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슈타이너사상연구소칼럼 (84)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사회적 참사와 국가 폭력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여론은 참사 희생자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사건이 술에 취한 몇몇 사람들에 의해 벌어진 것이고, 경찰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언론이 보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수많은 죽음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었다. 1989년 4월 15일, 영국 셰필드의 힐즈버러 축구장에서 벌어진 참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은 ‘진실(Truth)’이란 제목 아래 이 사건이 술에 취한 리버풀 팬들 때문에 벌어졌고, 리버풀 팬들이 희생자들의 주머니를 털었으며, 구조 활동을 하는 경찰을 방해했다는 거짓 기사를 실었다. 힐즈버러 참사와 10.29 이태원 참사 리버풀 FC와 노팅엄 포레스트 간의 축구시합이 벌어지던 사건 당일 경찰은 몰려드는 인파를 제대로 통제..
인지학과 자아의 문제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인지학은 우리의 자아를 찾고, 강하게 하는 작업을 돕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 어떤 과제를 갖고 있는가? 무얼 하며 살아야 하는가?’ 이런 물음에 합당한 대답을 찾기 위해 인지학을 연구하고 루돌프 슈타이너가 제시한 수행을 하다 보면 점점 자아가 강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이 지점에서 경계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인지학을 지성혼 차원에서만 공부하는 것입니다. 인지학은 정신과학으로서, 정신세계를 과학적인 방식으로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다시 말해, 영성(spirituality)을 추구합니다. 영성은 지성 또는 이성과는 다른 차원의 경험을 요합니다. 지식을 축적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존재 자체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영성을 느낄 수 있습..
우리는 인간이다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걸까?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많은 사람이 아이들에게 이러한 나라를 물려주어서 미안하다며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 당시에 회자되던 말이 "이게 나라냐?"였다. 사고가 벌어진 이유는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초기에 제대로 구조했다면 전원이 생존할 수 있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사고가 참사가 되었고, 책임 규명은 여전히 미완이다. 피해 회복과 책임자 처벌은커녕 검찰의 방해로 인해 진상 조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벌써 8년의 세월이 흘렀다. 벌써 잊혀진 걸까?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가 대통령 탄핵으로 바뀌고 기적적으로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문턱을 넘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눈 떠보니 선진국이었다. 전 세계가 한국의 코..
대화의 예술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우리는 '대화'라는 것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곁에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좋은 대화를 나누고 나면 정신적으로 고양되는 느낌을 받는다. 진실한 대화 속에서 우리는 고단한 삶을 위로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화를 해도 진심이 안 통하는 상대를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말할 수 없이 답답해진다. 참을성이 다하면 의도치 않게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를 수도 있다. 좋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가 상황이 더 나빠진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대화란 그리 간단치 않다. 대화는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행위이다. 화자 혼자서는 대화가 가능하지 않다. 반드시 청자가 있어야 하며, 청자는 화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아동의 발달단계와 촉법소년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이슈가 뜨겁다.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보호처분을 받는 연령이 현재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데, 이것을 하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4세 미만이라는 기준은 1958년에 만들어졌다(당시에는 12세 이상 14세 미만이었음. 2008년에 현재처럼 개정됨). 반세기가 넘게 지났으니 시대변화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여기에는 아동발달에 대한 몰이해도 한몫하는 듯하다. 잘못에 대해 처벌로 응징해야 한다는 응보적 감정은 우리의 생각을 단순하게 만든다. 잘못을 했으면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하는가? 벌을 받고 나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반성하고 새사람이 되는가? 피해를 입은 사람의 피해는 원상회복되는가..
위기의 시대, 발도르프 교육은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오늘날 전지구적으로 펼쳐지는 위기 상황은 오로지 인류에 의한 것이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지 불과 200여 년만에 지구는 극심한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고, 기후변화로 극단적 가뭄과 홍수 피해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종료되지 않았으며, 유럽은 장기간 지속되는 폭염과 가뭄으로 현재 마실 물조차 부족한 상황에 놓여 있다. 겨울이 되면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될 것인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와 식량 위기, 그리고 기후 위기는 평등한 것이 아니어서 가난한 국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 무엇보다 이러한 위기가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데서 절..
팬데믹 시대에 회복적 사회는 가능할까?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세기말부터 늘어난 좀비 영화가 이제는 인기 장르로 자리잡았다. 외계인이나 나치, 공산주의자들이 주적으로 등장하던 헐리웃 영화에도 좀비물이 쏟아진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부산행’을 비롯해 ‘#살아있다’, ‘반도’ 등의 영화가 주목을 받았다. 넷플릭스의 ‘킹덤’은 큰 인기를 끌어서 시즌3가 예고돼 있다. 단순히 오락물로 즐기는 것도 좋지만 ‘왜 지금 좀비인가?’라는 질문도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우리는 이미 좀비 영화 못지 않은 공포감 속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전광훈을 비롯한 소위 ‘보수 개신교계’ 인사들이 주도했던 8.15 광화문 집회를 기점으로 국내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와 다수의 극우 지향 교회, 극우 ..
회복적 정의로 바라보는 문화 이야기 : 을 보고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나는 복수다.” 영화를 관람하고 난 뒤 오랫동안 머리에 남은 문장이다. 범죄도시 고담시의 거리를 배회하며 악당들을 응징하는 배트맨은 스스로를 복수의 화신으로 규정한다. 영화는 히어로로 활동을 시작한 지 2년차가 되는 젊고 불안정한 배트맨을 그린다. 불면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집요하게 범죄자들을 뒤쫓는다. 그런데 배트맨은 왜 복수의 화신이 되었을까? 우선 고담시의 치안이 형편없다는 것은 잘 알겠다. 시장을 비롯해 경찰국장과 고위관료들, 일선 경찰들도 대부분 범죄에 연루되어 있는 상황이다. 믿을 만한 사람은 제임스 고든 경위 정도,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절망에 빠진 시민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이 배트맨이다. 실제로 범죄사..
생태적 전환과 회복적 정의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포스트 코로나, 변화의 시대 ‘포스트 코로나’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 이후 다가올 새로운 시대를 일컫는 말이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확인된 코로나19의 감염자가 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에 이어 세 번째였다. 전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제한과 봉쇄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 원격수업과 재택근무 등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지금 시점에서 섣불리 팬데믹이 종료되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 ..
응보의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사법이나 범죄학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이 모든 일이 결국 하나의 감정을 해결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 삶에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잘못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이 감정이 올라오는 걸 느낀다. 그것은 응보의 감정이다. 응보 감정과 처벌 응보 감정은 무척 힘이 세다. 응보 감정이 올라와 우리 마음을 지배하게 되면, 우리는 상황을 한 방향으로 판단하고 규정한다. 그리고 의지를 낸다. 감정에 사로잡힌 의지는 맹목에 가까울 정도로 결과를 추동한다. 그 결과는 대체로 파괴적인데, 응보 감정은 처벌을 원하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질렀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게 우리의 오랜 상식이다. 고래로 인간 사회에서 처벌은 당연한 것이었다.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