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양극화”에 발도르프 교육학이 답하다 - 요한네스 퀼 (5)

그리고 연극을 합니다. 학급 연극은 음악이나 다른 예술 작업과 다르게 혼자서는 도저히 이루어지지 않지요. 공동 작업이 필요합니다. 함께 연습하고 함께 해 나가야죠. 이런 음악이나 연극 같은 실천적인 활동들 혹은 수업들 분야들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점이 있습니다. 뭐냐하면 어떤 아이가 뭔가를 잘하려고 노력을 해요. 그런데 이 시기에는 이미 선생님이 좋아하시니까, 나의 결과를 기뻐하시니까, 이런 것에 따라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 아이는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게 되니까, 라는 데에 집중해요.

 

그렇게 자기가 무엇을 해내기를 원하기 때문에 뭔가를 이루어내게 되는 그 체험이 중요한데요. 예를 들어서, 제가 있는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바이올린을 만들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바이올린을 제대로 만드는 건 선생님이 뭔가를 많이 가르쳐주고 그걸 아이들이 좋아해서,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걸 잘 받아들여서가 아니라 그 아이들이 그걸 잘 만들고 싶어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이런 상황, 그러니까 아이가 스스로 내켜서 뭔가를 적극적으로 하기를 원하게 되는 이 상황이 그 아이에게 중요한 경험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독일어로는 전혀 번역이 안 되는 영어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commitment(전념, 헌신)"라는 단어입니다. 뭔가에 자기 자신이 정신을 다해서 집중하는 것 혹은 뛰어드는 것이에요. "commitment"라는 게 뭔가 우리가 "너 이거 해"라고 시키는 것도 "commitment"지만 그러나 어디에 몰입하고 참여하고 뛰어드는 것이 "commitment"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지금까지 말씀드린 이 세 가지 능력 혹은 상황, 그러니까 어릴 때 정말로 좋다고 느끼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그다음에 그걸 기반으로 해서 바깥쪽, 자기 주변 세계에 대해서 공감하고 그 바깥쪽으로 관계를 맺게 되는 것, 그다음에 자기 스스로가 나서서 무엇인가에 몰입하고 정말로 뭘 해내기를 원하게 되는 것, 이것이 인간의 전체 삶에 무엇인가 능력 혹은 중요한 내용으로 이제 성장하게 되는 거죠.

 

이런 것들을 준비시키는 데 혹은 이런 상황이 마련되는 데에 중요한 게 뭘까요? 학교에서, 특히 자연과학자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네가 실제로 실현할 수 없는 것, 그건 아무런 가치가 없어. 네가 구체적으로 해낼 수 없는 것, 네가 알아내지 못하는 것, 그건 그것 자체로 너한테 가치가 없어."라고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식의 사고 방식이 지배한다면 거기에서는 그 어떤 종류의 새로운 것 혹은 발전 같은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는 거죠.

 

이 지점에서 이제 다시 한번 아까 소개해드린 그 책의 제목(<휴먼카인드>. 독일어 제목 <Im Grunde gut>)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하다라는 그것을 말이죠. 교육이 지향하는 게 바로 그 근본을, 즉 선한 근본을 풀어내는 거죠. 뭔가를 발휘시키게 만드는 것, 바깥으로 자라게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경우에 우리가 교육시키는 그 아이들이 '나하고 같아져야 해'라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더구나 우리가 가르치는 그 아이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해야 돼' 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전혀 아닙니다.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이거죠. 이렇게 자라나는 그 아이들이 자기 자신이 이 세계 안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를, 그래서 그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공간, 여지 같은 것을 우리가 마련해 주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일라는 겁니다. 우리가 의지하고 믿어야 할 건 이겁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은 언젠가 좋게 말하자면 선한 인간이 될 거야 혹은 능력 있는 인간이 될 거야, 심지어는 나보다 더 선하고 나보다 더 능력 있는 인간이 될 거야, 라는 믿음 그 안에 우리가 있어야 됩니다.

 

이 시간을 마무리하면서요. 여러분에게 마무리하는 말로 드리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슈타이너가 어느 책에 헌사를 쓴 적이 있어요. 청소년을 교육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오늘날 그 의미는 내일에 있다. 말하자면 청소년 교육의 의미는 시간적으로는 내일에 있는 거다. 내일을 지향하는 거다. 그다음 대상으로는 정신에 있다. 즉 정신을 교육하는 거고요. 그다음에 이 지상의 삶, 우리가 다 살고 있는 이 지상의 삶에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정신 존재를 돌보는 일이다, 라는 것입니다. <사회적이고 교육적인 문제에 대한 정신과학의 대답>이라는 책에서 이 헌사를 썼습니다.

 

청소년을 교육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내일을,

구성요소 중 정신을,

지상의 삶에서

정신적 존재를 돌본다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까지 양극화 혹은 극단화되는 사회에 대해서 걱정했잖아요. 그런데 이 사회에서 발도르프 교육이 원하는 것은 혁명이 아니에요. 발도르프 교육은 혁명으로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교육 자체를 통해서 세상을 바꾸려 합니다. 여러분들 이 저녁 시간에 집중하시느라고 애썼고요. 고맙습니다.

 

 

 

(끝)