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슈타이너사상연구소칼럼 (84)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마음이 병든 사람들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많은 정신과의사 또는 인지심리학자가 관계를 멀리해야 할 사람을 알려줍니다. “당장 손절하세요”, “절대 곁에 두지 마세요” 같은 자극적인 문구로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 등에 대해 관계 단절을 조언합니다. 이것은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일 수 있지만 교사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어려움이 있는 아이나 부모를 만난다 해도 교직의 특성상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려움이 있는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할 만한 정보를 갖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야 그들을 이해할 수 있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누군가를 낙인찍듯 편견을 갖는 성향도 있지만, 가급적 좋게 보려는 성향도 있습니다. 그런데 선의로 한 행동이 당사..
회복력 시대와 명상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등을 쓴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최신작 에서 인류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음을 알립니다.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 발전(progress)의 시대에서 적응성이 중요한 회복력(resilience)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질적 풍요를 추구해온 인류는 자연자원을 착취하고 생태계를 파괴한 끝에 기후위기라는 자연의 역습을 마주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근대문명은 인간이 자연의 지배자라고 믿었지만 자연의 힘은 인간의 힘을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경제발전을 지상과제처럼 여기며 살아온 우리는 발전의 시대가 끝났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이고, 경제란 무엇이며, 지구에서 다른 생물종과 공존하며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의미에 대해 새롭..
발도르프 교육이 경계해야 할 지점들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발도르프 교육의 '발도르프(Waldorf)'*라는 말은 '발도르프-아스토리아 담배회사'의 노동자 자녀들을 위해 세워진 첫 번째 학교 이름에서 유래합니다. 이 학교의 이름은 회사 상호를 따서 '자유발도르프학교'로 지어졌습니다.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가 이 회사의 사장인 에밀 몰트의 요청을 받아 학교를 설립한 것은 전쟁 직후인 1919년이었습니다. 첫 학교 이후 많은 학교들이 발도르프학교 또는 슈타이너학교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슈타이너가 처음 고려했던 학교 이름은 괴테주의(Goetheanismus)학교였다고 합니다. 괴테아눔과의 연관성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 '발도로프'나 'baldorf'는 틀린 표기입니다. 사회삼원론에 따른 사회운동과 발도르..
인지학과 음모론 2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인지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주제는 간단하지 않다. 인간학을 중심으로 영적 세계관을 제시한 인지학은 교육학뿐 아니라 농법, 의학, 약학, 특수교육학, 건축, 연극, 미술, 음악,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 깊은 통찰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지학은 철학인가? 루돌프 슈타이너는 인지학이 자연과학과 똑같은 정신과학임을 밝힌다. 과학이 철학과 다른 것은, 그것이 사상가의 주장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러한가를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인지학에서 말하는 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실제로 교육을 해보고 농사를 지어보면 알 수 있다. 100여 년 전에 나온 인지학적 교육학과 농법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인지학은 철학이..
우리는 왜 비극적 선택을 반복하는가?-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에 부쳐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후쿠시마 핵오염수의 방류가 시작되었다. 2011년 쓰나미에 의해 발전소가 침수되고 전력이 끊겨 원전이 폭발한 지 12년만의 일이다. 당시 일본의 수뇌부들을 공포에 떨게 한 말이 있다. "이제 일본은 끝났다." 최근 국내에도 서비스된 넷플릭스 드라마 를 보면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 잘 재현되어 있다. 급한 성격의 간 나오토 총리는 사태 수습을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니지만 각료들 중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게다가 원자력 전문가라고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무능하고 무책임할 뿐 도움이 되는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사태를 완전한 파국으로 가지 않게 막은 것은 현장 책임자와 노동자들이었다. 방사능에..
