, 공감, 동감, 교감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9. 7. 6. 07:11

Sympathie의 번역 문제 - 호감, 공감, 동감, 교감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일본에서 출간된 <일반인간학> 중 타카하시 이와오의 번역본이 아닌 책을 구입했다. 닛타 요시유키(新田義之)가 번역한 것인데, 여기에서는 타카하시와 다르게 Physischer Leib肉体가 아닌 物質体, Seele이 아닌 으로, 그리고 Sympathie共感이 아닌 好感으로 옮겼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호감이라는 번역어이다. 타카하시의 <신지학> 번역본을 중역하며 양억관 선생님은 ‘1장 인간의 본질의 서두에 나오는 내용 중에서 본래대로라면 공감’(Sympathie)이라고 번역해야 했을 것을 호감으로 바꾸기도 했다. (책 전체에서는 타카하시의 번역에 따라 Sympathie를 공감으로 옮긴다.)

 

원본은 아래와 같다.

 

Das zweite sind die Eindrücke, die sie auf ihn machen und die sich als sein Gefallen und Mißfallen, sein Begehren oder Verabscheuen dadurch kennzeichnen, dass er das eine sympathisch, das andere antipathisch, das eine nützlich, das andere schädlich findet.

 

타카하시 이와오의 번역은 이렇다.

 

第二この対象える印象であるがそれはるものに共感をもちのものに反感をもつときやるものを有用のものを有害るときに対象からけとるらないの印象であり欲望嫌悪こす印象である

 

이것을 양억관 선생님은 이렇게 옮겼다.

 

둘째, 이런 대상들이 주는 인상이다. 우리가 어떤 것에 호감을 가지거나 반감을 느끼고, 유용한가 해로운가, 마음에 드는가 안 드는가를 따지며, 욕망을 느끼고 혐오감을 갖기도 한다.

 

영혼에 대한 설명인데, 슈타이너는 영혼에 대해 <신지학>에서 다시 이렇게 설명한다.

 

Mit dem Worte Seele soll auf das gedeutet werden, wodurch er die Dinge mit seinem eigenen Dasein verbindet, wodurch er Gefallen und Mißfallen, Lust und Unlust, Freude und Schmerz an ihnen empfindet.

 

とは人間事物びつけ人間らない不快びとしみをじさせるところのものされるべきである

 

혼이란, 사람이 사물을 자기 자신과 관련시켜 마음에 들고 안 들고, 싫고 좋고. 기쁘고 슬프고를 느끼는 주체이다.

 

SympathieAntipathie의 번역 문제에 관해 일본과 중국에서는 어떻게 번역하는지 유심히 보게 된다. 영어권에서야 sympathy, antipathy로 직역이 되니 문제가 없지만 동양에서는 영혼세계의 힘과 소재(감정)라는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해야 하고, 자연스러운 어감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니 말이다. 한동안 Sympathie를 교감으로 옮기다가 결국에는 호감으로 결정한 입장에서 공감이나 동감 역시 어색한 번역어라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호감이라는 말이 지나치게 감정(좋아하는 마음)적이어서 Sympathie가 의미하는 끌어당기는 힘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교감이라는 말을 써보았는데, 아무래도 어색했다. 중국에서처럼 융합감, 이척감으로 의역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지만 실제로 문장을 옮겨보면 호감, 반감이 가장 자연스러워 보인다. 슈타이너도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쓰지 않고 기존의 Sympathie, Antipathie를 재개념화한 것처럼 우리도 이렇게 접근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영혼 차원에서 인간은 내면에 대극적 힘과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어떤 대상으로부터 우리는 끊임없이 정보를 받는다. 감각기관이라는 몸을 통해 그것을 받아들이면 주관적 인상이 생기게 된다. 예를 들어, 꽃 향기를 맡으면 일종의 쾌감과 호감이 생기지만, 뜨거운 햇볕에 오래 노출되면 불쾌감과 반감이 솟아난다. 여기에는 끌어당겨 하나가 되고자 하는 힘과 밀어내어 분리되려는 힘이 작용한다. 이 힘의 작용에 의해 꽃 향기는 좋지만 뙤약볕은 싫은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그 꽃을 따서 탁자 위 꽃병에 꽂고 싶은 바람을 느끼기도 하고, 한여름 무더위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기도 한다. 향기로운 꽃에 대해 공감이 생긴다거나 동감이 생긴다고 번역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어색한 일이다. 그리고 공감은 Empathie에 더 적합한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말로 번역하든 틀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사전을 찾아보면 Sympathie의 뜻을 호감, 공감, 동감, 교감, 동정 등으로 제시하는데, 맥락에 따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슈타이너의 의도를 살려 더 나은 번역어를 찾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

 

참고로 아직 간행되지 않은 번역본에서 최혜경 선생님은 맨 위의 내용을 이렇게 옮겼다.

 

두 번째는 대상이 인간에 남기는 인상이다. 이것은 마음에 드는 반면 저것은 공연히 싫다. 어떤 것은 유용해 보이고 또 다른 것은 유해하게 보인다. 그렇게 대상에 대한 호불호, 욕구, 혐오감으로서 인상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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