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슈타이너사상연구소칼럼 (84)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내 앞의 아이들과 연결된 수업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수업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전자기기 활용 수업이 더 깊이 우리 일상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이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업이 도입될 예정이라고 하니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한동안 VR을 낀 아이들이 교실에서 허우적대는 사진을 보고 충격에 사로잡혔는데, 또 어떤 충격이 남아 있을까. 최근에 구입한 책들 중에는 AI로 표지그림을 그린 것들이 있다. 자세히 보면 다리가 한쪽 없거나 얼굴이 뭉개져 있다. 더 나은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한 그림은 이런 오류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완벽하게 그려진 AI의 그림을 볼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가짜'라는 느낌이다. 가짜들. 솔직히 AI로..
이 고통의 기록을 정면으로 통과하지 않고서 우리는 그 어디로도 갈 수 없다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문제의 진정한 원인은 거짓으로 사는 우리의 삶이지 않을까 적당히 타협하고 귀 막고 눈 가리는 우리의 무기력함, 나태, 비겁... 아무리 고민해봐도 참사의 원인은 가짜 시스템과 가짜 삶이다 세월호 참사 10주년이 되었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몇 개의 음모론적 가설을 치우고 나면, 배가 침몰하고 구조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가짜 사회 시스템의 총체적 난국 때문이다 겉으로 내세우는 것과 달리 고약하게 썩어버린 속내를 우리는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았다 그럼에도 왜 정신을 못 차릴까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계속 패닉 상태이다 깨달은 건 기존의 지배체제가 얼마나 힘이 센지이다 스스로 출세했다고 믿든 출..
제주 4.3 특별법 개정과 회복적 정의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3월에서 4월로 넘어가는 이때를 좋아한다. 매화와 진달래, 목련으로 시작해 산수유, 개나리가 경쾌한 노랑을 뽐내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이 시기의 자연은 마치 축제와 같다. 이어서 라일락이 짙은 향기를 뿜어낼 테고 장미가 축포처럼 붉게 봄의 절정을 알릴 것이다. 거리와 숲의 나무들도 연둣빛 새순을 틔우느라 설레긴 마찬가지다. 아이와 손을 잡고 산책을 할 때마다 진심으로 가슴이 벅차다. 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가족과 만끽할 수 있다니. 그러나 나의 사회적 자아는 이내 숙연해진다. 찬란하게 아름다운 자연과 대조되는 비극적 역사가 4월과 5월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책임하게 서정적이었던 마음이 납처럼 무거운 책임감으로 가라앉는다..
더 매력적인 발도르프 공동체를 위한 제언 - 발도르프 교육기관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님들께 드리는 이야기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다채로운 봄꽃들이 피어나고 연둣빛 새싹이 돋아나는 이 계절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계절의 변화에 가슴이 설레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에 환희를 느낍니다. 무채색의 삭막한 겨울을 오랫동안 경험했기에 더욱 큰 기쁨으로 다가오는 것이겠죠. 인생의 봄이라 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을 살아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우리의 감정도 비슷합니다. 생명력 넘치는 아이들은 쑥쑥 자라며 변화해 갑니다. 그러나 어떻게 변화해갈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가능성을 품고 변화해가는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 아이들에게 진정한 교육, 행복한 ..
세월호 10년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정확히 기억한다. 세월호 침몰 중. 탑승자 전원 구조. 2014년 4월 16일, 3교시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았다. 너무 놀라서 다음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304명 사망. 죽음의 과정을 나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지켜보았다.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국가는 부재했다. 언론은... 언론은 말할 수 없이 참담했다. 오랜 주말부부 생활을 끝내고 경기도에서 아내가 있는 충남에 내려온 첫해였다. 경제적인 이유로 잠시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었다. 한 달 뒤면 딸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었는데, 어린 학생들이 시신이 되어 겨우 겨우 잠수사들에 의해 뭍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런 나라에서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
발도르프 교육은 자본주의에 잡아먹힐 것인가?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미국 병원에서는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나눠주는 인형에도 비용이 매겨진다. 심지어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임에도 침대에 테디베어를 올려놓고 추가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뿐만 아니라 두려움에 떨고 있는 환자에게 제공하는 따뜻한 이불에도, 진료를 받다가 울음을 터뜨린 환자에게 따뜻한 말 몇 마디를 건네는 것에도 비용이 붙는다. 모든 게 돈이고, 돈을 더 벌기 위해 편법을 사용한다. 생명이 오가는 절박한 환자에게 말이다. 이렇게 부조리한 비용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소송을 거는 수밖에 없다. 비용을 다시 들여 국가사법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 미국의 민낯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쟁은 응보적 정의에 따른 대량학살 범죄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나는 병역거부자다. 내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2003년에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다. 당시 미군은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며 이라크를 연일 폭격했다. 한국은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비전투부대라는 명목으로 파병을 결정했다. 감옥에 갈 즈음 나는 평택 대추리에 들어가 미군기지이전반대운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여호와의 증인도 아니고 제칠일안식일 교인도 아닌 내가 병역을 거부한 이유는 교사로서 사람 죽이는 훈련에 참여할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살인과 교육이 양립할 수 없듯 전쟁과 평화도 양립할 수 없다. 전쟁은 대량학살 범죄로,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할 게 아니라 평화를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신념이었다. 이스라엘-하마..
발도르프 교육과 세상의 소금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마태복음 5:13) 한국에서는 발도르프 교육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그 일부를 수용하되 상당 부분을 동양 사상 또는 개인 사상과 혼합하여 수용하는 그룹이 있습니다. 수용하는 방식은 개인 또는 그룹의 자유이므로 뭐라 할 수 없는 문제지만, '현지화'를 내세우며 발도르프 교육의 철학을 왜곡하면서도 "이것이 진정한 발도르프 교육이고 기존의 실천은 오류였다"라고 강변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얼마 전 '발도르프 교육을 표방하는 양평의 한 대안학교'에서 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을 상대로 민..
발도르프 교육과의 만남 - 나는 어떻게 발도르프 교육을 만났고, 발도르프 교육은 나에게 무엇인가?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대표 안녕하세요? 이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기조발제를 맡겨주셔서 영광입니다. ...... 교사로서 저에게는 늘 갈증이 있었습니다. 저는 인간 내면의 영적 성장과 사회 변혁에 대해 함께 관심을 가졌는데 그 둘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사상은 찾지를 못했습니다. 영적 성장과 관련된 곳은 사회 변혁에 관심이 없었고, 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곳에서는 영적 성장을 폄하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당시 과천자유학교에서 교사를 뽑는다는 것을 알고 처음으로 발도르프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해보니 발도르프학교는 개인의 영적 성장과 사회의 변혁을 포괄하는 사상을 기반으로..
회복적 사회를 꿈꾸다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사회가 병들었는데 개인이 홀로 건강하기는 어렵습니다. 사회 전체에 갑질문화가 만연해 있는데 학교만 건강한 문화일 수 없습니다. 차츰 물이 차오르듯 이제는 학교마저 소위 ‘진상 고객’의 문제를 피해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회 구석구석에서 알량한 권력만 쥐고 있어도 갑질을 일삼는 ‘진상’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이런 갑질문화로 노동자가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자살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믿었던 교육기관에서조차 그것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자기보다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향해 무례와 억지를 쏟아내는 이들의 사례를 보면 처음에는 반감과 함께 응보 감정이 듭니다. 똑같이 고통을 겪게 해 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