의식혼의 교육학, 발도르프 교육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저는 발도르프 교육을 의식혼의 교육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슈타이너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의식혼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누구나 노력을 한다면 의식혼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의식혼이란 무엇일까요? 인지학에 따르면 우리 인간의 영혼은 감각혼과 지성혼, 의식혼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1세에 자아가 탄생한다고 말을 하는데, 더 구체적으로는 감각혼이 탄생 또는 독립하는 시기입니다. 슈타이너는 21세에서 28세 사이를 감각혼 시기, 28세에서 35세 사이를 지성혼 시기, 35세에서 42세 사이를 의식혼 시기라고 구분합니다. 물론 이것은 일반적인 이야기이고 치열한 자기 교육 없이 의식혼이 탄생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자아는 영혼 ..
스데롯 극장과 아우슈비츠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이천 년 전 예수가 태어나 가르침을 펼치던 팔레스타인 땅에는 오늘날 ‘스데롯 극장(Sderot cinema)’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공간이 있습니다. 실제 극장은 아니고 가자지구가 한 눈에 보이는 이스라엘 남부의 스데롯 언덕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공습이 있는 날이면 언덕 꼭대기에 많은 사람이 모입니다. 소파와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서 팝콘과 맥주를 먹고 마시며 가자지구에 펼쳐지는 폭격을 보는 것입니다. 폭음이 울리고 섬광이 터지면 구경꾼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합니다. 이들이 웃고 즐기는 광경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폭격입니다. 군사력의 압도적 우위 속에서 폭격의 스펙터클을 즐기는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의 자손들입니다...
붕괴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우리가 동물과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동물도 인간처럼 의식이 있고, 감정과 욕구, 어느 정도의 인지 능력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동물은 이 모든 것을 통합할 수 있는 자아의식이 부재하다. 동물과 다른 인간의 특징을 꼽으라면 자아 또는 자아의식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자아는 반성적 사고를 통해 출현했다. 인간과 자아 우주의 역사 속에서 생명이 없는 광물의 세계에서 생명이 있는 생물/식물이 출현했고, 의식이 없는 식물의 세계에서 의식이 있는 동물이 출현했다. 자아의식이 없는 동물 세계에서 자아의식이 있는 인간이 출현했지만 인간의 자아의식은 아직 미숙하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렇기에 동료 인간을 착취하며 지구 환경을 파괴해 왔다..
지금 여기, 발도르프 교육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나라를 퇴행시켰던 극우세력이 촛불의 힘으로 물러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사람들은 다시 그들에게 권력을 쥐어주었다. 전세계적으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더해 우리는 인구절벽과 경제파탄, 그리고 후쿠시마 핵폐수의 방류까지 두 눈 뜨고 손발이 묶인 채 지켜보아야 하는 형편이다. 소금 사재기에 이어 수산물 소비가 급감했음에도 정부 고위인사들은 핵폐수가 방류된 물을 마셔도 문제가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도쿄전력이 핵폐수를 방류한 뒤에도 우리는 마음 놓고 어패류와 해조류를 사먹을 수 있을까? 바닷가에 놀러가 해수욕은 즐길 수 있을까? 어떤 음식이든 소금이 들어가는데 식당에는 마음 편히 갈 수 있을까? 우리는 대체 어떤 파국을 앞두고 있는 걸까? 백여 년 전 ..
회복적 사법의 인지학적 가능성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사회적 유기체의 삼지성이 인간 공동체 생활의 본질적인 것에서 그 설립 근거를 보여 주게 될 결과 중에 하나는 사법 활동이 국가 기관에서 분리된다는 사실이다. 국가 기관은 사람들 사이나 집단 사이에 존재해야 하는 법률을 제정할 책임을 지닌다. 그러나 판결 성립 자체는 정신 조직에서 형성된 기관에 속한다. 판결 성립은 판결하는 사람이 판결받아야 할 사람의 개인적 상황에 대한 감각과 이해를 지닐 것이라는 그 가능성에 고도로 의존한다. 그런 감각과 이해는, 사람들이 정신 조직의 기관에 매료되게끔 만드는 신뢰 조직이 법정을 구성할 권위를 지니는 경우에만 존재할 것이다. 정신 조직의 행정 기구가 다양한 정신적 직업 계층에서 선별한 사람들을 재판장으로 임명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